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행찬 제4권
20. 수기환정사품(受衹桓精舍品)
세존께서 교화하기 시작하시어
가유라위(迦維羅衛) 많은 사람을
인연 따라 제도해 마치시고
대중과 함께 길을 떠나셨네.
먼저 교살라국(憍薩羅國)으로 가서
바사닉왕(波斯匿王)에게 나아갔나니
기환(衹桓)은 이미 잘 꾸며져 있었고
집은 두루 갖추어져 있었네.
흐르는 샘물은 쏟아져 흐르고
꽃과 열매 모두 우거졌으며
물과 육지의 온갖 희귀한 새들은
끼리끼리 서로 어울려 울어대니
그 아름다움 세상에 비할 데 없어
마치 계라산(稽羅山)의 궁전 같았네.
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가
권속들 데리고 길 찾아서 마중 나올 때
꽃을 뿌리고 좋은 향 사르며
받들어 청하여 기원으로 들어갔네.
손에는 용(龍) 모양의 황금병 들고
몸소 꿇어앉아 길게 물을 쏟으며
시방에 계신 스님들에게
기환정사(衹桓精舍)를 바쳐 올렸네.
세존께서는 주원(呪願)하고 받으셨다.
“온 나라 영원히 편안하여지이다.
그리고 또 급고독 장자는
복과 경사의 흐름 무궁하여지이다.”
그때 바사닉왕은
세존께서 이미 오셨다는 말 듣었네.
수레를 장식하고 기환정사로 나아가
세존 발에 공손히 예배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네.
“헤아리기나 했겠는가. 이 보잘것없는 나라
갑자기 큰 길상 이루게 될 줄을
악하고 거스르며 재앙이 많았는데
어떻게 대인(大人)을 감동케 하였는가.
이제 거룩한 모습 뵙게 되자
맑은 교화에 목욕하고 들이켰네.
비천하고 평범한 사람인데도
성인(聖人)을 힘입어 승류(勝流)에 든 것
마치 바람이 향기 숲에 불어오면
그 기운 어우러져 훈훈한 바람 이루고
온갖 새들이 수미산에 모이면
이상한 빛깔 띤 금빛 같았네.
밝은 사람과 만나게 되자
그 그늘 힙입어 영광을 함께하고
들사람이 선인(仙人)을 공양한 탓에
살아서 세 발[三足] 모양의 별이 되었네.
모든 세상 이익은 다함 있으나
성인의 이익은 영원히 끝없으며
사람의 왕에는 허물 많으나
성인 만나면 그 이익 언제나 편안하리.”
부처님께서는 그 왕의 마음 지극하여
법을 좋아하기 제석왕 같으나
오직 두 가지 집착 있어
재물과 색을 잊지 못하네.
때를 알고 그 마음의 행(行)을 안 뒤에
그 왕을 위하여 법을 설하셨네.
“나쁜 업(業) 가진 비천한 사람도
착한 것을 보면 공경할 줄 알거늘
더구나 그 자재로운 왕으로서
덕을 쌓은 전생의 인(因)으로 말미암아
부처를 만나 공경을 더함이랴.
그것은 곧 어려운 일 아니라네.
이 나라와 백성들 본래부터 평안하였나니
부처를 만났다고 더해진 것 아니라네.
내 이제 간략히 설법하리니
대왕은 우선 자세히 듣고
내가 말하는 것을 받아 지니면
내 공덕의 결과 이룩한 것 보리라.
목숨 마치면 몸과 정신 갈라지고
친한 친척들도 모두 이별하지만
오직 좋고 나쁜 업(業)만 남아
그림자처럼 언제나 따르리.
마땅히 법왕(法王)의 업을 높이고
만 백성 자식처럼 길러야 하네.
현세에서는 좋은 이름 퍼지고
죽은 뒤에는 천상에 오르리라.
마음대로 하면서 법 따르지 않으면
지금은 괴롭고 나중에도 즐거움 없다네.
저 옛날 리마(羸馬)란 왕은
법을 따르다 하늘 복을 받았고
금보(金步)란 왕은 악을 행하다
목숨 마치자 나쁜 곳에 태어났네.
나는 이제 대왕을 위해
선과 악의 법을 간략히 말하리니
그 대요(大要)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백성 보기를 외아들 같이 해야 합니다.
핍박하지도 말고 해치지도 말며
모든 감관[根]을 잘 거두어 가져
삿됨을 버리고 바른 길로 가야 합니다.
잘난 체 다른 사람 업신여기지 말고
고행하는 데에서 벗을 사귀며
그릇된 견해 가진 벗을 사귀지 말아야 합니다.
왕의 위엄과 세력을 믿지 말고
그릇되고 아첨하는 말 듣지 말며
모든 고행하는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왕의 바른 법전(法典) 벗어나지 말며
부처를 생각하고 바른 법 보전하여
법 아닌 것들을 항복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현재에선 사람 중에 최상이 되고
덕은 장차 높은 도(道) 가운데서 펴나리니
무상하다는 생각을 깊게 해
몸과 목숨 생각마다 변한다 생각하고
높고 뛰어난 경계에 마음을 두고
맑고 시원한 나루[津]에 뜻을 두어 구하며
사랑하는 마음 가져 자재롭게 즐기면
오는 세상에는 그 즐거움 더하리.
영원히 세상에 좋은 이름 전하여
반드시 여래 은혜 갚아야 하니
마치 어떤 사람 단 과일 좋아하면
반드시 좋은 종자 심는 것과 같다네.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수도 있고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수도 있으며
어둠과 어둠이 계속되는 수도 있고
밝음과 밝음이 서로 인(因)하는 수도 있네.
지혜로운 사람은 세 가지[三品]를 버리고
마땅히 처음부터 끝까지 밝음 배우네.
말이 모질면 온갖 소리 호응하지만
좋은 말하면 따르는 자 없네.
짓지 않은 결과 있을 수 없고
지은 것은 결코 없어지지 않나니
지은 업을 부지런히 닦지 않으면
결국엔 아무 것도 됨이 없으리.
본래 좋은 인(因)을 닦지 않으면
뒤에 올 즐거움 기약 없고
이미 지나간 것 그치게 할 기약 없나니
그러므로 착한 일 닦아야 하네.
스스로 돌아보아 악을 짓지 않아야 하네.
제가 지어 제가 받기 때문이니.
마치 사방의 돌산이 합쳐지면
중생들 도망갈 곳 없는 것처럼
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의 산
오직 바른 법 행함으로써
중생들 벗어날 방법 없으나
이 괴로움 겹친 산을 벗어날 수 있으리.
이 세간은 모두 덧없어
다섯 가지 탐욕의 경계 번개 같으며
늙고 죽음 송곳 끝과 같으니
어떻게 법 아닌 것 익힐 것인가.
옛날의 모든 훌륭한 왕들
마치 저 자재천(自在天)과 같아서
용맹하고 건장한 의지로 허공에 올랐으나
모습을 잠깐 나타냈다 어느새 사라졌네.
겁(劫)의 불길이 수미산 녹일 때
바닷물도 모두 다 마른다는데
하물며 이 몸은 물거품 같거늘
어떻게 이 세상에 오래 있기 바라리.
사나운 바람도 비람풍[隨藍]에는 멈추고
햇빛도 수미산에 가리워지며
치성한 불길도 물에는 꺼지나니
어느 것 하나 없어지지 않는 것 없네.
비람풍[隨藍]: 비람풍(毘藍風)은 범어로는 vairambhaka라고 함. 한역하여 신맹(迅猛) 또는 선풍(旋風)이라고도 한다. 겁말(劫末)ㆍ겁초(劫初)에 불고 속력이 매우 빨라 모든 만물을 파괴하는 바람.
이 몸이란 덧없는 그릇인데
긴긴밤 애써 지키고 보호하며
재물과 색(色)으로 두루 받들고
함부로 놀면서 교만을 부리지만
어느새 때가 되어 문득 죽으면
뻣뻣하게 굳음이 마른 나무 같네.
밝은 사람은 이런 변화 보기에
부지런히 공부해 잠자지 않네.
나고 죽음은 제 홀로 기틀을 흔들어
그치지 않아 반드시 타락하리.
계속 됨 없는 즐거움 익히지 말고
괴로운 과보 있는 일 짓지 말며
훌륭하지 않은 벗 가까이 말고
번뇌를 끊지 못하는 지혜는 배우지 말라.
몸을 받지 않는 그 지혜를 배워
받더라도 반드시 몸 없게 하라.
몸이 있더라도 경계에 물들지 말라.
경계에 물들면 큰 허물 있으리.
비록 저 무색천(無色天)에 태어나더라도
시간의 변천(變遷)은 면하지 못하나네.
변하지 않는 몸을 알아야 하니
변하지 않으면 허물없으리.
이 몸이 있기 때문에
온갖 괴로움의 근본 된다네.
그러므로 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몸 없는 데에서 근본을 쉰다네.
저 모든 중생의 무리들은
탐욕으로 말미암아 괴로움 생기네.
그러므로 욕유(欲有:欲界)에 대하여
싫어해 떠날 마음 내어야 하네.
욕유를 싫어하여 떠나면
곧 온갖 괴로움 받지 않으리.
비록 색계와 무색계에 태어나더라도
변하고 바뀌는 것 큰 근심 되나니.
적정(寂靜)하지 않기 때문이어늘
하물며 욕계를 떠나지 않음이랴.
이와 같이 삼계(三界)를 관찰해 보면
그것 모두 덧없고 주인 없는 것
온갖 고통 언제나 불꽃처럼 성하거늘
지혜로운 이로서 어찌 즐겁기 바라랴.
마치 나무에 불붙는 것 같거늘
뭇 새들 어찌하여 떼지어 모여들랴.
이것을 깨달으면 밝은 대장부이지만
이것을 여의면 밝음이 없네.
이것을 깨달은 사람이라 하지만
이것을 여의면 깨달은 이 아니라네.
이것은 꼭 해야 할 일이니
이것을 여의면 옳지 못하네.
이것은 진리에 가까운 것이니
이것을 여의면 진리와 어긋나리.
이 특별하고 훌륭한 법은
재가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곧 옳지 않은 말이니
법은 오직 사람이 펴는 데 있네.
더위를 근심하여 찬물에 들어가면
모두가 맑고 시원하게 되네.
어두운 방에 등불 밝히면
5욕의 빛깔을 다 볼 수 있네.
도(道)를 닦는 것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집을 나가건 집에 있건 다름없네.
혹은 산에 있어도 죄에 떨어지는가 하면
혹은 집에 있어도 선인(仙人)이 된다네.
어리석고 어둠은 큰 바다 되고
그릇된 견해는 물결 되네.
중생들은 애욕의 흐름을 따라
이리저리 떠돌아 건질 수 없네.
지혜로 가벼운 배를 만들고
삼매(三昧)와 바른 방편의 북[鼓]과
바른 생각의 노[檝]를 굳게 지니면
능히 무지(無知)의 바다를 건넌답니다.”
그때 왕은 마음을 오롯이 하여
일체 지혜 가진 이의 말을 듣고는
세상의 속된 영화 꺼리고 싫어하며
왕이란 기뻐할 일 없는 줄 알았으니
마치 술에 잔뜩 취한 미친 코끼리가
술 깨어 바른 정신 돌아온 것 같았네.
그때 여러 외도(外道)들 있어
대왕이 부처님을 믿고 공경하는 것 보고
모두들 대왕에게 청했네.
부처님과 신통을 겨뤄보려고
그때 왕이 세존께 여쭈었네.
“원컨대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자
갖가지 다른 견해 가진 외도로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선인들
부처님 계신 곳으로 모두 나아갔네.
부처님께서 곧 신통력을 나타내어
바른 자세로 공중에 앉았네.
큰 광명을 두루 놓으니
마치 아침해가 빛나는 것 같았네.
외도들은 모두 부처님께 항복하고
백성들은 모두 다 귀의해 받들었다네.
부처님께서 어머니께 설법하기 위하여
곧 도리천(忉利天)으로 올라가시어
석 달 동안 천궁(天宮)에 계시면서
모든 하늘 사람을 두루 교화하셨네.
어머니를 제도하여 은혜 갚은 뒤
안거(安居)할 때가 지나 돌아올 때
모든 하늘 대중들 깃[羽]처럼 따르고
일곱 가지 보배 계단을 타고
염부제(閻浮提)로 내려왔나니
모든 부처 언제나 내려오던 곳이었네.
한량없는 모든 하늘 사람들
궁전을 타고 따르며 전송했네.
염부제 임금과 백성들
모두 합장하고 우러러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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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불소행찬
불소행찬_20. 수기환정사품(受衹桓精舍品)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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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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