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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대장엄경 제8권
19. 보리장에 나아가는 품[詣菩提場品]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몸을 깨끗이 씻고, 다시 젖죽을 먹으며 기력이 완전하여지자 열여섯 가지 공덕의 땅인 보리수(菩提樹) 아래로 나아가려 하였나니,
저 악마를 항복시키기 위하여 거룩한 사람[大人]의 형상으로써 서쪽으로 향하여 갔느니라.
이른바 천천히 조용하고 편안하게 갔으며, 기거동작이 아름답고 좋아서 마치 무지개와 같이 갔으며,
고운 걸음이 한가하고 자상하여 수미산과 같이 우뚝하게 갔으며,
몹시 급하게 가지 않았으며, 더디고 느리게 가지 않았으며,
빠질 듯이 무겁게 가지 않았으며, 경망하게 가지 않았으며, 탁하고 어지럽게 가지 않았느니라.
때[垢]를 여의면서 갔으며, 깨끗하게 갔으며, 과실이 없이 갔으며, 어리석음이 없이 갔으며, 집착함이 없이 갔으며,
사자처럼 갔으며, 용왕처럼 갔으며, 나라연[那羅延]처럼 갔으며,
땅에 닿지 않고 갔으며, 천 바퀴살의 수레바퀴 모양으로 무늬를 찍으면서 갔으며,
발가락의 망막 껍질이 붉은 구리와 같아서 땅을 비추면서 갔으며,
대지를 진동하면서 갔으며, 산이 서로 맞닥뜨리는 것과 같이 큰 소리를 내면서 갔으며,
움푹한 구덩이나 높은 언덕이 저절로 편편하게 바르게 되면서 갔느니라.
발아래 광명이 중생을 비추어서 착한 길로 돌아가게 하면서 갔으며,
밟힌 땅은 모두 연꽃을 내면서 갔으며,
과거 모든 부처님을 수순하여 사자자리[師子座]에 나아가면서 갔으며,
마음은 금강과 같아서 무너뜨릴 수 없이 하면서 갔으며,
모든 나쁜 길을 닫고 모든 착한 문을 열면서 갔으며,
일체 중생을 안락하게 하면서 갔으며,
악마의 힘을 녹여 없애면서 갔으며,
모든 삿된 이론을 꺾으면서 갔느니라.
무명에 가린 장애를 끊어 없애면서 갔으며,
생사의 날개를 끊으면서 갔으며,
제석ㆍ범왕ㆍ사천왕ㆍ자재천왕을 비쳐 가리면서 갔으며,
‘삼천대천세계에 오직 나만이 홀로 높다’ 하면서 갔으며,
‘스스로 거룩한 도를 증득하는 것이지 남으로 말미암아 깨치는 것이 아니다’ 하면서 갔으며,
장차 일체지(一切智)를 증득하려 하면서 갔으며,
염근(念根)과 혜근(慧根)이 서로 응하면서 갔으며,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없애려 하면서 갔으며,
떳떳하게 적멸에 나아가되 때를 여의고 죽지 아니하고 두려움이 없어 열반의 성을 행하여 갔느니라.
그때 보살은 바른 생각으로 저 보리수를 향하여 똑바로 보며 갔나니, 때에 이와 같은 한량없는 위의가 있었느니라.
때에 바람 하늘[風天]과 비 하늘[雨天]은 니련선하로부터 보리수에 이르기까지 두루 쓸고 뿌려서 모두 아주 깨끗하게 하였느니라.
또 한량없이 자못 훌륭한 향과 꽃을 비처럼 내리어 그 땅을 두루 덮었고,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은 죄다 가지를 숙여 보리수를 향하였으며,
삼천대천세계의 수미산 등이며, 크고 작은 모든 산들은 모두 다 봉우리를 낮추어 보리수를 향하였느니라.
욕계의 천자들은 저마다 갖가지 미묘한 향과 꽃을 뿌렸는데, 하나하나의 묘한 꽃의 세로와 너비는 1구로사였고, 꽃의 자리[花臺]를 만들었느니라.
또 넓은 길이 나타나서 길고 멀어 끝이 없었으며, 길의 좌우의 7보 난간은 죄다 엄숙하여 좋고 그 양과 높낮이는 일곱 다라나무[多羅樹]와 같았는데, 여러 가지 보배 번기와 일산으로 곳곳에 장엄하였으며,
다시 7보의 다라 나무로 변화되어 하나하나의 나무 사이에는 금줄을 쳤고, 그 줄 위에 모두 보배 방울을 달았는데, 밝은 구슬과 유리를 그 가운데 섞어 놓았느니라.
그 나무의 두 사이에는 7보의 못이 있고,
그 못 안에는 금모래가 널리 깔리고 향수가 가득 찼으며,
우담바라꽃[優鉢羅花]과 구물두꽃[拘勿頭花]와 파두마꽃[波頭摩花]과 분다리꽃[芬陀利花] 등 이러한 꽃이 못 안에 꽉 찼고,
그 못의 네 변두리의 7보 층계는 둘레가 장엄되었고,
그 층계에는 가릉빈가와 물오리ㆍ기러기ㆍ원앙새며 명명(命命) 등의 새들이 온화하고 청아한 소리를 냈느니라.
8만 4천의 하늘 채녀들은 여러 가지 향수로써 앞의 길에 뿌렸고,
또 8만 4천의 채녀들은 뭇 하늘 꽃을 흩었으며,
하나하나의 나무 아래에 다시 여러 보배의 묘한 대(臺)가 있었고,
그 여러 대 위마다 8만 4천의 하늘 채녀들이 모두 보배 그릇에 묘한 전단향과 침수향을 담아서 받들고 있었으며,
또 5천의 하늘 채녀들은 하늘의 풍악을 울리며 노래하고 춤추고 찬탄하면서 화창하고 청아한 소리를 냈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보리수에 나갈 때 그 몸에서 한량없는 광명을 널리 내쏟았으며, 또 그지없는 세계를 두루 진동시켰느니라.
또 한량없는 백천의 하늘들이 하늘 풍악을 아뢰며 허공 가운데서 여러 가지 하늘 꽃을 비처럼 내렸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 가지 하늘의 묘한 의복을 비처럼 내렸느니라.
또 한량없는 코끼리와 마소들이 보살을 에워싸고 소리를 내어 으르렁거리는 그 소리야말로 화창하였으며,
또 한량없는 앵무새와 사리(舍利)와 구지라새[拘抧羅鳥]와 가릉빈가ㆍ물오리ㆍ기러기ㆍ원앙새ㆍ공작ㆍ비취며, 공명(共命) 등의 새들이 날개를 번득이며 에워싸고 화창하고 청아한 소리를 내었나니,
보살이 보리장에 갈 때에 이와 같이 한량없이 희유하고 상서로운 모양이 있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장차 보리좌(菩提座)에 앉으려 할 때, 그 밤에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모든 범천들에게 말하였느니라.
‘여러분, 알아야 하리라.
보살마하살은 정진의 갑옷을 입고 지혜가 굳건하여 마음으로 애쓰지 아니하여도 온갖 보살의 행을 성취하고 온갖 바라밀 문을 통달하며,
일체 보살의 자리에서 큰 자재함을 얻고 모든 보살의 깨끗한 뜻의 즐거움을 얻으며,
모든 중생들의 근기가 영리하고 우둔함을 죄다 환히 아시느니라.
여래의 비밀 갈무리에 머물러 모든 악마의 경계를 뛰어넘고 온갖 선한 법을 모두 몸소 깨치고 다른 사람으로 인하여 깨닫게 되지 않으며,
모든 여래의 큰 신통의 힘으로 보호되며 생각하심을 받고 중생들을 위하여 해탈의 도를 말씀하며,
또한 중생들을 위하여 큰 상주(商主)가 되고 온갖 악마 군사들을 꺾어 물리쳐서 삼천대천세계 안에서 오직 부처님 혼자만이 높아 큰 의왕(醫王)이 되며,
법의 약을 조화하여 중생의 고통을 구하는 큰 법왕이 되고 지혜의 광명으로써 시방을 비추어 큰 법의 당기를 세우시리라.
세간의 여덟 개의 법에 물들지 아니함이 마치 연꽃에 물이 붙지 않는 것과 같고,
한량없는 진실한 법의 보배를 쌓을 수 있음이 마치 큰 바다에 여러 기이한 보배가 쌓인 것과 같으며,
원수와 친한 이를 평등히 여김이 마치 수미산이 편안히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고,
마음과 뜻이 깨끗함이 마니주(摩尼珠)와 같아서 모든 더러움을 여의었으며, 삼천대천세계에 큰 자재함을 얻으시리라.
보살마하살께서 이와 같은 한량없는 공덕으로써 보리장에 나아가심은 뭇 악마를 항복시키려 함이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려 함이요,
열 가지 힘[十力]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所畏]과 열여덟 가지 특수한 부처님 법[十八不共佛法]을 원만하게 하려 함이요,
바른 법의 바퀴를 굴리려 함이요,
큰 사자후를 외치려 함이요,
큰 법의 비를 베풀어 중생들이 만족할 수 있게 하려 함이요,
중생들에게 깨끗한 법 눈을 얻게 하려 함이요,
모든 외도들에게 다투는 이론을 쉬게 하려 함이요,
본래의 서원을 원만하게 하려 함이요,
온갖 법에 자재함을 얻으려 함이니라.
여러분, 그대들은 마음을 내어 나아가서 몸소 가까이하며 공양해야 하느니라.
그리고는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한량이 없는 백천 겁 동안에
자비와 희사(喜捨)를 갖추었으며
선정 지혜에 통탈하시어
지금에 열반을 증득하니라.
만약 세 가지 나쁜 길을 멀리하고
그리고 여덟 가지 어려움을 여의며
하늘의 미묘한 즐거운 과보 받고
나아가 열반을 얻으려 하면
마땅히 훌륭한 공양 거리를 가지고
보살에게 공양을 해야 하리라.
6년 동안 고행을 닦고
보리의 도량에 나아가려 하시니
삼천세계의 주인 된 이와
제석 범왕과 일월 천자라도
모두가 견줄 수 있는 이 없고
보는 이는 모두가 기뻐하니라.
모든 악마 군사를 항복시키고
반드시 정각(正覺)을 이루시리니
몸의 형상은 서른두 가지로
가장 뛰어나게 저절로 장엄하고
범음(梵音)은 매우 맑고 사무쳤으며
마음은 깨끗하여 모든 허물 떠났네.
혹 어떤 사람은 범천들의 세상에
올라가서 나기를 원하고 구하며,
혹 어떤 사람은 성문의 결과를
증득하기를 원하고 구하며,
혹 어떤 사람은 벽지불
이룩되기를 원하고 구하며,
혹 어떤 사람은 위없는 과위를
얻기를 원하고 구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마땅히 길잡이께 공양해야 하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대범천왕은 보살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신통의 힘으로써 삼천대천세계를 죄다 깨끗하게 하고, 모든 모래밭과 기와ㆍ조약돌ㆍ가시들을 없애며,
땅은 편편히 손바닥같이 하여 큰 언덕을 없이 하고, 금과 은ㆍ유리ㆍ차거ㆍ마노ㆍ산호ㆍ호박이며 진주 등의 보배로써 꾸몄느니라.
또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하게 여러 가지 상서로운 풀이 나게 하되, 녹색에 오른편으로 돌며 부드럽고 연하여 사랑스럽기가 가릉타 옷[迦陵陀衣]과 같았으며,
또 모든 큰 바다들을 변하여 평지를 만들되, 역시 그 고기와 자라와 악어며 물에 사는 족속들을 번거롭게 하지도 않았느니라.
모든 시방세계의 범왕과 제석천과 호세사천왕[護世四王]들은 모두 이 삼천대천세계가 이렇게 몹시 깨끗해짐을 보고 저마다 자기 고장에서 모두 장엄을 하며 멀리서 공양을 보냈으며,
또 시방의 그지없는 세계의 일체 보살들은 공양하기 위하여 인간과 하늘보다 뛰어나게 자못 훌륭한 공양 거리로써 저마다 자기 나라에서 공양을 보냈으며,
온 그지없는 세계가 하나의 부처님 국토처럼 보였고,
모든 수미산과 철위산 사이의 깊숙하고 어두운 곳은 해와 달의 거룩한 광명도 미칠 수가 없는데,
모두가 보살의 광명이 널리 비추어짐을 보았느니라.
열여섯의 천자들이 있어 이 보리장을 수호하였는데, 그 천자들은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고 아유월치(阿惟越致)를 얻었느니라.
그 이름은 전진(轉進) 천자와 무승(無勝) 천자ㆍ시여(施與) 천자ㆍ애경(愛敬) 천자ㆍ용력(勇力) 천자ㆍ선주(善住) 천자ㆍ지지(持地) 천자ㆍ작광(作光) 천자ㆍ무구(無垢) 천자ㆍ법자재(法自在) 천자ㆍ법당(法幢) 천자ㆍ소행길상(所行吉祥) 천자ㆍ무장애(無障礙) 천자ㆍ대장엄(大莊嚴) 천자와 청정계향(淸淨戒香) 천자며, 연화광명(蓮花光明) 천자 들이었나니,
이와 같은 천자들은 각각 480유순을 변화하여 한량없는 보배 꾸미개를 널리 베풀었고,
그 땅의 네 변두리에는 모두 일곱 겹의 보배 길을 두며,
하나하나의 보배 길마다 모두 다라나무 줄을 지어 세웠으며,
낱낱의 나무 사이에는 금줄을 엇걸어 쳐서 여러 보배 방울을 드리우고, 보배 그물로써 덮었느니라.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연꽃을 만들어 땅에 두루 찼고, 하나하나의 꽃 위마다 7보로써 꾸몄으며,
또 갖가지 훌륭하고 묘한 하늘 향을 살랐고, 시방세계 인간 하늘 가운데에 있는 미묘한 나무는 죄다 그 속에 나타났으며,
또 시방세계 모든 물과 육지들의 뛰어나고 묘한 향과 꽃은 죄다 그 속에 나타났으며,
또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이 각각 본고장에서 한량없는 양식과 넓고 넓게 장식한 복덕과 지혜를 보리도량에 나타내셨나니,
이와 같은 갖가지 일들이 죄다 이 도량 가운데에 나타났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열여섯 천자들은 이러한 신통과 상서로운 형상이며 갖가지 장엄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였으며, 하늘과 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며 마후라가 등은 이 도량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며 저마다 자기의 궁전은 마치 무덤과 같다고 생각하면서 모두가 한량없는 공덕을 칭찬하며 이야기하였느니라.
네 그루의 보리수를 지키는 신이 있었는데,
첫째의 이름은 비류박구(毘留薄瞿)요,
둘째의 이름은 소마나(蘇摩那)요,
셋째의 이름은 오주발지(烏珠鉢底)며,
넷째의 이름은 제주(帝珠)였느니라.
저마다 신통의 힘으로 보리수를 변화하였는데 높고 넓고 엄숙하여 좋았고, 각 길이는 80다라나무이어서 뿌리ㆍ줄기ㆍ가지ㆍ잎과 꽃이며 열매는 무성하고 단정하여 사랑스럽게 장엄하고 견줄 데가 없어 보는 이들은 기뻐하였나니,
제석천의 환희동산[歡喜園]가운데의 파리질다라(波利質多羅)나무와 구비라(拘鞞羅)나무보다 뛰어났었느니라.
보살이 앉아서 보리를 이룬 곳은 곧 삼천대천세계의 중심이며, 이 나무 아래의 땅은 순전히 금강으로써 이루어져서 무너뜨릴 수 없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보리수에 나아가려 할 때 큰 광명을 내쏟아서 그지없고 한량없는 세계를 두루 비추었는지라 지옥 중생들은 모두가 고통을 여의게 되었고,
아귀 중생들은 모두가 배가 부르게 되었고,
축생 중생들은 인자한 마음으로 서로가 향하였고,
모든 감관을 갖추지 못한 중생들은 모두가 완전히 갖추어졌고,
병들어 괴로워하는 중생들은 모두 낫게 되었느니라.
두렵고 무서워하는 중생들은 모두 안락을 얻었고,
옥에 갇힌 중생들은 모두 풀림을 얻었고,
가난한 중생들은 모두 재물과 보배를 얻었고,
번뇌하는 중생들은 모두 해탈을 얻었으며,
배고프고 목마른 중생들은 모두가 음식을 얻었느니라.
아이 밴 중생들은 모두 어려움을 면하고,
파리한 중생들은 모두 살이 쪘으며,
이때는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에 시달리는 중생은 하나도 없었고,
사람과 하늘에서는 죽지도 않고 아이를 배지도 않았으며,
이때의 일체 중생들은 서로가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며 이익 되는 마음을 내어서 아버지와 같고 어머니와 같고 누이와 같고 여동생과 같고 형과 같고 아우와 같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옥의 쓰라린 괴로움들은
온통 모두 쉬어졌으며
축생들은 서로가 잡아먹다가
저마다 인자한 마음 일으켰느니라.
여덟 가지 어려움은 모두 닫혀 막아지고
세 가지 나쁜 길 죄다 비고 고요하며
광명이 비춰진 곳은
모두가 미묘한 즐거움 받았네.
눈과 귀와 코며 혀들의
모든 감관을 갖추지 못한 이는
모두 다 완전히 갖추어졌네.
번뇌에 시달림을 받는 이들은
큰 안락을 얻게 되었고
미치광이는 바른 생각 얻었으며
가난하고 천한 이는 부귀를 얻었으며
병들어 고통한 이는 낫게 되었네.
옥에 갇힌 이는 벗어남을 얻었으며
모두가 성내거나 다툼이 없어서
차츰차츰 인자한 마음을 일으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하였네.
보살의 광명 그물은
시방세계에 두루 찼으며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세계를 널리 비추고
그지없는 국토를 비쳐 덮었네.
철위산과 대철위산과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산들은
죄다 다시는 나타나지 못하고
변하여 하나의 부처 세계 되었네.
여러 가지 보배로 이루어지고
잘 꾸며져서 매우 미묘하며
광명이 비춰서 빛났으므로
온갖 것을 손바닥 보듯 했나니
이와 같은 것들의 모든 장엄은
보살에게 공양하기 위한 것일세.
보리도량을 지키는 신은
열여섯의 천자들인데
면적의 80유순을
갖가지로 잘 꾸며 나타냈었네.
보살의 큰 위력으로써
면적의 80유순에
또한 그지없는 세계를 나타내어
각각 모두 엄숙하고 깨끗이 했네.
하늘과 용이며 8부(部) 신중들
이러한 일들을 보고 나서는
도리어 자기 사는 궁중을 생각하되
무덤 같다는 생각을 내었네.
모두가 기특한 마음을 일으켜
그 공덕을 읊고 찬타하기를
거룩하도다, 복은 생각하기 어려운데
비로소 이런 과보 느꼈다 했네.
몸과 말과 뜻으로만
이러한 장엄을 일으킴이 아니며
본래 서원의 힘 때문에
온갖 것이 모두 이룩되나니
모든 중생들의 업을 따라서
모두 다 만족함을 얻게 되니라.
보리수 지키는 네 신들이
보리수를 잘 꾸몄으므로
제석천의 아주 미묘한 숲인
환희동산보다도 훨씬 뛰어나네.
이 신들이 꾸며 놓은 것
단정하고 매우 사랑할 만하여서
모든 하늘과 사람들은
칭찬하기에 끝이 없었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의 깨끗한 광명이 세계를 널리 비추어 일체 중생들의 번뇌를 없애 버렸나니, 이 광명을 만난 이는 모두 기쁨을 내었느니라.
이 광명이 또 가리용왕(迦利龍王) 궁전을 비추매 때에 그 용왕은 이 광명을 만나자 용들 가운데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과거 세 분의 부처님께서도
다 이미 지혜 광명 순금 빛을 나투었는데
이에 도로 때 없는 광명을 보매
이는 꼭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으리.
그 광명 깨끗하여 일월보다 뛰어나서
반딧불ㆍ촛불ㆍ별과 번갯불도 아니며
또한 범왕 제석과 아수라의
온갖 위광(委光)도 미칠 수 없네.
나는 먼저 착하지 못한 일을 하였기에
살고 있는 궁전은 언제나 어두우며
늘 뜨거운 모래가 내려 몸을 태우는데
생각하면 오랫동안 이 고통을 받았네.
문득 광명 만나매 해가 비춤과 같고
몸과 마음 시원하며 두루 기뻐지는데
억 겁 동안 여러 행을 수행한 이가
이때 틀림없이 보리장에 앉으리.
나와 그대들의 여러 친척 권속들은
의복과 향과 꽃과 아울러 풍악이며
그리고 갖가지 꾸미개로써
세간을 이롭게 한 이에게 공양하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용왕은 그때에 그 권속들과 함께 뛸 듯이 기뻐하면서 사방을 돌아보다가 비로소 보살의 몸의 상호가 으리으리하여 수미산 같고,
범왕과 제석ㆍ사천왕ㆍ용ㆍ신이며 8부들이 죄다 둘러싸 있음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공경 존중하며,
곧 갖가지 향과 꽃과 의복과 영락을 지니고 여러 풍류를 지으면서 보살에게 공양하며 합장하고 몸을 굽혀 게송으로 찬탄하였느니라.
얼굴은 깨끗하며 만월과 같은
세간의 큰 길잡이시여
나는 옛날 부처님들 만났을 적에
상서로운 모양이 다 이러하셨는데
이제 보살은 악마를 부순 뒤에
수행하여 보리를 증득해야 하리다.
일찍이 과거의 겁 동안에
널리 안팎으로 보시
지계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ㆍ지혜와
방편과 크신 자비며
서원의 힘과 희사(喜捨) 등을 닦았나니
이 모든 공덕 때문에
부처님의 도를 이룰 수 있으리다.
모든 우거진 숲이
가지 낮춰 부처님의 나무에 예배하며
천 개의 상서로운 병들이 있어
에워싸며 허공에 있사옵니다.
뭇 새들은 화창한 음성을 내며
날개를 번득이며 다투면서 따르며 쫓고
몸의 빛깔은 순금의 빛인데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옵니다.
나쁜 길에 괴로움 쉬게 하시매
세간은 쾌한 낙을 입었사오니
보살은 이제 삼계에 있어
틀림없이 크신 길잡이가 되오리다.
법왕과 제석천이며
욕계와 색계의 모든 천자가
모두가 미묘한 낙을 버리고
다 와서 공양을 드리나이다.
보살은 이제 세간에 있어
반드시 큰 의왕 되실 것이며
무릇 이가 노닐고 밟으신 곳은
연꽃이 걸음 따라 생기옵니다.
보살은 이제 세간에 있어
반드시 공양을 받을 만한 이오며
길잡이는 도량에 앉으시어서
한량없는 구지(拘胝)의 수의
일체 마군의 무리들을
다 절로 꺾고 항복시켜야 하오리다.
해와 달들은 떨어질 수 있으며
수미산은 무너지고 부서질 수 있지마는
만약 아직도 보리 얻지 못하시면
마침내 옮기거나 움직일 수 없으리다.
원컨대 저와 한 집안 식구들은
이 용의 몸을 버리게 되어
공덕이 저절로 장엄되어서
마땅히 보리좌에 가야 하겠나이다.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자, 그 용왕의 왕비 이름은 금광(金光)인데 한량없는 용녀들이 공경하며 에워싼 가운데 여러 가지 보배 일산과 옷과 영락이며 인간 천상의 미묘한 꽃을 가지고,
다시 보배 그릇에 뭇 이름 있는 향을 담아 가지고는 여러 풍악을 아뢰면서 이 미묘한 게송으로 보살을 찬탄하였느니라.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의
세간의 모든 허물을 끊었으며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신 분인지라
그러므로 저는 이제 예배합니다.
보살은 크신 의왕 되시어
번뇌의 화살을 잘 뽑으리니
중생으로서 아직 조복 못한 이는
마땅히 조복을 하셔야 하오리다.
중생들이 세간에 처해 살면서
늘 번뇌 때문에 덮여 있으니
보살은 마땅히 지혜의 해로
비추어서 없어지게 하셔야 하며
세간에 의지하고 믿을 이 없었더니
이제는 의지하며 믿게 돼야 하오리다.
허공에서는
갖가지 옷과 음식을 비처럼 내리며
여러 하늘과 용과 신들은
모두가 기뻐하는 마음 내누나.
말 재주 있으시는 큰 길잡이시여
원컨대 빨리 도량에 앉으시어
여러 악마를 항복시키어
위없는 도를 이루셔야 하오리다.
옛날의 모든 여래들께서
증득하신 바 보리의 법을
한량없는 겁 동안 닦아 익혀서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함과 같이
원컨대 빨리 도량에 앉으시어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여지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그때에 생각하였다.
‘옛날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어떠한 자리에 앉으셔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셨을까?’
그리고는 곧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은 모두가 깨끗한 풀에 앉아서 정각을 이루었는 줄 알았느니라.
이때 정거천의 천자가 보살의 마음을 알고 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렇고 그러하나이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보리를 증득하려 하시면서 모두 깨끗한 풀에 앉으셨나이다.’
그때에 보살은 다시 생각하였다.
‘누가 나에게 그와 같은 깨끗한 풀을 줄까?’
그러자 때에 석제환인이 그 몸을 변화하여 풀을 베는 사람이 되어 보살의 오른편에서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아니하게 있으면서 풀을 지니고 섰었는데,
그 풀은 검푸른 빛깔에 공작의 꼬리처럼 부드럽고 연하며 사랑스럽기가 마치 가시가 옷[迦尸迦衣]과 같았으며, 오른쪽으로 굽어 돌았고 향기가 자오록하였느니라.
그때 보살은 변화한 사람이 이 미묘한 풀을 가졌음을 보고 점점 그곳으로 가서 천천히 물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저의 이름은 길상(吉詳)입니다.’
그러자 보살은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자신의 길상함을 구하려 하는데, 다시 남에게서 길상함을 얻게 하는구나.
사람의 이름이 길상인데 나의 앞에 섰으니, 나는 이제 틀림없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리라.’
그때 보살은 변화한 사람으로부터 깨끗한 풀을 구하려 하면서 이 말을 낼 때의 범성(梵聲)이야말로 미묘하였나니,
이른바 진실한 음성이며, 맑고 밝은 음성이며, 온화하고 번지르한 음성이며,
흐르는 듯 아름다운 음성이며, 잘 인도하는 음성이며, 더듬거리지 않는 음성이며,
껄끄럽지 않은 음성이며, 깨뜨리지 않는 음성이며, 부드럽고 연한 음성이며,
편안하고 청아한 음성이며, 나눠서 가르는 음성이며,
귀에 즐거운 음성이며, 뜻에 합한 음성이며,
가릉빈가와 같은 음성이며, 명명조(命命鳥)와 같은 음성이며,
성한 우레 같은 음성이며, 바다의 물결과 같은 음성이며, 산이 무너짐과 같은 음성이며,
하늘이 찬탄함과 같은 음성이며, 범천과 같은 음성이며, 코끼리와 같은 음성이며,
아주 빠르지 않은 음성이며, 더디고 느리지 않은 음성이며,
해탈의 음성이며, 집착 없는 음성이며,
이치에 의지한 음성이며, 때에 알맞은 음성이며,
널리 말하는 8천만억 법문의 음성이며,
온순한 모든 부처님 법의 음성이었나니,
보살은 이 아름답고 묘한 음성으로써 변화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여보시오, 그대는 나에게 깨끗한 풀을 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길상이여, 그대는 이제
빨리 깨끗한 풀을 주어야 하리.
나는 마땅히 이 풀에 앉아서
저 악마 군사들을 항복시키고
만약 적멸의 법을 증득하면
위없는 도를 얻겠습니다.
나는 보리(菩提) 때문에
한량없는 겁 동안에
보시와 지계와 정진과 인욕과
선정과 지혜의 힘이며
해탈과 뜻의 즐거움과
복덕과 신통을 수행하였습니다.
모든 행을 반연하여
이제 원만한 과보를 얻었나니
만약 나에게 깨끗한 풀 보시하면
한량없는 복덕을 얻을 것이며
깨끗한 풀을 주심으로 인하여
반드시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길상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쁨을 내며
손으로 깨끗하고 미묘한 풀을 가지고
보살 앞에 서면서
기뻐하는 마음을 지니어
보살에게 말을 하였네.
만약 풀을 주는 일로써
큰 보리를 얻을 수 있다 하면
바라건대 먼저 보리를 주시고
그런 뒤에 깨끗한 풀을 받으십시오.
보살은 길상에게 대답하기를
깨끗한 풀을 주는 것만으로
바로 큰 보리를 얻는 것이 아니고
마땅히 한량없는 덕을 닦아서
부처님들 수기를 받아야 합니다.
길상이여, 그대는 알아야 하리.
보리는 망령되이 줄 수 없나니
보리를 망령되이 줄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보리를 가져다
일체 중생에게 주어야겠소.
길상이여, 그대는 알아야 하리.
나는 보리를 증득한 뒤에
모든 세간에 분포할 테니
그대는 마땅히 나의 곳에서
단 이슬 법을 듣고 받아야 하오.
보살은 깨끗한 풀을 받고서
보리의 도량에 나아가는데
발을 올리며 가려 할 때에
그 땅은 크게 진동하였네.
모든 하늘과 용과 신들이
모두 다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공경하고 합장하며 말을 하기를
보살께서는 이제야말로
반드시 여러 악마 항복시키고
틀림없이 단 이슬의 법을 얻어서
위없는 도를 증득하시리.”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보리장을 행할 때 한량없는 보살과 여러 하늘들은 각각 보리수를 장식하였는데,
그 보리수는 8만 4천이나 있었으며, 하나하나에서 모두 보살이 그 나무 아래 앉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얻기를 원하였느니라.
그 보리수는 어떤 것은 높이 드러나고 특별히 뛰어나서 백천 유순이나 되며 순전히 꽃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어떤 보리수는 높이 드러나고 특별히 뛰어나서 2억 유순이나 되며 순전히 향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어떤 보리수는 높이 드러나고 특별히 뛰어나서 백천 유순이나 되며 순전히 전단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어떤 보리수는 높이 드러나고 특별히 뛰어나서 억 유순이나 되며 순전히 화려한 비단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어떤 보리수는 숲이 드러나고 특별히 뛰어나서 10억 유순이나 되며 순전히 구슬 보배로 이루어지기도 하였으며,
어떤 보리수는 높이 드러나고 특별히 뛰어나서 백억 유순이나 되며 순전히 7보로써 이루어지기도 하였느니라.
이러한 8만 4천의 보리수는 하나하나의 나무 아래 저마다 빛깔의 종류를 따라 사자자리를 깔았는데,
어떤 사자자리는 꽃으로 장엄하기도 하였고,
어떤 사자자리는 향으로 장엄하기도 하였고,
어떤 사자자리는 전단으로 장엄하기도 하였고,
어떤 사자자리는 구슬 보배로써 장엄하기도 하였으며,
어떤 사자자리는 여러 보배로써 장엄하기도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보살은 시현(示現)으로 풀을 가져다 두루 깔되,
마치 사자왕처럼 세력을 두루 갖추고 힘써 나아감이 굳건하여 모든 허물이 없으며,
높고 왕성함이 자재하고 지혜롭게 깨달아서 큰 이름이 있으며,
여러 악마를 항복하고 모든 외도들을 꺾었나니,
이와 같은 갖가지 공덕을 완전히 갖추고 보리를 증득하려 하면서 얼굴을 동쪽으로 향하며 깨끗한 풀 위에 가부하고 앉아 단정한 몸으로 생각을 발우어 큰 서원을 세우며 말하였느니라.
내가 이제 만약
위없는 큰 보리를 증득하지 못하면
차라리 이 몸을 부숴버릴지언정
마침내 이 자리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그때 보살은 보리좌에 올라가서 바로 방광신통유희대엄(方廣神通遊戲大嚴)의 선정을 증득하였나니,
이 정을 얻은 뒤에 몸을 나투어 각각 저 사자자리에 앉고 하나하나의 몸마다 여러 미묘한 상호를 갖추며 장엄하였으므로,
그 밖의 보살과 여러 하늘들은 저마다 다 말하였다.
‘보살이 혼자서 그 자리들에 앉으셨을까?’
또 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지옥과 아귀ㆍ축생ㆍ염라왕(閻羅王)의 세계며, 모든 사람과 하늘들에게 모두 보살이 보리좌에 앉았음을 볼 수 있게 하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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