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론 제7권
대법대론 중 인시설문 14
[문] 얼마의 분량이 있으면 하늘에서 비가 올 것임을 아는가?
[답] 여덟 가지의 구름이 있다.
첫 번째의 구름은 높이가 1유순(由旬) 반이요, 두 번째의 구름은 높이가 5구로사(俱盧舍)이며,
세 번째의 구름은 높이가 1유순이요, 네 번째의 구름은 높이가 3구로사이며,
다섯 번째의 구름은 높이가 반 유순이요, 여섯 번째의 구름은 높이가 1구로사이며,
일곱 번째의 구름은 높이가 반 구로사요, 여덟 번째의 구름은 높이가 4분의 1구로사이다.
모든 구름이 머무른 뒤에 하늘에서 비가 오거나 비가 오지 않는 것은 그 또한 일정하지 않다.
[문] 무슨 인연으로 겁초(劫初)의 사람은 구름을 타고서 1유순 반이나 높이 올라가서는 모든 땅 위에다 모두 비를 내리는가?
[답] 겁초 때의 사람은 큰 위덕을 갖추고 있어서 저 큰 힘을 지닌 용도 모두 존경하고 우러르기 때문에 높이 1유순 반의 구름을 타고 모든 땅 위에 비를 내리나,
지금의 사람들은 위덕이 줄어들었으므로 큰 세력을 지닌 용이 존경하거나 우러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금 시대에는 구름을 타고 반 구로사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한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문] 무슨 인연으로 간혹 하늘에서는 비를 내리지 않는 것인가?
[답] 여덟 가지의 원인이 있어서 하늘이 비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첫 번째는 비가 오려고 할 때에, 마침 번갯불이 번쩍번쩍하고 천둥소리가 크게 울리며 사방에서 찬바람이 휘몰아쳐 점을 쳐 알아보는 사람도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다만 스스로 말하기를,
‘하늘이 장차 비를 내리려는가?’라고 할 뿐이다.
혹은 또 대지(大地)의 화계(花界)가 더욱더 사나워지면, 이런 인연 때문에 하늘의 비가 그쳐 버린다.
이와 같은 일을 일컬어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않는 첫 번째의 원인이라 한다.
둘째는 비가 오려고 할 때에는 마침 번갯불이 번쩍번쩍하고 천둥소리가 크게 울리며 사방에서는 찬바람이 휘몰아쳐 점을 쳐 알아보는 사람도 분명히 알지 못하고,
다만 스스로 말하기를,
‘하늘에서 장차 비가 내리려는가?’라고 할 뿐이다.
혹 다시 공중에서 사나운 바람이 불어와서 그 비로 하여금 아득히 먼 넓은 들판이나 빈 집에 떨어지게 한다.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않는 두 번째의 원인이라 한다.
셋째는 비가 오려고 할 때에, 마침 번갯불이 번쩍번쩍하고 천둥소리가 크게 울리며 사방에서는 찬바람이 불어오므로 점을 쳐 예측해 보는 사람도 분명히 알지 못하고,
다만 스스로 말하기를,
‘하늘에서 장차 비가 내리려는가?’라고 할 뿐이다.
혹 또 라후아수라(羅睺阿修羅, Rāhu-asura)왕이 두 손으로 잡고 막아서 비가 큰 바다로 떨어지게 한다.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못하는 세 번째의 원인이라 한다.
넷째는 비가 오려고 할 때에, 마침 번갯불이 번쩍번쩍하고 천둥소리가 크게 울리며 사방에서는 찬바람이 휘몰아쳐 점을 쳐 알아보는 사람도 분명히 알지 못하고,
다만 스스로 말하기를,
‘하늘에서 비가 내리려는가?’라고 할 뿐이다.
혹 다시 비를 내리는 천관(天官)이 혼미하고 취(醉)하여 방일하기에,
이 방일 때문에 비를 내리게 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못하는 네 번째의 원인이라 한다.
다섯째는 비가 오려고 할 때에, 마침 번갯불이 번쩍번쩍하고 천둥소리가 크게 울리며 사방에서는 찬바람이 휘몰아쳐 점을 쳐 알아보는 사람도 분명히 알지 못하고 다만 스스로 말하기를,
‘하늘에서 비가 내리려는가?’라고 할 뿐이다.
혹 다시 백성들이 그릇된 법과 험악한 행을 많이 지으니,
그릇된 법과 험악한 행을 짓기 때문에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않는 다섯 번째의 원인이라 한다.
여섯째는 비가 오려고 할 때에 혹 신통력이 있는 천자(天子)가 그의 신통위력으로써 비의 분량에 따라 모두 제지(制止)시키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못하는 여섯 번째의 원인이라 한다.
일곱 번째는 그 백성들의 업장(業障)이 법에 합치하기에,
이와 같은 일로서 그 세계[界]에서는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는 것이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않는 일곱 번째의 원인이라 한다.
여덟 번째의 혹 다시 지나치게 비가 내릴 때에, 정성껏 기원하여 구하면 저 신통과 위력을 지닌 천자가 제지해 줌으로써 내리지 못하게 되나니,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않는 여덟 번째의 원인이라 한다.
[문] 무슨 인연으로 위의 하늘로 하여금 때맞추어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가?
[답] 여덟 가지의 원인으로 하늘에서 비를 내릴 수가 있다.
어떤 것이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용의 위력 때문에 하늘에서 곧 비가 내린다.
둘째는 야차(夜叉)의 위력 때문에 하늘에서 곧 비가 내린다.
셋째는 구반다(鳩盤茶)의 위력 때문에 하늘에서 곧 비가 내린다.
넷째는 천자[天]의 위력 때문에 하늘에서 곧 비가 내린다.
다섯째는 사람의 위력 때문에 하늘에서 곧 비가 내린다.
여섯째는 신통의 힘 때문에 하늘에서 곧 비가 내린다.
일곱째는 법에 합당하므로 때맞추어 저절로 비가 내린다.
여덟째는 정성껏 기원하고 구하므로 하늘에서 곧 비가 내린다.
[문] 무슨 인연으로 여름 날 몹시 더울 때와 우기에는 많은 비가 오는 것인가?
[답] 저 두 때에는 모든 용들이 기뻐하면서 절령(節令)이 되어 자진하여 허공 가운데로 올라가서는 즐거워하다가 내려오는데,
용들이 즐거워하기 때문에 저 두 때에는 많은 비를 내린다.
혹 백성들이 바른 법을 행하고 착한 업을 닦기에 그 착한 힘의 도움으로 자연히 두 때에는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다.
[빗방울과 우박]
[문] 무슨 인연으로 하늘에서 비를 내릴 때에 맺혀서 방울이 지게 하는가?
[답] 두 곳의 방향에서 맹렬하게 바람이 불어와 한 곳에 모이게 하기 때문에, 억수같이 내리는 때에 그것이 맺혀서 방울이 된다.
혹은 사람들이 악업을 짓고 있기에 나쁜 힘이 돕는 것이요, 사람들의 동란(動亂) 때문이 아니니, 이와 같은 형상은 큰 이익이 없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문] 무슨 인연으로 큰 빗속에 우박이 있는가?
[답] 두 곳의 방향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면, 비가 한 곳에 모이면서 방울이 되어 땅에 떨어지는데, 그때에 지계(地界)가 다시 딱딱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래에서 바람이 불게 되면 간혹 눈[雪]이 되기도 하고 혹은 사나운 비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번갯불과 벼락]
[문] 무슨 인연으로 번갯불이 일어나는 것인가?
[답] 두 곳의 방향에서 몹시 사납고 뜨거운 바람이 불게 되면, 그 두 개의 바람이 서로 격돌하기 때문에 번갯불이 있는 것이니, 바람으로부터 나온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문] 무슨 인연으로 비올 때에 벼락이 치는 것인가?
[답] 아래쪽에 몹시 맹렬한 불이 있어서 그 빛깔ㆍ모양이 활활 타는 불꽃같기 때문이니,
곧 화계가 더욱더 사나워지나니 화계가 더욱 사나워지므로 곧 풍계(風界)도 더욱더 사나워지며, 풍계가 더욱 사나워지므로 수계(水界)에 오고 감이 있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구름의 색깔]
[문] 무슨 인연으로 구름에는 청색(靑色)이 있는가?
[답] 수계(水界)의 흘러들고 윤택하게 하는 성품 때문이다.
[문] 무슨 인연으로 황색이 있고 적색이 있는가?
[답] 화계(火界)의 따뜻함과 말리는 성품 때문이다.
[문] 무슨 인연으로 백색(白色)이 있는가?
[답] 모든 계(界)의 화합하는 성품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구름의 모양에는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맛의 종류]
[문] 무슨 인연으로 세간의 모든 맛[味]에는 쓴 것과 신 것과 매운 것ㆍ짠 것ㆍ싱거운 것이 있는가?
[답] 모든 계가 서로 어기고 해치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문] 무슨 인연으로 단 맛[甘味]이 있는가?
[답] 모든 계의 화합하는 성품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물질의 속성]
[문] 무슨 인연으로 세간의 모든 물질 속에는 거칠고 무거운 것과 굳고 딱딱한 것이 있는가?
[답] 지계의 굳고 강한 성품이 더하기 때문이다.
[문] 무슨 인연으로 부드럽고 매끄러운 것과 고르고 알맞은 것이 있는가?
[답] 수계의 흐르고 윤택하게 하는 성품이 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