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김현준 기자 = 이 차는 넓으면서 멋지다. 3시리즈 세단보다 많이 넓고, 3시리즈 왜건보다 쓰임이 좋다. 뒷좌석은 5시리즈보다 넓다. 게다가 등받이 각도가 조절되기 때문에 더 편하게 쉴 수 있다. 그러면서도 쿠페 스타일의 늘씬한 엉덩이를 가졌다는 게 이 차의 주요 포인트다. 이렇게 넓으면서 멋지기는 쉽지 않다. BMW답게 달리기 성능도 좋고, 연비도 우수하다. 일과 가족, 업무와 취미, 그리고 질주,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이 시대 젊은 아빠들이 환호할 만하다.
겉모습
3시리즈의 골격을 썼지만, 겉면엔 3시리즈와 같은 철판이 하나도 없다. 헤드램프도 다르고 테일램프도 다르다. 문짝도 프레임이 둘러지지 않은 프레임리스 도어다. 3시리즈보다 덩치가 약간 커 보인다. 실제 사이즈도 20cm 길고, 1cm 넓으며, 지붕이6cm가량 높다. 특히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가 11cm정도 늘어나면서 뒷좌석 공간이 넓어졌다. 늘씬하게 누운 뒷유리창은 트렁크 문짝과 함께 활짝 열려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트렁크 끝에는 날개가 숨어 있다. 시속 110km가 넘으면 자동으로 올라와 엉덩이 부분을 쑥 눌러준다. 지금까지 얘기를 모두 종합하면, 3시리즈보다 크고 넓지만 엉덩이가 늘씬하게 빠졌고, 엉덩이에서 날개까지 튀어나오는 차, 한 마디로 '넓지만 잘 빠진 차' 정도 되겠다.
속모습
3시리즈와 거의 같다. 대쉬보드는 완전히 같다. 앞좌석은 머리 위 공간만 조금 여유로워진 듯하다. 반면 뒷좌석은 많이 다르다. 무릎 공간이 꽤 넓어졌고, 등받이 각도가 큰 폭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아주 편하게 쉴 수 있다. 5시리즈도 이런 건 안 된다. 등받이는 앞으로 접혀지기도 해서, 큰 짐도 수월하게 실을 수 있다. 3시리즈나 5시리즈엔 이런 기능은 없다. 고급 모델까지 올라가야 의자를 접는 기능이 있다.
트렁크는 넓기도 하지만 활용도가 아주 뛰어나다. 트렁크 문이 활짝 열리기 때문에 짐 싣고 내리기가 아주 편하다. 트렁크 바닥 아래에는 또 다른 수납공간이 있는데, 여기에 걸레나 왁스 같은 걸 넣어두면 좋겠다. 트렁크를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천장도 활짝 열려서 하늘을 보며 달릴 수도 있다. 뭘 더 바랄까?
달리는 느낌
예전의 BMW는 팽팽한 서스펜션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아주 다이내믹한 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BMW는 조금씩 쫄깃쫄깃해지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BMW를 타게 됐다. 3시리즈 GT는 지금까지 타본 BMW 중에 가장 친절한 승차감을 가진 듯하다. 3박4일 타고 달리는 동안 서스펜션이 딱딱해서 불편한 건 하나도 없었다.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넘어도 쿵쿵거림 없이 말랑말랑하다. 뒷좌석에 앉은 가족들도 만족스러운 내색이다.
그렇다고 BMW만의 카리스마가 없어진 건 아니다. 속도를 올릴수록, 핸들을 돌릴수록 뿌듯해 진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저속에선 여유롭더니, 속도를 올릴수록 질주 본능을 드러낸다. 저속에서 말랑말랑한 젤리같다가 고속에선 생고무처럼 탄탄해진다. 저속에서 코너를 돌면 꽤 기울지만, 고속 코너링은 팽팽한 스케이트 보드에 앉은 것처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어느 상황에서건 낮은 무게중심과 탄탄한 골격이 믿음직스럽다
놓치면 안 되는 특징
320d 그란 투리스모는 기본모델부터 HUD, 파노라마 선루프, 제논 헤드램프, 전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트렁크, 액티브 스포일러 등이 달려 있다. 대략 필요한 건 다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 620만원 더 비싼 럭셔리 라인엔 다코타 가죽, 발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이지 액세스, 뒷좌석 열선, 열선 핸들, 하만 카돈 오디오 등이 더 달려 있는데, 여기서 가장 돋보이는 건 발로 여는 트렁크다. 양손에 커다란 아이스박스 같은 걸 들고도 발로 트렁크 열 수 있어서 캠핑을 자주 떠나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겠다. 또, 뒷좌석에 가족들이 자주 탄다면, 뒷좌석 열선은 포기할 수 없을 거다. 하만 카돈 오디오는 제법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며, 핸들 열선 덕분에 한겨울에 손을 호호 불며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것들이 굳이 필요 없다면 5,430만원 짜리 기본 모델을 사는 게 좋겠다. 가격대비 가치를 따져보면 기본 모델이 더 괜찮은 것 같다.
기억해야 할 숫자들
120d, 320d, 520d, X1 20d, X3 20d의 공통점은 같은 엔진과 변속기가 달렸다는 거다. 모두 2리터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달려 있다. 하지만 덩치와 무게가 서로 달라서 성능과 연비엔 다소 차이가 있다. 가벼운 120d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린 시간)'이 7.1초로 가장 빠르고 320d 세단이 7.6초, 520d 8.1초, X1 20d와 X3 20d가 각각 8.1초와 8.5초다. 연비 역시 120d가 리터당 18.5km를 달리며 제일 좋다. 320d 세단도 18.5km/L로 120d와 같으며 520d는 16.4km/L, X1 20d는 15.2.km/L, X3 20d가 14.5km/L다. 320d 그란 투리스모의 성적은 이 중 중간정도다. 덩치가 꽤 크고 무게도 만만치 않아서 제로백은 7.9초, 연비는 16.2km/L 정도다. 하지만 이들의 비교는 큰 의미는 없다. 실제 주행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거니와, 도로에 달리는 다른 차들과 비교하면 모두 우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320d 그란 투리스모의 가격은 5,430만원, 320d 그란 투리스모 럭셔리 라인은 6,0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