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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베테랑 작가들이 풀어내는 ‘막장’ 에 관한 품격있는 장르 앤솔로지
당대 최고의 드라마 콤비, 지민호 감독과 이윤정 작가가 재회했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엔 남모르는 은밀한 관계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만난 두 콤비의 살벌한 드라마 집필기.
“이야기를 이렇게 풀면 우리 관계를 다 폭로하자는 거지?”
“꿀릴 거 없잖아요, 감독님?”
세 가지 이야기로 풀어내는 그들만의 고급스런 폭로, 이것이 바로 막장의 품격.
스타 작가와 스타 감독, 일명 드라마계 스타 콤비. 지민호와 이윤정이 재회했다.
톱스타 추예지와 김수호가 그들이 쓰는 드라마라면 반드시 출연해줄 것을 약속한 것. 방송사들은 그 패키징하기 위해 지민호와 이윤정을 잡아놓는데… 그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한때 둘도 없는 콤비였던 그들은 사실 불륜 관계였고, 그 관계를 지민호의 부인에게 들키면서 둘의 관계는 끝이 났던 것. 하지만 둘 사이엔 풀리지 않은 앙금이 있다. 지민호는 갑자기 자신을 혐호하기 시작한 윤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윤정은 자신에게 오겠다던 지민호의 결심이 거짓이었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다. 둘은 깊은 감정의 골을 안고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어째…. 윤정이 기획하는 아이템마다 묘하게 둘의 과거를 후벼파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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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남자를 나눠갖는 여자들” #미스터리 #멜로
남자에게 배신 당한 여자들, 그 남자를 나눠갖기로 결심하다.
이야기 둘, “막장 조작단” #코미디 #드라마
누구에게든 정확한 복수를 해드립니다. 현실판 막장 조작단 개시
이야기 셋, “귀혼” #호러 #로맨스
자네를 뽑은 이유가 있어. 내 아들의 영혼과 결혼을 해주길 바라네.
저자(글) 김희재
모든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이야기에 마음을 뺏기고 모든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이야기 짓는 일에 마음을 다하는 사람.
2004년 영화 〈실미도〉로 제41회 대종상영화제 각색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공공의 적2〉, 〈한반도〉, 〈국화꽃향기〉 외 다수, 소설 〈소실점〉, 〈하우스〉, 〈로고스 가디언〉 에세이 〈나이듦에 대한 변명〉,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드라마 〈썸데이〉, 〈더뮤지컬〉 외 수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또한 이야기 전문 기업 올댓스토리 대표로서 세상에 이야기의 선한 가치를 전파하며, 추계예술대학교 영상시나리오 주임 교수로서 이야기 분야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저자(글) 고명주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하는 덕후였다.
어른이 되더니 결국 드라마도 쓰고, 영화도 쓰고, 소설도 쓰고 있다.
영화 〈뜨거운 안녕〉 각색을 시작으로, 〈결혼전야〉, 〈새해전야〉, 〈점프, 점프, 점프〉의 각본과 OCN 드라마틱 시네마 〈써치〉 극본를 집필하였고, 현재 드라마로 제작 진행 중인 네이버 웹소설 〈달콤한 보스들〉을 연재하였다. 지금은 흘러가는 인생에 유유자적 몸을 싣고, 곧 만나게 될 드라마 이야기를 집필하는데 여념이 없는 중이다.
저자(글) 남오은
어렸을 적부터 진득하게 뭐 하나 붙잡고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었다. 무엇을 배우든 오래가지 못했고, 심지어 노는 것도 그러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질리지 않았던 게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늘 황당무계한 생각을 했고, 뭔가를 끼적여댔다. 그러다 2010년에 영화 〈그랑프리〉로 데뷔하여 그 후 영화화 되지 못한 많은 영화 시나리오를 썼고, 생계를 위한 부업으로 학습만화 시나리오를 썼다. 지금까지 글로 먹고 살 수 있음에 감사하는 중이며,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빠져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저자(글) 지은
이야기를 좋아하던 꼬맹이가 ‘너 글 잘 쓴다’라는 뻔한 칭찬에 홀려 진짜 글쓰는 사람이 됐다. 드라마, 시나리오, 소설, 애니메이션, 학습만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현재는 곧 방송될 드라마 대본 작업에 매진 중이다. 글을 쓰는 건 여전히 너무 어렵지만 제일 잘하고 싶은 일이 글쓰기라, 내가 가진 재능은 꾸준함과 버티기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이야기를 만들고 쓴다.
목차
책 속으로
국장이 작업실을 나서자마자 윤정은 집필실로 들어가며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았다. 들어오지도, 자신을 부르지도 말라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재범과 영지가 깜짝 놀라며 긴장하자 지 감독이 너스레를 떨며 회의 테이블에 앉았다.
“내가 설명할 테니까 선생님은 좀 혼자 계시도록 두고……. 자, 이름들이 어떻게 되시나?”
“박재범입니다.”
“유영지예요, 감독님, 잘 부탁드려요.”
“나야말로 잘 부탁합시다. 앞으로 같이 헤쳐 나가야 하니까.”
지 감독의 말에 영지가 눈을 반짝였다.
“같이요……?”
“어, 이 작가님이 쓰고 내가 연출하기로 했으니까, 두 사람이 자기 역할 잘해 줘야 대박이 나겠지?”
“어머머머머, 진짜 두 분이 같이하시기로 한 거예요? M본부에서? 그래서 최 국장님이 같이 오신 거구요?”
“응, M본부 가을 미니.”
“가을이면…… 남은 시간이 8개월 정돈데 가능할까요? 요즘 캐스팅만 해도 1년씩 걸린다는데.”
“캐스팅된 거 들어가는 거야.”
“캐스팅이 되다니요? 대본도 없이 어떻게?”
- 16쪽
“저는 막장의 키워드를 뽑다가 결국은 ‘복수’를 남겼습니다.”
“그렇지.”
재범의 이야기에 지 감독은 강한 동의를 보여 주었다. 그 모습에 초조해진 영지가 바로 말을 낚아챘다.
“어쨌거나 드라마에서는 남자가 배신하고 여자가 복수하는 방향이어야죠?”
이번에는 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 배신은 주로 남자가 한다고 봐야지. 진화심리학적으로도 그렇고, 관계가 깊어지면 여성 쪽이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더 강하니까.”
“통념이 그렇다 해도 이 작가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지 감독이 다소 비웃음이 담긴 듯한 뉘앙스로 말하며 윤정을 보았다. 윤정은 마치 지 감독의 이런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시선을 돌려 지 감독을 보며 말했다.
“제가…… 왜요?”
그 차분하고 우아한 반응에 지 감독의 능글거리던 웃음이 지워졌다.
지 감독은 이렇게 재회하기 전에 윤정과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날도 윤정의 표정은 지금과 같았다.
차분하고 우아하고…… 차가웠다.
그런 시선 앞에 지 감독은 마음을 다해, 모든 열정을 담아 매달렸다.
─우리 이제 진짜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다구! 네가 그렇게 원했던 것, 마음 놓고 손잡고 다니고, 영화관 가서 영화 보고, 브런치 먹으러 다닐 수 있어! 혼인 신고 당장 할 수 있다니까!
지 감독을 바라보고 있던 윤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질구질해지지 마요, 우리.
- 22쪽
출판사 서평
인생 위에서 펼쳐지는 미친 욕망의 질주, 탈출구는 오직 용서뿐.
막장이란 무엇인가. 가장 비현실적이지만 가장 현실과 닮은 이야기다. 우리는 왜 막장에 환호하나. 우리는 그 안에 담긴 ‘악인’들이 몰락기를 즐긴다. 치정, 불륜, 복수, 공모 살인…. 뉴스에서나 볼 법한 욕망의 이야기 속에서 결국 악인들이 얼마나 처참하게 벌을 받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누린다. 기왕 막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였으니, 그 자체로도 큰 재미를 주는 막장 이야기가 단지 자극적 소동극이 아니라 동시대에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야기들로 묶이려면 어떤 가치를 띄고 있어야 할까. 그것은 용서다. 타인에 대한 용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용서. 인생 위에 펼쳐지는 미친 욕망의 질주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우린 결국 용서해야 한다. 그것은 최고의 복수이자 나 자신을 위한 완전한 구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