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의 뜻
안유섭 목사(아르케아카데미 원장, 반석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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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은 히브리어로 코데쉬(קדשׁ)인데, 성전이라는 뜻도 있으며, 원래는 ‘거룩하다’라고 하는 형용사적 성질을 가지는 상태 동사인 카다쉬(קדשׁ)에서 유래한 말이다. 카다쉬의 기본적 의미는 구별하거나 분리하는 것이다.
‘거룩’이 ‘구별’이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신적 속성을 피조물의 속된 것과 구별하여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속된 것 중에서도 속되다고 할 수 있는 ‘창기’란 뜻의 히브리어 케데솨(קדשׁה) 역시 카다쉬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이다. 결국 거룩한 것과 저속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이며 인간은 이러한 양면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무튼 ‘거룩’이라는 표현은 최초에는 하나님의 신적 본질을 대표하는 말로서만 사용되어 졌다. 즉 거룩은 인간의 죄악된 모습과 완전히 분리되고 대조되는 하나님의 지극한 선의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이 거룩이라는 단어는 창세기에는 등장하지 않으나 하나님께서 당신의 이름과 본성을 계시하신 출애굽기 3장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번번하게 사용되어지고 있다.
거룩의 의미는 처음에는 하나님의 속성에 국한하였으나 점차 하나님과 관계되는 모든 것에까지 범위를 넓혀가며 거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나님의 말씀과 신인 동형적인 표현에서의 하나님의 각 지체와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의 계신 곳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하시는 장소 뿐 아니라 하나님께 제사드리기 위하여 준비하는 모든 제사 기구에 이르기까지 거룩이라는 표현을 하였으며 나중에는 제사를 집행하는 사람인 제사장에게까지 거룩의 개념이 확대되어 사용되었다.
또한 하나님은 레 19:2의 “너는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고하여 이르라 너희는 거룩하라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라는 말씀을 통해 당신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본받아 거룩하여 질 것을 명령하셨다. 이제 거룩이라는 하나님의 대표적 속성이 하나님의 백성에게까지 확대됨으로써 거룩은 의와 정결과 지선을 주로 뜻하게 된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백성의 거룩하여짐에 때한 개념은 구약에서 비롯하여 발전되어 오다가 신약 시대에 와서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강력히 적용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거룩한’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코데쉬는 헬라어로는 하기오스 (ἅγιος)이다. 한편 ‘거룩’이라는 명사 형태가 되면 하기오스모스 (ἁγιοσμός)이며, 이는 모두 ‘거룩하게 하다’라는 뜻의 동사인 하기아조(ἁγιάζω)에서 파생된 말이다. ‘거룩한’이라는 표현 즉 하기오스는 하나님께 제일 먼저 사용되었다.
그런데 신약에서는 삼위 일체의 하나님이 계시되었으므로 아버지 하나님과 아들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하나님의 영 모두에게 하기오스를 붙여서 삼위 하나님의 대표적 속성이 하기오스모스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한편 하나님께서 구약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요구하셨던 ‘거룩하라’는 명령은 신약에 와서는 하나님의 백성이며 하나님의 자녀된 자들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한 몸을 이루는 지체가 되므로 요구 사항이 아니라 필수 요건으로 된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지체된 그리스도인들이 한 영으로 연합하여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으로 지어져 가는 존재이므로 ‘거룩함’을 유지하여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베드로 사도는 벧전 2:9에 “오직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자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려 하심이라”에서 교회를 거룩한 나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회는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된 것이므로 각 개인에게는 거룩함이 요구된다. 그래서 기독교인을 거룩한 무리들 즉 성도라고 부른다. 성도는 헬라어로 하기오스인데 하기오스는 ‘거룩한’이라는 뜻의 남성 형용사이지만 형용사가 독립적으로 사용되면 명사처럼 쓰이므로 ‘성도’라는 뜻이 되었다.
히 2:11에 보면 “거룩하게 하시는 자와 거룩하게 함을 입은 자들이 다 하나에서 난지라 그러므로 형제라 부르시기를 부끄러워 아니하시고”에서 주님은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는 분이며, 우리는 주님으로 말미암아 거룩함을 입게된 자들이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우리가 거룩하게 된 것은 히 10:10 의 “이 뜻을 좇아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에서 주님의 죽으심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님으로 말미암아 거룩함을 입게된 우리는 롬 12:1 에서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
라는 말씀대로 우리의 삶 자체를 거룩한 산 제사로 하나님께 드리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구약에서는 제물과 제사드리는 사람이 서로 달랐지만 신약에서는 제사드리는 자가 바로 제물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