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이나 정맥과 같이 산줄기를 이어 산행하다 보면 힘든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이 있다. 보통 힘들다고 하면 산의 형태가 오르 내림이 심하다거나 위험한 암릉구간이 있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지형적 조건만 가지고는 난이도를 측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같은 산이라도 지리적 조건에 더해 기상조건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 산행하는 구간이 적어도 나에게는 여러 경험을 해 주는 산이 아닐까 한다.
대간을 몇 차례하고 있지만 이 구간은 늘 겨울에 지나가게 된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어평재에서 피재까지의 지난 20기 산행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상고대가 녹고 얼기를 반복하여 나뭇가지마다 굵은 어름방망이가 되었고 그 무게를 못 이겨 굉음을 내며 부러지는 나무와 얼음덩어리를 맞아가며 야간산행을 진행하고 함백산을 지나 은대, 금대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였으나 비단봉에서부터 불어오는 태풍보다 더 심한, 눈을 쓸고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눈도 뜨기 어렵고 휘청이는 몸을 겨우 스틱으로 지탱하며 바람의 언덕을 지날 때 사진 한 장 남기려 해도 장갑을 벗는 순간 손끝은 이미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듯하고, 산행을 후회할 정도의 고통스러운 추위와 함께 한발 한발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으로 겨우 산행을 마친 그날의 기억이 지금까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
그런 매봉산이 오늘은 선물같이 휴식의 시간처럼 맑은 날씨에 바람도 거의 없고 기온도 조금 과장하면 그때에 비해 봄날과 같았다. 거리도 두문동재 까지이니 맘껏 즐기는 산행이 될 것 같다.
이곳 삼수령(三水嶺 920m 일명 피재) 안내문에 옛날부터 황지지역은 “도참설”에 의해 이상향으로 여겨져서 시절이 어수선하면 삼척지방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이 재를 넘어 피난을 온 고개라는 뜻으로 피재라고 하였다.라고 쓰여있다.
임도를 조금 올라가면 숲으로 접어드는 등로가 있다.
숲으로 올라가는 산우님들이 보인다.
임도와 나란히 가니 나는 초행길인 몇 분과 임도를 선택. ㅎㅎ
발원 탑에서 조금 올라오면 낙동정맥 분기점에 도착한다.
이 엉터리 표지판을 보니 명치끝이 답답한 게 슬슬 울화통이 커진다.
태백산맥의 구봉산이라 했다가, 백두대간의 구봉산이라고 했다가....
백두대간 얘기를 또 할 수밖에 없다.
산경표에서는
백두대간은 건의령 피재를 지나 천의봉(매봉산) 대박산(함백산) 태백산에서 서쪽으로 방행을 틀어 소백산을 거쳐 진행한다.
낙동정맥은 이곳에서 작은 피재를 거쳐 구봉산을 첫 봉우리로 해서 부산 다대포까지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그러니 구봉산은 백두대간의 산이 아니다.
지금까지 지리 교과서에 있는 산맥체계는 고토분지로가 1903년에 발표한 조선산맥론(자료 1)에서 복잡한 지질구조선을 가지고 만든 산맥줄기를 1904년에 야쓰 쇼헤이가 그의 저서 『한국지리』를 통해 단순화시킨 것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자료 1) 고토가 만든 산맥들
이렇게 고토는 태백산맥을 세 줄기로 표시하고 있다.
지금 교과서의 태백산맥과도 다르다.
위 책을 읽고 고토가 수탈 목적으로 지질조사를 했음을 알 수 있고 얼마나 졸속으로 산줄기를 만들었는지 또 그것을 아무렇게나 줄여 지금의 산맥체계를 만들었는지 읽다 보면 열불이 난다. 지금도 재야 학자들이 우리 고유의 산줄기 체계를 연구하고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기득권 학자들이나 교사들도 이놈의 주장을 신봉하고 암석에 의해 산이 형성된다는 타령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람들의 귀에는 ‘산자분수령’은 허공에 떠도는 공염불로만 들리나 보다.
성질을 누르고 매봉산 고랭지 채소밭의 황량함과 바람이 없어 쓸쓸하게 서있는 풍력 발전기를 보며 매봉산을 오른다.
어느 정도 고도를 높이니 동서남북 멀리 주변 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육백산과 그 옆 또 다른 매봉산이 보이고....
매봉산에 도착해서 우선 주변 전망부터 감상한다.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볼 수 있는 것도 산에 오는 즐거움 중 하나이니 오늘 그 아니 즐거우랴. ㅎㅎㅎ
오늘의 전망은 주로 함백산과 태백산 그리고 동남쪽 낙동정맥의 산들이다.
산 이름들은 카푸치노님이 갤러리방에 잘 표시하고 있으니 비교해 보시면 산줄기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오투리조트의 스키 슬로프가 하얗게 표시 나는 함백산과 그 뒤 태백산이 오늘 전망의 중심에 있다.
비록 희미하긴 하지만 북쪽에서 보면 가운데 연화산을 기준으로 왼쪽은 낙동정맥(낙동정맥에서 제일 높은 백병산이 바로 옆에 있고 이어 면산 그리고.....)
우측으로는 백두대간이 이어진다.
함백산과 은대봉 뒤로는 두위지맥이 지나가고 있다.
은대봉 금대봉. 뒤로 백운산 하이원 리조트 스키장 슬로프도 보인다.
매봉산 鷹峰山 [다른 이름] 천의봉(天儀峯)
태백시의 삼수동에 있는 산이다(고도:1,303m). 예전에는 천
의봉(天儀峯)이라 부르던 산이다. 이 산은 백두대간에 놓
여 있으며, 영남의 낙동정맥을 따라 산을 거슬러 올라와
황지로 접어들면 북쪽에 가장 높이 솟은 산이 천의봉이
다. 또 삼척시 하장면 쪽에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오면
제일 높은 산이 천의봉이다. 그래서 과거 하장(下長)과
상장(上長)을 나눌 때 이 산이 기준이 되었다. 그런데『태
백의 지명유래』에 의하면 이 산봉은 남쪽 산록의 연일 정
씨 묘에서 바라보면 매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닭이
알을 품을 때 수리가 명당을 노려보고 있어야 한다는 풍
수이치때문에 매봉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 씨
가에 의해서 천의봉이 작위적으로 매봉이라는 지명으로
바뀌었음을 엿볼 수 있다.
어제까지 심하게 미세먼지가 많았었는데 오늘은 그나마 많이 제거되었다. 그러나 아직 동해바다는 볼 수 없었다.
왜 비단봉이라고 했는지 이유는 모르겠고 여기서 오늘의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주변 산들을 둘러본다.
수아밭령 일명 창죽령이다.
화전 화전은 낙동강 1,300 리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 마을로 수아밭 또는 수화 전이라고 부르던 곳이다 . 수아밭은 벼밭 ( 禾田 ) 으로 논 ( 水田 ) 을 의미하는 말로 전나무배기와 초막 사이에 넓은 땅이 있고 옛날 그 논에 논이 12 마지기가 있어서 수화전 ( 수아밭 )이라 하였다. 水禾田 , 水花田 , 花田 등으로도 표기하기도 하는데 일설에는 화전 ( 火田 ) 농사를 많이 하여 火田이 花田으로 , 다시 禾田으로 변했다고 한다.
금대봉에 대한 이야기는 하산 중 있는 고목나무샘 삼거리 표지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행을 하다 보면 어떤 때는 전망은 없으나 꽃과 풀을 자세히 볼 수 있고, 어떤때는 하루 종일 멋진 경치 감상에 산행의 피곤함도 잊을 때가 있다. 또 궂은 날씨에 힘들 때도 있고 맑은 날 푸른 하늘을 맘껏 올려다볼 때도 있다. 어느 한순간 어느 한 곳도 같은 모습이 없으니 이런 모습에 반해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서라도 산에 드나 보다.
내가 가끔 얘기하지요 같은 산을 두 번 간 사람은 없다고. 오늘 또 다른 모습의 매봉산을 올랐다.
힐링이 꼭 병원에서의 치료가 아닐 것이다. 웃음 가득한 표정과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즐기는 산친구들과 함께하고 첩첩 산들이 춤을 추고 대지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오늘같이 이런 자연에서의 시간이 마음과 정신까지 정화를 시키니 오늘이 또 그런 날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오늘처럼 이 정도의 경치에 마음의 힐링을 했으니 다음 구간 함백산에서의 조망도 기대된다.
그나저나 그날 날씨가 도와줘야 될 텐데.
첫댓글 한번이라도 올랐던 산들은 당시의 추억을 소환해주어 더 반갑고 정겨운 거 같아요~
물론 모든 산행이 아름다운 추억만 남기지는 않지만요.
이번 산행으로 20기 때의 악몽이 치유되셨기를 바랍니다~
멋진 자연에서 만나는 멋진 사람들과의 만남~ 정화와 힐링의 시간이 맞네요
산행 철학이 묻어나는 사색적인 후기 잘 보고 갑니다. 고생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