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cafe-editor-text">김영삼시인은 <br />201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br />삼척 출신이며 현재 강릉고 교사<br /><br />< 설화 > 김영삼詩<br /><br />가족은 한 포기 배추 같았다<br />단칸방에서 배춧잎처럼 달라붙어 살았다<br />자꾸 얼굴이 노래지는 막내는 안쪽에 두고<br />차례대로 겹겹이 포개져서 잠을 잤다<br />바깥쪽에서 작은 등으로 외풍 막아주는<br />어머니는 겉대였고<br />(이때부터 서서히 우거지가 되고 있었다)<br />자주 집을 비우는 아버지는 볼 수 없는<br />배추 뿌리였다<br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고 난 뒤에야 알았다<br />뿌리가 땅 위로 드러나자<br />통째로 배추도 모로 쓰러졌다<br />어쩌면 새끼손가락만도 못한 뿌리라니!<br />저렇게 허술한 뿌리를 믿고<br />남몰래 푸른 장미 꿈을 꾸었다니!<br />여러 날 햇볕에 쬔 뿌리는 이미 시든 뿌리<br />밑둥이를 잘라냈다<br />뿌리를 잃자 하나, 둘...<br />배춧잎은 힘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br />뿔뿔이 흩어져 나뒹굴다 마침내,<br />배추통은 흔적 없이 눈앞에서 사라졌다<br />삐쩍 마른 우거지만 제자리에 오래 남아<br />한때는 한 포기 배추였다는 걸 입증하고 있었다</p><p><img src='https://t1.daumcdn.net/cafeattach/1E3Bp/0262b2b7bdbebe0fa44ee349ea0d6a4b64b24d8b' class="txc-image"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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