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라다크 그 길 위에 서다.
- 9. 하늘고개 창라, 판공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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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동안 계속 내린 비로 인하여 여행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던 차에
판공초 쪽의 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받고 이번 여행에서
많은 분들이 가장 좋았었다는 1박2일 여정의 판공초 투어를
떠납니다.
레에서 약 150킬로미터 동남쪽에 위치한 판공초는
가히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고개로는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5,320미터의 창라 고개를 지나 장엄하게 펼쳐지는 설산들과 웅장한 돌산들,
푸르른 초원을 약 5~8시간 전후로 도착할 수 있는 해발 4,000미터가 훨씬 넘는 곳에
위치한 염호로 폭은 좁지만 그 길이가 인도와 중국에 걸쳐서
약 130킬로미터가 넘습니다.
인도에서도 성스러운 호수로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지만
특히 중국의 티벳에서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중요한
성호로 알려진 곳입니다.
여행 일정 중에 칠순을 맞이하신 옹달샘 누님의 조촐한 파티가
현지 여행사 사장님의 도움으로 레에서 열렸습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맛있는 케익과 샴페인을 준비해 주신 겟쵸 사장님께
감사드리고 옹달샘 누님의 건강과 앞으로도 즐거운
여행을 많이 하시길 빌어드립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저로서도 제게 특별한 기념이 되는 날
이렇게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창한 날씨가 그동안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줍니다.
원래는 판공초를 가는 길이 틱세곰파를 지나서 가는 것이 바른 길이지만
그 전날 내린 비로 틱세 마을 전체가 물바다가 되어서
우리는 강건너 또다른 길로 갑니다.
군데군데 물난리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과연 판공초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판공초로 넘어가는 창라를 가는 길은 예전처럼 그대로 비포장 도로네요.
예전에 저도 이들처럼 바이크를 타고 판공초를 갔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정말 위험하고 험한 길인데 그 때는 참 겁도 없었나 봅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이 좌측편으로 아득하게 보이고 푸르른 녹색지대 끝에
있는 레가 이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달려온 곳이 자동차로 다닐 수 있는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고개라는 창라(5,320m)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 곳에서도 어김없이 수많은 룽타와 타르초가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때는 제가 하늘을 날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함부로 따라하시면 안됩니다.
5,320미터나 되는 곳에서는 이러시다가 잘 못하면 고산증세가 올 수도 있습니다.ㅎ
결국 돌돌형님이 저를 따라하시다가 그만 발목을 삐고 말았네요.ㅜㅜ
"행님 몸무게를 생각하셔야죠.ㅎ"
창라를 넘어서 하얀 눈으로 모자를 눌러 쓴 설산의 호위를 받으며
계속해서 판공초를 향해서 갑니다.
사실 판공초 가는 길이 열렸다고는 했지만 전 날 판공초로 출발했다가 돌아오는
다른 팀들을 많이 봤었기 때문에 무사히 창라를 넘을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이 때서야 한 숨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모든 식당이나 가게가 문을 닫고 있어서
아침에 출발할 때 싸 온 도시락으로 야외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점심식사를 대신합니다.
판공초에 가까워질수록 펼쳐지는 풍광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합니다.
물론 청명한 하늘도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땅에서는 초록색의 초원이 싱그러움을 더해주네요.
마모트의 서식지도 보입니다.
다른 곳을 여행할 때 만났던 마모트는 경계심이 많아서 가까이 갈 수가 없었는데
이 곳에 있는 마모트들은 이미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아서
도망가질 않습니다.
우리 차를 운전하던 여행사의 리더가 여행자들에게 먹이를 주지말 것을
당부하지만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먹이를 주고 사진도 찍고 있습니다.
야생성을 잃어버린 마모트의 살찐 모습이 아이러니하게도
귀엽습니다.
판공초를 조망할 수 있는 첫번째 포인트 지점입니다.
판공초에 도착했다는 즐거움에 설정샷도 남발(?)하고 있습니다.ㅎ
드디어 도착한 판공초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알려진 인도 영화 중에서
세얼간이의 라스트신에 등장하면서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곳입니다.
6천만년 전 바다였던 곳이 지반이 융기하면서 만들어진
염호로 해발 4,000미터가 넘는 곳에 꼭꼭 숨겨져 있는 곳으로
호수를 둘러싼 장엄한 산들과 푸르른 물빛은 나도 모르게
가슴 속 한구석에서 솟아오르는 알 수 없는 뜨거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룽타가 이 곳이 티벳인들의 후손인 라다키에게도
신성한 호수임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약 8시간을 달려온 뒤에야 우리는 우리의 숙소가 있는 스팡믹에 도착을 했습니다.
숙소와 음식이 열악한 관계로 레에서 출발할 때 준비해간 식자재로
제가 포함된 1조가 식사 당번이 되어서 양고기 찜과 다양한 요리로
저녁 만찬을 마치고 삼삼오오 숙소 밖에서 자리를 깔고 누워서
우주에 있는 모든 별이 쏟아질 것만 같았던 밤하늘과 선명하게
흐르던 은하수에 취해서 모든 분들이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밤을 보냈습니다.
그 날 돌돌형님이 제게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나네요.
"파프리카, 이 번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
꿈같던 밤을 보내고 다시 아침이 밝았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텐트촌 숙소에도 아침 햇살이 내려 앉았습니다.
산책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숙소 앞에서 담소를 나누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참으로 평화롭고 여유로운 아침입니다.
물론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들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우리들에게 계속해서 판공초에서 수영을 하겠다던 용환씨가
차가운 호수에서 뛰어들었습니다.
아마 평생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그러자 그냥 가는 것이 내내 아쉬웠던 간다맨도 호수에 뛰어들었습니다.
아마 판공초가 욕조였다면 물이 넘쳤을 것 같습니다. ㅋㅋ
돌돌형님도 참지 못하고 동참을 했네요.ㅎ
꿈같았던 판공초의 시간을 뒤로하고 요놈의 배웅을 받으면서
판공초의 일정을 마무리 합니다.
몇몇분들이 아쉬운 듯 언젠가는 꼭 한번 다시 오겠다고 다짐을 하시네요.
차를 타고 출발하기 전에 여러 분들이 아쉬웠던지 차를 타지 않고 최대한
걷다가 합류하시겠다고 하여 일찍 출발하여 중간중간에 다시 합류를 합니다.
멋진 풍광을 보면서 다시 레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헤미스곰파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헤미스 곰파는 라다크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자체에 여러가지 유물들을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도 가지고 있는 볼거리가
풍부한 곳으로 특히나 이 곳에서는 매년 열리는 가면극인 헤미스 체추는
다른 곰파에서 열리는 체추에 비해서 가장 규모도 크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제가 가는 시기와는 항상 약간의 시간적인 차이때문에
아직까지 볼 수 없어서 언젠가는 체추가 열리는 시기에 카메라를 들고
꼭 한번 와야겠다고 다짐하던 곳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개인적으로 이 곳에 흥미를 가지는 것은 1950년대에 이집트에서
발견된 사해문서라는 곳에서 예수의 알려지지 않았던 젊은시절의 시간들과
부활 후에도 한동안 헤미스에 머물렀다는 내용이 있다고 하는데 그 진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지만 이러한 내용들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충분히 흥미로운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현재 그러한 흔적은 이곳에서 찾아 볼 수는 없습니다.
헤미스에서의 일정을 마지막으로 아름다웠던 판공초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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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이 너무 많은 관계로 따로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판공초의 기억이 새로이 머리속을 맴도네요~~
물빗깔이 어찌그리 파랗고 선명한지 다시가고픈 호수였어요 ㅎ ㅎ
시리도록 푸른 물빛도 좋았지만 밤하늘에 쏟아질 것 같던 별들과 선명한 은하수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ㅎ
@노랑파프리카 추억에 소주한잔~
하이디누님 ~~ㅎ
@간다맨
보고프오
그려 밤하늘의 그 황홀했던 순간들~ 아마 평생 못잊을듯 하네요..
많은 분들이 이 날의 밤을 잊지 못하실 것 같네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요.ㅎ
후기로도 이렇게 감동스러운데
직접 판공초 호수앞에 서게되면
눈물이 줄줄 날것같아요.
아마 새벽까지 숙소 밖에서 자리를 깔고 밤하늘을 감상하시던 분들 중에는 몰래 눈물을 흘리신 분들도 분명히 계실듯 합니다.
수 많은 별들과 자연스레 나오는 눈물은 감동의 넘침이였지요,
나 판공초에서 수영 한 사람이라오 ㅍㅎㅎ ..,
발목 치료를 위해 수고하신 이택님도 한번 보러 가야하는데... 감사합니다
실크로드 답사를 위해 타클라마칸 남로, 북로 를 한바퀴 돌고 왔다우 ㅎㅎㅎ
재미있는 시간 보내셨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