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28(금) 관악산+삼성산 둘레길 힐링산행(인테리어 지기대장님)
수도산과의 인연은 나홀로 100대 명산을 찍을 때 산행지에서 수도산님들을 리딩하고 오신 삼각지 대장님을 만나면서부터이다.
"사진 한 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혼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정상 인증샷을 찍어야 할 때가 많았다.
그 후 안내 산악회 리딩을 하시던 희망봉 대장님을 만났고, 수도산 산악회 가입을 권유받았다. 희망봉 대장님과는 안내산악회에서 공교롭게도 여러 번 함산하는 행운을 누렸다. 언제나 세심하게 배려해주시는 희망봉 대장님께 감사드린다.
수도산의 정기산행은 주로 일요일에 이루어지기에 특별한 직업(?)을 가진 나는 참석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주로 평일이나 토요일에 근교산행을 하게 되면서 인테리어 대장님을 만났다. 인대장님 역시나 인품이 좋으시고 오랜 세월 산행 경험으로 언제나 푸근하고 인전하게 리딩해주셨다.
"언제 감사를 드려야 하나?"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이유야 어찌 됐든 산악회를 새로 출발하신다는 소식을 산우님에게서 들었다.
"축하드려요!"
일단 메시지 먼저 보내고 출범 산행에 함산해야겠다 싶었는데 그날 일이 있다.
그래서 하루 전에 시간을 내 보았다. 집결지도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고, 마침 온화한 봄날씨라 산행하기도 좋겠다 싶어서이다.
사실 나는 지난해 8월에 누워서 산행 동영상 3개를 만들고는 오른쪽 테니스엘보에 말썽이 생겨서 산행을 쉬고 있었다. 지긋지긋하게 잘 낫지 않는다는 테니스엘보! 약 한달 후 괜찮아지는가 싶더니 9월에 지인 한분과 광교산+백운산을 다녀왔더니 또 그런다.
팔을 못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많이 아픈 것도 아닌데 아주 미세하게 그곳이 무지근하다.
"겨울산은 미끄러워 위험하니까 일단 나을 때까지 쉬어보자."
그랬던 거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까지도 개운하지는 않다.
"수도산에서의 인테리어 대장님 마지막 산행이라는데 가보자."
관악산+삼성산 둘레길 참석 신청을 하고 집을 나섰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근교산행에서 자주 함산했던 반가운 이들이 몇 분 있다. 악수를 하고 산행 시작한다.
"더워더워!"
출발부티 겉옷 패딩은 벗어서 배낭에 넣는다. 조금 오르다가 서로 인사를 하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간다. 그래봤자 정상을 안 가는 둘레길 산행이라 여유가 있다. 콜럼보님, 다도예님이 내 그림 취미와 테니스엘보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시기에 도란도란 잼나게 산길을 걷는다.
곧 점심을 먹는다. 연어회에 갈비도 나오고 대추와 삶은 계란도 푸짐하다. 쉘터 안이 좀 좁아서 나는 네 분과 밖에서 앉아 먹는데 춥지 않고 따뜻하다.
다시 산행을 한다.
"역시나 산에 오니까 참 좋다!"
흠흠! 심호흡도 하면서 나뭇잎에 봄기운이 도나 살펴본다. 아직이다. 초록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꽃보다도 더 반가운 마음에 탄성을 지른다. 해마다 맞이하는 초록싹이지만 어째 그리 신기한지, 죽은 것 같은 나무에서 땅속에서 새순이 싱그럽게 돋아나는 것이 어찌 그리도 예쁜지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이제 봄이 왔으니 자주 산행을 해야겠다."
자연 속에서 초록이들도 보고 꽃도 보면서 내 영혼몸에도 생기가 돌겠다.
사당역에서 시작된 산행은 걷기 좋은 산길을 걸어 강감찬 장군의 낙성대로 내려와 추억의 서울대 정문(대학 다닐 때 데이트하면서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을 지나 도란도란길을 걸어 관악산역에서 마무리하였다. 세브란스님은 화장실 다녀오다 놓쳐서 바로 관악산역에서 만나기로 했고 추무치님은 좀더 오래 산행하고 싶다며 3만원 뒤풀이비 후원해주시고 딴길로 가셨다.
나는 어째 도란도란 정자를 지나면서부터 걸음이 느려진다. 약간의 암릉 오름구간이 있지만 그동안의 내 산행경험으로 봐서는 그리 어려울 것이 없는데 말이다. 암릉구간 다 지나고 하산길에 걸음이 더 느려진다. 발바닥이 아파서 빨리 걸을 수가 없다. 거의 6개월 이상 산행을 안한 탓이려니 했다.
일순간에 일행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길은 계속 여러 갈래이다. 인대장님과 통화를 하면서 길을 찾아찾아 내려오는데, 산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니 그 사람이 또 길을 잘못 가르쳐준다. 관악산역을 관악역으로 알아들은 것이다. 한참 산에서 여기로 저기로 헤매다가 나는 비교적 공간지능이 높아서 몸이 느껴지는 대로 움직이면 거의가 맞는다. 내가 혼산으로 100명산을 다 찍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인대장님이 제2광장쪽으로 가면 맞는다고 했으니 무조건 내려간다. 무사히 관악산역 근처 화장실까지 도착했다. 그때 자상하신 인대장님한테 전화가 온다.
"내일 일이 있어서 뒤풀이는 안 하고 갈게요."
인사하고 관악산역에서 지하철로 집을 향한다. 처음 타보는 신림선이다. 아, 그런데 또 대방역에서 환승하면서 인천행(직행) 타는 곳에서 30여 분 이상 시간을 지체한다.
"수원행은 왜 안 오지?"
젊은이에게 물어보니 건너가서 타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뒤풀이를 하고 와도 됐을 뻔했다.
오랜만에 산행을 하니 이 날을 기억하라는 건지 별일이 많다. 좋게 좋게 생각을 한다.
"수도산에서의 인대장님 마지막 산행, 나에게는 이런저런 에피소드기 있는 산행, 그럼그럼! 기억하기 좋은 거야!"
아, 그런데, 하산할 때 어째 발을 딛는게 불편하다, 발바닥에 불이 붙는 것 같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집에 와서 양말을 벗어보니 양쪽 발가락 근처 발바닥이 커다랗게 지름 2cm 가량 물집이 잡혔다. 씻고 바늘로 물집을 터트려 물을 빼고, 부풀어오른 부위를 가위로 잘라내고, 마데카솔 연고를 바른 후 밴드를 붙인다. 눈물이 나게 쓰라리다!
산이 거저 자신을 내줄리가 없다. 그동안 오래 쉬었다고 서운했던 모양이다.
"알았어. 알았다구. 자주 갈게."
잠자리에 들면서 혼잣말을 해본다.
2025년 3월 1일 새 산악회 자랑산 발족식을 하시는 인대장님을 축하하고 축복을 드린다. 꼭 이름같기만 한 산악회가 되기를 빌어드린다.
물론 그동안 몸 담았던 수도산 산악회에도 언제나 안전과 건강과 번영이 함께 하기를 기원드린다.
"관악산+삼성산 둘레길 힐링산행 함산한 산우님들, 리딩해주신 인테리어 대장님, 모두모두 감사해요. 나중 또 산길에서 반갑게 만나뵈어요."
첫댓글 눈꽃열차님
함께한 관악 삼성산 둘레길 따라 느림의 미학 힐링산행의
소중한 추억들 사진과 글로 세세하게 남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인테리어 대장님 좋은 인품과 산행 경험으로 자랑산이 자랑스럽게 되기를 소망하면서, 많은 회원들이 가입하고 참여하여 건강과 행복을 항께 누리길 빌면서, 가능하면 자주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눈꽃열차님
장문의 후기 즐감했습니다.
꽃마리 운영위원님, 새로운 자랑산 출범에 수고 많으십니다. 복된 봉사가 되기를 축하하고 축복드립니다. 산길에서도 자주 뵈어요. 감사해요!
눈꽃열차님 덕분에 지난 28일 관악산 산행을 다시 헌번 회상해보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좋은 산길에서 뵙겠습니다~.
강삼찬 장군 동상 사진 제가 가져가서 사용하였습니다.
약간 김삿갓 풍류시인 느낌의 아메랑님, 함산 즐거웠구요, 호두도 맛났어요. 물론 여기 올린 모든 사진은 맘껏 가져다 쓰셔도 됩니다. 도리어 제가 영광이지요. 나중 또 산행에서 반갑게 뵈어요. 감사해요.
멋진 후기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파도소리 같습니다~~♡
눈꽃열차님!
잘 읽었습니다~~♡
별다섯 대장님 방문 댓글 고맙습니다. 기록광의 개인적인 단상을 즐감해주시니 그저 기쁠 뿐입니다. 나중 산길에서 뵈면 또 더 멋지게 기록해드릴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