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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열반경 제9권
대반열반경_4. 여래성품⑥
보살의 마음을 내는 인연, 갖가지 비유들/
[보살의 마음을 내는 인연, 갖가지 비유들]
가섭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대열반경』의 광명이 모든 중생들의 털구멍에 들어가서 중생이 비록 보리심이 없더라도 그들을 위하여 보리의 인연을 짓게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뜻은 옳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네 가지 중대한 금기(四重禁:4바라이죄)를 범한 이와 5역죄(逆罪)를 지은 이와 일천제들이라도 광명이 그의 몸에 들어가서 보리의 인을 짓는다고 하면,
그런 무리들과 계행을 깨끗이 가지며 선한 일을 닦은 이와는 무슨 차별이 있습니까?
만일 차별이 없다면, 여래께서 어찌하여 네 가지 의지할 것을 말씀하셨습니까?
세존이시여, 또 부처님의 말씀에,
‘만일 중생이 『대반열반경』을 들어서 한 번만 귀에 지나가더라도 모든 번뇌를 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래께서 먼저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 항하 모래 수 부처님 계신 데서 보리심을 내었더라도, 『대열반경』을 듣고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까?
만일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온갖 번뇌를 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일천제를 제외하고는, 다른 중생들이 이 경을 들으면 모두 보리의 인연을 지을 것이며,
법문 소리의 광명이 털구멍에 들어가면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한량없는 부처님들을 공경하고서야 『대열반경』을 듣게 될 것이며, 박복한 사람은 들을 수 없다.
그 까닭은 큰 공덕을 쌓은 사람이라야 이렇게 큰 법을 들을 수 있을 것이며 용렬한 범부들은 듣지 못한다.
무엇을 크다 하는가?
모든 부처님의 깊고 비밀한 여래의 성품을 말하는 것이니, 이런 뜻으로 큰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리심을 내지 못한 이가 보리의 인(因)을 얻는다 하십니까?”
“가섭아, 어떤 이가 이 『대열반경』을 듣고,
‘나는 보리심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바른 법을 비방하면, 이 사람은 꿈에 나찰의 형상을 보고 마음으로 공포를 일으킨다.
그러면 나찰이,
‘애달프다, 선남자야, 네가 만일 보리심을 내지 않으면 너의 목숨을 끊어버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 사람이 황망히 두려워하여 깨고 나서는 곧 보리심을 낼 것이다.
그 사람은 죽은 뒤에 3악취[三趣]에 있거나 인간ㆍ천상에 있거나 계속하여 다시 보리심을 생각할 것이니, 이 사람은 대보살마하살인 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런 이치로 『대반열반경』의 거룩하고 신기한 힘이, 능히 보리심을 내지 못한 이로 하여금 보리의 인을 짓게 한다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이것을 ‘보살의 마음을 내는 인연’이라 하니,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치로 대승의 미묘한 경전이 진실로 부처님께서 말씀한 것이라고 한다.
[비]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허공에서 큰 구름이 일어나 비가 대지에 쏟아져 내릴 때, 죽은 나무나 돌로 된 산에나 높은 둔덕과 두드러진 언덕에는 물이 고여 있지 않고, 흘러 내려가서 논과 봇도랑에 가득 차 많은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는 것과 같다.
이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큰 법의 비를 내려 중생들을 윤택하게 하는데, 일천제만은 보리심을 내지 못한다.
[씨앗]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볶은 씨앗은 아무리 단비를 맞으며 백천만 년을 지내도 싹이 나지 못한다.
만일 싹이 난다면 그런 경우는 있을 수가 없다.
일천제들도 그와 같아서, 비록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을 듣더라도 보리심의 싹을 내지 못한다.
만일 보리심을 낸다면, 그런 경우는 있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온갖 선근을 끊어 버렸으므로 저 볶은 씨앗과 같아서,
다시는 보리의 싹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물 맑히는 구슬]
또 선남자야, 물 맑히는 구슬을 흐린 물속에 넣으면, 구슬의 위력으로 흐린 물이 맑아지지만 진창 속에 넣으면 맑히지 못한다.
이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다른 중생의 5무간죄나 4중금을 범한 흐린 물속에 두면 그것을 맑혀서 보리심을 내게 하겠지만,
일천제의 진창 속에 두면 백천만 년이 되어도 그것을 맑히고 보리심을 내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일천제는 선근을 소멸하여서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사 이 사람이 백천만 년 동안 『대열반경』을 듣더라도 마침내 보리심을 내지 못할 것이니, 선한 마음이 없는 까닭이다.
[약 나무]
또 선남자야, 약왕이라는 약 나무가 있으니, 모든 약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
이것을 젖이나 타락이나 꿀이나 생소(生酥)나 물이나 즙에 개거나, 가루를 만들거나 환을 지어서 헌 데에 붙이거나, 몸에 쏘이거나 눈에 바르거나 눈으로 보거나 코로 맡으면, 중생들의 모든 병을 소멸한다.
그런데 이 약 나무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중생들이 나의 뿌리를 취했으면 잎은 취하지 말아야 하고, 잎을 취했으면 뿌리는 취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속을 취했으면 거죽은 취하지 말아야 하고,
거죽을 취했으면 속은 취하지 말아야 한다.’
이 약 나무는 비록 이런 생각을 내지 않지만 모든 병을 소멸시킨다.
선남자야,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들의 나쁜 짓과 4바라이(波羅夷)죄와 5무간죄(無間罪)와 속에 있고 밖에 있는 모든 나쁜 것을 소멸하니,
보리심을 내지 못한 이도 이것으로 말미암아 보리심을 내게 된다.
왜냐하면 이 미묘한 경전은 모든 경전 중의 왕인 것이,
마치 저 약 나무가 모든 약 나무 중의 왕인 것과 같기 때문이다.
누구든 이 대열반을 배워 익혔거나 익히지 않았거나 간에,
이 경전의 이름을 듣고 공경하여 믿으면 온갖 번뇌의 중병이 모두 소멸되지만,
일천제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게 할 수가 없다.
저 신기한 약이 가지가지 중병을 잘 치료하면서도 죽을 사람은 치료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독약]
또 선남자야, 손에 부스럼 난 사람이 독약을 잡으면 독이 따라 들어가지만, 부스럼이 없는 이는 독이 들어가지 않는다.
일천제들도 그와 같아서, 보리의 인이 없는 것이 마치 부스럼이 없는 이에게 독이 들어가지 않는 것과 같다.
여기에서 부스럼이라는 것은 위없는 보리의 인연이고,
독이라 하는 것은 제일로 묘한 약이며,
부스럼이 전혀 없는 이는 일천제를 이르는 것이다.
[금강]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금강은 깨뜨릴 물건이 없으나 금강으로는 모든 물건을 깨뜨릴 수 있다.
다만 거북의 껍데기와 백양의 뿔은 제외한다.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보리의 도에 이르게 하지만,
다만 일천제만은 보리의 인에 서게 하지 못한다.
[줄기나 가지를 끊으면 다시 나는 나무]
또 선남자야, 마치초(馬齒草)와 사라시(娑羅翅)나무와 니가라(尼迦羅)나무는 줄기나 가지를 끊으면 다시 전과 같이 나지만,
다라(多羅)나무는 한번 끊으면 다시 나지 못한다.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이 『대열반경』을 듣기만 하면 비록 4중금(重禁)과 5무간죄를 범하였더라도 다시 보리의 인이 나지만,
일천제만은 그렇지 않아서 아무리 이 경전을 듣고 지니더라도 보리도의 인을 내지 못한다.
또 선남자야, 거다라(佉陁羅)나무와 진두가(鎭頭迦)나무 및 여러 파초의 종류는 한번 끊으면 다시 나지 못하니,
일천제들도 그와 같아서, 비록 『대열반경』을 듣더라도 보리의 인연을 내지 못한다.
[큰 비]
또 선남자야, 마치 큰 비는 공중에 머물러 있지 못하니,
대반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법의 비를 널리 내리지만 일천제에게는 머물러 있지 못한다.
일천제는 온몸이 촘촘하고 굳은 것이 마치 금강이 다른 물건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게송, 이런 곳이 대단히 무서운 데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러한 게송을 말씀하셨습니다.
선한 일은 보지도 짓지도 않고
나쁜 짓만 보고 또 짓기도 하면
이런 곳이 대단히 무서운 데라
마치 험악한 길과 같나니.
세존이시여, 이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보지 않는다’는 것은 불성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며,
‘선한 일’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다.
‘짓지 않는다’는 것은 선지식을 가까이하지 않는 다는 것이며,
‘오직 본다’는 것은 인과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나쁜 짓’은 방등 대승경전을 비방하는 것이며,
‘짓기도 한다’는 것은 일천제들은 방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일천제들에게는 청정하고 선한 법에 나아갈 마음이 없다.
무엇이 선한 법인가?
곧 열반이다. 열반에 나아가는 이는 선한 행을 닦아 익히는데, 일천제는 선한 행이 없으므로 열반에 나아가지 못한다.
‘이런 곳이 무섭다’는 것은 바른 법을 비방하는 것이다.
누가 무서운가?
이른바 지혜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법을 비방하는 이는 선한 마음과 방편이 없기 때문이다. 험악한 길이란 모든 행(行)을 말한다.”
[게송, 어느 곳이 무섭고 두렵지 않아]
가섭이 다시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을 일을 보는 것이며
어떻게 하면 선한 법을 얻는 것인가?
어느 곳이 무섭고 두렵지 않아
임금님의 평탄한 길과 같은가?
이 뜻이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지을 일을 본다’고 하는 것은 나쁜 짓을 털어 내어 놓는 것이니, 나고 죽는 즈음으로부터 지은 나쁜 짓을 모두 털어놓고 이를 수 없는 곳에 이르는 것이다.
그런 이치로 그곳은 무섭지 않음이 마치 임금님이 다니는 길과 같아서, 그 가운데는 도둑들이 모두 도망간다.
이렇게 온갖 나쁜 짓을 털어놓아서 모두 소멸하고 남은 것이 없다.
또 ‘지을 일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일천제가 지은 나쁜 짓을 스스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 일천제는 마음이 교만한 까닭에 아무리 나쁜 짓을 많이 지었어도 그 일에는 애초부터 무서움이 없다.
그러므로 열반을 얻지 못하는 것이 마치 원숭이가 물속의 달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가령 한량없는 중생들이 한꺼번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더라도, 이 부처님들은 일천제가 보리를 성취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을 일을 보지 못한다’ 하고,
또 누가 짓는지를 보지 못하니,
그것은 여래께서 짓는 바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중생을 위하여 불성이 있다고 말하여도 일천제는 생사에서 헤매느라고 보지 못하니, 이런 뜻으로 여래의 짓는 바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게송, 숯불 위에 마른 재 덮은 것과 같아서]
또 일천제는 여래가 필경에 열반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무상함이 마치 등불이 꺼지니 기름이 다한 것과 같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나쁜 업이 조금도 줄지 않았으므로, 어떤 보살이 지은 선한 업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할 때에 일천제들은 훼방하고 파괴하며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보살들은 여전하게 베풀어 주면서 위없는 도를 함께 이루려고 한다.
왜냐하면 부처님 법은 으레 그러하기 때문이다.
나쁜 짓을 하고도 바로 보를 받아서
우유가 타락[酪]되듯 하진 않으나
숯불 위에 마른 재 덮은 것과 같아서
어리석은 사람들 경솔하게 밟는다.
일천제는 ‘눈 없는 이’라고 하니, 그렇기 때문에 아라한의 도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아라한이 나고 죽는 험악한 길을 다니지 않는 것처럼,
눈이 없으므로 방등경을 비방하고 닦으려 하지 않는다.
아라한이 자비한 마음을 부지런히 닦는 것처럼,
일천제들이 방등경을 닦지 않는 것도 그와 같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성문의 경전을 믿지 않고 대승을 믿어 읽고 외우고 해설하므로 내가 곧 보살이다. 모든 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으니, 불성이 있으므로 중생의 몸속에 10력과 32상(相)과 80종호(種好)가 있다.
내가 하는 말이 부처님 말씀과 다르지 않으니, 그대들과 내가 지금에 한량없는 나쁜 번뇌를 깨뜨리기를 물병 깨듯 할 것이며, 번뇌를 깨뜨리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볼 수 있게 된다.’
비록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하더라도, 그 마음은 불성이 있음을 참으로 믿는 것이 아니고, 이익을 위하여 경문대로 말하는 것뿐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를 나쁜 사람이라고 하며,
이런 나쁜 사람은 마치 우유가 타락이 되듯이 바로 나쁜 과보를 받지는 않는다.
[사신의 말과 방편]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신(使臣)이 말을 잘하고 방편이 좋아서 다른 나라에 심부름 갔다.
그가 몸이 죽게 되어도 임금의 명령을 숨기지 않듯이,
지혜 있는 이도 그와 같아서, 범부들 속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반드시 대승 방등경전과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말하여, 모든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고 한다.
선남자야, 어떤 일천제가 아라한처럼 꾸미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방등 대승경전을 비방하는 것을 범부들이 보고는 모두들,
‘참된 아라한이다’
‘대보살마하살이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일천제인 나쁜 비구가 아란야(阿蘭若)에 있으면서 아란야의 법을 파괴하는 것이다.
다른 이가 이양 받는 것을 보고 질투하는 마음으로 말하기를,
‘방등 대승경전이란 것은 모두 천마(天魔) 파순(波旬)이 말한 것이며 여래도 무상한 법이다’라고 한다.
바른 법을 비방하고 승가를 깨뜨리며 또 말하기를,
‘파순이 말한 것은 좋은 법이 아니다’라고 하며,
이렇게 삿되고 나쁜 법을 선전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나쁜 짓을 하고도 우유가 타락이 되듯이 바로 과보를 받지는 않는다.
그것은 재로 불을 덮은 것과 같아서, 어리석은 이는 경솔하게 밟는다. 이런 사람을 일천제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묘한 방등경전은 반드시 깨끗한 것이어서,
마치 마니구슬을 흐린 물속에 넣으면 물이 곧 맑아짐과 같은 줄을 알아야 하니, 대승경전도 그와 같다.
[연꽃에 햇볕이 비추면]
또 선남자야, 연꽃에 햇볕이 비추면 피지 않는 것이 없듯이,
모든 중생도 그와 같아서, 대열반의 해를 보거나 들으면, 마음을 내지 못한 사람들도 좋은 마음을 내어 보리의 인이 된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대열반의 빛이 털구멍에 들어가면 반드시 묘한 원인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일천제들은 아무리 불성이 있더라도 한량없는 죄업에 얽혀서 벗어나지 못함이,
마치 누에가 고치 속에 들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업으로 말미암아 보리의 묘한 인연을 내지 못하고, 나고 죽는 데 헤매면서 그칠 날이 없다.
[진홁 속의 꽃]
또 선남자야, 마치 저 청련화ㆍ홍련화ㆍ황련화ㆍ백련화 등이 진흙 속에 나더라도 진흙에 물들지 않듯이,
중생들이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을 익히는 것도 그와 같아서, 비록 번뇌가 있더라도 번뇌에 물들지 않으니, 여래의 성품의 모양과 힘을 알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람]
선남자야, 비유컨대 어떤 나라에 서늘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중생들의 털구멍에 스치면 모든 답답한 번뇌가 소멸되니,
이 대열반의 대승경전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의 털구멍에 들어가면 보리의 미묘한 인연이 된다.
그러나 일천제만은 제외하니 법의 그릇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선남자야, 마치 용한 의사가 여덟 가지 약방문을 알아서 온갖 병을 고치지만, 반드시 죽을병은 고치지 못하는 것처럼,
모든 경전의 선정 삼매도 그와 같아서, 모든 탐욕ㆍ성내는 마음ㆍ어리석음 등 번뇌의 병을 다스리고, 번뇌라는 지독한 화살도 뽑는다.
그러나 4중금과 5무간죄를 지은 것은 다스리지 못한다.
[의사와 약방문]
선남자야, 어떤 용한 의사가 여덟 가지 묘한 의술을 가지고 중생들의 모든 병을 치료하더라도 꼭 죽을병은 고치지 못한다.
이 대열반의 대승경전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모든 번뇌를 소멸하여 여래의 청정한 인에 머물게 하며 발심하지 못한 이를 발심하게 하지만,
반드시 죽을 일천제의 무리들만은 제외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용한 의사가 기묘한 약으로 소경을 치료하여 해와 달과 별 따위의 밝은 빛을 보게 하나, 배냇소경은 고치지 못한다.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성문이나 연각들의 지혜 눈을 뜨게 하여 한량없고 끝없는 대승경전에 머물게 하며, 발심하지 못한 이와 4중금과 5무간죄를 범한 이라도 모두 발심하게 하지만,
배냇소경인 일천제들만은 제외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용한 의사가 여덟 가지 의술을 잘 알아서 중생들의 모든 병을 치료할 때에 가지가지 처방으로 병을 따라 약을 쓸 때, 혹은 토하게 하고 몸에 바르고 코에 넣기도 하며, 쐬고[薰] 씻기도 하고, 환약ㆍ가루약을 쓴다.
혹 가난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이 먹지 않은 이가 있으면, 이 의사가 딱하게 여겨 그 사람을 데리고 집에 가서 억지로 먹게 하면, 약의 효력으로 병이 곧 낫는다.
여인이 난산으로 태가 나오지 못할 때에 이 약을 쓰면 태가 곧 나오고 아기도 걱정이 없게 된다.
이 대승경전도 그와 같아서, 가는 곳마다 집에서도 중생들의 한량없는 번뇌와 4중금을 범하거나 5무간죄를 지은 것도 모두 소멸하게 하며, 발심하지 못한 이를 발심하게 하나,
일천제는 제외된다.”
[보리의 인을 짓게 하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4중금을 범하거나 5무간죄를 짓는 것은 지극히 나쁜 짓이어서 마치 다라나무를 베면 다시 돋아나지 못하는 것과 같은데,
저렇게 보리심을 내지 못한 사람에게 어떻게 보리의 인을 짓게 할 수 있습니까?”
“선남자야, 그 중생들이 만일 꿈속에서 지옥에 떨어져 지독한 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서 이와 같이 생각한다.
‘내가 내 허물로 이런 죄를 받게 되는 것이니, 이 죄를 벗어날 수만 있으면 반드시 보리심을 내리라. 지금 내가 당하는 이 고통은 지극히 혹독하다.’
그리고 깨어난 뒤에, 부처님 법이 훌륭한 과보가 있는 줄을 알 것이니,
마치 저 갓난아이가 점점 자라나서 항상 이렇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저 용한 의원이 처방과 약을 잘 알아서 내가 태속에 있을 때에 어머니에게 훌륭한 약을 주어서 어머니도 평안하고 나도 생명을 보전하였다.
기이하구나. 나의 어머니는 무한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열 달이 차도록 나를 배에 품어 길렀다.
내가 난 뒤에는 젖은 데를 피하고 마른자리에 누이며, 더러운 똥과 오줌을 받아내고 젖을 먹여 키워 내 몸을 보호하였다.
나는 마땅히 어머니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효순한 정성으로 어머니를 모시며, 말씀과 뜻을 순종하여 공양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4중금과 5무간죄를 범한 이가 죽으려할 때에 이 대승의 『대열반경』을 읽으면, 비록 지옥ㆍ아귀ㆍ축생ㆍ천상ㆍ인간에 나더라도 이 경전이 그 중생들에게 보리의 인을 짓게 하겠지만 일천제만은 제외된다.
[의원의 약]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용한 의원이나 의원의 아들이 아는 것이 매우 깊어서 다른 의원보다 훨씬 뛰어났다.
모든 독을 소멸하는 훌륭한 주문과 술법을 잘 알아서, 나쁜 뱀이나 용이나 독사 따위가 있으면, 주문과 약으로 좋게 변하게 만들었다.
그 약을 가죽신에 발라서 독한 벌레들을 건드리면 독이 소멸되었지만,
다만 큰 용의 독은 제외되었다.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어떤 중생이 4중금이나 5무간죄를 범하였더라도 그 죄가 소멸되고 보리에 머물게 하였다.
마치 약을 바른 가죽신이 모든 독을 소멸하듯이,
발심하지 못한 이를 발심하게 하여 보리의 도에 머물게 하였다.
대승경전인 『대열반경』의 신기한 약도 중생들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이 나게 하지만,
큰 용인 일천제들은 제외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여러 가지 독약을 북에 발라서 여러 사람 속에서 쳐서 소리를 내면 비록 무심하게 듣더라도 듣고 나면 모두 죽는데,
다만 횡사하지 않을 사람은 제외된다.
이 대열반의 대승경전도 그와 같아서, 간 데마다 여러 종류 중생들이 이 소리를 들으면 모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소멸된다.
그 중에는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라도 『대열반경』의 번뇌를 없애는 힘으로 번뇌가 저절로 소멸되며,
4중금(重禁)과 5무간죄를 범한 이들도 이 경을 듣기만 하면 위없는 보리의 인이 되어서 번뇌를 끊지만,
횡사하지 않을 일천제들만은 제외된다.
[밤과 낮]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어두운 밤에는 모든 일을 쉬게 되며, 마치지 못한 일은 다음날 해가 뜨기를 기다리듯이,
대승을 배우는 이가 경전의 모든 삼매를 닦더라도 『대열반경』의 대승인 해가 뜨기를 기다려서 여래의 비밀한 교법을 들은 뒤에야, 보리의 업을 지어 바른 법에 머문다.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여러 가지 곡식을 축여주고 자라게 하여 열매를 성숙하게 하면, 흉년을 없애고 풍년의 즐거움을 받게 하는 것과 같이,
여래의 비밀한 법장인 법의 비도 그와 같아서, 여덟 가지 열병을 모두 소멸한다.
[열매]
이 경전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저 열매가 이익 됨이 많아서 모든 중생을 편안하게 하는 것 같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불성을 보게 함은 『법화경』에서 8천 성문의 수기를 받은 것 같다.
그 과실이 성숙하여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간직하면 다시 지을 것이 없듯이,
일천제들도 그와 같아서, 선한 법에 대하여 지을 것이 없다.
[의원의 약]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용한 의원이 남의 아들이 사람 아닌 것[非人]에게 홀린 줄을 알고 심부름꾼에게 묘한 약을 주어 보내면서 말하였다.
‘너는 이 약을 가지고 가서 그 사람에게 주어라.
그 사람이 나쁜 귀신에게 홀렸더라도 이 약의 효력으로 그 귀신이 멀리 도망갈 것이다.
네가 만일 더딜 것 같으면 내가 가서 마침내 저 사람을 횡사하지 않게 해야겠다.
저 귀신에게 홀린 사람이 심부름꾼과 나의 위덕을 보면 모든 고통이 없어지고 안락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다.
비구나 비구니나 우바새나 우바이나 외도들이 이 경을 배워 가지거나 읽고 외워 통달하고 다시 사람에게 분별하여 일러 주거나 자기가 쓰거나 사람을 시켜 쓰거나 하면 그런 일이 모두 보리의 인이 될 것이다.
4중금을 범하였거나 5역죄를 지었거나 나쁜 귀신이나 독에 걸렸더라도 이 경을 듣기만 하면 모든 나쁜 귀신이 도망하듯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참된 보살마하살임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대열반경』을 잠시라도 들었기 때문이며 여래가 항상한 줄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들은 이도 그러한데, 더구나 배워 지니고 쓰고 읽고 외운 사람이겠는가?
일천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살마하살이다.
[귀 먹은 사람]
또 선남자야, 마치 귀먹은 사람은 소리를 듣지 못하듯이,
일천제들도 그러하여 아무리 이 경전을 들으려 하여도 듣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연이 없는 까닭이다.
[의원과 죽을 병]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용한 의원이 모든 의술과 처방을 모두 통달하고 다시 한량없는 주문까지 잘 알았다.
이 의원이 임금을 보고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지금 돌아가실 병환이 드셨습니다.’
임금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나의 뱃속을 보지 못하였는데, 어떻게 반드시 죽을병이 들었다고 말하는가?’
의원이 말하였다.
‘만일 믿지 않으시면 설사약을 잡수시고 설사한 뒤에 대왕께서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은 믿지 않았다.
그때 의원이 주문을 외워서 임금의 항문에 부스럼이 나게 하고 설사가 나면서 벌레와 피가 섞여 나오게 하였다.
임금이 그것을 보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그 의원을 칭찬하여 말하였다.
‘용하다, 용하다. 그대의 말을 내가 믿지 않았는데, 이제야 나에게 크게 이로운 말을 했다는 것을 알겠다.’
그러면서 그 의원을 부모처럼 공경하였다.
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에 대하여 욕심이 있건 없건 간에 모두 그들의 번뇌가 무너지게 하면, 그 중생들이 꿈에라도 이 경전을 보고 공경하고 공양하기를 저 임금이 의원을 공경하듯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용한 의원이 반드시 죽을 사람에게는 치료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이,
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일천제들을 다스리지 못한다.
또 선남자야, 마치 용한 의원이 여덟 가지 의술을 잘 알고 모든 병을 치료하면서도 반드시 죽을 사람은 치료하지 못하듯이,
부처님과 보살들도 그와 같아서, 모든 죄를 치료하면서도 반드시 죽을 사람인 일천제들은 치료하지 못한다.
[의원이 아들에게 가르치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용한 의원이 여덟 가지 훌륭한 의술을 잘 알고, 또 여덟 가지보다 더 훌륭한 술법까지 통달하였다.
그는 자기가 아는 기술을 아들에게 가르치면서 물에나 뭍에나 산골짜기에 있는 약초들을 모두 알게 하였다.
이리하여 점점 여덟 가지를 가르치고는 다시 다른 훌륭한 기술을 가르치듯이,
여래ㆍ응공ㆍ정변지도 그와 같아서, 그 아들인 비구들을 먼저 가르쳐서 방편으로 모든 번뇌를 없애고,
‘깨끗한 몸이지만 견고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닦게 한다.
물과 육지와 산골짜기에서, 물은 몸으로 괴로움을 받는 것이 물거품 같은데 비유하고,
뭍은 몸이 견고하지 못한 것이 파초 같은 데 비유하고,
산골짜기는 번뇌 속에서 내가 없음을 닦는 데 비유하였다.
그런 뜻으로 몸은 내가 없다고 이름한 것이다. 여
래는 이렇게 제자들에게 9부 경전을 가르쳐서 통달하게 한 뒤에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가르치고 그 아들을 위하여 여래가 항상하다고 말하였다.
여래가 이와 같이 대승의 『대열반경』을 말하여 중생들로서 발심한 이나 발심하지 못한 이를 위하여 보리의 인을 짓게 하지만,
일천제는 제외한다.
선남자야, 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은 한량없고 수가 없고 헤아릴 수 없고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이야말로 곧 제일가는 용한 의원이며,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한 모든 경전 중의 왕임을 알아야 한다.
[바다 위의 큰 배, 바람]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큰 배가 바다에 떠서 이 언덕에서 저 언덕까지 갔다가 다시 저 언덕으로부터 이 언덕에 오듯이,
여래 응공 정변지도 그와 같아서, 대열반이란 대승의 배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중생들을 제도할 때에 간 데마다 제도할 이가 있으면 모두 여래의 몸을 보게 한다.
이런 뜻으로 여래를 훌륭한 뱃사공이라 한다.
마치 배가 있으면 사공이 있고 사공이 있으므로 중생들이 큰 바다를 건너가는 것같이,
여래가 항상 머물면서 중생을 제도하는 것도 그와 같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바다 가운데서 배를 타고 건너갈 때에 만일 순풍을 만나면 잠깐 동안에 수많은 유순을 지나갈 수 있지만,
순풍을 만나지 못하면 아무리 오래 있으면서 한량없는 세월을 경과하여도 있던 곳을 떠나지 못하다가 혹 파선이 되면 물에 빠져 죽게 되는 것과 같다.
중생도 그와 같아서, 어리석은 생사 바다에서 무상한 배를 타고 있으면서 다행히 대열반의 좋은 바람을 만나면 위없는 보리의 언덕에 빨리 다다를 수 있지만,
만일 만나지 못하면 한량없는 생사에서 오래오래 헤매다가 혹시 파괴되면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진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바람을 만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바다에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우리가 이번에는 여기서 죽으려나 보다’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순풍을 만나서 순조롭게 바다를 건너고 나서 말하기를,
‘통쾌한 바람이여, 처음 있는 일이구나. 우리들로 하여금 편안히 바다를 건너게 하였구나’ 하였다.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어리석은 생사 바다에 오래오래 있으면서 곤궁하고 지쳐서 대열반의 바람을 만나지 못하면,
‘우리들은 아무래도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 갈래에 떨어지겠구나’라고 한다.
그러다가 뜻밖에 대승의 대열반의 바람을 만나서 순풍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들어가고 비로소 참인 줄을 알며 기특한 생각으로 찬탄하기를,
‘통쾌하다. 나는 예전부터 여래의 이렇게 비밀한 법장을 보고 듣지 못하였다내꺼’ 하면서,
그제야 『대열반경』에 대하여 청정한 믿음을 낸다.”
[뱀이 허물을 벗으면]
“또 선남자야, 뱀이 허물을 벗으면 죽어 없어지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야, 여래도 그러하니 방편으로 독한 몸을 버리는 것을 나타내는데, 여래가 무상하여 멸도(滅度)한다 말하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이 염부제에서 방편으로 몸을 버리는 것이 저 독사가 낡은 허물을 벗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 머문다고 한다.
[금세공사가 좋은 진금을 얻으면]
또 선남자야, 마치 금세공사가 좋은 진금을 얻으면 마음대로 가지가지 기구를 만들 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25유에서 일부러 여러 가지 몸을 나타내는 것은 중생을 교화하여 생사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끝없는 몸이라 하여 비록 여러 가지 몸을 나타내더라도 항상 머물러서 변역하지 않는다고 한다.
[염부나무가 한 해에 세 번씩 변하여]
또 선남자야, 암라(菴羅)나무나 염부(閻浮)나무가 한 해에 세 번씩 변하여,
어떤 때는 꽃이 피어 빛이 찬란하고,
어떤 때는 잎이 피어 대단히 울창하고,
어떤 때는 낙엽이 되어 말라죽은 듯하다.
선남자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나무가 참으로 말라죽은 것이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야, 여래도 그러하여 삼계에서 세 가지 몸을 나타내니,
어떤 때는 처음으로 태어나고 어떤 때는 장성하고 어떤 때는 열반한다.
그러나 여래의 몸은 실로 무상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