좌담회(회합)에 임하는 간부의 자세
신이치는 처음부터 광선유포에 목숨을 던질 각오를 하고 있었다.
광포의 뜰에서 싸우다 죽어가는 데 추호의 두려움도 후회도 없었다. 의사한테도 30세까지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어온 몸이었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은사의 뜻을 이어받아 세계광포의 제일보를 막 내딛을 뿐인데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신이치는 시에틀 호텔의 침대에 엎드려 자신의 허약한 몸이 원망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살고 싶다. 선생님께 한 맹서를 완수하기 위해.’
그는 “南無妙法蓮華經는 사자후(師子吼)와 같도다. 어떠한 병인들 장해를 할손가” (어서 1124쪽) 라는 어성훈을 생각하면서 고열에 시달리며 기원했다.
더욱 심해진 비가 호텔 방의 창을 때렸다.
한편 호텔을 뒤로 한, 부이사장 주조 기요시 일행은 우선 시애틀의 연락 중심자였던 멤버의 집에서 지구결성에 대해 협의했다.
그 후 좌담회 장소인 집회장으로 향했다.
회장에는 4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시애틀 첫 좌담회로서는 성황이었으나 개인의 집과는 달리 비교적 큰 홀인만큼 어딘가 썰렁해 보였다.
처음에 부이사장 주조가 야마모토 회장은 형편이 안 좋아 좌담회에는 출석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전했다. 참가자의 얼굴에는 낙담하는 빛이 역력하게 떠올랐다.
일본에서 온 간부는 차례차례 일어나 열심히 회장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무겁게 가라않은 분위기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참가자 중에는 일본계 부인의 남편으로 아직 입신하지 않은 미국인도 많았다.
그런 만큼 주조 일행은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힘주어 소리를 높이 외칠수록 모두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신이치가 참석한 좌담회에 감도는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분위기도, 저 뛸 듯이 기쁨 표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안 되겠다. 어딘가 다르다. 어디가 다른 것일까 …’
주조는 내심 초조함을 느끼며 좌담회에서 신이치가 지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이어서 일본어와 영어그룹으로 나뉘어 간담이 실시되었고 다시 전원이 모인 자리에서 부이사장 주조 기요시가 시애틀지구의 결성을 발표했다.
박수가 나오긴 했으나 역시 어딘가 열기가 부족했다.
좌담회가 끝난 후 주조는 한 부인한테 남편의 전근으로 아프리카의 이디오피아로 출발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야마모토 회장에게 지구 결성의 모든 책임을 위임받은 그는 이 부인을 시애틀 지구의 이디오피아반 반장으로 임명했다.
성대한 박수가 일어난 것은 그 발표를 했을 때뿐이었다.
밤에 호텔로 돌아온 주조는 좌담회의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신이치의 방을 찾아왔다. 신이치의 두드러기는 차츰 없어지기 시작했으나 설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열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신이치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조의 보고에 귀를 기울였다.
주조는 좌담회의 상황을 상세히 전한 다음 신이치에게 물었다.
“저희들로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참석하신 좌담회와는 어딘가 모르게 분위기가 다릅니다. 선생님, 이 차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신이치는 조용히 끄덕이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무엇인가 특별한 걸 하는 건 아니네.
다만 ‘소중한 불자(佛子)를 절대로 불행하게 만들지 않겠다.’ ‘이 사람들을 행복으로 인도할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싸우고 있네.
그 일념이 모두의 마음을 열어가는 힘이 된다네.
자기 자식을 항상 생각하며 사랑하는 어머니는, 아기 울음소리 하나로도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안다. 또 아이는 그 어머니의 소리를 들으면 안심한다.
마찬가지로 간부에게 벗을 생각하는 강한 일념이 있으면, 모두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있으며 마음도 서로 통하는 법이다.
그 위에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면 모두가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진심으로 납득할 수 있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노력을 거듭해 가는 거네.
나도 회합에 임할 때는 전력을 다해 준비에 임하고 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연구하고 있다. 그것이 지도자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간부의 이야기가 언제나 똑같고 화제가 궁핍하여 신선함이 없다면, 그것은 참가자에게 실례를 끼치는 일이네. 간부가 타성에 흐르고 있는 무책임한 모습이지.”
주조는 신이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자세를 심히 부끄럽게 생각했다.
☞ 신․ 인간혁명 1권 ‘금추(錦秋)’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