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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기사보도자료~^^ 스크랩 식량위기…돈 있어도 굶는다
프림이 추천 0 조회 30 08.12.09 10:1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식량위기…돈 있어도 굶는다
일시적인 쇼크? 식량전쟁의 서곡?

세계 곡물 가격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밀은 95.8%, 대두는 79.9%, 옥수수는 25%가 올랐다. 이는 식품 가격으로 이어져 식량대란을 경고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문제는 앞으로도 여건이 그리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주요 농산물 수출 국가들은 ‘곡물 내셔널리즘’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식량안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지가 줄면서 1차 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한국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고 경고한다.

▲ 조선일보 DB
"자장면이 줄었어요!” 친구들과 점심을 마치고 나오던 직장인 A씨는 자장면 양이 너무 줄었다고 타박이다. “저 곱빼기 안 시켰는데요.” “500원이 올랐습니다.”
당구장에서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던 대학생 K군은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예전 같으면 곱빼기 요금으로 올랐다는 배달원의 말에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었다. 치솟는 물가가 서민들을 무력하게 한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6% 인상됐다. 체감경기는 더 골이 깊다. 배추(76%), 달걀(23%) 같은 식재료부터 휘발유(18%), 경유(24%), 금반지(42%), 행정 수수료(20%)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거의 모든 품목의 오름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 가격의 인상은 음식 가격뿐만 아니라 가축 사료 값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 한마리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중 70%가 사료비임을 감안할 때 사료 값 인상은 농민들을 생활고로 내몰고 있다. 30년째 강원도 횡성에서 한우 150여 마리를 키워온 김영진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2006년부터 매년 30%씩 사료 값이 인상된데 이어 올해도 벌써 10% 이상 추가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김씨는 “250만원 남짓한 생후 5?6개월 짜리 송아지를 1년6개월 정도 키워서 팔려면 사료 값만 200만원 가까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600kg 수소 값이 500여만원 정도 되는데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고까지 했다.

그는 “배합사료 한 포(25㎏) 값이 8,000원 정도인데 이번에 8,500원으로 인상되면 생체 1㎏ 값과 같아져 손익분기점이다”며 “앞으로 사료 값이 한 번 더 오를 경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올해 들어 배합사료 값이 7~8% 인상돼 전국 축산농가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1년 새 무려 4~5차례 인상돼 인상폭만도 30%에 달한다. 지난해 배합사료 값이 전년 대비 비육우용 17.2%, 송아지용 22.1%, 양돈용 22.1%, 양계용은 20.5%가 오른 것이다. 여기에 올초 인상분을 더하면 30% 가량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사료로 이용되는 볏짚도 1년 새 600㎏ 한 덩이에 최고 1만5000원이 올라 33% 이상 인상됐고, 그나마도 물량이 부족해 수입 볏짚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가까운 시일 내에 5?6% 추가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축산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료 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미국, 유럽, 일본등의 고유가에 따른 바이오 에너지 개발 박차와 중국경제 급성장에 따른 곡물 소비량이 늘면서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와 소맥(밀)의 국제 시세가 지난 1년 새 최고 20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또 고유가로 국제 운송료가 두 배 이상 인상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축산물의 2차 생산품인 유제품 값도 상승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야쿠르트는 3월부터 주력제품인 야쿠르트 등 발효유 제품을 최고 17% 인상했다. 매일유업도 흰우유에 이어 가공우유 값을 이달 안에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밀가루 값을 인상한 CJ제일제당도 최근 우동과 스파게티 값을 7% 올렸고,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 값도 이달 안에 최대 10%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1996 vs 2008년 ‘농산물 가격 쇼크’ 원인은?

세계적인 농산물 가격 쇼크는 1996년에도 있었다. 이때 세계 곡물 생산량은 단 3% 감소했지만 국제 곡물 가격은 두 배나 폭등했다. 곡물은 생산량의 증감에 따른 가격 탄력성이 어느 상품보다 큰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농산물 시장은 10%만 과잉 공급되거나 과소 공급돼도 가격이 30~50% 폭락 또는 폭등하는 속성이 있다. 1차 생산품인 농산물의 경우 2차 생산품에서부터 부수적인 생산품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격 변동에 대한 탄력성이 높다.

곡물 중에서도 옥수수의 공급량 변동은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미국 사료협회에 따르면 옥수수를 소비하는 생산품인 쇠고기, 돼지고기, 계란, 우유 등 각종 식료품에 133억달러 이상의 가축사료 값이 영향을 끼친다. 1996년의 곡물파동은 1974년 구 소련의 식량무기화 조치로 국제적인 식량 가격이 폭등한 이래 가장 주목받았던 농산물 가격 쇼크였다. 미국의 <월간 노동리뷰>는 1996년 곡물파동의 원인을 플로리다 주의 이상기후와 캘리포니아 주의 홍수등 미국의 기상 악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 곡물파동은 기후의 원인도 있었지만 상품 선물시장의 발달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시카고상품선물거래소 등에서 역사 이래 처음으로 국제 농산물의 공급 감소를 예측해 국제 농산물 선물 가격의 폭등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8년 농산물 가격 쇼크에는 어떤 요인이 자리 잡고 있을까?

1996년 곡물파동보다는 훨씬복합적인 원인이 감지된다. 과거에는 곡물의 공급 요인에 따라 가격이 폭등 또는 폭락했지만 이제는 공급자와 수요자 그리고 제3의 변수들이 속속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농산물발가격 상승 원인을 크게 수요 요인과 공급 요인 그리고 거시적 요인으로 들고 있다. 김 연구원은 “과거 농산물 가격의 상승이 공급적인 측면에서 발생했다면 2008년 들어 급속히 증가하는 곡물 가격 상승 원인은 수요, 공급, 거시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곡물 가격 파동과는 거리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2008년 들어 농산물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 측면이라는 것이다. 과거 곡물파동이 주로 곡물 주요 생산 국가인 미국, 호주의 홍수나 가뭄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신흥국가들의 경제발전에 따른 식생활 변화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급속한 도시화로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식재료 수요가 잡곡에서 쌀. 밀가루, 육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식량 소비는 중국 자체뿐만 아니라 세계 곡물 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박진도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더불어 입맛이 바뀐 중국인의 소비패턴이 곡물수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중국의 쇠고기 소비량이 30% 이상 증가했고이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박 교수는 “장기적으로 중국 식량 수입으로 세계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예측은 10년 전부터 나왔고 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고 경고했다.

쇠고기의 수요가 늘수록 곡물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은 1985년 1인당 20kg의 육류를 소비했지만 2006년에는 50kg을 소비했다. 이런 증가세는 계속 될 전망이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8kg의 곡물이 필요하다.

이러한 수급논리에 따르면 적어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향후 10년 이상 곡물 소비량의 증가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곡물 가격의 상승을 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이오 에탄올을 만드는 데 쓰이는 곡물의 수요 증가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옥수수 등 곡물은 식량뿐 아니라 대체에너지인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면서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30%가 사용될 만큼 엄청난 양이어서 곡물의 공급 부족 현상은 일시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OECD가 발표한 ‘2007~2016년도 세계 농업 전망’ 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 에탄올 생산량은 2005년 1930톤에서 2016년에는 2970만 톤까지 늘어난다. 이기간 동안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위한 옥수수 사용량은 두 배 가량 증가하여 2009년 미국 내 잡곡 소비량의 30% 이상이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EU, 중국의 경우도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위한 잡곡 소비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외 환경적인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연쇄적인 금리 인하는 이번 곡물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이미 곡물은 선물시장에서 금융 상품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인한 달러화 약세로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됐던 자금이 곡물 및 원자재 시장에 몰려들면서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했다. 또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물류비 상승도 곡물 가격 상승을 압박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2007~2008년도 세계 곡물 생산 전망을 보면 대부분의 농산물 생산 및 재고량이 감소해 가격의 추가 상승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2007~2008 곡물연도에 옥수수와 쌀의 공급은 증가하고 밀과 대두의 공급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밀은 -1.6% 대두는 -2.3%만큼의 공급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 옥수수(3.7%)와 쌀(0.4%) 공급은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2007~2008 곡물연도의 소비 2006~2007 곡물연도보다 더 큰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옥수수와 대두의 소비 증가율이 각각 5.2%, 4.8%나 될 전망이다. 가격에 민감하게 영향을 주는 기말 재고량도 큰 폭의 감소세가 예측되고 있다.

대두와 밀의 기말 재고량은 각각 25.7%, 12.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주요 농산물 가격이 2008~2009 곡물연도 이후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밀과 옥수수를 비롯한 조곡은 2008~2009 곡물연도에 각각 전년 대비 3.4%, 0.8% 하락하고, 쌀의 경우 2009~2010 곡물연도에 3.5%나 줄어든다는 것이다. 2008~2009 곡물연도 이후 국제곡물 가격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지만, 2001~2006년 평균 가격에 비해서는 20~36% 이상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산업 비교열위 한국은 취약, 애그플레이션 도래

농산물 가격 상승은 당장 새로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전 세계를 위협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의 진원지는 바로 곡물과 원자재 가격의 폭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2007년 초부터 국제 곡물 가격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2007년 1월에서 2008년 1월까지 대두 95.8%, 밀 79.9%, 옥수수 25% 상승했다.
▲ 브라질 상파울로 부근 세르타오징야의 공장. 사탕수수에서 에탄올을 뽑아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글로벌 유동성이 곡물과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007년 9월 이후 미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기준금리를 다섯 차례에 걸쳐 총 2.25%포인트 인하했다. 이러한 곡물 가격의 상승은 식품 가격 전반의 상승을 유발하는 애그플레이션(Ag f lation;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현상)을 촉발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곡물과 식품 가격 상승이 서민경제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곡물 가격 인플레이션은 중국과 인도의 고성장세로 인해 계속 될 전망이며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겹쳐지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는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대규모 소요사태가 일어난 국가도 있다.

특히 서남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소요사태는 정치적인 위기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2008년 1월 국제 콩 값이 최고치를 기록하자 인도네시아 식품 회사들은 공장 가동을 중지했고 노동자들은 항의시위를 벌였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주식인 밀가루 값 급등으로 공급이 부족해지자 서민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도 2007년 초 옥수수로 만든 전병인 또띠아 값이 급등하자 국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가격 상한선까지 설정하면서 사태를 진정시키기에 이르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동네 피자가게들이 치솟는 치즈 값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피자의 주요 재료 중 하나인 치즈 값이 중국인들의 소비 영향으로 인해 단기간에 두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치즈 값뿐만 아니라 밀가루에서부터 각종 식재료의 가격 인상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제분 업계가 밀가루값을 올리는 등 식품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분위기다. 2007년 12월 제분 업계는 밀가루 값을 24~34% 인상했으며 올해도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밀가루 값의 인상으로 밀가루를 이용한 가공식품도 가격 상승 압박에 직면에 있는 실정이다. 국내 라면 판매 1위인 신라면을 생산하는 농심의 경우 이미 3월초 라면 값을 종류별로 50~100원 인상했다. 또한 새우깡 값도 600원에서 700원으로 올리는 등 20가지 제품 값을 15~20% 인상했다. 이밖에 다른 업체들도 라면이나 국수류는 10%대, 과자류는 20% 이상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연쇄적인 가격 상승은 식품 관련 소비자 및 수입물가지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2008년 1월 식료품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2007년 12월 달러 기준 농산물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5.8%, 전월 대비 5.9% 상승했다. 음식료품 수입물가 지수도 전년 대비 17.4%, 전월 대비 2.8% 상승했다. 단순히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단계가 아니라 식량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서민들의 생활고까지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곡물 내셔널리즘의 움직임 가시화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의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어질전망이 뚜렷해지자 각 국가들은 ‘곡물 내셔널리즘’을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2007년 11월~2008년 4월에 걸쳐 보리, 밀에 각각 30%, 10%의 수출세를 부과해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만약 수출이 일정량을 넘으면 밀의 수출세를 40%까지 재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도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밀, 옥수수, 콩 등에 수출 한도를 설정해 규제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1월부터 쌀, 옥수수, 밀가루 등에 대해 잠정적으로 5~25%까지 수출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아르헨티나도 국제 가격 급등에 따른 과잉 수출을 막기 위해 옥수수(2006년 11월), 밀·밀가루(2007년 3월)에 대해 수출 승인 등록을 정지했고, 쇠고기에 대해서는 2005년 수출량의 50%까지로 수출 한도를 설정했다. 이러한 각국의 곡물 수출 규제를 통한 곡물 통제는 ‘식량안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이미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식량위기 시 대두 수출을 금지했고, 유럽 국가들도 975~1976년 곡물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식량을 무기로 식량 부족 국가들을 위협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제 식량을 이용한 국제적인 위협은 미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식량 문제를 야기하는 커다란 이슈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중국, 인도 등 거대 경제권의 성장으로 인한 소비 증가도 안정된 식량자원 확보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식량안보에 어떻게 대처할까?

엉뚱하게도 한국의 식량안보 문제에 대한 대응은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8%로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취약하다. 김태곤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 국가들이 낮아지고 있는 곡물 자급률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절실한 실정”이라면서도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농지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식량난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극단적으로 만약 식량이 무기가 된다면 한국은 안보 면에서 심각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호주(280%), 프랑스(191%), 캐나다(164%)는 물론이고, 공업국으로 알려진 독일과 스웨덴도 곡물 자급률이 각각 126%, 120%로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1990년대부터 급격하게 자급률이 낮아지고 있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이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는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이후다.

이때 정부 정책은 농산물 수입자유화를 기치로 비교 열위에 있는 농산물의 생산을 매우 제한하는 정책을 폈다. 농림부에 따르면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식량 자급률은 급격히 하락해 2000년대 이후는 27~31% 수준을 유지하고있다. 전체 곡물의 자급률을 살펴보면 식량 자급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사료용을 제외할 경우 2006년 곡물 자급률은 53.6%. 다만 쌀을 제외할 경우 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밀가루 값 급등에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는 이유는 바로 식량 자급률에 있어서 쌀에 대한 편중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국가간의 교역이나 경제 문제에 있어서 치명적인 협상의 약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곡물 수출국들의 곡물 내셔널리즘의 움직임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식량, 무기로서의 파괴력은?

로마시대 공화정은 식량 통제를 정치적인 목적 달성 도구로 활용했다.
로마의 정치적인 지배세력은 해외에 있는 곡물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지배력을 넓혀갔다. 기원전 265년 이탈리아 반도 전체가 로마의 영토로 편입됐고 그 후 로마는 새로운 정복지를 찾아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지중해와 서부 유럽으로 나아갔다. 그런 로마의 거대한 팽창력 앞에 가장 먼저 맞부딪히게 된 상대는 카르타고였다.

로마가 카르타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포에니 전쟁은 로마의 곡물 생산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했다. 로마는 2차 포에니 전쟁 이후에 정복으로 획득한 공유지를 사적으로 점유한 뒤 포로들을 대규모로 투입해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했다. 이러한 새로운 경작 방식을 노예제대농장 경영, 즉 라티푼디움이라고 한다. 속주 라티푼디움에서 생산된 곡물을 로마 공화정은 매점매석을 통한 곡물통제로 여러 가지 정치·경제적인 목적을 달성했다. 로마 공화정은 곡물 공급 통제로 국가의 인플레이션을 잡았다. 특히 적절한 곡물 통제로 하층민들의 정치적인 반란을 잠재웠고, 새로운 세력들이 정치 세력화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공화정 귀족들의 정치적인 기득권을 지속해 나갈 수 있었다

200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식량 문제는 여전히 단순히 먹고 사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을 비롯한 거대 식량 생산 국가들은 여전히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국가의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유무역주의자들은 곡물 생산 역시 비교 우위라는 경제적인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의 문제를 충족시키는 것은 경제적인 논리이전에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경제 논리보다 식량 안보가 우선

1996년 세계식량정상회의에서는 식량안보를 이렇게 정의했다.
“식량안보를 해결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활동적이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충분하고 안전한 그리고 균형 잡힌 음식에 경제적이고 물리적으로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식량안보는 자국민의 생존 확보를 위한 적정 규모의 식량 확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국가의 존립에 필수적인 적절하고 안전한 식량 확보는 국가안보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자유무역 주창 그룹인 케언즈그룹과 미국 등은 무역자유화가 세계 식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왔다. 케언즈 그룹은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필리핀 등을 주축으로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시작되기 전 농산물 가격의 완전 자유화를 주장한 농산물 수출국, 15개국이 모여 만든 단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FTA 협상 등으로 인한 농산물 무역자유화로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개방된 농산물 시장은 미국, 중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러시아 등 소수 곡물 주요 생산국에서 들여온 수입 농산물로 채워졌다. 이제 전 세계적인 곡물 값 폭등과 함께 곡물 내셔널리즘이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이 가격 우위를 논하면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얘기다. 최순환 국제법무대학원 교수는 “국가 비상시를 대비한 최소한의 국내 생산 또한 식량안보상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식량안보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중요한 국가안보상의 문제”라고 제시한다.

그는 “국내식량 생산량이 부족할 경우 수출 제한이나 국가 비상시를 대비한 식량 비축이 식량안보상 정당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일반적으로 식량안보는 최소한의 국내 생산과 수입 확보(자유무역), 그리고 식량 원조 또는 공공 재고 비축이라는 세 가지 정책 수단이 적절히 조합될 때에야 비로소 보장된다”고 피력했다.

안정적 식량 확보 근본 대안 없나?

그 동안 높은 경제성장률에 비해 값싼 물가의 혜택을 누렸던 시대는 끝나고 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식량위기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식량 문제에 관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급률 제고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타 FTA와 다자간의 도하 개발 어젠다(DDA)가 타결된 이후에도 식량안보 측면에서 쌀의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용택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밀, 옥수수, 콩의 자급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100%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는 쌀의 자급기반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효과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 “곡물 자급률 1%포인트 상승에 필요한 비용은 밀의 경우 1539억원, 콩은 4997억원, 옥수수 1298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상대적으로 수입 단가가 높고 식용으로 사용되는 우리 밀의 생산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화년 연구원은 “1970년대 식량위기 때도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수출을 제한했다”면서 “새만금 개발 시공장, 서비스 지역 외에 충분한 농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농림수산식품부를 중심으로 국내 사료용 곡물 재배를 늘리고 해외 식량 공급원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정부조직 개편전 김달중 차관보를 중심으로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료·비료 지원 △해외 농업 개발 △국내 중장기 대책 등 세 개 부문으로 대책을 수립 중이다. 또 최근 배합사료 값 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안에 따르면 국제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수급 불안 요인에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남미 등지 국가로부터 토지를 빌려 사료곡물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곡물 생산기지 대책은 경제성과 정치적 상황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업 관련 국내 민간연구소인 GS&J 인스티튜트의 이정환 이사장은 “국제 곡물 가격 가운데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곡물 생산비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따라서 해외 생산기지를 조성할 경우 물류 인프라가 정비돼 있지 않으면 경제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의 배합사료 가격안정제도를 연구한 송주창 GS&J인스티튜트 상임연구위원도 “30여 년 전에 해외 곡물 생산기지를 세웠던 일본의 경우도 경제성이 낮아 이 사업을 종료했다”면서 “해외 곡물 생산기지는 현지 사정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해외 곡물 생산기지 건설보다는 물류비 절감 효과가 큰 해외 유통망 확보가 실효성이 높다고 조언한다. 일본의 경우 미국 등 사료곡물 주산지에 현지 유통법인을 설립, 사료곡물을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자국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코노미플러스]   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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