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왕전 제7권
11. 아육왕현보인연[2]
[동전 한 개의 보시]
옛날에 아서가왕이 많은 승려들에게 공양하였다.
이때 궁중에 비천한 여자 노예가 한 명 있었다. 왕이 지은 복을 보고는 과거에 자기가 지은 업을 스스로 책망하였는데,
마음이 즐겁지 못하자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왕의 복은 다시 점점 증가하고 나의 죄는 점점 많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왕은 과거에 몸으로 복을 닦고 지금 부귀를 얻었지만, 오늘 거듭 지어서 장래에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나는 과거에 몸으로 죄를 지어 지금 비천한 하인이 되었다.
오늘도 복을 닦음이 없어 장래에도 더욱 천해질 것이니 언제 벗어남을 기약할 수 있을까?’
그 때 승가 대중이 공양을 마쳤다.
그런데 이 여자는 분뇨를 청소하던 중에 동전 한 개를 얻게 되었는데, 이 동전 한 개를 곧바로 많은 승려들에게 보시하자 마음에 기쁨이 생겨났다.
그 뒤 오래지 않아 병을 얻어 목숨이 다하자, 왕의 부인에게서 태어나게 되었다. 뱃속에서 열 달을 다 채우고 한 여자아이로 태어나니, 용모가 단정하고 매우 뛰어났다.
그러나 그 오른손은 나이 다섯 살이 되도록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부인이 왕에게 아뢰었다.
“태어난 아이가 한쪽 손을 꽉 쥐고 있습니다.”
왕이 앞에 불러다 놓고 손을 비벼주자 손이 곧 펴졌는데, 손에 커다란 금화 한 개가 있었다.
그런데 가져가면 다시 생겨나서 이런 일이 끝이 없었다.
왕이 두려워하며 이를 야사에게 물었다.
“이 아이는 과거에 몸으로 어떠한 복덕을 지었기에 손 안에 금화를 가지고 태어난 것인가?”
야사가 대답하였다.
“이 아이는 과거에 왕의 궁인(宮人)이었는데, 왕궁에서 분뇨를 청소하다 동전 한 개를 주워 이를 승가 대중에 보시하였었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왕궁에 태어날 수 있었고, 승가 대중에 보시한 인연으로 아무리 새도 바닥이 나지 않는 금화를 손에 쥐고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빈궁한 아서가왕]
옛날에 아서가왕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여의주를 한 개 잃어버렸다.
옛날 아사세왕(阿闍世王)의 보배 갑옷 일갑(一甲) 위에 문자가 있었는데, 아사세왕이 이 구슬 위에 문자가 있음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멀지 않은 장래에 빈궁한 아서가왕이 있을 것이다.”
왕이 이 말을 듣고 극도로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사세왕은 한 나라의 왕이 되었지만, 나는 염부제의 왕이거늘 어찌 나에게 빈궁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혜로운 신하가 대답하였다.
“구슬의 능력을 시험해 보십시오.”
왕은 즉시 사람을 보내 구슬의 능력을 시험하였다.
구슬을 지니고 있는 자는 능히 무엇이든 벨 수 있어 도무지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다.
몸에 부스럼이 있어도 구슬을 잡으면 즉시 쾌유되었다. 추울 때에는 따뜻함을 얻을 수 있었다. 날씨가 맑은 것도 이 구슬의 능력 때문이었다. 능히 독을 먹어도 자연스럽게 소화되었다. 더러운 물 가운데 넣으면 30리에 이르는 더러운 물들이 자연적으로 깨끗하게 되었다.
왕의 창고에 보관중인 구슬이 여러 가지였으나 이 같은 능력이 있는 구슬은 없었다.
왕이 생각하였다.
‘오직 내가 실제로 빈궁하구나. 저 아사세왕은 이 보배스런 갑옷을 지니고 있으면서 오직 일갑(一甲)이 없는 것에 머무는 덕량(德量)이 이와 같구나.
먼저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 사람의 복덕이 깊고 많았는데, 나의 얇은 복덕이 부처님 뒤에 태어나게 했음을 마땅히 알아야겠다.’
[복이 없음과 많은 일들은 모두 땅으로 유입된다]
옛날에 아서가왕(阿恕伽王)이 상좌(上座) 야사(耶奢)로 하여금 존자 빈두로(賓頭盧)를 청하도록 하였다.
야사가 왕에게 말했다.
“지극히 향기가 좋은 낙소(酪酥)를 좋아합니다.”
존자 빈두로가 8만 4천의 아라한을 데리고 일시에 도달했다.
승려들이 모여 좌정하자, 왕이 손수 물로 손을 닦고 손수 음식을 돌렸다.
존자 빈두로와 함께 순수한 소(酥)를 얇게 하여 먹었다.
왕이 존자에게 말하였다
“소(酥)의 성향이 소화하기 어려운데 병나지 않겠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의 물과 오늘의 소(酥)는 기력이 똑같습니다.
저희의 몸은 그 때의 몸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지금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왕이 물었다.
“어떠한 연유로 이렇게 되었습니까?”
존자 빈두로가 손을 펴서 땅을 지르니 밑으로 4만 2천 리에 이르렀다.
땅의 거름을 잡아 왕에게 보이면서 말하였다.
“오늘의 사람들이 복이 없음과 많은 일들은 모두 땅으로 유입(流入)됩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인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사람들의 복덕이 깊고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담요를 보시한 여인]
옛날 아서가왕 때 태사(太史)가 점치면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왕에게 쇠락해질 상(相)이 있습니다.”
왕이 태사에게 물었다.
“어찌해야 재앙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태사가 대답하였다.
“오직 복덕을 닦아야만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왕은 즉시 8만 4천의 탑을 조성하여 모든 공덕을 지었다.
왕이 태사에게 물었다
“나쁜 상(相)이 없어지지 않았는가?”
태사가 대답하였다.
“아직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존자 야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겠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왕께서는 스스로 복을 닦으시나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까닭에 이 복은 가벼운 것입니다.
모든 이들에게 권해서 함께 복을 닦으시면 이 정성이 관대하고 넓어 복의 씨앗 또한 무거워져서 재난을 물리칠 수 있고 해로움을 제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즉시 허름한 옷을 입고 모든 사람들에게 물건을 내어서 복을 지으라고 권하다가 한 가난한 여인의 집에 다다랐다.
이때 여인은 오직 한 장의 담요로 몸을 가리고 있었는데 복을 지으라는 소리를 듣고 마음에서 기쁨이 솟아났다. 곧바로 집안으로 들어가 담요를 벗어 주었다.
왕이 말하였다.
“어찌 스스로 나와서 주지 않는 것입니까?”
여인이 대답하였다.
“오직 이 담요만으로 몸을 가렸기 때문에 지금 벗어서 보시하면 알몸이 드러나므로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하며 찬탄하였다.
궁중으로 돌아와서 모든 부인으로 하여금 아름다운 구슬로 치장된 의복을 입고 가서 이 여인을 맞이하여 자매로 삼기를 청하고 매우 큰 마을을 봉(封)하였다.
보시 공덕의 보답이 이와 같아 이 과보를 뒤에 받은 것이다.
[몸을 잡히고 돈을 빌린 부부]
옛날에 아서가왕이 두루 행하며 복을 짓고자 하였을 때 부부 두 사람이 있는 가난한 집에 이르렀는데, 그들은 거칠고 해진 옷으로 대강 신체를 가렸을 뿐이었다.
아서가왕이 백성을 불쌍히 여겨 복을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해 함께 모임을 갖자고 권하였다.
가난한 부부의 마음에 자책감이 들었다.
‘내가 전생에 탐욕과 인색함으로 말미암아 지금 빈궁하게 되었다. 오늘에는 재물이 없는데 어떻게 복을 닦을 수 있을까?’
부부가 의논하여 말하였다.
“우리들은 마땅히 몸을 재료로 삼읍시다. 복을 짓는 일은 만나기 어려우니 재물을 얻어 나누어 준다면 어찌 기쁘지 않겠소?”
부부가 서로를 이끌며 부잣집에 나아가서 말하였다.
“저에게 일곱 개의 금화를 주십시오. 저희가 7일이 지나도 만약 갚지 못한다면 저와 제 집사람은 당신의 노비가 되겠습니다.”
장자는 듣고 기뻐하면서 일곱 개의 금화를 주었다.
이때 부부는 이 금화를 넣어서 권화자(權化者)에게 주었다.
권화자가 물었다.
“당신은 어느 곳에서 이 돈을 얻어서 나누어 주는 것입니까?”
부부가 대답하였다.
“가난하고 신분이 낮아 금전적 재물이 없으므로 다행히 복전(福田)을 만나도 복을 닦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유한 장자를 찾아가 몸을 잡히고 돈을 빌렸습니다.
만약 그 기한이 지나면 우리 부부 두 사람은 노비가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권화자가 말하였다.
“이와 같이 몸을 잡히고 돈을 빌린다는 것은 심히 어려운 일인데 어찌 보시에 쓰려 하는가?”
가난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전생에 복을 짓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 이 가난의 괴로움을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노력해서 빌려서라도 보시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원하옵건대 장래의 몸은 반드시 부귀와 즐거움을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왕이 궁중에 돌아와서 스스로 구슬로 치장하여 만든 의복과 타는 말, 그리고 또한 모든 부인들이 지니고 있는 구슬로 치장하여 만든 옷들을 그 사람에게 주고 큰 마을을 주었다.
아서가왕이 이와 같은 권화를 짓자 복과 악의 모습이 즉시 사라졌다.
[사리와 유등]
옛날에 아서가왕이 아사세왕이 가지고 있는 사리를 갖고자 하였다.
아사세왕이 항하 가운데에 큰 철로 된 칼을 만들어서 이를 물에서 회전시켰기에
사리가 있는 곳에 도착하여 갖가지 방편으로 취하려 하였으나 능히 얻을 수 없었다.
연화(蓮花) 비구에게 물었다.
“어찌하면 얻을 수 있겠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수천 곡(斛)의 능금을 가운데로 던지면 회전을 멈출 수가 있습니다.”
이 말을 굳게 믿고서 능금을 물 가운데로 던졌다.
마침 모퉁이에 한 개의 능금이 떨어졌는데, 그 능금이 기관의 구멍으로 떨어져서 칼의 회전이 멈추고 다시는 돌지 않았다.
그러나 큰 용왕이 지키고 있어 도무지 얻을 수가 없었다.
이때 왕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습니까?”
“용왕의 복이 수승하므로 가히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왕이 물었다.
“어떻게 그 복이 수승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금으로 용의 모습과 왕의 모습을 만들어 이를 저울에 달아 보면 무거운 쪽이 복이 수승한 것입니다.”
즉시 저울로 달아 보니 용의 모습이 두 배나 무거웠다.
왕이 이 일을 보고는 부지런히 복을 닦았다. 복을 닦고 나서 다시 상(像)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그 무게를 재어 보니 왕의 형상과 용의 형상의 무게가 똑같았다.
왕이 다시 복을 닦고 다시 형상을 만들어서 무게를 재어 보니 왕의 형상이 더 무거웠다.
왕은 자신의 형상이 더 무거움을 알고는 모든 군대를 이끌고 물가에 이르렀다. 그러자 용왕이 스스로 나와서 갖가지 보물을 헌상하였다.
왕이 용에게 말하였다.
“아사세왕이 나에게 사리를 남겨주셨다. 나는 지금 그것을 갖고자 한다.”
용왕은 스스로 그 위력이 상대되지 않음을 알고 왕을 모시고 사리가 있는 곳에 이르러서 문을 열고 사리를 주었다. 그리고 아사세왕이 만든 유등(油燈)도 주고자 하였다.
사리가 밖으로 나오자 등도 또한 모두 꺼졌다.
왕이 괴이하게 여기고 연화(蓮花) 비구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아사세왕은, 유등을 만들 때 사리를 취하고자 하면 곧 꺼지게 하였는가?”
존자가 대답하였다.
“그 때 계산을 잘 하는 사람이 있어 100년 동안에 기름이 얼마나 쓰이는지를 계산해서 그 같은 양만을 사용한 까닭에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