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주문진 출신 김진유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 첫 장편영화 <나는 보리>를 개봉했다ㆍ
11살 소녀 보리는 네 식구 가운데 유일하게 듣고 말 할 줄아는 청인이다ㆍ
전화로 중국집에 짜장면을 시키고,택시를 타면 앞자리에 앉아 길 안내를 한다ㆍ
밝고 씩씩한 보리가 가끔 어두워질 때가 있다ㆍ
수화로 소통하는 엄마, 아빠, 동생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낀다ㆍ
보리는 학교가는 길에 서낭당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ㆍ
자신도 소리를 잃게 해 달라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일부러 소리가 안 들리는 척 연기도 한다ㆍ
수화로 이야기하는 가족에게 느낀 소외감을 극복하려고,
아니 침묵과 고요 속에서 소통하는 가족의 세계에 더 깊숙히 들어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컸을 것이다ㆍ
보리 친구 은정이는 정말 솔직하고 야물딱지다ㆍ
부모와 직접 대화하지 못 해 혼자인 것 같다고 말하는 보리에게 말한다ㆍ
''엄마ㆍ아빠가 말 해도 말 한 마디 안 할 때도 있어!
난,너가 아빠랑 낚시하는 거 엄청 부러워!''
보리아빠는 보리와 수화로 대화를 나누지만 자식이 겪는 고민,편견,어려움을 이해하려 한다ㆍ
엄마도 마찬가지 였다ㆍ
아빠는 보리에게 말한다ㆍ
''들리든 안 들리든 우리는 똑같아''
이 영화가 햇살처럼 따뜻한 이유는 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불쌍하다거나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고 이해하게 한다는 점이다ㆍ
고요 속에서도 가끔 웃음이 터지는 장면에서 현실의 우리를 돌아보게 했다ㆍ
보리,정우,은정이 역할을 하는 아역배우들이 첫 영화 출연이라는데 연기를 잘 해서
영화를 맛깔나게 한다ㆍ
영화의 배경은 주문진이다ㆍ
보리가 사는 집은 등대마을 꼬불꼬불 좁은 골목길 위에 있다ㆍ
바다가 보이고 마당에 평상이 있고 빨랫줄에서 말라가는 옷들이 바람에 펄럭인다ㆍ
주문진 등대는 1918년 강원도 최초로 세워져 초기 등대 건축양식을 알 수 있는 귀한 건축물이다ㆍ
보리와 은정이가 우정과 고민을 나누던 수령 800년 장덕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166호다ㆍ
보리와 동생 정우가 다니는 신영초등학교는 바닷가 바로 옆에 있는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학교다ㆍ소돌바위와 가까운 이 학교는 '2001년 생명의 숲 가꾸기 최우수학교'로 선정되었다ㆍ
1963년 개교 당시 모래밭이었던 곳에 교사와 학생들이 화장실 똥물을 퍼서 소나무에 뿌려
거름을 주고 가꿨기에 최고의 숲을 가진 아름다운 학교가 되었다ㆍ
보리가 엄마와 함께 다닌 주문진 시장,작은다리 근처 노점이나 상가의 모습도 정겹다ㆍ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강릉단오장을 거닐며 흥겨운 난장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감독이
자신의 자라온 고향인 주문진 바다와 강릉을 영화 속에 담으려고 애쓴 모습이 느껴졌다ㆍ
가족을 더 이해하기 위해 소리를 잃고 싶었던 아이 '보리'를 통해 다름과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ㆍ
어렸을 때, 동네 도랑옆 슬레이트 지붕 집에 '버버리'라 불렸던 벙어리아저씨가 있었다ㆍ
동네 허드렛일을 하거나 공사장을 따라 다녔었는데,
선한 눈빛의 그 아저씨도 생각난다ㆍ
아주 오래 전 일이다 ㆍ
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