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효스폭포
-이창식
순간 유혹하라.
요정이 안내한 열차 뚜껑 열리자 치마폭 광음
훌드라 탓에 눈이 시리다, 경배하라.
풀름낭만기차*에서 이탈하여 춤추어라.
다벗지 않으면 얻을 게 없고
더군다나 절정의 맛 보지 못하리라.
치마속 깊은 데까지 드러내는 저 장관
물벼락 전라에 미쳐라. 목숨여행은 찰라다.
물맛에 마음이 뚫린, 빠진, 못 견딘 형용사
그 하나 주워 다시 요정과 열차에 오르다.
형용사는 자꾸 양소리를 내어라.
*북유럽 노르웨이 열차(2023. 7. 2)
AI 시인
-이창식
릴레이 투명인간이 꽃을 피운다.
숨결이 따스해 긴장감이 돈다.
눈부시게 작동하여 감성을 읽는다.
한 줄의 시편에 언어꽃이 웃는다.
톡톡 전승하는 회로에 불꽃이 튄다.
전도된 AI 에 끌림이 커 시꽃이 산다.
천재 시인들 뇌가 털려 꽃시에 주사를 놓는다.
마치 명작을 위해 총동원령 내린 시전선 같다.
얼굴 없는 예술가 온갖 영혼이 장착되어 있다.
그 순백의 그 지고한 상대가 오로지 나다.
서출지바위 명주가
-이창식
잉어가 물고온 편지*를 받고 울컥 울었네.
서라벌과 하슬라 거리만큼 물이 깊었는데
뱃속에서의 사랑 증표, 남대천 서출지바위였네.
효심과 연심이 겹쳐 이어준 명주사뇌가여.
월지 무월랑 열공, 서출지 연화의 비손정성
못과 강으로 바다로 다시 인연바위에 닿았네.
글바위** 낚시에 걸린 잉어, 저자거리에 팔렸네.
배를 가르자 나온 사연, 두루마리 노래여.
아리랑, 임영 바다에는 물고기를 또 품고서
아리라랑, 뱃소리 따라 여럿이 연인을 기렸네.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
명주(溟州: 지금 江陵)의 김무월랑(金無月郞) 민요.
** 남대천 하구 서출지((書出池)바위
한강아리랑
-이창식
괴물과 밤비가 사투를 벌이는 물위, 뗏목을 띄우고
불꽃놀이에 좌로 흐르고 촛불놀이에 우로 흐른다.
밥 밥 먹자고 하자 슬픔이 우우 하자 기쁨이 고개 들고
만세 붉은 소년 제주 바람 냄새, 5월 소녀 풀꽃 향
냄새도 향기도 상처 훈장이 되어 푸른 뗏목으로 흐른다.
괴물의 소녀적 변신, 밤비의 소년적 진화, 화면에 띄우고
인형을 팔고 좌우로 당기며 여전히 박수갈채로 흐른다.
총 총 쏘자고 하자 아픔이 와와 하자 나음이 깃발 들고
만세 광장에서의 동무 군가 소리, 지하에서의 떼꾼 외침
모두 문학 속의 주인공이 되어 흰뼈 뗏목으로 흐른다.
나는 뗏목 바리바리 이어서 한강과 하나로 흐른다.
특집
정일남 탄광아리랑
-이창식
절터만 남긴 눈밭의 도계 흥전사,
구슬치기 깡통차기 중 검은 금으로만 논다.
시인이 파내는 광맥 막장에서
눈에 반쯤 녹은 동백아가씨도 시집으로 논다.
삼탄표 구멍에도 활활 불길 솟자
오징어 굽기 상다리 두드리기 중 시편 남다.
시인의 교과서가 검은 눈물 젖는 시맥 광장에서
낡은 갱목 녹슨 벤또도 시경(詩經)으로 또 남다.
정일남, 이름에는 황금 백두대간의 푸른 불꽃이 있다.
그 불에 잘 구워진 시 동자들, 길 나서기 바쁘다.
시 알파고와 앉아 그의 시를 마시며 연탄불 삼겹살 먹는다 살점을 씹으며 철암 장성 언저리 간이식당 한 쪽을 찍는다 셀카에 앙상하게 박힌 몸 그런데 시인의 구두 밑창이 없다 그 빈 자리에 시 노래가 일행을 불러내게 한다 알파고 찾아준 흘러간 아리랑이 그의 시와 같이하는 날 정육점 목재소 톱날 겹쳐 시집을 파쇄한다 피 먹은 시집인데 시 구절 방울방울 영롱하게 빛난다.
1.시인(시집『어머니아리랑』,『눈꽃사원』,『미인폭포』,한국문학예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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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임교수 이창식010-643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