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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스토리 원문보기 글쓴이: 조희완
봄 산행 이후 오랜만에 불퇴산에 오르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물론 지난 7월말에 화순 븍면 옥리 - 담양 남면 인암/가암리 인근 돌발산행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이번에는 아주 특별한 산행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불퇴산에서 병풍산까지 한꺼번에 완주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인데, 제가 이번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돌아 오는 길은 어떻게든 오겠지요. 제 체력이 허락하면 온 몸으로 이겨내고
싶습니다.
베낭에 음식과 랜턴, 우의, 09:30분에 집을 출발하여 장성군 진원면 진원제 상류 산 아래에 주차한 시간은 09:45분, 산행의
출발점인 사방댐에서 10:00 시에 출발하였습니다.
몇 차례의 태풍(볼라벤, 산바)과 폭우로 인해 계곡물은 엄청 불어나 있었고 커다란 나무들이 줄기 가운데가 두 동강 나는
상처가 여기저기 끊이질 않습니다. 그래도 동편에서 오르기 때문에 이 정도이고 저 너머쪽은 어떨지 상상이 안갑니다.
사진을 보면서 함게 가보실까요?
출발 며칠 전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잡아당긴 불퇴산4봉과 5봉(불퇴봉) 정상이 왼쪽이고 저 멀리 구름속에 보일락 말락 한 산이
바로 병풍산 입니다. 저는 여기 사진에서는 안 보이는 불퇴 4봉의 훨씬 왼쪽으로 한시간 50분 거리 산 아래에서 출발합니다.
사방댐 물이 넘쳐 흐릅니다. 이렇게 물이 흐르는 모습은 처음이지만 물소리가 굉장합니다. 시원합니다.
11:00 제1 기착지인 헬기장입니다. 아마 610m 되니 아주 가파르게 오르는 길이었습니다. 여기서 오른쪽 성틀재 방향입니다.
헬기장에서 진행방향을 보니 남쪽으로 안개가 짙게 감싸고 있습니다. 전차 포사격 소리와 M60기관총 소리도 가까워 옵니다.
화약냄새도 비릿하게 묻어납니다.
아마 여기는 1봉에서 2봉의 모습을 잡은듯 합니다. 비슷한 장면이 많아서 헷갈립니다. 이쯤 다다르니 대포소리 기관총소리 모두 조용합니다. 결국 10-11시 1시간 사격훈련을 했던 것이군요. 제가 군대에서 교육계(작전병) 해봐서 조금 알 듯 합니다.
2봉을 돌아 3봉 너머로 저기 4봉이 보입니다. 사실 2봉과 3봉은 작은 바위 봉우리들이 여러개로 구성되어 있고 간단치 않습니다.
험하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 2봉까지는 아, 바위산인가 보다 했다면, 3봉은 장난이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11:55 지금 4봉에 도착했습니다. 3봉, 2봉, 1봉, 헬기장이 차례대로 보이죠? 이 4봉은 그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힘이 많이 들지요. 여기서 1분 쉬고, 이제 이 불퇴산의 정상인 제5봉. 즉 불퇴봉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저기 보세요.
바로 저 봉우리가 불퇴봉 729m입니다. 4봉이 워낙 가파르고 험하여 5봉은 그냥 언덕 오르듯이 가볍고 포근한 감이 느껴집니다.
12:10 제5봉 불퇴봉에 올라 감사기도 드리고 저 멀리 병풍산을 바라봅니다. 내가 아무리 도전장을 내밀었기로 지금까지 온
길보다 더 먼 저 곳까지 과연 갈 수 있을까? 만약 간다면 차 있는데까지 어떻게 되돌아 온담? 산 꼭대기에 앉아 발을 다 벗고
점심을 먹으면서 심리적 충전을 해봅니다. 점심은 맨 밥에 반찬은 바나나로 했습니다. 김치를 깜빡 했군요. 1/3을 먹고, 이번에
도전하지 못하면 다시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무장하고 길을 나섭니다.
바로 저 봉우리를 경유하여 한재로 내려가야 하는데, 처음 가는 길은 언제나 멀고도 멀게 느껴집니다. 저 봉의 이름이 없기에
'건널봉'으로 칭하겠습니다.
참 5봉에서 4봉을 잡아 보았습니다.
건널봉에 우여곡절 끝에 올랐는데 불퇴산의 뒷모습을 잡기 위해 다시 좀 내려와 담아봅니다. 아, 이 건널봉은 왜 이리도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곳이 많은지.. 더군다나 5봉에서 건널봉으로 연결되는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계곡으로 곤두박질
치다가 비탈면을 타고 능선을 몇 개나 넘어 간신히 제 길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깨달음이 있습니다.
5봉에서 건널봉으로 가는 길이 맞다고 들어섰지만, 왠지 방향이 약간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절반쯤 올라가서 보니 이렇게
돌아서 길이 나겠거니 하고 다시 내려가면서, "혹시 계곡으로 곧장 가버린다면 할수 없지, 병풍산은 뒷전이고 그냥 불퇴산 뒷자락이나 훑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밀고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길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틀어지는가 싶더니 길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헤맨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발길들이 비탈쪽으로 많습니다. 아차! 잘못왔구나....
중간에 이상을 감지 했을 때 목표를 재확인 하고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어야 하는데... 나는 이런 점이 문제로다.
그렇게 목표를 설정해놓고선 당장에 막힘이 있으면 금방 원래의 목표를 잊은 채 다른 경로를 찾아 합리화 해버리는.... 그렇다. 나의 큰 헛점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렵사리 건널봉을 지나 방향을 동편 병풍산으로 트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옛 건축의 흔적으로 주춧돌이 연결되어 있는
평전을 만났습니다. 그곳에서 바라보이는 투구봉, 병풍산입니다. 나는 저곳을 올라야 합니다.
투구봉에서 잡은 오른쪽의 건널봉과 왼쪽의 불태5봉, 4봉, 2봉, 1봉, 핼기장이 보입니다. 건널봉에서 한재까지 내려오는 길에는 길이 아닌 곳으로 오다시피 했는데, 왜냐하면 쓰러진 거대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정말 그렇게 거대한 나무들이 여기 저기 곳곳에서 피를 흘리며 절단된 채 찢어진 채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차마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 또한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것이 자연인가? 생성과 증식-성장 그리고 파괴, 소멸... ... 그리고 서편이라 태풍의 어퍼커트(Upprcut)를 제대로 먹은 것입니다. 그리고 내 왼쪽 무릎은 시큼시큼 거리며 절둑거리기까지 합니다. 일단 한재까지 가자.
14:30분 한재를 내려오자 약간의 갈등이 일었습니다. 이 길로 하산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집에는 언제 어떻게 가려고 병풍산까지 간단 말인가? 하면서 잠깐, 정말 잠깐 갈등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아까 불퇴봉에서 건널봉 구간에 깨달은 바가 있어,
"목표가 중요하지 퇴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단 목표만 생각하자." 하고 투구봉을 향하여 바로 도전합니다.
투구봉에 오르기 전에 병풍산 2휴게 지점에서 식사를 또 합니다. 병풍산 정상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허기져서 오를 수가
없습니다. 오를 땐 무릎이 아프지 않습니다. 내려올 때가 문제이죠. 만약 내가 정상에서 내려오다가 도저히 못 내려 오겠으면
119에 도움을 청하자는 마음으로 위로하며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투구봉에 다다랐습니다.
투구봉은 751m입니다. 저기 저 봉우리는 병풍산 정상을 가리는 돌담봉입니다. 저기만 올라서면 다 오르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투구봉의 이모저모를.. 왜 투구봉이라 했는지, 어떤 모습이 투구를 연상케 하는지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그러나 그림이 안나오군요.
투구봉을 내려와 병풍산 돌담봉으로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입니다. 하산길은 여기서 만남재 방향이 어떨까?
안 가봤으니 가 봐야죠.
16:10분 마침내 병풍산 정상 822m 입니다. 거의 힘이 다 빠진듯 했지만 죽을 힘을 다 해 정상에 올랐습니다.
도착하자 하나님께 보고를 드립니다. 왔다네 왔다네 내가 왔다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가 왔다네....
갸루상을 따라 소리도 질러 봅니다.
혼자서 잡을 수 있는 폼이 영 어렵습니다. 놓고 타이머 촬영을 할 엄두도 안납니다. 아이고.... 다리야...
가을 하늘을 사진 속에서 다시 느껴봅니다.
정산의 표지판입니다. 저기 서서 찍었어야 했는데. 1년 전에 어움 속에서 찍은 장소가 바로 저깁니다.
병풍처럼 둘러선 여러 바위산들과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추월산, 금성산도 보입니다. 곧 금성산을 다시 가볼 것입니다.
동편으로 담양 시내가 조만큼 작아 보입니다.
남쪽으로는 수북뜰이 영산강 좌 우로 드넓습니다. 이런 곳을 기름지다고 해야 할까요?
남서쪽으로는 대전면 대치리와 .. 영산강 줄기도 모두 보입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이제 차가 있는데까지 어떻게 간담?
내려갈 때 무릎은 괜찮을까? 한재로 가서 히치하이킹(Hitch-hiking)을 할까? 아니면 택시를 부를까? 아무튼 그 진원제까지
가는 방법에 답이 안나옵니다. 일단 다리운동 좀 하고... 자 저는 불퇴상을 종주하고 병풍산에 오르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제 원이 없습니다. 가는 길이야 밤을 새서라도 가면 되겠죠. 마음만은 정말 홀 홀 홀가분합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제가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해보았지만, 이제 여기 서서 하늘과 마주하고 드넓은 세상을 굽어보니 머리가 말끔합니다.
병풍산 정상에서 바라본 불퇴산 전경입니다. 헬기장 우측에 큰호굴재도 보입니다. 저 불퇴산이 참 멋집니다. 왜 제가 저 산을 그리 좋아 하는지 이제 알듯합니다. 그것은 카메라에 한 폭에 다 넣지 못할 만큼 크지도 않고, 또한 주봉의 능선들로 이어지는 바위
틈새를 기어서 오르고 레펠로 내리며 헬기장에서 1,2,3,4,5 봉에 이르는 길이 꼭 삶의 단면을 보는듯 하여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동쪽, 그러니깐 병풍산 정상쪽에서 본 투구봉의 얼굴입니다. 과연 투구를 쓴 장졸들의 얼굴이 보입니까?
9부능선을 내려올 즘, 저 바위틈에 서식하는 강한 생명을 보세요. 지난 여름 그 땡볕과 긴긴 가뭄도 이겨내고, 모진 태풍과
폭우를 다 견디며...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들이 두동강나고 짓이겨졌는데 말입니다. 저마다 생명을 유지하는 방편이 있습니다.
분명 저에게도 이 난관을 극복할 방책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한 목표를 향 할
때가 가까워 오고 있음을...
투구봉 갈림길에서 올라왔던 그 길이 아닌 만남재라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역시 내리막 길인데, 이렇게 가파른 내리막
길은 처음인듯 합니다. 인조목으로 만든 계단은 끝이없이 계속되어 무릎이 엄청 아파왔습니다. 마침내 꾀를 냈는데, 오를 때는
무릎이 거의 안아프다는 것에 착안하여 오르듯이 몸의 방향을 위로 향하고 뒷걸음질로 계단을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만남재까지 잘 내려왔습니다. 저기 보이는 삼인산도 내가 꼭 오르고 싶은 산입니다. 가벼운 산책하듯 갈 수 있을
합니다. 여기 만남재에서 2.5km이니 한재에서는 3.5km군요.
만남재 이점표
만남재에서 한재 주차장 가는 1km 산길은 참 기분 좋은 길입니다. 중간에 의자도 있고, 이렇게 바위에서 식수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네요. 어떻게 만들었을까? 저 파이프를 바위 속으로 넣어 어디선가 물 줄기에 연결했겠죠.....
하.. 참 대답합니다. 물 맛이 정말 좋습니다.
한재에서 혹시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 차편으로 최대한 차에 가까운 위치까지 타고 가야겠다.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진짜로 119 소방차 두 대가 서 있고 장정들 몇몇이 포장마차에서 나오더니 차에 오릅니다. 나는 "저기요 나 좀 태워주세요." 하고 소리쳤지만, 내 목소리는 목 안에서만 맴돌 뿐, 차는 어느새 장정들을 태우고 내려갑니다. "아니다. 완주를 해야 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내 차 있는 곳까지 오직 내 발로 걸어갈 것이다." 라는 생각이 도대체 아무 말도 안 나오게 합니다.
한재에서 대치로 내려가는 2차선 도로에서 왼쪽으로 투구봉이 햇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저 나무는 단풍이 벌써 들었습니다. 혼자 타오르는 모습이 주변과 조화가 안돼군요.
오른쪽 즉 동편으로는 불퇴산이 햇빛을 떡허니 막고 있어서 계곡은 벌써 어둠이 깃들고 있습니다.
제가 저 불퇴봉-건널봉능선을 지나왔습니다.
후광이 불퇴봉을 더욱 장엄하게 보입니다.
더 내려오니 4봉도 보입니다.
민가가 있는 곳에 내려오니 이제 3봉도 보입니다.
대야제(저수지)에서 바라보는 불퇴봉. 2봉 넘고 3봉 넘고 4봉 넘어 다다른 불퇴봉(5봉) 봉우리 하나 하나가 선합니다.
태양은 자꾸 나를 피해 이제는 진원제 넘어 귀바위(이암) 뒤편으로 넘어가 버렸군요. 곡식에 노란 빛깔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앞의 농가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멀~리 불퇴산만 봐주세요. 제가 타고 넘은 공제선이 다 드러납니다. 멋집니다. 정말...
이렇게 어둠이 내리고 나는 여기서도 한 시간을 더 걸어 저 왼편 헬기장 옆 능선이 바닥에 내려 딛은 지점 사방댐 아래에서
내 카니발과 만나야 합니다. 후레쉬는 건전지가 약하니 차량이 지날 때만 신호용으로 사용하며 안전사고에 유의합니다.
다행히도 가느다란 고구마 두 개와 사과 1/4조각과 그리고 물 500ml가 마지막 골인지점을 향해 완주하고자 하는 열정에
에너지를 충전해줍니다. 깊어 가는 어둠을 뚫고 산아래 제방을 올라, 저수지를 돌아 올라 우리 맏형이신 그 분의 이름으로 두려움을 이기고, 초승달 마저 기운 하늘에 별 빛을 친구삼아 카니발을 발견하기까지 그 분과 함께 하였습니다.
카니발에 키를 꽂으니 19:55분입니다.
산행(山行)에 일곱 시간이 걸렸고 도로를 따라 차에 걸어 오는데 세 시간이 걸렸습니다. 총 열 시간의 <불퇴산-병풍산 종주 여행>은 도보로 차량에 까지 도달하므로써 완벽하게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군대에서도 천리행군이니 특공전술훈련이니 하면서 많은
행군과 훈련, 작전을 해봤지만 이렇게는 못해봤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 목표를 이런식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눈 앞의 설탕에 현혹되지 않고 멀리 날아 유채꽃에서 신선한 꿀을 채취하는 꿀벌이 되어 그렇게...
지금 저에게 닥쳐 온 난관을 극복할 의지와 지혜를 그리고 인내심을 배웁니다.
또 다른 도전을 키우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대단하네....
감동이여~~
난 발바닥과 오른무릎이 아파 걷지를 못한다네.....그져 부럽기만 하넹...후배님의 열정에 ㅉㅉㅉ박수 보냅니다..
하하 선배님... 선배님은 사진이 짱이잖아요...
산이 무척도전적이네~ 고생 많았습니다~
글쿠 조병장 사는집이 엄청 전망좋은데..사는구만~!! 꼭 설악산 놀러가서 콘도베란다에서 울산바위쪽 보는 느낌이여~!
베란다에서 보면 저 산이 그림처럼 처~억! 서있는데... 오늘도 봤지만, 또 가고 싶네요. 산을 보노라면 그래요? 나만 그런가?
고생 많았네(그리고 그만큼 몇 배는 더 보람은 있었겠지...) 조병장! 병풍산 산행을 잘하고 가네... 먼저 번 자전거 타고 갔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이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