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집행부가 ‘통합의학공동협의체’라는 TFT를 구성해 ‘醫-韓 단일의학체계를 구성키로 합의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두 단체가 합의했다는 ‘醫-韓 단일의학체계’는 현행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화돼 있는 것을 일원화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 증거 기반에 기초한 의학과 동양학적 철학과 경험에 근거한 한의학은 질병에 대한 원인과 진단방법, 치료방법에 이르기까지 판이하게 다른 접근방법과 지식의 기반을 가지고 있어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기초와 철학을 달리하는 의학과 한의학이 상호간의 교류나 통합적 접근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의학을 더욱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질병에 대한 이해와 접근방법 자체가 크게 다른 두 가지 의술에 대해 학문적인 통합을 의미하는 단일의학체계에 대한 논의는 결코 몇몇 소수의 의사와 한의사가 비밀리에 결정해 추진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더욱이 단일의학체계로 나간다는 두 협회의 선언은 장기적 과제의 정당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최근 한의사의 IPL 시술을 비롯해 현대의료기기 사용, 약침 정맥주사, 신종플루 치료 선전 등의 문제로 갈등을 넘어서 법정싸움까지 벌이고 있는 마당에 선뜻 이해가 잘 안 된다.
따라서 의료일원화는 당장 이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환자들이 느끼는 더 큰 문제점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효험이 없다고 생각되면 한의원에 들른다거나 또는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병세가 악화되면 바로 병원을 찾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잘못된 의료이원화로 하나의 질병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치료해 두 배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몸 버리고 돈 버리는’ 의료행태가 지구상에서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경제적 비용은 얼마나 될지 추측하기조차 어렵다.
이에 따라 의료일원화보다는 먼저 현대의학과 비교해 한의학의 상대적 우수성이 입증되지 못한 치료방법들에 대해 환자들이 무분별하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비록 의료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느 의사를 찾아가던 현재까지 알려진 최선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방의료 서비스는 과거에 사용되던 침과 뜸, 부항, 한약 등의 수준에서 별다른 발전이 없이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해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보완대체요법에 불과한 한의학은 언젠가 폐쇄돼야 할 학문일지도 모른다. 한의학을 의학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의학과 한의학을 비밀리에 통합하려는 이번 움직임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의료체계의 개선은 국민의 건강 보장과 직결되는 국민 모두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다. 이해 당사자인 의사와 한의사들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하려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환자와 국민이 중심이 돼 그 결집된 힘으로 의료체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환자와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의사와 한의사를 표로 의식하지 말고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이번 의-한방 통합 논의는 글로벌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며, 한국의료의 큰 손실로 이어져 나아가 국민의 건강까지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