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사랑하던 대상을 의인화하여 그의 죽음을 부정하고 돌아오기를 죽을 때까지 간절히 간구하겠다는 내용을 형상화한 시이다.
이 시의 제목인 ‘초혼’은 ‘ꃃ〖민속〗사람이 죽었을 때에,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 죽은 사람이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허리에 대고는 지붕에 올라서거나 마당에 서서, 북쪽을 향하여 '아무 동네 아무개 복(復)'이라고 세 번 부’르는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사람의 몸을 떠난 혼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돌아온다는 믿음에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자는 죽은 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산산히 부서진’, ‘허공(虛空) 중(中)에 헤여진’,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라고 탄식하고 있는 이러한 탄식은 이름의 주인이 돌아올 수 없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움에 겹도록 부르’는 것은 이름의 주인에게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사랑했다’는 말이다.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하여 화자는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붉은 해’가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운 해질녘이 되도록 돌아오라고 부르는 것이다. 화자가 ‘주인 없는 이름’을 슬프게 부르듯이 ‘사슴이의 무리도’ 화자의 심정에 동감하여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떨어져 나가 앉은 산’은 의미가 중의적이다. ‘떨어져 나가 앉은’은 산의 형태를 의미할 수도 있고 화자의 상태를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를 보면 산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의미를 지녔던 화자가 혼자 있음을 나타낸다. 화자는 혼자서 ‘그대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화자가 ‘그대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장소가 ‘떨어져 나가 앉은 산’이라는 것은 화자가 부르는 대상이 사람이 아닐 가능성을 말해준다. 일반적으로 초혼은 ‘지붕에 올라서거나 마당에 서서, 북쪽을 향하여’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산 위’에서 부른다는 것은 부르는 이름이 사람의 이름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하늘과 땅’은 ‘죽은 임’과 ‘화자’가 있는 곳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화자가 있는 곳은 ‘산 위’이다. 그리고 화자가 부르는 방향은 하늘이 아니고 하늘과 땅 사이이다. 이러한 점은 화자가 부르는 대상이 인간이 아닐 가능성을 높여준다.
화자가 부르는 방향도 ‘북쪽’이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이다. ‘너무 넓’은 장소이다. 이는 화자가 부르는 그대가 어디로 갔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이 ‘부르는 소리’가 그대를 비스듬히 스쳐 지난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부르면 그대가 듣고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대가 초혼에 응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어 대상이 듣지를 못하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상을 종합하면 ‘그대’는 화자가 사랑했으나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의인화하여 부른 호칭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화자가 사랑한 것은 무엇일까?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화자가 ‘산 위’에서 ‘그대’를 부른다는 것은 ‘그대’가 어떤 거대한 존재임을 암시한다. 이 존재는 인간이 아닐 지라도 화자가 그토록 사랑했으나 사랑했다고 말을 하지 못한 존재이며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돌아오길 바라며 ‘부르다가 내가 죽을’ 때까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존재이다. 돌아올 수 없는 지금에서야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못한 것이 서럽다. 이 존재가 무엇인 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시대적 배경이 일제강점기이므로 조국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시대적 배경만 가지고 ‘그대’의 의미를 조국이라 추측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 그런데 화자가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장소가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라는 것은 화자가 부르는 이름은 다른 사람이 들어서는 안 되는 이름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화자의 슬픔에 동조하여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는 것은 이 이름을 들은 것은 ‘사슴이의 무리’뿐임을 말해주고 짐승들도 슬퍼 할만한 존재임을 알려준다. 이러한 정황적인 증거는 ‘그대’의 의미가 ‘조국’일 가능성을 높여 주므로 ‘그대’를 빼앗긴 ‘조국’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추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빼앗긴 조국을, 광복이 될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광복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죽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외치고 있다. 이 시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조국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죽을 때까지 광복의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임을 형상화한 시이다. 2005. 07. 27 오후 9:34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