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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 12일 일요일. 맑음 그리고 소나기
아침 식사는 숙소에서 제공해 준다. 아래층에 있는 식당을 찾아간다. 식당이 조용하다. 손님이 없다. 오전 7시 30분이다. 자리에 앉으니 요리를 주문 받고 정성스럽게 만들어 준다. 밥은 없다. 콩 스프, 치킨 커리, 오믈렛, 짜파티, 식빵, 주스, 짜이를 갖다 준다. 인도 스타일로 식사를 했다. 인도 스타일은 아직도 서먹하고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배부르게 먹었다. 숙소로 올라와서 일단 짐을 챙겼다. 저녁에 다시 여기서 묵을 것이지만 다른 방이 될 것 같아서 배낭을 들고 카운터로 갔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겼다. 오늘은 어제 하지 못한 4가지를 방문 할 예정이다. 박물과, 모스크, 정원, 국경이다.
숙소를 나서니 조용하다. 주일이라서 인지, 이른 아침이라서 인지,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거리에 차도 별로 없고 사람들도 드물다. 도로변 공터에 젊은이들이 모여서 크리켓을 하며 놀고 있다.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종종 보는 경기다. 열악한 공터이지만 즐겁게 경기를 한다. 크리켓은 공을 배트로 쳐서 득점을 겨루는 경기이다. 영국에서 처음 생겨난 것으로, 지금도 영국과 영연방 국가에서 많이 하고 있다. 한 팀을 11명으로 구성한 두 팀이 넓은 잔디밭에서 공격과 수비를 교대로 하면서 공을 배트로 쳐서 점수를 겨루는 경기이다.
야구와 비슷하지만 각 이닝마다 전원에게 타순이 돌아오고, 모두 아웃되어야 공격과 수비를 바꾸며, 2이닝으로 시합이 끝난다. 경기장 중앙에 두 개의 위켓(세 나무 기둥 위에 베일이라고 부르는 나무를 얹은 것)을 세운다. 수비 측은 위켓의 바깥쪽에 투수와 포수를 두고 나머지 9명은 적당한 자리에 선다. 공격 측은 처음 타자가 포수 옆에 서서 공을 기다리고, 다음 타자는 반대쪽 위켓 근처에 서 있는다. 투수는 공을 던질 때 땅에 한 번 바운드 되게 던져야 하며, 그 공이 베일을 떨어뜨리면 타자는 아웃된다.
타자는 공이 위켓에 맞지 않도록 공을 쳐야 한다. 친 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야수가 받으면 아웃이 된다. 공이 잡히지 않으면 타자들은 서로 반대쪽 위켓을 향해 달려 점수를 얻는다. 그 전에 야수가 공을 위켓에 던져 베일이 떨어지면 그 위켓에 가까운 타자는 아웃된다. 투구는 6구마다 투수와 포수가 서로 교대한다. 타자가 좀처럼 아웃되지 않으므로 장시간 계속되며 2~3일씩 걸리기도 한다. 구경을 하다가 우리는 박물관으로 향했다. 가까워서 걸어가기로 했다.
길 건너편에 교회인지 성당인지 십자가가 보이는 건물이 보인다. 주일이라 예배드리는 곳이 있으면 잠시 들리기로 했다. 교회가 있는데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통제를 하고 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구경하기도 어렵게 바리케이트를 치고 접근을 막고 있다. 기독교인들을 보호하며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것 같다. 주변에 종종 교회 건물들이 보인다. 담이 높다. 십자가가 달려있는 학교도 있다. 좀 더 걸어가니 YMCA 건물도 대로변에 보인다. 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자세히 살펴보니 기독교 흔적도 간간히 찾아볼 수 있었다.
GPO라는 글자가 보이는 멋진 건물이 나타난다. 우체국 건물이다. 오래되 보이는 건물인데 붉은색 벽돌로 지어져 있다. 작은 공원에는 책장사들이 책들을 펼쳐놓고 팔고 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책들만 모여 있다. 큰 길 건너편에 라호르 시 유산 박물관(LAHORE CITY HERITAGE MUSEUM)이 보인다. 문은 닫혀 있다. 사용을 하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도로를 따라 일자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그 옆에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멋진 라호르 박물관이 있다. 당나귀가 이끄는 마차가 한 대 지나간다. 부서진 나무 조각을 잔뜩 실었다. 힘겨워 보인다.
라호르 박물관은 멋지다. 과거 영국 총독부로 쓰였던 건물을 박물관으로 용도 변경했다. 규모 있는 영국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이다. 파키스탄 내의 박물관중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로 영국식민 시절인 1864년 지어졌다. 8개의 전시실에 간다라시대의 불교 예술품, 이슬람 예술품, 필본체, 무기, 의복, 보석 등 모헨조다로, 간다라, 힌두, 쿠샨, 무굴, 시크, 영국통치 시대의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있다. 박물관은 옆문으로 들어간다. 정문은 닫혀 있다. 검색대를 통과하여 들어선다. 입장료 400루피다. 국내인은 성인이 20루피다. 거기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면 25루피를 더 지불해야한다. 오전인데도 무척 덥다.
안으로 들어서니 궁전 같은 홀이 나온다. 기대했던 에어컨은 없고 벽에 선풍기가 돌아간다. 따듯한 바람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좀 어둡다. 간다리 미술 영향을 받은 불교 유적과 힌두교, 회교 유적이 전시되어있다. 페르시아 스타일의 도자기와 중국풍의 도자기가 있다. 대리석 판에 보석돌을 넣어 수놓은 장식품이 화려하고 섬세하게 보인다. 간다라와 무굴의 미술품을 수집한 라호르 박물관이 유명한 것은 붓다의 고행상이다(AD.2세기). 금속 같은 윤기가 흐르는 검은 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해부학적으로 완벽하다고 한다.
간다라 미술의 최고걸작이란다. 라호르박물관은 주지하다시피 간다라 미술명품들을 많이 진열한 유명한 박물관이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인도·파키스탄이 분리 독립할 당시, 이곳에 있던 많은 간다라 불교작품들이 인도로 옮겨져, 지금 인도 꼴까타(캘커타) 인도박물관, 델리 국립박물관 등에 전시돼 있다. 건물은 낡았지만 내부 진열은 상당한 수준을 자랑했다. 특히 간다라 미술과 회교미술, 티벳 불교미술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수준의 명품들이 전시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에 속한다고 한다.
물론 라호르박물관의 꽃은 ‘간다라 불교미술작품’들이다. 간다라 미술이 많기야 페샤와르박물관이 최고지만, 이곳엔 거기에 없는 세계적 명품이 있다. 석가모니 사후 500년에 우즈베키스탄의 쿠샨왕조가 간다라 지방으로 침략한 후 넓은 국토와 다양한 인종을 다스리기 위한 이념으로 불교를 채택하여 널리 포교하였다. 이때부터 부처를 보고 싶어 하는 신자들을 위해, 또 불교의 전파를 위해 불상을 처음 제작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간다라 불상이다.
이 때 알렉산더에 의해 간다라 지방에 이주하여 살고 있던 그리스인의 기술로 불상을 만들어 초기의 간다라 불상은 서양인의 모습을 띄게 되었다. 최초의 동양과 서양 문화의 만남이었다. 힌두교의 소 조각상도 인상적이다. 다양한 악기들도 전시되어있다. 사람 뼈로 만든 장식용 앞치마도 보인다. 불교의 일종인 자인교의 유적도 보이는데, 특히 19세기 초에 만들어진, 발을 프린트하여 조각한 유물이 현관 중앙에 있다. 그림도 있다. 특히 독립운동가 이크발의 시를 형상화한 천장벽화도 볼 만 하다. 이크발은 파키스탄의 분리 독립을 최초로 주장한 시인으로 파키스탄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영국 식민지시대의 잔재로 남아 있는 빅토리아 영국 여왕 동상도 있다. 그 옆에 총독으로 보이는 영국인의 흉상도 있다. 어둡고 답답하고 더운 박물관을 나오니 좀 살 것 같다. 마당으로 나오니 정원에 예쁜 꽃들이 있다. 대포도 정원을 장식하듯이 올려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더니 사진을 함께 찍잔다. 아내가 모델이 되어주었다. 풍부한 표정에 밝은 미소를 갖고 있는 분이다. 들어왔던 입구로 해서 다시 박물관을 나왔다. 거리는 아직도 조용하고 한적하다.
길 건너편에 동상이 하나있다. 영국사람 같다. 펀잡(PUNJAB) 대학교의 부총장이었던 ALFRED WOOLNER(1878~1936)교수의 동상이다. 그는 산스크리트어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였단다. 그 뒤 건물이 디자인 예술 대학이라고 표시되어있다. 도로 중앙에 장식용 같은 커다란 대포가 있다. Kim's Gun이라고 한다. 1760년에 주조된 대포이다. Zam-zama라고 하며, 누구든 이 Zam-zama를 소유하는 자가 펀잡 지역을 다스리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이어서 집을 형상화해서 만들어진 작품도 있다. 그 건너편에 전시되어있는 비행기가 보이는데 이곳이 시청사 마당이다. 파키스탄 초대 대통령인 정치가 진나의 초상화가 보인다. 여기가 이스탄불 촉(Istanbul chowk)이다.
Data Darbar 모스크를 찾아간다. 관공서와 대학들이 있다. 공원도 있다. 모스크의 규모가 크다. 사람들로 복잡하다.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아내는 무사히 여자 출입구로 들어갔는데, 남자출입구에서 반바지를 입었다고 출입이 금지되었다. 할 수 없이 밖에서 여자 출구를 보며 아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아내는 구경할 것이 별로 없다고 일찍 나왔다. 모스크 주변은 엄청 복잡하다. 2017년에 이곳에서 엄청난 군중 시위가 있었던 곳이란다. 사람들도 많고 교통량도 엄청 많고 복잡하다. 그리고 모스크를 끼고 있는 골목에는 오래된 식당들이 가득하다. 화려한 음식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은빛 금속 둥그런 솥이 눈에 들어온다. 피자보다 훨씬 커다란 부침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정감이 가는 골목 식당들이다. 이곳에 델리 게이트가 있다고 들었는데 찾기가 어렵다. Bhatti Chowk Metro Bus Station 이 있다. 여기도 메트로 버스를 운행 하려고 공사 중인 것 같다. 델리 게이트는 못 찾고 바티 게이트(Bhati Gate)만 만나고 더위에 지쳐버렸다. 오래된 시장 골목들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잠시 그늘을 찾아 쉰 다음에 툭툭이를 타고 샬리마르 정원(Shalimar Gardens)을 찾아 가기로 했다. 툭툭이를 타고 가는데 제법 멀다.
와가 보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입장료가 500루피다. 아내는 힘들다고 나무 그늘에 쉬고 있겠단다. 혼자 안에 들어가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는데, 아내가 들어왔다. 매표소 직원이 그냥 들어가라고 했단다. 다시 아내와 함께 천천히 정원을 둘러보았다. 더운 날씨 탓인지 엄청 넓어 보인다. 아내가 좋아하는 하얀 꽃나무(플루메리아 꽃)가 많다. 향기도 엄청 진하다. 싱싱한 꽃을 주워서 귀에 꼽고서 사진을 찍는다. 플루메리아 꽃은 적도 부근의 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다.
플루메리아는 라오스의 국화다. 꽃향기가 좋아서 향수, 비누, 입욕제로도 많이 사용되는 식물이다. 플루메리아 꽃말은 "당신을 만난 건 행운입니다". 러브하와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유는 하와이 연인들이 머리에 꽂고 다닌다고 해서 러브하와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꽃 색깔은 화이트, 연분홍, 황적색 3가지 정도다. 여기는 주로 하얀색이다. 총각들이 나타나 또 사진을 찍자고 한다.
샬리마르 정원(우르두어: شالیمار باغ)은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파키스탄 라호르에 지은 정원이다. 1641년에 짓기 시작하여 다음해에 완성하였다. 직사각형의 형태로 되어 있는데 남북으로 658m, 동서로는 258m 가량이고, 주변에는 높은 벽돌담을 쌓았다. 1981년 샬리마르 정원은 인근의 라호르 성과 함께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관리되고 있다. 샬리마르 정원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한번에 4-5m 씩 낮아지는 계단 구조의 테라스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테라스는 우르두어로 다음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가장 높은 테라스는 '기쁨의 증여자'라는 뜻을 지닌 Farah Baksh, 중간의 테라스는 '덕의 증여자'라는 뜻을 지닌 Faiz Baksh, 가장 낮은 테라스는 '삶의 증여자'라는 뜻을 지닌 Hayat Baksh이다. 샬리마르 정원은 410개의 분수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 분수에서 뿜어내는 물 때문에 정원 주변은 바깥보다 훨씬 시원하다고 한다. 이들 분수들이 어떠한 원리로 작동하는지는 오늘날 과학자들도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로 무굴 제국 과학자들의 기술은 뛰어나다. 가장 높은 층의 테라스에는 105개의 분수가, 중간의 테라스에는 152개의 분수가, 그리고 가장 낮은 테라스에는 153개의 분수가 있다.
입구 맞은편으로 계속 가니 작은 출구가 있다. 화장실도 있다. 여기로 입장하면 공짜란다. 단, 화장실에 들어갈 때 10루피를 내면 된단다. 평상에 앉아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아저씨들이 알려준다. 다시 들어와 북쪽의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간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테라스에 사진사와 가이드가 있다. 가이드는 다가와서 묻지도 않았는데 설명을 해준다. 저기가 왕이 앉던 왕의 자리이고, 무희들이 들어오는 길이고, 무희들이 춤을 추던 무대가 건너편이라고, 또 악대들이 있던 곳이라고 설명해 준다.
그늘이 있는 테라스는 엄청 시원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쉰다. 할 일 없는 사람들도 이곳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대리석 바닥의 기하학적 무늬가 인상적이다. 분수는 보수중이라 물이 나오지 않는다. 정원에 있는 간이매점에서 물을 사고 주스 2개를 사서 그늘에 앉아 마셨다. 정말 시원했다. 나무 그늘에는 파키스탄 젊은이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도의 타지마할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정원이란다.
밖으로 나왔다. 노점상에서 바나나를 샀다. kg당 60루피란다. 작은 것이 엄청 싸고 달고 맛있다. 낙타를 이용해 손님을 태우려는 사람도 보인다. 낙타도 무척 더워 보인다. 빙수를 팔고 있는 파라솔도 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와가 보더(Wagha Border)를 가기로 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이다. 여기서 진행되는 국기하강식이 엄청 재미있단다. 툭툭이를 흥정해서 타고 간다. 라호르에서 24km 거리란다. 500루피에 가기로 했다. 먼지를 마시며 복잡한 도로를 달려가는데 위험도 하고 멀기도 멀다.
너무 빨리 왔다. 그래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나무 그늘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가족이 온 팀이랑 합류하게 되었다. 결혼한 오누이 부부가 서로 자녀들을 데리고 왔다. 친절하게 얘기를 하며 함께 기다린다. 사진도 함께 찍고 과일과 과자도 나누어 먹는다. 우리가 갖고 온 바나나도 나누어 먹었다. 당나귀가 끄는 마차에는 옥수수를 구워 팔고 있다. 우리는 거의 오후 1시 30분에 도착했다. 4시에 들어간단다.
거의 3시간을 기다린 것 같다. 사람들이 엄청 밀려온다. 오토바이와 자가용을 타고 온 사람들이 많다. 대로변에는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고 구경만 한다. 고등학교 영어 선생이라는 중년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또 모여들어 함께 얘기를 한다. 외국인은 우리 부부 밖에 보이지 않아 구경거리가 되어 중심이 되었다. 엄청 함께 사진도 찍었다. 오후 3시 30분이 되니 줄을 세운다. 여자와 아이들은 따로 서고, 남자들도 따로 선다. 그 옆에 오토바이 부대들이 줄을 선다.
외국인이라고 나를 제일 앞에 세워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오후 4시에 들어가는데 여자들을 먼저 출발 시키고 그다음 남자들이다. 다 같이 들어간다. 줄 선 순서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빠른 사람 순으로 들어간다. 오토바이가 먼저 달려간다. 중간 중간에 군인들이 검사를 해서 통과 시킨다. 줄 설 때는 내가 일등이었는데 아수라장으로 서둘러 가니 끝에서 가게 된다. 그것도 아내와 만나서 천천히 걸어간다. 줄은 왜 세웠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여권을 보여주며 들어간다. 엄청 사람들이 많다.
국경에 이런 관람석을 만들어 놓고 이런 행사를 매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전 세게 어디에서도 이런 일은 하지 않는다. 더 재미있는 것은 매일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것이다. 관광객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국민들이다. 스텐드에 올라가 앉으니 여자들이 모여 있는 건너편이 눈에 들어온다. 아내를 쉽게 찾았다. 입장을 준비하는 군인들이 보인다. 22명의 군악대도 연습을 하고 있다. 클라리넷이 10명으로 중심이고, 섹스폰 1명, 트럼본 2명, 트럼펫 4명, 튜바 1명, 바리톤 2명, 큰 북, 작은북 각 1명이 지휘자를 중심으로 모여 소리를 맞추어보고 있다.
점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건너편에 있는 인도 쪽은 관람석이 더 웅장하고 크다. 사람도 더 많이 오는 것 같다. 그런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주룩주룩 내린다. 멈출 것 같지 않게 시원하게 쏟아진다. 더위는 가셨지만 온몸이 비에 젖겠다. 모인사람들은 비가 오는데도 요동함이 없이 자리를 지키고 응원한다. 국경을 중심으로 도로에는 BSF라는 글씨가 많이 보인다. 국경수비대 약자란다. 군인들은 키 크고 잘 생겼다. 파키스탄은 좀 수수하고, 인도 쪽은 규모가 크고 화려해 보인다.
인도측은 비가 내리니 자리를 피해 옮기는 것이 보인다. 파키스탄 측은 피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입구 위에 작은 공간 밖에 없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나만 그리로 옮겨갔다. 군인이 통제해서 다른 사람들은 갈 수 없었다. 카메라 기사만 올라와 있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행사는 진행된다. 마이크를 틀어놔서 엄청 시끄럽다. 반대편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고 관중들이 더욱 흥분해가는 것 같다. 파키스탄 국기를 들고 입장한 목발의 젊은이가 비를 맞으며 한 발로 빙빙 돈다. 경기장 응원은 저리 가라다.
와가 보더는 파키스탄 펀잡주 라호르에서 24km, 인도 펀잡주 암리차르에서 32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매일 해가 지기 전 6시 경에 국기 하강 식을 진행한다. 이 행사는 1959년부터 시작되었다. 각국의 군인들의 힘찬 세리머니로 구성되어있다. 팽팽한 긴장감, 자존심 싸움 등을 엿볼 수 있다. 분단 국간에 진행되는 행사라는 점에서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매일 수 백 명의 관중들이 참석한다. 양국의 국경일 등의 중요한 날짜에는 그 인파가 더욱 늘어나 뜨거운 열기의 행사를 즐길 수 있다. 행사가 시작 전에 엔터테이너로 불리는 사람들의 분위기 띄우기가 시작된다. 깃발을 흔들며 ‘파키스탄 진다바드!(파키스탄 만세라는 뜻)를 외치며 장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두 나라의 국가가 울려퍼지며 사람들의 응원 열기가 점점 더 거세진다. 행사가 시작되면 멋지게 제복을 차려입은 군인들이 등장한다. 보통의 행군과 달리 팔을 높게 올리며 다리를 높게 치켜드는 게 특징이다. 행군이라는 의미보다 퍼포먼스적인 성격이 강한 발걸음이다. 붉은 모자와 검은 색 정복은 행사의 근엄함과 화려함을 더해준다. 행진을 함과 동시에 양국의 응원이 떠 뜨거워진다. 양쪽의 각이 잡힌 행군과 퍼포먼스가 약 40분 정도 진행된다.
트럼펫 소리, 쿠란 경전 소리가 장내에 크게 울려퍼진다. 양국 국경이 열리며 인도, 파키스탄 군인들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국경에서 서로의 국경을 향해 행진하며 몸을 스치며 행군, 발을 머리끝까지 올리며 서로를 향해 행진한다. 행진이 끝나면 마지막 국기 하강 식. 양국 국기를 겹쳐 천천히 내리며 하강 식을 끝낸다. 국기하강 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차림이 특이하고 화려하다. 부채꼴 모자가 눈에 띤다. 고개를 돌려 인도 쪽을 보니 인도의 모자도 부채꼴 장식이다. 거침없이 뛰는 동작에도 모자는 흐트러짐이 없다.
인도 군인 모자가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컬러가 한몫했다. 공작처럼, 수탉처럼, 화려하게 과시 하듯이. 그러나 멋있어 보이기는 검정색 제복과 모자를 착용한 파키스탄 쪽이다. 발차기가 멋지다. 바지의 형태도 재미있다. 사전 MC가 구호를 외쳐가며 엄청 바람을 잡는다. 파키스탄은 국가인 듯한 노래에 후렴구로 “파키스탄” “파키스탄”이 많이 반복된다. 우리도 따라 불러서 인지 입에 붙어버렸다. 인도는 "힌두스탄~~~!! 힌두스탄~~!!" 이란다.
비가 오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다. 양말을 벗고 물에 빠지면서 화장실을 다녀왔다.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비가 오는 관계로 화려한 부채꼴 장식 모자를 쓰지 않고 행사를 치렀다. 닭싸움하는 것 같아 재미있게 보았다. 오후 6시에 시작 된 행사는 40분 정도를 하고 끝이 났다. 여자 편을 바라보니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은 아내밖에 없다. 거의 2시간 모두 비를 흠뻑 맞았다. 감기에 걸릴 것 같다.
행사가 끝나니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남녀노소 구분도 없다. 모두 비에 젖어 축축했지만 얼굴에 미소는 가득했다. 다행히 비가 그쳐서 감사했다. 그래도 습기가 높아 음산했다. 서둘러 입구로 걸어 나온다. 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모두 오토바이와 승용차로 하나 둘 떠나간다. 우리도 대기해 있는 툭툭이를 500루피에 흥정해서 숙소로 향했다. 비가 내린 후라 거리가 온통 물이 고여 있고 질퍽거린다.
불빛은 어두운데 사람들과 차들로 엄청 복잡하고 밀린다. 어렵게 시내로 들어가는데, 기사가 리갈 촉을 잘 모르는지, 다른 툭툭이를 잡아 흥정을 해서 300루피를 자기가 갖고 200루피를 주며 우리를 옮겨 타게 했다. 비를 맞고 긴장해서 인지 배탈이 났다. 엄청 힘들었다. 쇠로 만들어진 육교를 발견하고 우리는 내렸다. 물을 하나 사가지고 어렵지 않게 숙소로 돌아왔다. 늦은 밤이다. 숙소를 체크인 했다. 어제보다 더 좋은 럭셔리한 방이다.
가격도 어제보다 저렴하게 더 좋은 방에 머물게 되어 기뻤다. 젖은 옷을 빨아 널었다. 내일 이동을 해야 하는 데, 옷이 마를 것 같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라면을 끓여서 저녁 식사를 했다. 따듯한 라면 국물이 좋았다. 하루를 정리하고 자리에 누우니 천장 구석에는 메카를 향한 화살표가 붙어있다. 회교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본 것 같다. 파키스탄은 8월 14일이 독립기념일이고, 인도는 8월 15일이 인디펜던스 데이란다. 우리 광복절과 같은 날이다.
2018년 8월 12일 경비- 박물관 입장료 1,000, 카메라 25, 가든 입장료 500, 릭샤 200,
주스 160, 물 70, 바나나 60, 릭샤 500, 물 60, 릭샤 500,
숙박비 4,880.
계 7,955루피*10=79,550원.
누계1,67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