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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월 17일 목요일, 맑음
‘아유보완’(AYUBOWAN) 은 스리랑카 싱할라어로 ‘안녕하세요’란다. 안녕했다. 상쾌하게 잘 잔 것 같다. 창밖은 아직 어두운 것 같다. 날이 새기 전 새벽이라 아직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밤새 깜빡이던 네온사인이 힘들어 보인다. 차들은 라이트를 켜고 다닌다. 하루의 일정을 대충 짚어보았다. 캔디 역에서 기차를 타고 하푸탈레로 가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은 포기했다. 여행은 순간순간 선택하여 움직이는 것이구나.
아침 7시 옥상 식당으로 올라갔다. 하늘이 보이는 노천 식당이다. 식사가 올라오기 전 까지 주변을 둘러본다. 전망이 아주 좋다. 동편에 해가 떠오르면서 서편 언덕에 세워진 커다란 불상(Bahirawakanda Vihara Buddha Statue)이 빛이 난다. 이른 아침의 거리는 오가는 차량들로 벌써 분주하다. 사람들도 바쁘게 움직인다. 눈 아래 보이는 예쁜 교회는 크리스트 교회다. 커다란 가로수들이 시야를 가린다. 약간 날씨가 서늘하다. 까마귀 한 마리가 옥상 난간에 앉아있다.
조식은 콘티넨탈 스타일이다. 소세지 2개와 커다란 오믈렛이 접시에 올라왔다. 버터와 잼이 구운 토스트와 함께 나왔다. 커다란 파파야 조각과 바나나도 함께 왔다. 커피도 있다. 풍성하고 정성스러운 식탁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식사를 했다. 아내와 둘 밖에 없다. 생각보다 손님이 없나보다. 새로 꾸며진 호텔이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서둘러 먹고 내려왔다.
7시 30분에 체크아웃을 했다. 숙박비를 지불했다. 아주 친절했다. 프리얀트 쿠마라와 작별인사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 우리는 서둘러 역으로 걸어간다. 시계탑 뒤의 커다란 나무가 좋다. 지하도로 들어갔다. 입구가 참 많다. 기차역 방향으로 올라왔다. 상가는 벌써 열려있었고 사람들이 많다.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여자를 따라가니 역이다. 망설임 없이 5번 창구 앞에 섰다. 벌써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서양 관광객들이다. 8시 45분에 출발하는 입석 기차표를 손에 쥐었다.
2번 플랫폼이다. 1번, 2번 양쪽에서 기차를 타는 것 같다. 1번 플랫폼에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기다리고 있다. 기차를 무사히 탈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다. 많은 여행객만큼이나 커다란 배낭들이 많이 보인다. 서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기차가 들어온다. 정면에 class S12라고 씌어있는 922호 열차다. 벌떼 같이 덤벼들어 기차에 올랐다. 아내는 더 민첩하게 올라간다. 밀려서 기차 안으로 쏙 들어간다. 기분이 좋다.
앉는 사람들은 좌석표가 있는 것일까? 그냥 타서 빈자리에 앉는 것 같다. 모두 입석표 인 것 같다. 아내는 바로 자리에 앉게 되었다. 먼저 타고 3 자리를 잡고 있던 스리랑카 사람이 자기 손님을 자리에 앉힌 후 내리면서 아내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었던 것이다. 고마웠다. 기차는 오전 9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서 가는 사람들이 많다. 서서 가는 것도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다.
기분도 좋고 기운이 넘친다. 타고 가기 힘들다는 유명한 기차를 타고 간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 기차는 캔디를 천천히 벗어난다. 1시간 정도를 달려서 나도 앉게 되었다. 다음 역에서 내린다는 까만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스리랑카 사람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고마웠다. 기차는 느리게 간다. 아마도 시속 30~40km 정도 되는 것 같다. 꼬불꼬불 가기도 하고 산허리를 돌아 서서히 올라가기도 한다.
창밖에는 산지를 개간해 심어놓은 녹차 밭이 엄청 나다. 커다란 나무들이 중간 중간 자라고 있다. 가끔 숲도 있다. 산허리를 깎아 만들어 놓은 도로에는 버스가 힘겹게 오르내린다. 도로를 따라 집들이 종종 보이지만 대부분 녹차 밭에 집들이 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귤을 주셨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름 모를 기차역에 멈추었다. 반대편으로 가는 먼저 정차해 있던 기차가 있다. 창가에서 서로 마주친 얼굴들이 정겹다.
이름 모를 기차역에서 또 사람들이 내린다. 타는 사람보다 내리는 사람들이 많다. 녹차 밭은 계속 이어진다. 가끔 터널을 지나간다. 터널에 들어가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함성이 울려 퍼진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터널로 들어서니 일탈이 일어나는 것 같다. 다시 밝은 빛으로 나오면 일탈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다. 터널을 지날 때 마다 일탈은 일어난다. 재미있다. 은근히 터널이 기다려진다.
기차 구조는 고정식, 마주보고 한 쪽은 3명씩 앉고, 한 쪽은 2명씩 앉아간다. 기차의 창문은 모두 열려있다. 시원한 바람이 녹차 냄새를 싣고 들어온다. TALAWAKELE역이다. 멈 춰선 역에는 기찻길을 따라 담장이 이어지고 꽃들도 피어있다. 노란색 꽃들과 보라색 꽃들이 많다. 기찻길에 가까이 있는 집들도 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는 동요가 생각난다.
강물도 나타난다. 산악지역을 지나가니 작은 농가가 나타나며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밭을 일구는 농부들이 보인다. 달리고 달려도 녹차 밭이다. 폭포도 나타나 급하게 카메라를 작동했다. 시간이 그렇게 동화처럼 흘러갔다. 여유롭게 우리는 5시간 40분을 기차에서 보냈다. 열차가 데려다 준 곳은 하푸탈레였다. 기차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하푸탈레에서 내리는 줄 알았다. 도착해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서둘러 가방을 내려서 급하게 기차에서 내렸다. 떠나는 기차의 꽁무니를 보고 생각했다. 도대체 함께 타고 가던 저들은 내리지 않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푸탈레(HAPUTALE) 라는 글씨가 눈앞에 선명히 보인다. 외국인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내리는 것 같다.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서 우리도 역사를 나왔다. 아주 작은 역이다. 드디어 하푸탈레에 왔구나. 뒤로 돌아 역사를 찍었다.
스리랑카 고산지대 하푸탈레(Haputale)는 해발 1580미터에 위치한 조그마한 고산지역이다. 고도와 기온의 차이, 지형적 영향으로 안개가 끼는 시간이 많기에 시간을 잘 선택해야 멋진 차밭의 풍광을 느낄 수 있다. 립톤싯을 보려면 하푸탈레에서 툭툭을 이용 하거나, 버스를 타고 가서 툭툭 또는 도보로 이동하는 방법을 택해야 갈 수 있다. 경치는 하푸탈레(Haputale)만한 곳이 없다.
누와라 엘리야에서 남쪽으로 차로 1시간 안팎 걸리는 하푸탈레는 마을 전체가 언덕으로 둘러 싸여 있다. 새벽녘 구름 과 안개에 뒤덮인 하푸탈레의 경치는 단연코 최고라 할만하다. 언덕 위에 위치한 호텔이나 식당에서 내려다보이는 차밭 풍경을 보기 위해 여행자들은 일부러 이곳 을 찾는다. 사실 누와라 엘리야에 비해 하푸탈레는 여행자들의 관심대상이 되지 못 했다.
미국 CNN방송이 하푸탈레를 다루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푸탈레는 아시아 여행지 중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곳’이라는 CNN 방송 이후 주목 받기 시작했고 이젠 여행자들이 스리랑카 중부 고산지대를 여행할 때 빠짐없이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지대가 높은 곳이라 덥지도 않다. 참 좋다. 먼저 숙소를 찾기로 했다. 막 역사를 빠져나와 몇 걸음을 숙소이름을 대는 젊은이가 나타났다. 마중 나온 것이다. 반가웠다.
직원 덕분에 쉽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Grand View 호텔이다. 긴 테라스에 이어진 방들이다. 101호다. 제일 먼저 있는 방이다. 테라스에 서면 경사면에 지어진 아담한 모스크가 눈에 들어오고 그 아래로 산들이 펼쳐진다. 키가 큰 나무가 올라와 있지만 눈 아래다. 짐을 풀고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사모사와 간식을 먹었다. 립톤싯을 다녀오기로 했다. 버스를 타는 것 보다는 툭툭을 타고 가기로 했다.
숙소를 나와 지나가는 툭툭을 잡았다. 왕복으로 1,800루피를 달라고 한다. 1,200루피(8,400원)에 흥정을 해서 출발한다. 유순해 보이는 얼굴에 친절하고 부지런한 기사를 만난 것이 복인 것 같다. 젊어 보이는데 벌써 딸아이가 중학생이란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달려가니 한기가 느껴진다. 하푸탈레(Haputale)에서 립톤싯(Lipton's Seat)까지의 거리는 약 15km 정도 된단다. 산허리를 돌아가더니 잠시 멈춘다.
멋진 계곡 경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시원한 바람이 올라온다. 오른쪽에 마을을 끼고 올라간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집으로 간다. 올라가는 발걸음이 힘들어 보이지 않고 가벼워 보인다. 녹차 밭이 산등성에 가득하다. 녹차 밭 사이를 달려 한참을 올라간다. 버스가 멈춘다는 티 팩토리(녹차 공장)이 있는 곳을 지나간다. 입장료를 내는 작은 매표소를 잠시 멈춘다.
툭툭이 기사가 입장료를 해결했다. 립톤싵 입장료는 250루피다. 다시 올라가 드디어 도착했다. 힘들게 올라간 툭툭이의 시동이 꺼지니 아주 조용하다. 사방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는 그 경치가 정말 시원하고 멋지다. Well come to Lipton seat. 글씨가 보인다. Lipton's seat에서 Lipton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의 차(茶) 브랜드인 Lipton이다.
이 브랜드를 설립한 사람이 Thomas. J Lipton이고 T. J Lipton이 자연과 미래에 대한 명상을 즐긴 곳이 립톤싯(Lipton's seat)이라고 한다. 그의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오른손에 찻잔을 들고 있는 형상인데, 찻잔이 부서져 버렸단다. 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시야가 탁 트여 보기 좋다. 온통 초록, 초록, 초록이고 산이다. 하늘도 파랗다. 녹차 밭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다.
커다란 개 두 마리도 고개를 들고 먼 산을 바라본다. 대충 구경을 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툭툭을 타고 내려갈 때는 좀 편해 보인다. 가다가 전망이 좋은 곳에서 또 사진을 찍고 잠시 쉬어 간다. 아직도 집으로 가는 교복 입은 아이들이 보인다. 도 다른 녹차 밭에서 멈췄다. 다른 종류인데 실버 티란다. 일반 녹차에 비해 가격이 10배는 비싸단다. 실버 티 1kg에 200$ 정도란다.
비교하여 볼 때는 차이가 있지만 그냥 봐서는 잘 모르겠다. 돌담 그림자가 길어진다. 홍차로 많이 알려진 립톤 싯에서 약간 내려오면 티 팩토리[홍차/녹차 공장]가 있다. 입장료는 1인 250루피다. 차의 생산 과정을 둘러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현지에서 생산된 홍차/녹차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공정 과정은 촬영이 금지되고, 생산된 제품이랑 진열된 차의 종류에 대해서만 촬영이 가능하단다.
우리는 그냥 대문과 건물만 보고 내려간다. 작은 마을 가운데 예쁜 교회가 보기 좋다. 허리를 돌아 하푸탈레에 가까이 오니 구름 사이로 광선이 쏟아진다. 장관이다. 우리 숙소 앞에서 내렸다. 항상 친절한 툭툭 기사는 미소와 함께 급하게 사라졌다. 예쁜 딸과 만나기로 했단다. 작은 마을이지만 둘러보기로 했다. 손님을 기다리는 툭툭들이 건물 앞에 둥그렇게 세워져 있다. 약간 서늘한 분위기다. 기찻길이 보인다.
기차가 없는 기찻길은 왠지 쓸쓸하고 허전해 보인다. 기차역으로 가 보았다. 문이 닫혀 있는 역사도 말이 없다. 사람이 없다. 립톤싯 15km, 역사적인 장소인 저택 Adisham Bungalow는 4km. 아치 기차 다리인 Nine Arch Bridge 26km라는 광고판이 사진과 함께 보인다. 조금더 걸어오니 식당이 있고 그 앞에 음식 그림이 있다. Hopper라는 낯선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얇은 쌀 전병에 계란이 올라와 있다.
언젠가 한 번 먹어보기로 맘을 먹고 메모를 했다. 버스 스텐드에 도착했다. 내일 아침 일찍 여기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간다.. 버스 스텐드 뒤편에 키 큰 빌딩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위에 RISARA BAKERS 라는 간판이 보인다. 리사라 베이커리라는 곳인데 하푸탈레에서 밥 먹기 가장 좋은 곳이 라고 소문난 곳이다. 하푸탈레 다녀온 사람 중 여기 한번 안 간사람 없단다. 우리도 찾아갔다. 주로 빵이다.
오래되 보이는 빵집인데 사람들이 많다. 주로 빵 종류다. 밥은 보이지 않았다. 막 만들어 나오는 빵들로 후끈거리는 분위기다. 우리는 사모사와 둥근 만두 빵 같이 생긴 SUSION을 사가지고 왔다. SUSION은 껍질이 얇고 속이 가득하다. 녹두와 여러 가지가 들어있다. 엄청 맛있었다. 먹거리 하나를 발견했다고 아내와 함께 무척 즐거워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일찍 문을 열기에 찾아갔는데 아직 만들지 못했다고 해서 먹지 못하고 그 후로 인도를 떠날 때 까지 그 빵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정말 아쉬운 먹거리다. 숙소로 돌아왔다. 석양이다. 모스크를 등지고 넘어가는 태양이 가느다란 구름과 어울려 멋진 강관을 연출한다. 어둠과 밝음의 아름다운 조화다. 우리 숙소 101호는 창문이 많아 훤하다. 커튼으로 창문을 가려야만 사생활이 드러나지 않는다.
뜨거운 물도 잘 나온다. 라면을 끓이고 사모사와 만두 빵(SUSION)으로 저녁을 먹었다. 거기에 망고를 곁들여 먹는다. 숙소는 다 좋은데 Wi-Fi가 잘 잡히지 않는다. 감도가 너무 약하다. 리셉션으로 가서 잡아본다. 내일 찾아갈 갈레의 숙소를 겨우 예약했다.
1월 17일 경비- 기차표 420, 사모사 3개 100, 툭툭 1,200, 입장료 250,
사모사 2개 800, SUSION 2개 400, 숙박비 2,644
계 5,814*7=40,698원.
누계 1,75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