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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 흑염소
 
 
 
카페 게시글
흑염소요리집소개 스크랩 강원) 해장과 몸보신을 한번에 할 수 있는 염소국밥, 춘천 대전흑염소국밥!
늘푸른흑염소(보성) 추천 0 조회 1,390 12.12.08 17:4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강원도의 중심이면서 북한강 줄기가 휘감아 흐르는 물과 안개의 도시 춘천.

언제 가더라도 춘천은 그 독특한 향기와 멋이 살아있는 곳인것 같다.

옆동네인 홍천과 화천과 함께 강원도의 삼춘중의 하나인 춘천.

어제 홍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인제, 양양, 속초, 양구를 돌아 춘천에 왔다.

 

속초 대포항에서 횟감을 구입해서 처음에는 인근 숙소에 여장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 눈이 온다는 방송의 날씨 예보도 있고 다른 곳에서 하룻밤 머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진 동해 바다에서는 둥근 달이 떠올랐고 멀리서 오징어를 잡는 어선의 밝은 불이 보인다.

철썩 철썩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어스름한 밤길을 달린다.

저녁 여섯시 반쯤 출발해 한계령을 넘고 원통에서 광치고개를 지나 양구에서 다시 국내 최장이라는,

5km가 넘는 배후령터널을 꾸역꾸역 돌아왔으니 참 한량중의 한량의 나들이가 아닌듯 싶다.

 

속초에서 춘천까지 근 4시간이 걸린것 같다.

군사도시 양구에서 잠시 뱃속을 채우고 춘천경찰서 맞은편에서 하룻밤 과객의 고단한 잠을 청했다.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 창밖을 내다보니, 작은 솜사탕 가루같은 눈가루들이 하늘에서 사뿐사뿐 지상을 향해 비행을 한다.

원두를 갈아 바로 만든 진한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아침향을 가득 담고 길을 나선다.

눈발이 빗줄기로 바뀌더니, 이놈의 기세가 만만치 않게 거세진다.

좁은 골목길에는 수도 공사중인지 진입금지라는 팻말이 있기에 돌다가 얼핏 간판이 보여 들어간 흑염소 국밥집.

원래 어제 홍천의 돌뚝배기염소탕집에서 먹으려했지만 사람들이 많아 들어가지 못했던 아쉬움에 그리 반가을 수가 없다.

흑염소국밥이 뭘까 하고 들어갔더니, 쥔장이 흑염소탕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간판에는 42년 전통의 국밥집이라고 되어 있다.

원래는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인근 풍물시장에서 장사를 하다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이도 들고 영업하기 힘들어 지금의 쥔장이 4년전 물려 받았단다.

왜 대전흑염소국밥이냐 물으니, 전 주인 고향이 대전이라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대전이건 춘천이건 어떠랴 맛만 좋으면 되지.

 

염소고기를 처음 맛본 때는 아마 초등학교 졸업 때인것 같다.

그 당시 큰고모 내외는 서산 팔봉산 고개 근처 산막에서 염소를 키웠다.

지금의 어성에서 금막리로 넘어가는 높은 고갯길 정상 부근에서 산에 울타리를 치고 염소 40여마리를 키웠는데,

허름한 흙집에서 생활하는 고모와 고모부를 만나러 할머니와 큰집식구들, 우리 식구들이 단체로 찾아갔다.

차가 없었기에 팔봉 어성에 내려 한시간여를 눈밭을 헤치고 고갯길을 넘어 갔는데, 참 처음에는 안타까웠다.

이런 산골 오지에서 추위에 살고 있는 고모부와 고모,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참스런 행복감이 넘치고 있었다.

그곳 움막의 부뚜막 근처에는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새끼염소가 있었고 우유도 타주기도 했다.

저녁에는 방문했다고 염소 한마리를 잡아 염소탕을 먹었는데, 얼마나 고기가 맛있었는지 허겁지겁 먹었다.

염소전골과 염소고기를 양껏 먹고 칼바람 부는 움막의 황토방에서 잔 다음, 다음날 오전에 어깨에 염소 다리와

머리를 하나씩 짊어지고 눈길을 걸어올때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록 지금은 서산 시내에 거주하지만 그때의 일을 이야기 할때면 연로한 고모와 고모부는 허허 웃으면서,

그때의 일화를 안주 삼아 꺼내곤 한다. 삼십년 가량 된 일이지만 지금도 작은 움막이 남아 있다.

그 당시 힘들게 눈 속을 헤치며 만난 흑염소였기에 참 맛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춘천경찰서 맞은편 골목길에 있는 대전흑염소국밥집.

식사하러 들어간 시간이 오전 10시 30분쯤인데, 손님들이 3 ~ 4팀 정도 식사를 하고 있다.

원래 옛날맛해장국이나 다슬기해장국을 먹으려 했지만 비도 내리고 가깝기도 해서 바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면 밖에서 보던것과 달리 꽤 넓은 실내 공간이 나온다.

초가집 담장이 있는 홀과 그 외의 테이블이 있는데, 주방 옆 방으로 되어 있는 곳에서 밥을 청한다.

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주방이 제법 분주하게 움직인다. 흑염소 고기와 술, 야채 등을 실은 차들이 주방으로 재료들을 옮긴다.

 

 

 

 

 

흑염소 전문점 답게 메뉴는 단촐하다. 흑염소 무침과 전골, 탕이 전부.

국밥과 특국밥은 예전에는 6천원, 만원인듯 싶었는데, 종이로 살짝 수정을 했다.

이왕 가격을 바꾸시려면 이렇게 하는것보다 깔끔하게 지우고 새로 빨간펜으로 써 넣는게 좋지 않을까.

국밥 두그릇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린다. 평소 염소탕을 몇번 먹긴했지만 전통있는 집이라니까 은근 기대를 갖고.

사실 춘천을 돌아다니다 보면, 항상 보이는것이 닭갈비 아니면 막국수. 비슷비슷한 스타일과 메뉴가 좀 질리기도 한다.

 

 

 

 

 

국밥에는 별다른 찬들이 딸려 나오지 않는다. 잘 익은 배추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잘게 썬 파와 콩나물. 삭힌 고추와 홍천에서 만들었다는 칼칼하고 고소한 집된장.

 

 

 

 

 

시원하고 칼칼한 감칠맛이 도는 김치. 특히 깍두기가 매워 보였지만 그리 맵지 않고 담백하고 적당히 매콤했다.

석박지와 총각무김치의 맛이 나는것 같기도 한 깍두기국물은 국밥에 함께 넣으면 맛이 더 좋아진다.

 

 

 

 

 

고추 삭힌것은 몇점 집어 먹어 봤는데 너무 매워 바로 물을 마셔야 했다.

매콤한걸 좋아하는 분들은 국밥에 넣어 먹으라는데, 반술 정도 집어 넣으니 흑염소의 잡내도 없애주고 괜찮은듯 싶다.

흑염소를 처음 먹는 분들이라면 좀 꺼릴 수도 있고 특유의 노린내가 나지 않느냐고 하는데,

한번 먹어본 사람이라면 그런 냄새를 맡을 여유가 없이 한그릇 훌쩍 비울것이다.

염소고기가 남자에게는 끝없는 스테미나를 여자에게는 탱탱한 아름다움을 보충해주는데 최고이다.

고추나 양파에 찍어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꽤 진한 맛과 향을 전해주던 강된장.

 

 

 

 

 

어제 대포항에서 잡아 온 고등어와 오징어로 한잔 달렸더니 아침 나절에는 꽤 속이 허하고 쓸쓸하다.

역시 술 마신 다음날에는 속풀이로 해장국을 먹는게 최고인듯하다.

소머리국밥, 돼지국밥, 순대국밥도 좋지만 이런 염소국밥이 해장에도 참 잘 어울린다.

염소국밥으로 해장을 하게 될 줄이야. 일단 염소국밥의 자태를 눈으로 감상해준다.

커다란 뚝배기에 팔팔 끓여 온 염소국밥은 얼핏 보신탕을 연상하게 한다.

진한 염소 국물과 제법 들어간 염소고기, 깻잎과 팽이버섯 등이 들어가 있다.

 

 

 

 

 

뼈해장국이나 순대국밥도 해장에 좋겠지만 염소국밥은 해장도 하면서 영양도 잡을 수 있는 고마운 식단이다.

평소 보신탕을 못먹어서 함께 한 회식자리에서 삼계탕을 먹던 분이라면 흑염소국밥은 부담없이 먹을 수 있겠다.

물론 흑염소탕도 쉽게 손이 갈지 모르겠고. 가족과 함께 또는 모임으로 간다면 무침과 국밥을 함께 주문하면 더 좋겠다.

 

 

 

 

 

염소고기는 아주 부드러운 맛인데, 보신탕이나 육개장의 고기와 별로 확연한 차이는 없다.

하지만 고기가 좀 부드럽고 씹는 맛이 쫄깃한 편이다. 보통을 시켜도 양은 제법 많지만 위가 크다면 특을 주문해도 되겠다.

국밥이기에 고사리와 통깨, 대파 등도 듬뿍 들어가 있다. 몸이 안좋거나 수술한 후라면 포장을 해가서 먹을 수 있다.

 

 

 

 

 

다소 잡내가 날 수도 있으니 처음 먹는다면 파를 많이 넣으면 염소국밥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맛이 우러난다.

대부분의 음식은 처음 대할때 선입견때문에 쉽사리 입에 대지 않지만 일단 맛을 보면 그런 우려는 싹 가시게 된다.

다음에는 기회가 되면 어디 토끼국밥이나 꿩국밥, 늑대국밥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예전에 염소탕을 먹을때 함께 나오는 소스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원래 염소국밥에는 소스가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소스는 전골이나 수육을 먹을때 함께 딸려나간다고. 하지만 소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만들어 준다.

염소고기를 그냥 먹어도 이미 팔팔 쎈불에서 끓여서 괜찮지만 소스에 찍어 먹으면 고기의 맛이 한결 좋아진다.

참기름과 고추장, 깨가 들어있는 양념소스에 겨자를 적당량 풀어 휘리릭 비벼주면 소스 완성.

하지만 겨자를 다 풀어 넣었더니 좀 싸하게 코끝을 심히 자극해서 참기름을 좀 더 넣고 식초를 뿌려주니 좀 낫다.

 

 

 

 

 

고기를 얼추 소스에 찍어 먹어주고 국밥의 본 맛을 느껴주기 위해 공기밥을 탈탈 털어 국밥속으로 익사시킨다.

뽀얀 쌀밥이 국밥속으로 들어가면서 함께 했던 밥알들은 각기 물속으로 스며들며 헤어진다.

물론 국밥속에서 헤어졌던 밥알들은 식도를 타고 장을 넘나드는 여행끝에 뱃속 중앙에서 해후를 했다.

알알이 탱탱했던 쌀의 자태는 어디가고 일그러지고 짓눌린 떡밥모양으로.

 

 

 

 

 

염소탕에 빠질 수 없는것이 또한 깻잎인것 같다.

쌉싸름한 깻잎은 염소 특유의 노린내를 잘 잡아주고 잎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이 집의 염소국밥에는 깻잎과 팽이버섯, 고사리 말고 춘천 인근의 산에서 따온 약초가 조금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염소국밥의 맛이 산의 내음이 난 것인지는 모르겠다. 염소국밥 한그릇에 속도 풀리고 몸도 건강해진 느낌.

국밥 한그릇을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마셔주고 마시다 남은 이슬이 반잔을 살짝 마셔주니 길을 잃던 머리속이 맑아진 기분이다.

밖에는 아직 소슬하게 겨울비가 추적추적 메마른 땅을 적셔주고 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어딜 향해 떠나갈까.

핸드폰을 충전 부탁하고 길을 나서다가 강촌을 지나 가평에 왔을 즈음 아차 했다.

다시 길을 되돌려 춘천으로 백. 그새 비가 그쳐 의암댐 위쪽 삼각산 봉우리에 안개가 걸려 있다.

 

 

 

 

 

화천에서 채취했다는 약초 하루살이와 만삼, 노루궁뎅이와 오리궁뎅이 등의 버섯이 담긴 술병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다.

마음 같아선 한잔 마셔보면 안되겠냐고 하고 싶지만 혀를 내밀고 군침만 꿀꺽. 귀한 술인듯한데, 선뜻 딸아 마시라고 줄리도 없고.

그래 이제부터라도 직접 약초나 산삼을 캐다가 약술을 집에서 담가야겠다. 어느새 심마니가 된 포비를 산길에서 만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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