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나찰소집경 하권
[부처님의 길의 자취]
그때 세존께서는 어떻게 길의 자취[道跡]를 말씀하셨는가?
그 길의 자취를 말씀할 때 마치 왕의 큰 길을 ‘왕의 길’이라 하고, 별들의 길을 ‘별의 길’이라 하듯이, 이 자취도 또한 그러하여 열반에 이름으로 ‘열반에 이르는 길’이라 말하였다.
저 등견(等見)의 처소와 등지(等志)ㆍ등어(等語)ㆍ등명(等命)에 다름이 없고, 등방편(等方便)에 빠짐이 없고, 등념(等念)이 한량없고, 등삼매(等三昧)의 빛이 변함이 없이 그 몇 가지 빛을 인연하여, 음욕도 없고 또한 번뇌도 없이 번뇌의 심부름꾼이 길이 일어나지 않게 하였다.
빛에 애착함이 없고 또한 온갖 가시[衆刺]가 없으며,
사랑을 멸한 까닭에 또한 괴로움도 없으며,
삿된 소견을 제한 까닭에 등견(等見)이 구족하며,
번뇌의 심부름꾼을 없앤 까닭에 길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 과(果)가 미묘한 까닭에 가지가지 뜻을 나타내고,
희망을 제거한 까닭에 온갖 생각이 없으며,
나갈 길을 구한 까닭에 모든 과를 성취하였고,
출세간법에도 집착함이 없는 까닭에 한 가지로 명색(名色)을 건졌다.
거기서 노닐었기 때문에 이 길은 하나요 둘이 없다고 함, 모두 그 제일의(第一義)의 처소에 이름을 반연하여 한 번 가는 것을 자기의 마음 서원으로 한 번 들어감이라 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제일의 변재로써 길을 알고, 능히 스스로 깨달아 앎으로써 파괴되지 않았으며,
하는 일이 훌륭하여 어지러운 생각이 없고, 과보를 이미 성취하여 모든 착한 종자를 얻었으며,
저 중생들도 깨닫게 하여 곧 이 길을 말씀해 함이 없는 데 이르도록 하셨다.
그리고 이런 게송을 읊었다.
중생들을 위해 일으키심은
감로의 법인 길이었다네.
부처님께서는 이 공덕이 있어
세간에서 가장 제일이라네.
내 지금 스스로 성취하되
청정한 금계가 구족하여
인간과 아수라에게 말씀하나니
이러므로 합장하고 정례한다오.
[앙굴만을 교화시키시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앙굴만(鴦崛鬘)을 이제 교화시킬 것을 아셨다.
바로 그때 ‘악지식(惡知識)과 서로 말할 자도 없었다’고 깨닫고서 곧 그 길로 가니, 한 사람이 있는데 피가 흘러 길에 가득 차 넘치고, 까마귀와 매가 곳곳에서 죽은 사람을 먹고 있었다.
앙굴만은 걸음이 돌개바람같이 빨라 만약 발만 들어도 사슴의 무리와 나는 새들이 모두 놀라 달아났다.
그때 앙굴만은 사리(闍梨)동산 안에서 좌우를 돌아보았으나, 보이는 것이 없고 부처님을 보자 단정하고 비길 데 없이 황금색인데, 방편을 지어 허리가 굽지 않고 몸이 매우 부드러우며 걸음걸이도 조용하였다.
그는 기운을 다해 부처님 뒤를 쫓아갔다.
부처님께서는 그대로 걸어가고 있으나 미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그 땅에 함정과 가시밭을 만들었으므로 미칠 수 없었다.
혹은 발로 땅을 밟은 까닭에 부처님께 미치지 못하였다 하고,
혹은 빛이 없는 4대를 화하므로 눈의 알음을 갖지 못했다 하고,
혹은 부처님 공덕이 불가사의라, 그러므로 앙굴만의 힘이 사나운 코끼리 같으나, 능히 당할 수 없었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부처님의 위력은 불가사의라, 오히려 저 신룡(神龍)ㆍ나라연(那羅延)이 백천억의 수가 있어도 또한 부처님을 가까이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앙굴만은 곧 이렇게 찬탄하였다.
“이 미증유함을 보았도다.”
그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뜻은 매우 기이하고 특이합니다.”
그리고 진에(瞋恚)로 해칠 뜻이 없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것은 어떤 은덕(恩德)인가?
반드시 이는 신인(神人)일 것이다.
마치 이런 악한 세상에 나를 아름다운 데 돌아가게 하듯 하고, 또 주림에 이익이 있음과 같고, 또한 자비심을 내게 함과 같다.
그러나 내가 능히 미칠 수 없으니 반드시 이는 선지식(善知識)일 것이다. 지금 나는 매우 피로해졌다.’
그리고 멀리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마땅히 저의 몸을 위하시어
세상에 드물게 보고 듣는 이여,
이제 또한 스스로 덕을 보리니
원하옵건대 잠깐 멈춰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스스로 멈추지 않고 나에게 멈추라고 하느냐?”
그러자 앙굴만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문(沙門)은 스스로 멈추지 않고
나보고 멈추지 않는다 하시네.
어째서 내가 멈추지 않는다고 하시는지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갖추어 말씀해 주소서.
그때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악함이 없으면 이것이 멈춤이니
계행을 지켜 사람을 보호해 기르라.
저 가섭(迦葉) 제자와 같이 하라.
그러면 너는 멈추지 않으리라.
그는 본래 모든 악함이 적은지라, 길이 피 흘리는 더러운 몸을 다하고, 곧 칼을 던지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스승님은 지금 나의 구호자시라
이런 거룩한 스승을 만났음이여,
스승의 제자가 되어서 곧
스승의 금계를 어기지 않겠나이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잘 오라, 비구여” 하시고 곧 게송을 읊으셨다.
마치 저 큰 바다의 물이나
또한 연기와 불꽃을 내더라도
항복을 받지 못할 자이거늘
이제 나의 교화를 받으리라.
또한 잘 항복함이 있어
청정하게 득도(得度)하여서
또한 나의 제자가 된다면
이렇게 있음을 받지 않으리.
보는 사람이 다 겁내기를
모든 요물과 귀신처럼 여기나니
이 모든 귀신들 처소에도
부처만이[最勝] 그 안에 들어가리.
[아라파 귀신]
어느 때 아라파(阿羅婆) 귀신이 갈타파(褐陀婆) 귀신의 말을 듣고 진에(瞋恚)가 매우 성하여 얼굴빛이 변하였다.
그리고 진에의 불이 일어나 눈이 붉은 구리 같고, 목소리와 메아리가 우레처럼 떨쳐, 진에가 대단하여 머리를 흔들고 입술을 깨물고 몸을 떨면서 곧 이렇게 생각했다.
‘내 세상에서 인민들의 무리도 나의 처소에 오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이런 의심을 품고 어찌하여 저 사람이 나한테 왔는가’라고 하였다.
파다(婆多)라는 여러 귀신 가운데 이혜마파타(梨醯摩婆陀)가 우두머리가 되어 그 큰 귀신에게 말하였다.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부처님께서는 아직 항복하지 않는 것도 항복시켜, 중생들을 편안한 곳에 두어 위없는 길을 얻게 하며, 모든 형상이 있는 무리들을 보호하거니, 이러한 말을 복전(福田)에게 서로 맞지 않도다.
그대의 지금 추한 말과 나쁜 말은 서로 응하지 않으리라.”
그러자, 아라파 귀신은 성이 배나 나서 쿨럭이고 숨결이 마치 큰 불꽃같아, 보기에도 매우 흉하여 곧 그 귀신의 경계를 버렸다.
진에로 몸에 얽힘이 되어 매우 검고 눈빛도 변하여 보통 같지 않았으며, 입에서 네 개의 어금니가 나오고 머리털이 누런 금빛인데, 아래위로 서로 엉키었고 사람의 피를 그 몸에 칠해 다 젖고 마르지 않았다.
사자 껍질, 코끼리 껍질, 황소 껍질을 입었고, 큰 꽃다발이 큰 불꽃 같으며, 손에 칼을 들고 땅을 치고 가는데 모든 산악을 깨뜨리고 산 숲의 나무를 빼내기도 하였다. 혹 큰 구름을 일으켜 큰 광명을 뒤덮으며, 허공에서 물을 뿌리고 소리가 천둥치듯 하면서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살해하려 하였다.
가지가지 나무가 다 불에 타 빛이 변하고, 손에 쇠바퀴를 들고 천둥 번개같이, 이런 진에(瞋恚)로 부처님을 관찰하며, 온갖 변화를 지어 부처님을 귀찮게 굴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런 게송을 읊으셨다.
중생들은 두렵고 겁내도
내 뜻은 움직이지 않노라.
이제 해탈의 법을 얻어
두려운 마음이 없노라.
불구덩이에 있어도 불이 무섭지 않고
또한 물에 있어도 물도 겁나지 않네.
나쁜 마음을 낸다고 해서
어찌 능히 나를 상하게 할손가?
그러자, 아라파 귀신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스스로 마음을 쉬어 파괴하지 못했다.
그곳은 사람들이 무서워 오지 못하므로 곧 우박을 부처님 위에 퍼부었으나, 다 땅에 떨어지지 않고 다른 곳으로 흩어졌으며, 혹 부처님 몸에 떨어진 것도 모두 만다라꽃이 되었다.
그 귀신은 이 힘의 억셈을 보고 미증유(未曾有)함을 찬탄하며, 곧 크게 기쁜 마음을 내어 부처님께 말하였다.
“빨리 나오라, 사문이여.”
부처님께서는 곧 나오셨다. 그 귀신은 부처님을 시험하려고 다시 이런 말을 하였다.
“도로 들어가라, 사문이여.”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원한의 마음이 없이 그곳에 들어갔다. 이렇게 세 번 하고 나서 널리 경의 말씀을 하시고, 이런 게송을 읊었다.
제석천이나 모든 범천이라도
털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거니
하물며 지금 너 같은 힘으로야
감히 나를 상하게 할 수 있으랴.
너는 이제 성냄을 버리고
의심이 있거든 즉시 물어라.
이네 마음에 의심을
내 낱낱이 풀어 주리라.
그러자 그 귀신은 이렇게 물었다.
“사람은 무엇을 맨 위라고 여깁니까?”
널리 말함이 경과 같은지라, 그는 현재 법 가운데서 곧 부처님 처소에서 크게 기쁜 마음을 내어 이런 게송을 읊었다.
이 사문과 같은 이를
일찍 보지 못했소.
누가 능히 큰 바다를 버리고
소 발자국 물을 찾겠소.
마침내 내 몸을 위하여
곧 이런 말씀을 하시니
누구라 이 맛을 보지 않고
곧 감로를 버리고 가리까.
저 어떤 역사(力士)와 같이
물에 빠져 떠내려감이 될 때
이미 액난의 처소를 건져
함이 없는 언덕에 두오리까.
빛도 고와라, 비길 데 없어
지혜로운 이가 볼 만도 하다.
그 뜻을 모두 가졌으므로
능히 이런 법을 말씀하시네.
스스로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노니
세 가지 보배 가장 높은 이여,
원력을 구하는 까닭은
일체 중생을 제도하심이네.
[마갈타국의 다섯 땅의 큰 귀신]
이렇게 들었다.
마갈타국(摩竭陀國) 경계 안에 다섯 땅의 큰 귀신이 왕사성(王舍城)에 머물러 큰 세력으로 다른 것을 거느리고 인민들을 옹호하였다.
교통이 매우 발달되고 토지가 걸어 풍년이 들고 현성과 인민이 그 속에 있어 비교할 데가 없었다. 감로를 먹으며 세 가지 일이 미묘하여 또한 온갖 고뇌가 없이 마치 저 난타원(難陀洹) 동산이 천상에서 제일이듯 그때 부처님도 가장 제일이라 비길 데 없었다.
그러나 제바달다(提婆達多)는 부처님에게 항상 성냄을 품어 그침이 없이 법 아님을 행하였다. 이런 진에 때문에 기사굴산(耆闍崛山)에 올라가 동산을 보니, 수목이 울창하고 샘물이 청정하여 경치가 좋았다.
그는 손에 돌을 들고 부처님을 해치려 던졌다. 그 돌에는 뜻이 없지만, 마치 스스로 자제하듯 사뿐히 땅에 떨어졌다. 제바달다가 이런 옳지 않은 일을 하였으므로 온갖 귀신들이 돌을 붙들어 떨어지지 않게 하였기 때문이다.
금비라(金毘羅) 귀신이 기사굴산에 살았었다. 자기의 힘으로 그 돌이 떨어지려 할 때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것은 비록 악업(惡業)이나 우리 야차(夜叉)들은 이 몸으로써 이것을 감당하리라. 또한 부처님에게 백천 가지 즐거움을 받게 하는 것이면 내가 능히 이것을 하리라.’
그리고 이런 게송을 읊었다.
마음이 청정하고 티가 없어
온갖 뜻을 일으키시네.
내 이제 이 몸이 다하도록
가장 높은 이를 해롭게 않으리.
그러나 제바달다는 돌을 던졌다.
마침 산 위에서 그 귀신이 손으로 돌을 받았으나, 깨어진 돌 한 개가 부처님한테 튀어 다리와 발가락에 피를 내었다.
이 과보 때문에 제바달다는 한량없는 죄를 받아 이 과보로 인연해 마침내 지옥에 들어갔다.
그때 돌이 땅에 떨어지자, 바로 33천에서는 꽃을 흩어 공양하고 공해탈(空解脫)을 표했으며, 꽃을 흩어 허공에 가득하였고, 그들이 교화를 받은 강당에는 33천의 주도수(晝度樹)까지 부처님의 광명이 멀리 비추었으며, 교만이 없이 중생들을 어여삐 여겼다.
그때 파라타시(波羅墮時) 바라문이 5백 가지 일로써 부처님을 훼욕(毁辱)하자, 사리불과 붕기사(朋肌奢) 등 비구는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훼방해도 언짢아하지 않으시고, 또 찬탄을 하여도 기뻐하지 않으셨다.
괴로움을 받아도 마음에 변함 없음
마치 안명산(安明山)같이 움쩍 않네.
뜻을 쉼이 매우 굳건하여
이러므로 큰 신선께 예배하노라.
다른 중생들을 위하기 때문에
공덕이 많아 한량이 없었네.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듯 하므로
뉘라서 그에게 합장하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