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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본행경 제4권
20. 현대신변품(現大神變品)
제석천왕과 모든 하늘들이
이미 강한 원수의 아수라를 이겨
이름과 세력이 멀리 드날리고
시안상(施安床)에 앉자 기쁜 마음 끝이 없네.
미묘한 법의 감로 신약으로써
천상과 인간이 스스로 배부르게 먹어
마치 제석천왕 시안상에 앉듯
바라문이 부처님 편히 앉음을 봄도 이러하였네.
마음이 기쁘지 않으면 휴식을 얻지 못하고
질투를 내므로 번민이 더하나니
숲 사이에 서로 모여서
널리 의논하되 부처님을 논란하기를
“이 사람은 어찌해 홀로 세상에 나타나
우리들보다 뛰어나 명예가 높은가.
세상 사람들을 삿된 길에 들게 해
바라문법을 보고도 업신여기게 하네.
만약 그의 덕망이 오래도록 더하면
우리들의 이름은 멸망하고 말리라.
우리들 이름이 멸망한다면
어떻게 해서 안락하게 공양을 받으랴.
그러니 힘써 연구하고 생각하자.
석가의 아들은 홀로 공경과 공양을 받거니
만약 그것을 돌이켜 밀어 버린다면
그는 반드시 공양과 명예를 잃으리라.”
제각기 부처님 허물을 찾으려 했으나
도리어 소리를 내어 그 용모를 찬탄하고
또 그 말이 청정함을 칭찬하며
다시 그 상호(相好)를 찬탄하기도 하였네.
이렇게 말하면서 치고받음이 같지 않아
도리어 부처님 공덕을 드날리었네.
그 가운데 큰 바라문이 대중들에게 이르되
“내 말의 이치를 들어라. 처음 날 때에
오른쪽 옆구리로 났으되 그 모친은
길이 상처도 괴로움도 없었으며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며
미묘한 하늘의 악기가 저절로 소리 나며
허공에서 자연히 모든 하늘 꽃과
금가루 은가루 온갖 전단 가루를 내렸다네.
그때 햇빛도 보통보다 배나 더하고
꽃이 내리되 채단 장막을 두른 듯하였네.
모든 하늘들은 보배 종과 금북을 치고
경사로운 구름이 기름진 비를 드리웠고
해ㆍ달과 등빛은 모두 정기로운 빛을 잃고
온 세상이 기뻐 믿고 의지함을 얻은 듯하였네.
묘한 숲 사이에서 태어나자
오른편 옆구리로 날 적에 마치 해가 구름에서 솟아
아직 온 세상에 퍼지지 못한 그런 때
제석천왕이 몸을 굽히고 공손히 받았다네.
태자가 탄생할 때 이렇게 기이한 상서가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나타났으며
하늘과 땅이 감동하고 증명하였고
이로부터 온 세상이 그 이름을 보호하였네.
젊어서 부지런히 해탈을 구하고
세상 번뇌의 더러움과 뱀과 이무기의 독해를 건지시려고
바로 전륜성왕의 자리에 앉을 것이나
즐거움을 버리고 부지런히 멸도를 구하였네.
젊고 아름다운 유혹에 미혹하지 않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걱정해 그 뜻을 삭히고
집을 버리고 숲에 들어가 마음을 쉬고 청정행을 닦았으니
명칭의 아름다움 이에 지남이 없다네.
그 제자들도 어질고 착하여 잘 조련되었으니
이런 까닭에 세상의 공경과 공양을 얻는다네.
가섭과 목련이며 사리불 등
이들도 굽혔거니 그 밖에야 감히 쫓지 않으랴.
세 왕도 아름다운 이름의 왕위를 버리고
사문이 되어 위의가 미묘하며
그 나머지 수없이 착하고 어질고 귀한 사람들이
석가 태자에게 귀의하여 교화를 받는다네.
부처님께서는 세간의 즐겨 맞음을 얻나니
제자나 자기가 들음으로써
방편을 베풀어 빨리 감응하여
나쁜 병마도 없애기를 생각했네.
속절없이 지금 우리들은 아직 허물이 드러나지 않아
사람들이 아직 머리를 틀어 인 것을 깨닫지 못하고
또한 아직도 몸에 재를 바르고
발가숭이의 이런 예절을 웃지 않는다네.
두드러진 이는 이길 수 없으며
그 변재의 입으로 여러 가지 말을 하나
교묘한 방편과 정진과 두려움 없는 데 이르렀네.
풍추(豊秋)와 현선(賢善)과
가섭들은
그 성질이 질박하고 곧으며
‘자세히 살핀다[審諦]’라고 이름했네.
몸은 미끈하면서 우뚝해 외경스럽고
학문에 총명하여 밝게 깨달음이 스승을 능가하여서
세상 지식인을 마치 잡초같이 본다네.
또 자신 있게 항상 적을 구하되
말로 대중을 상대하면 취한 사람과 같나니
석가부류를 만나거든 다 땅에 굴복시켜
스스로 코끼리가 사나운 사자보다 뛰어나듯 하네.
내 오직 한 가지 일로 꼭 이길 수 있으리니
꼭 이것으로 태자를 항복시키리라.
만약 그때에 반드시 태자를 이긴다면
명예가 높아지고 또 이양(利養)이 더하리라.
오직 부처에게 청하여 신통을 나타내게 한다면
태자는 천성이 구함이 적고 부끄러워하기 좋아하므로
매양 제자들에게 신통을 나타내지 못하게 하였나니
만약 신통을 나타내지 않으면 우리들에게 지게 되리라.”
이 말을 듣고 모두 기뻐 다시 서로 칭찬하고
각기 흩어져 자기 토굴로 돌아갔네.
그날 밤에 마왕은 모든 외도들에게 찾아가
위신력으로 그 마음을 기쁘게 하고자
낱낱이 그 토굴마다 찾아가
스스로 모습을 변하여 제자와 같이
스스로 그 몸을 불란(不蘭)가섭 발아래 굽혔네.
“나는 참으로 성사(聖師)의 제자입니다.”
다시 다섯 사람 처소에 갔으며
두루 돌아다니며 여섯 사람을 속이고
그 신통으로써 그들을 놀라게 하였네.
바라문들은 크게 기뻐 반드시 이기리라 하고
그들은 각각 일찍 일어났네.
큰 무리를 지어 왕궁 문 앞에 가서
신하를 통하여 왕을 만나려 하였네.
각기 뜻을 말해 왕에게 알리되
“이 모든 큰 바라문들은
오래도록 공부하여 지혜로운 노덕(老德)인데
지금 문밖에 와서 대왕을 뵈려 하니
마치 천선(天仙)들이 제석천왕 문 앞에 나온 듯합니다.”
왕은 말하기를 “내가 듣기에 이 바라문들은
부처님과 다투어 제 공덕을 나타내며
부처님의 좋은 덕과 상호를 미워하기를
마치 아수라가 달의 밝음을 시기함과 같도다.”
신하는 대답하되 “이들 무리는
긴 소리로 메아리치며 적을 구해 싸우듯 하니
마치 곰과 황소와 범과 코끼리 같고
사자가 깊은 골짜기를 막음과 같습니다.”
왕은 바라문들과 만나기를 허락하고
자리에 앉아 손님의 예절로 공경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겸손하게 말하였네.
“여러 스승들은 무슨 일로 수고로이 찾으시오?”
바라문들은 각기 오른손을 들고
동시에 소리를 내어 왕에게 아뢰네.
“지혜가 통달한 사람이 왕을 찾음은
천선(天仙)들이 범천왕(梵天王)을 뵈옴과 같소.
범천왕이 왕을 세움은 오직 한 가지 법으로써
세간에서 인사를 증명함이니
오직 옳은 법 그른 법을 헤아림이오.
왕위에 있음은 저울대와 자와 같나니
예부터 일찍 듣고 보지 못하였습니까.
윗대 세상에서도 오히려 그렇지 않았습니까.
모든 바라문의 온갖 착한 공덕을 보면
왕의 나라에서 공양의 복을 받을 만하오.
원컨대 그 뜻으로 온 뜻을 허락하십시오.
이제 적은 소원을 다해 아뢰노니
지금 여기서 구담(瞿曇) 사문과
함께 왕의 앞에서 신통을 겨루고자 합니다.
몸소 크게 지혜로운 사람을 보십시오.
큰 신통으로 공덕이 뛰어남이 있는가를.
그런 뒤에 자세히 깨달아 알고
그 훌륭한 이를 청하여 왕의 스승을 삼으십시오.”
왕은 한참 만에 여러 바라문들에게 일렀네.
“현명하다면 다투는 것은 이치가 불안하니
쇠는 처음부터 쇠와 다툼이 아니거늘
이런 까닭에 다투지 않음이 현명하도다.”
그러나 바라문들은 거듭 말하였네.
“원컨대 왕은 우리들의 하는 것을 허락하고
다시 가는 길을 열거나 막으려 말라.
이미 착한 법에서 부지런히 생각했거니
옛 궁전과 살던 집을 버리고
다시 바라문의 먼저 스승도 버리고
당돌하게 구담의 법에 돌아가니
마치 바닷물이 마갈어 입에 들어가듯
이런 이치를 말하면 헤아릴 수 없노라.”
여러 가지 말로서 왕을 위협하므로
왕은 한 번 좌우 곁의 신하를 돌아보고
곧 이 일을 이사달(梨師達)에게 부탁하자
이사달은 겸손한 말로 일렀네.
“지금 한 가지만 말씀하리니 각기 잘 들으십시오.
그대는 좋은 뜻으로 부스럼을 문지르고
부드러운 대 가지로 병의 근원을 다하려 하듯
사자와 호랑이 독 해로운 뱀과 이무기
그 잠자는 것 만나거든 지혜로운 이는 깨우지 않나니
부처님께서는 지금 선정에 들어 계시니
그대들은 일없이 깨우지 마십시오.
마치 까마귀 까치가 금시조와 다투고
소 발자국 물로 바닷물과 겨루며
반딧불로 햇빛에 비기며
농가의 잿더미로 수미산과 견주며
해와 더불어 힘써 광명을 다투듯
또 달과 더불어 그 둥글음을 비김입니다.
또 제석천왕과 함께 서로 비추려 하고
범천왕에게 신통을 나타내어 보임 같고
하천한 무리와 아귀들이 와서
여러 높은 분과 신통을 겨누고자 하듯
그대들이 부처님을 청함도 그러합니다.
어찌 지혜로 통달한 이가 이것을 믿겠습니까.
그대들은 지금 모든 제자들과 함께
스스로 자신들을 석가 태자로부터 잘 지키십시오.
마치 마갈어가 오래 잠잘 때에 깨우는 말 하여
일어나 나를 삼키리라고 해서는 안 되듯이.”
그때 왕은 바라문들의 아룀을 들어
왕의 앞에서 7일 뒤에 기약하기로 했네.
곧 조용히 나와 부처님 처소로 가서
부처님께 이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네.
“나는 세존의 법을 마침내 싫어함이 없고
세존의 미묘한 바른 법을 들어 받으며
모든 착한 뜻을 탐내어 끊임이 없고
이제 자세히 세존의 덕이 훌륭함을 생각하노니
세존은 무수한 겁 동안 행을 쌓아 강물과 같고
금세의 공덕은 가득히 차 바다 같으며
마치 낮과 밤에 큰 비가 내려
새로운 물이 바다에 들어 차 넘침과 같습니다.
불ㆍ세존께서는 한량없는 큰 바다라
바라문들이 가득 차 흘러넘침을 보고
문득 손으로 퍼서 버리면서
큰 바닷물을 퍼 버리고 말리려 합니다.
바라문들은 기수 동산에 모여서
7일 뒤에 신통력을 겨루려 하므로
이들과 제가 이미 맹세를 짓고
물려 보낸 뒤 잊지 않고 세존께 아룁니다.
미련한 뜻의 실수로 허물의 무거움이 산 같습니다.”
왕의 몸은 희고 미끈하게 큰 데
두려워하며 부처님 위덕을 세세히 찬탄하였네.
부처님 제자 목건련이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여쭈되
“부처님께서는 하늘 가운데 하늘이요, 모든 성인의 스승이시니
원컨대 이 일을 허락하시와
이 외도들을 꺾으시옵소서.
마치 금시조가 바다 용을 대하듯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범천의 소리로 이르시되
“이들이 나에게 청하니 내 가서 응해 주리라.”
왕은 부처님 허락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소리 내어 이렇게 외쳤네.
“땅 위에 모든 인간과 또 허공 가운데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 등은 내 말을 들으라.
갖가지로 이리 저리 꼭 서로 전하되
천상ㆍ인간이나 큰 산 큰 바다들도
서로 청하여 모여 와 명예로운 대덕을 구경하라.
반드시 의심치 말고 온 세상의 모임에 오라.”
이렇게 이 모임의 7일이 되자
기수 동산 사이에 상서가 나타나서
온갖 향물로 목욕하고 씻은 듯
몇 가지 빛의 꽃이 두루 땅에 깔리고
볼 만한 것이 공중에 나타났으니
모든 천왕이 여러 천녀를 거느리고
온갖 보배 나무가 공중에 나타나고
여러 가지 보배 번당(幡幢)이 혀로 허공을 핥듯 했네.
일산과 총채와 구슬이며 온갖 향을 드리우고
모든 하늘 사람은 영락과 꽃다발을 장엄하였으며
온갖 보배가 무더기로 쌓여 곳곳에 나타났으며
모든 하늘의 유명한 보배가 허공을 메워
천상과 세간이 기뻐 뛰놀지 않음이 없어
모임에 와서 신통 나타냄을 보고자 했네.
모든 하늘과 인간의 모임은 마치 큰 바다 같고
마치 가을 물이 바다로 흘러감과 같았네.
그때 한 천자가 있으니 이름을 칭령(稱令)이라 불렀네.
모두들 널리 기쁜 마음으로 빼곡히 모였음을 보고
천상에서 내려와 부처님 발에 절하고
공경한 마음으로 아뢰네.
“제가 이제 특히 다른 이와 달리
부지런히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리라.
만약 먼저 착함을 베푸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맞아 착한 과보를 더하리이다.
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를 세간에 더하여
차례대로 중생들이 믿고 의지함을 삼나니
지금 관찰하건대 부처님께서는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라
세상에 나오심은 홀로 나를 위한 까닭이어라.
스스로 생각하건대 제 형은 큰 나라의 왕으로
자기의 몸은 전세에 선과 악을 행하였기에
이로 인연해 다시 큰 괴로움을 지나며
천상에서 지옥에 떨어졌습니다.
나의 두 팔을 베어 발등에 이르게 하고
두 다리를 잘라 무릎에 이르도록
마치 백정이 양을 잡는 법으로써
나의 지절을 끊어 각각 흘러 버렸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와서 저의 스승이 되었기에
부처님으로 인연해 다시 목숨을 받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하므로
드디어 아나함과를 증득하였습니다.
저 홀로 하나만이 능히 외도보다 나아서
신통력으로써 외도들을 눌러 엎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몸소 그 제자를 찬탄하여
일체 지혜로써 미리 아시었거니
이제 마땅히 섬겨 적은 노고를 더함은
뒷세상을 생각하는 일이어서
바라문이 뒤에 이 말을 들으면
감히 다시 신통력으로 겨루지 않으리이다.”
그리고 신통력으로 문득 허공에 날아올라
잠깐 사이에 설산(雪山) 속에 이르러
깊은 골짜기에 좋은 나무를 보자
하늘의 향과 온갖 보배로 장엄함이 매우 미묘한지라
그 큰 나무를 빼어 두루 유연(由延)을 주름잡고
손으로 공경히 받드니 마치 보배 일산 같았네.
그때 부처님 보배 자리 옆에서
모든 하늘 사람들은 온갖 하늘의 비단으로
보배 나무를 장식하자 매우 어여뻤으며
문득 한량없이 광명이 솟아나
마치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확 퍼지듯
붉은 금빛과 백은 빛으로
그 빛은 빛나고 빛나 널리 세간을 비추었네.
자연히 연꽃이 땅속에서 솟아나니
천 잎 연꽃은 하늘의 온갖 보배로 이루어져
묘하고 검푸른 유리로 꽃줄기가 되고
상아로 된 높은 자리가 연꽃 위에 있는데
하늘의 금빛 대(臺)로 밝은 구슬의 그물을 덮었네.
부처님을 위해 시주(施主)하니 매우 묘하여 비길 데 없는데
부처님께서는 조용히 걸어 하늘의 보배 자리에 앉으셨네.
꽃 위에 계시니 범천왕과 같이
부처님 몸의 광명은 배나 더하여
해와 달 밝은 구슬도 비길 수 없는데
팔에서 빛을 놓아 세간을 비추었네.
일체 지혜의 등불이 밝게 세상에 빛나니
마치 연꽃이 더러운 물이 묻지 않듯
중생들은 부처님을 우러러 에워싸고
꿀벌이 꽃에 모여 단 물을 먹듯 하였네.
자세히 부처님 얼굴을 봐도 싫증남이 없었네.
사람을 보내어 외도의 여러 스승들을 청하자
생각이 의심되어 모임에 오려 하지 않으므로
부처님께서는 천상과 인간들에게 말씀하셨네.
“이들은 이 모임에 오지 않는도다.”
그리고 일체 성지의 신통으로써
중생을 제도할 인연을 다하려 하였네.
곧 부처님 눈으로 시방을 관찰하여
나고 죽는 괴로움에서 널리 중생을 건지려 하자
땅이 곧 갈라져 지옥의 괴로움 다 나타나
큰 입을 벌리고 세간을 삼킬 듯하였네.
중생들은 공포로 벌벌 떨면서
배를 탄 나그네가 마갈(摩竭)의 입을 만난 듯하였네.
부처님께서는 목건련을 불러 이르셔
모든 지옥의 중생들에게 명령하셨네.
“이 아픔이 이렇고 괴로움이 이렇거니
이는 죄악을 범하여 지옥에 떨어짐이다.”
목건련은 허공에 올라 큰 소리로 외치며
두루 18지옥의 그 죄악을 말하자
그 중생들은 각기 본래 지은 죄를 알고
“내가 여기 떨어졌다, 내가 여기 났다”고 하였네.
일체 중생은 마음이 다 부처님을 향하였고
밖에 의지할 데 없어 삼존(三尊)에만 귀의했네.
중생들 마음은 하나로 뭉쳐 움쩍 않고
얽매임 풀려고 변화를 보이셨네.
그러자 부처님 보배 자리 네 귀마다
네 부처님이 나타나 보배 연꽃에 앉았고
이렇게 굴러 변하여 수없는 모든 부처님이
보배 연꽃에 앉아 허공에 가득 찼네.
모든 부처님 광명이 시방을 비추되
혹 몸에서 물을 내어 구름 속의 비와 같고
혹은 다시 변하여 물과 불을 함께 내며
허공중에 가득하도록 나타남이 이러하였네.
부처님께서는 이런 신통을 나타내어
28무결애천(無結愛天)에 이르니
모든 부처님이 삼천세계에 가득 차서
중생들은 멀고 가까운 데서 부처님이 계시는 곳을 보았네.
모든 부처님께서는 연꽃 위에 앉았는데
광명과 신통의 덕 일체가 구족하여
공덕이 드높아 마치 보배산같이
네 가지로 장식해 빛이 세상을 비추었네.
범천왕이 꽃 가운데서 나올 때처럼
연꽃 위에 앉은 위의가 원만하였네.
오직 부처님만이 마군을 항복 받고
연꽃 위에 앉으니 덕이 범천왕보다 뛰어났네.
일체 중생들은 이리저리 서로서로 이르되
“겁(劫)의 수를 몇몇 겁에서 백천만억
한량없는 겁을 지나며 쌓은 공덕의
일체 지혜의 보장(寶藏)이 오늘에 나타나시네.”
마치 지난 옛날 겁이 시작할 때
4생(生) 중생들이 범천왕의 입에서 나오듯
부처님이 이제 옛 범천왕처럼 나투어
부처님 입에서 한량없는 부처를 내네.
예부터 중생들이 생각하기를
이 세계는 오직 한 부처님만 있어
부처님 광명으로 길이 모든 착함을 기르나니
한량없는 부처님이 세상의 의지가 되었네.
부처님의 큰 등불이 세간에서 켜져서
광명을 삼계 중생에게 두루 비추니
세간에는 다시 어리석고 어둠이 없으며
일체 지혜의 밝음으로 어리석음을 없앴네.
검푸른 빛의 광명이 나 허공에 빛나고
천 잎 보배 연꽃 위에 앉았으니
부처님 복보(福報)를 나타내어 세계에 가득하여
마치 큰 바다에 7보(寶)가 가득함 같네.
부처님께서 무리들 모임에 나타나시니 모두 착한 마음을 내고
곧 깊고 그윽하며 부드럽고 청정한
범천의 슬픈 난새[鸞鳥] 소리 등 갖가지 소리로
널리 중생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설하셨네.
“이렇게 삼계는 항상함이 없고 굳음이 없으며
무아요 괴로움이요 공이니 열반은 무위(無爲)여서 편안하다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깊고 요긴한 법을 말씀하자
그 소리는 두루 흘러 삼천세계에 들렸네.
수억의 중생들이 큰 도의 뜻을 내었고
또 수없는 사람이 연각승(緣覺乘)을 내었으며
또 수억의 중생들이 도의 자취를 얻었고
모든 외도들은 외도의 사견(邪見)을 버렸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곧 다시 신통을 거두고
중생들 앞에서 번쩍 천상으로 올라가
도리천궁에서 모친을 위해 법을 설하시며
모든 천상 인간에게 감로(甘露)약을 먹였네.
부처님께서는 모든 바라문을 이겨서
신통 변화와 위덕 상호로
일체 중생의 소원을 충만시키고
널리 깨끗한 감로 법약을 베푸셨네.
“너희들이 여기 있으므로 큰 신통을 나타냄이니라.”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을 교화하시니
모든 하늘의 신장(神將)들이 부처님을 보고
부처님의 은덕을 생각해 세간을 옹호하였네.
이것을 들은 사람도 공덕이 더하여
이것을 인연해 부처님 복밭에 착한 씨앗을 심고
나고 죽음의 고뇌를 벗어나
열반의 안락한 성에 들어가게 하셨네.1)
1)
고려대장경에는 없으나 명나라 장경에는 ‘전법륜품(轉法輪品)’이 추가되어 있다.
전법륜품(轉法輪品)
소원이 성취되어 크게 기쁘므로
보리수(菩提樹) 아래에
앉아서 나무를 보기 7일 동안
먹지 않아도 기쁨으로 가득하였네.
마치 왕이 처음 국사를 맡으면
묘한 보배 창고를 순행하듯
부처님의 묘한 창고도 그러하여
먼저 모든 법을 보고 살폈다네.
부처님 눈으로 널리 봄으로써
세간을 다 보아 아시며
세간은 사도(邪道)에 들어가
여섯 스승들의 미혹한 말을 행함을 깨달았네.
법은 미묘하여 알기가 어려우며
어리석은 이도 열반을 깨달았네.
제일 뛰어난 이치를 깨달으시고도
묵연히 앉아 고요하고자 하셨네.
가장 신묘한 범천왕이
방편으로 치우침이 없음을 보고
부처님의 선세(先世)의 맹세를 아는지라
마음 내어 내려오고자 하였네.
잘 세간을 이익하게 하고자
묘한 말로서 법비[法雨]를 청하러
모단[㲲]을 입음이 해와 같이 밝아
빛나면서 세간으로 내려왔다네.
부처님 앞에 찾아와서
공경히 부처님 발에 절하고
부처님 곁에 있자 매우 밝아
바람이 금나무를 부는 듯하였네.
자비의 눈으로 보니 싫증나지 않아
공경함을 다하여 부처님께 아뢰네.
“원컨대 과감(果敢)한 서원을 생각하시어
감로의 법을 세상에 베푸옵소서.
세상 사람은 연꽃이 미묘함을 좋아하되
혹 물과 가지런히 피어나 혹은 물위에 솟듯이
중생들은 부처의 해가 나오길 흠앙하여
해를 쐬고 마음을 열기를 마치 못 속의 꽃과 같습니다.
부처님을 내어놓고 누가 능히
생사 지옥에서 중생들을 건지리까?
마치 지난 옛날 전륜성왕이
열 가지 선행으로 중생의 괴로움을 건지듯 하소서.
이미 지혜의 바다를 건너
가장 신기롭고 좋은 감로 법약으로
중생의 병든 괴로움을 낫게 하고
마땅히 은혜롭게 감로약을 나누시어
세존께서 온갖 괴로움의 바다를 건지시되
법의 배로 일체 중생을 건지시기를 바랍니다.
마치 상인들이 바다에 잠기고 빠진 것을
교묘한 뱃사공이 방편으로 건지듯 하소서.
번뇌의 병이 매우 중하고 나빠서
중생들이 오래 근심하나 어진 의사를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가장 으뜸인 의왕(醫王)이 세상에 나셨거니
이제 법의 좋은 약을 베풀어 주소서.
생각의 연기가 구름같이 덮어씌움이 매우 두텁고
모든 천상과 인간이 음화(婬火)로 사납게 불타거니
세존께선 이미 배부르시니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어
법의 물로 일체를 충만케 하소서.
능히 모든 어리석고 어두운 것을 멸하여
마음의 밝은 지혜는 큰 등불과 같으시니
어리석고 어두운 세간의 눈들을
법의 등불로써 밝히소서.
세존께서는 이미 먼저 부처의 가르침을 얻어 마셔서
말씀의 강물이 마치 옛적 선인 같거니
원컨대 묘한 입으로 자애로이
청정한 말을 항하수와 같이 베푸소서.
아만(我慢)의 산이 험하고 높으니
지혜의 금강저(金剛杵)로 남음 없이 쳐부수듯
원컨대 이 법의 지혜 금강저로
중생들의 아만의 산을 쳐부수소서.
심성(心性)이 시끄러움을 잘 조복하셨거니
잘 살피시어 지혜의 밧줄로 얽으시듯
원컨대 청정하게 다스린 뜻의
지혜롭고 굳은 밧줄로 세간을 얽으소서.
자비롭고 어진 주인이여, 자비로운 마음을 베푸소서.
중생이 오래도록 삿된 길에 떨어졌거늘
세간의 도사(導師)께서 이제 나셨으니
원컨대 세간의 생사 광야(曠野)를 인도하소서.
가섭불(迦葉佛) 이래로 세상이 다 혼미하여
번뇌의 긴긴밤에 빠지고 미혹하거늘
오직 세존께서 꼭 바른 법의
큰 쇠북을 쳐서 오랜 잠을 깨우소서.”
세간의 높으신 이 범천왕의 청을 받으시고
미묘하고 청정한 소리로 법을 펴려 하시니
범천왕이 반겨 듣고 크게 기뻐서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문득 하늘로 올라갔네.
이래서 온갖 선(善)의 제일가는 법의 그릇이라
이름을 세간의 공덕의 복전(福田)이라 하니
부처님께서는 널리 중생들의 베풂을 받는지라
사천왕이 내려와 네 개의 발우를 바쳤네.
부처님께서는 곧 신통력으로
왼손으로 받아 합쳐 한 그릇을 만드셨네.
두 상인이 공양을 베풀고
처음으로 5계 받고 청신사(淸信士)가 되었네.
이로 인연해 뜻을 내어 법을 설하려
부처님 눈으로 건질 사람을 살피니
아사타 선인도 죽은 지 7일이 되었고
울타라(鬱陀羅)도 지난밤에 목숨이 다하였네.
그래서 시자(侍者) 다섯 사람을 생각하시고
이들의 기나긴 어둠을 제해 주려고
바라나(波羅奈) 큰 성으로 나아가시되
위의가 조용하여 마치 사자의 걸음과 같았네.
할 것을 이미 다하였으므로 상호가 매우 뛰어나
비록 홀로 가지만 온갖 덕이 시종(侍從)이 되었네.
니건(尼犍)이란 한 달사(達士)가 있어
길에서 만나자 마음으로 놀랐으니
상호와 꿈을 점쳐 길흉을 아는지라
여덟 가지 세전(世典)에 이름을 날리었나니
부처님 덕상을 보고 자세히 살핀 뒤
겸손하고 공경스레 부처님께 아뢰었네.
“모든 물듦 가운데 물듦이 없으시고
모든 뿌리가 움직여도 고요히 움직임 없소.
얼굴상을 보자 마음에 의심하기를
지혜롭고 명달함이 없을까 했으나
자세 얼굴상을 보니 맑게 사무치고 밝고 좋소.
모든 5관을 길들여 하는 일이 자재하고
위용을 살피건대 할 것을 다하였으니
스승은 누구시오? 진실하게 일러주시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청정한 목소리로
“천상과 세간에는 나의 스승이 없고
나는 스승이 없이 나 혼자 깨달았네.
나는 부처의 열반을 증득하였거니 너는 알아 두라.
스스로 일컬어 부처라 하고 이미 널리 삿됨을 이겼으니
이렇게 니건아, 깨달을 것을 이미 깨달았으며
일체 이길 것을 모두 이겼다네.
이렇게 이긴 까닭에 일체 지혜를 성취하였으며
이제 비로소 바라나성으로 나아가나니
나는 거기서 큰 법의 북을 울려
세상 고뇌를 멸하는 착한 법을 세우리라.
널리 모여서 법의 윗손[上賓]으로 청하거늘
홀로 자기 몸만 편함은 기특함이 아니로다.
남을 건지려 한 몸을 괴롭게 하는 이와
널리 중생들의 착함 구하는 이가 되면
그 사람의 공덕은 헤아리지 못하리라.
만약 한 몸으로써 저쪽에 건너가
다시 사람이 물에 뜸을 보고
자비심을 내어 그 사람을 건지지 않으면
이런 것을 도사(道士)라 일컫지 못하리라.
만약 복장(伏藏)의 진기한 보배를 얻고
가난을 구제치 않으면 옳지 않거니
손에 좋은 약을 가졌으면서 병자를 보고
병을 고쳐 주지 않으면 그 약이 무엇에 이로우랴.
만약 어리석은 사람이 길 잃어 헤매는 걸 보고
바른 길을 가리키지 않으면 큰 도(道)라 할 수 없나니
또 어떤 사람이 뱀에 물린 것을 보고
주력(呪力)으로써 그 사람을 낫게 하지 않겠는가.
만약 스스로 등불을 가졌으면 모든 데 비춰 밝힐 것이지
두고 이를 베풀지 않을 수 없도다.
부처님은 자비로 일체를 교화하고
사람을 위해 설법하되 거만하지 않노라.
나무 가운데 반드시 불이 있음을 살피고
공중에 바람이 있고 땅속에 물이 있듯이
이렇게 모든 부처는 반드시 거룩한 도가 있거니
보리수 아래서 얻고 바라나성에서 말하리라.”
매우 묘하고 비길 데 없음을 찬탄하고
니건은 찬탄한 뒤에 길을 따라갔었네.
마음에 기뻐서 자주자주 돌아보며
사랑의 눈으로 부처님을 보기 만족할 줄 몰랐네.
부처님께서는 길을 따라 바라나에 이르자
녹야원(鹿野園)엔 나는 새도 춤추고
광명이 찬란하게 세상을 비춤이
마치 햇볕이 어두운 동산에 들어가듯
억보(億寶)와 의호(意好), 셋째 변방(邊方)과
넷째 마씨(馬氏), 다섯째 현거(賢居)
그때 다섯 사람은 멀리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다시 함께 의논해 서로 일렀네.
“의리를 즐기는 구담(瞿曇) 태자가 오는구나.
본래의 뜻에서 물러나고 도술에 패배하였으니
일어나 영접하거나 예로 대하지 말자.
본래 서원이 깨어졌으니 공경할 것이 없네.”
이렇게 다짐하고 급히 앉아 일어나지 않자
말이 끝나는 순간 부처님께서 이르셨네.
깜빡 그 다짐함도 어기고
마치 땅 귀신이 잡아 일으키듯 일어나 맞았네.
혹은 영접해 옷을 받기도 하고
또 발우를 받고 자리를 깔며
이러한 모습으로 공경히 부처님을 받들되
오히려 능히 세속의 농담도 버렸네.
부처님께서 이르셨네.
“도사(道士)의 예의도 아니요
부처님 앞의 예의도 아니니
거만함이 없이 공손하고 엄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