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를 하다가
-이성이
분갈이를 하려고
난 화분을 쏟으니
축축한 퇴비 냄새와 놀랍게도
죽은 뿌리투성이다
한마디 정도가 되는 것
화분 키 보다 더 길어 둘둘 말린 것
만지면 부스러지는 것
이장할 때 본 작은 뼈 부스러기 같은 것
산 뿌리보다 더 많은 저것들도 한때는 다
팽팽한 초록 잎을 올렸을 것
한 세월을 건너던 발의 기록 같은
난석과 뒤섞여 펼쳐진 상형문자
나는 그것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골라낼 때마다 축축한 냄새 훅 뿜어진다
죽어서도 삶을 도우며
마지막까지 제 몸 남김없이 나누고 사라지는 것이
이 세상에 왔던 보답이라고
첫댓글 엉켜있는 빈껍질 뿌리에 감동받은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