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여래부사의비밀대승경 제11권
13. 항마품(降魔品)
[마군]
“다시 적혜여, 보살이 대보리도량의 사자좌에 편안히 앉으시고 나서 곧 미간에서 백호상(白毫相) 광명을 놓아 널리 비추었는데, 이 광명을 경조제마(警照諸魔)라고 하였습니다.
이때에 이 삼천대천세계에 백 구지의 마군들이 있었는데,
광명이 비치자 각각 자기가 머물고 있던 궁중에서 몸의 털이 꼿꼿이 섰으며,
다시 자기 궁중에서 마음으로 핍박당하는 괴로움을 받자 그 광명이 비치어 마궁을 뒤덮어 궁중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때 저 모든 마군이 곧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우리들의 궁전이 모두 다 어두워졌을까?
어찌 석가보살께서 보리도량에 앉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과를 성취한 것이 아니겠는가?’
저 모든 마군들이 보살께서 이미 대보리도량에 앉아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이때 모든 마군이 곧 각기 자기가 머물고 있던 궁중에 숨었습니다.
저 낱낱의 마군은 각기 한량없고 무수한 백천 구지 나유다 수의 야차가 있어서 빙 둘러 시봉하고 있었는데, 갖가지 색상과 갖가지 모양과 갖가지 형체로 내달리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두려워하였습니다.
갖가지 머리와 얼굴ㆍ갖가지 무기ㆍ갖가지 깃발이 있어서 빙 둘러싸고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고 울부짖으면서 마군의 위력을 자랑하고 마업의 신통을 일으켰습니다.
모든 마군의 머리는 가로세로 2만 유순에 달하였으며, 마군 대중의 권속도 너비가 대체로 8만 4천 유순이었지만 모두 보살의 거두어 교화하는 힘 때문에 함께 다 와서 보리수 아래에 이르렀습니다.
적혜여,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저 모든 마군 대중이 도착하고 나서 즉시에 마업의 힘을 움직여 갖가지 추악한 모습을 화현하여
여러 가지의 뜻 모르는 소리를 지르고 사납고 흉포하게 으르렁거려 보살을 포섭하여 굴복시키고 해치려고 하였습니다.
이때 모임 가운데 탐욕을 여의지 못한 여러 중생의 종류가 있었는데
악한 소리를 듣고 큰 두려움을 내어서 곧 목숨을 마쳤으며,
아직 목숨이 다하지 않은 동안에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보살의 위신력을 사용했지만 저 악한 소리가 오래도록 그치지 않았습니다.
보살이 곧 큰 자비심을 일으켜 괴롭힘을 당하는 중생을 가엾게 여겨
모든 악한 소리를 그치게 하였으며,
일체 중생을 요란하고 괴롭히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적혜여,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보살의 선교방편의 가장 뛰어난 경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보살이 저 갖가지 극악한 소리를 듣고 나서 놀랍고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보살이 들은 모든 소리는 아름답거나 악하거나 간에 다 메아리가 응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적혜여, 저 모든 마군 대중이 온갖 악한 모습으로 보살을 어지럽게 하려고 할 때에
곧 대보리도량을 수호하고 보리행을 닦는 모든 현성 대중이 열여섯 가지 언사로 모든 마군을 꾸짖으며 말하였습니다.
‘악한 자여, 그대는 마땅히 그만두고 그만두어라.
진실로 악한 모습을 일으켜 보살 대사를 어지럽게 하거나 해치지 말라.
왜냐하면 지금 그대 모든 마군들이 보살을 무너뜨리려고 하지만
보살의 힘은 가장 크고 가장 뛰어나서 너희들을 무너뜨릴 수 있나니,
마치 힘이 미약한 사람이 힘센 사람을 대적하는 것과 같다.
또 그대 모든 마군들이 보살보다 뛰어나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너희들보다 뛰어나나니,
마치 별을 달의 광명과 비교하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들이 보살을 파괴하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너희들을 파괴할 수 있나니,
마치 맹렬한 바람이 겨와 쭉정이에 부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을 꺾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그대들을 꺾을 수 있나니,
마치 큰 나무가 그 뿌리를 단절하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을 두렵게 하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그대들을 두렵게 할 수 있나니,
마치 뭇 짐승이 큰 사자를 만난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이 머물고 있는 땅을 마르게 하고자 하나 보
살의 힘은 너희들을 마르게 할 수 있나니,
마치 뜨거운 태양이 소발자국에 고인 물을 말리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을 훼방하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너희들을 훼방할 수 있나니,
마치 변방의 작은 나라가 큰 나라와 싸우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을 엿보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너희들을 엿볼 수 있나니,
마치 악인의 처소에서 목숨을 잃을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을 뇌란케 하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너희들을 뇌란케 할 수 있나니,
마치 장사하여 널리 쌓은 재물과 보배가 불에 타 버리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로 하여금 큰 근심과 괴로움을 내게 하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너희들로 하여금 큰 근심과 괴로움을 내게 할 수 있나니,
마치 법왕이 그 왕위를 잃지 않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에게 성내고 악한 마음을 내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너희들이 성내는 마음을 제어하나니,
마치 늙은 기러기의 날개를 꺾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을 죽이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너희들의 죽이려는 마음을 제어하나니,
마치 어떤 사람이 광야를 지나가면서 험난함 속에서 재물을 다 없애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을 내달리는 사람이 되게 하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너희들로 하여금 두려워하여 빨리 달리게 할 수 있나니,
마치 대해를 건너는 도중에 배를 부수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을 시들어 초췌하게 하고자 하나 보
살의 힘은 너희들을 다 시들어 초췌하게 할 수 있나니,
마치 겁화가 환하게 타올라 초목을 불태우는 것과 같다.
또 너희들 모든 마군이 보살을 끊어 버리고자 하나
보살의 힘은 너희들을 능히 끊어 버릴 수 있나니
마치 대금강이 모든 작은 돌들을 끊어 버리는 것과 같다.’
적혜여, 저 대보리도량을 수호하고 보리행을 닦는 모든 현성 대중이 이와 같은 열여섯 가지 언사로 모든 마군을 훼방하고 욕하였으며 보살을 찬탄하였지만, 저 모든 마군은 또한 아직 물러나거나 조복하지 않았습니다.
[보살의 묘행]
그때 보살은 백천 구지 나유다 아승기겁 동안에 묘행(妙行)을 쌓아 닦았습니다.
말하자면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승혜(勝慧)ㆍ
자ㆍ비ㆍ희ㆍ사ㆍ
4념처[念處]ㆍ4정근[正勤]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ㆍ8정도[道]ㆍ
사마타(奢摩他)ㆍ비발사나(毘鉢舍那)ㆍ명지(明智)ㆍ해탈 등의 법이니,
지극히 잘 지은 바입니다.
부드럽고 섬세하고 묘한 오른쪽 금색 팔을 펴서 마군의 정수리에 대었다가 다시 온몸을 쓰다듬었으며,
큰 자비의 생각을 일으켜서 자비로운 눈으로 바라보아 깊은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해탈시키니,
일체 세계의 모든 불세존께서 앞에 나타나셔서 정념(正念)ㆍ정지(正知)를 증명하였습니다.
[땅이 진동하다]
보살은 즉시 손으로 땅을 만졌습니다.
보살 대사가 손을 땅에 대자, 그때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습니다.
이른바 동(動)은 두루 움직이되 평등하게 두루 움직이는 것이며,
진(震)은 두루 흔들리되 평등하게 두루 흔들리는 것이며,
후(吼)는 두루 울리되 똑같이 두루 울리는 것이며,
용(涌)은 두루 솟되 똑같이 두루 솟는 것이며,
폭(爆)은 두루 터지되 똑같이 두루 터지는 것이며,
격(擊)은 두루 치되 똑같이 두루 치는 것이며, 동쪽이 솟으면 서쪽이 가라앉고 서쪽이 솟으면 동쪽이 가라앉으며, 남쪽이 솟으면 북쪽이 가라앉고 북쪽이 솟으면 남쪽이 가라앉으며, 끝이 솟으면 가운데가 가라앉고, 가운데가 솟으면 끝이 가라앉습니다.
이와 같은 여섯 가지 진동은 열여덟 가지 변화를 일으켜서 온 대지가 두루 다 동요하니, 찰나 사이에 온갖 기이한 상을 나타냅니다.
[마군을 조복시키시다]
이때에 모든 마군 대중이 사납고 흉포하게 으르렁거리면서 해치려고 하자 죄업이 같은 무리가 이런 모습을 보고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였습니다.
또 보살의 위신력으로 공중에서 게송으로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마땅히 성스러운 대사께 귀명하오니
모든 선인(仙人) 대중 가운데서 최상의 선인이시여,
두려움 없는 대자비를 널리 베푸시어
모든 중생[群品]들을 널리 구제해 주소서.
다시 적혜여, 저 모든 악한 마군이 이 소리를 들었는데,
그 마군 대중 가운데에 8백만 구지 나유다 수의 악한 야차 대중이 땅에 쓰러져서 모두 소리 내어 말하였습니다.
‘고통에서 구제해 주십시오. 고통에서 구제해 주십시오. 대사시여, 저를 구제해 주십시오.’
나머지 모든 마군 대중이 함께 달아나고자 하였으나 마력을 다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때 보살이 가엾게 여기는 까닭에 온몸에서 광명을 놓으셨는데,
저 광명의 비춤을 받은 까닭으로 모든 마군 대중이 다 두려움을 여의어 곧 각기 머물고 있는 궁중으로 돌아갔습니다.
적혜여, 그 보살이 모든 마군 대중을 위하여 신통을 나타냈을 때 8백만 구지 나유다 수의 악한 야차 대중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습니다.
또한 모임 가운데 990만 구지 나유다 수의 사람이 있었는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으며,
8만 4천의 천자가 숙세의 선력으로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