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2권
2. 보응수공양품(報應受供養品)
20) 제석천이 가란타 죽림을 변화시킨 인연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시었다.
그때 그 성에 구사(瞿沙)라는 장자가 있었으니, 그는 한량없이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녔으나 뒤바뀐 소견에 집착되어 외도를 받들어 섬기고 불법을 믿지 않았다.
그때 목건련(目犍連)이 그 장자가 삿된 소견으로 말미암아 구제할 수 없는 세 가지 나쁜 갈래에 떨어질 것을 보고 가여운 마음을 내어, 어떤 방편을 생각한 나머지 곧 제석천에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가란타 죽림을 변화시키시오.”
그러자 7보(寶)를 만들도록 명령하여 천상의 궁전과 다름없게 하였다. 모든 번기ㆍ일산에 온갖 보배 방울을 달고, 온 땅에 천상의 미묘한 꽃을 뿌렸다.
한편 천상의 온갖 맛있는 음식으로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였으며, 이라발(伊羅鉢)용왕은 손수 번기와 일산으로써 부처님의 정수리 위를 덮고, 그밖의 용왕들은 제각기 가지가지 번기와 일산을 갖고 여러 비구들의 이마 위를 덮었다.
사시(舍尸) 부인은 채녀(婇女)들과 함께 부처님 좌우에서 부채[扇]를 부치고, 반차시기(般遮尸棄) 건달바들은 온갖 천상의 기악으로써 부처님을 즐겁게 했다.
그때 저 장자가 이러한 광경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곧 깊이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잠잠히 허락하시자, 그는 집에 돌아가서 갖가지 음식을 준비한 뒤에 심부름꾼을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였다.
“이미 식사가 준비되어 있사오니, 원하옵건대 성인께서는 때를 맞춰 왕림하소서.”
이때 부처님께서 옷을 입고 발우를 지니고서 비구를 데리고 그 집에 가시어 공양을 받으신 뒤에 곧 갖가지 법을 설하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를 얻게 되었다.
이때에 여러 비구들은 한 번도 없었던 이러한 신통 변화의 공양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께선 과거세에 어떠한 복을 심으셨기에 이제 이러한 과보를 받으시나이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만원(滿願)이라는 부처님이 바라날국에 출현하시어 많은 비구들과 함께 여러 곳을 다니면서 교화하시던 차에 범마왕(梵摩王)의 나라에 도착하셨다.
왕은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성문에 나와 맞이한 다음,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하고 무릎을 꿇어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제 공양을 받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그 청을 허락하시자, 왕은 곧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갖춰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고 법을 설해 주시자 왕은 곧 위없는 보리심을 내었으며,
저 부처님께선 왕에게 다음과 같이 수기하시되,
‘대왕이 미래세에 성불할 때엔 석가모니라는 명호를 얻어서 한량없는 중생을 널리 제도할 것이오’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때의 범마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다.
그 당시 내가 저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했기 때문에 한량없는 세간에서 지옥ㆍ축생ㆍ아귀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현재세에도 스스로가 성불했기 때문에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나를 공양하는 것이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