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기] 버드 파라다이스
여행의 즐거움은 우선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한차례 거쳤던 여행지가 여행객의 관심에서 조금은 멀어지는 이유가 될 테다. 그리고 낯선 지방에서 두세 끼의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다. 음식 먹는 즐거움이 미흡하다거나 반감이 되는 상황이 닥친다면 여행의 즐거움도 마찬가지로 미흡해지고 반감이 되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가능하면 현지의 전통적인 음식을 경험 삼아 찾아서라도 한번 먹어보라고 하는데, 자신의 입맛에 맞는다면 다행스럽겠지만 그렇지 않고 반대의 경우라면 필자는 절대로 반대다.
여행지에서도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가능하면 제대로 갖춰 먹을 것을 강력히 권한다.입맛에도 맞지 않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일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소문난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못할지라도 거부감이 있는 음식을 미련하게 억지로 먹을 당위성이 있을까. - 어쨌든 어제처럼 오전 7시 30분께 호텔 3층 로비 좌측에 있는 뷔페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뷔페식당은 준비되어 있는 여러 음식들 중에서 본인 입맛에 맞는 것을 제여곰 골라서 식사를 하는 것이기에 낯선 곳에서는 편하다.
오늘도 여지 없이 오늘 일정을 소화할 이동 베이스캠프인 버스가 우리 일행 15명을 태우고 콩코드 호텔을 뒤로한다. 버드 파라다이스! 30~40m쯤 돼 뵈는 반원형의 깎아지른 바위 절벽을 타고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가 꽤 시원스럽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나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도 죄다 인공적으로 연출된 것이겠지만 말이다. 새들의 천국 'Bird Paradise(버드 파라다이스)'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관문 격인 구조물이다(11시 30분)..
세계의 희귀한 여러 조류들을 한데 모아놓은 공원인 버드 파라다이스, 거대한 수족관인 아쿠아리움에서는 잠수를 즐기는 펭귄들의 유연한 물질이 여행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고, 해안가 바위 위에서는 털을 고르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펭귄들이 또한 널찍한 구역을 독차지하고 있다.
펭귄들의 영역을 벗어나면 타조를 비롯하여 울긋불긋한 앵무새 종류로 여겨지는 새들의 구역이 기다린다. 그 구역은 거대한 그물망으로 하늘을 덮었으며, 종류에 따라 그물망으로 제여곰 나누어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이라고 무더위가 비켜갈 수는 없다.
중간중간 에어컨이 풀가동 되어 있는 쉼터가 무더위에 시달리는 여행객들을 위무하고 있긴 하다. 펭귄처럼 수십 마리가 떼를 짓고 있는 홍학들이 연못을 끼고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구역을 거치고 나면 거대한 수족관에서 잠수 실력을 자랑하는 펭귄들의 영역으로 다시 되돌아옴으로써 '버드 파라다이스'의 탐방을 마치게 된다(14시 30분).
[싱가포르 여행기] 오차드 쇼핑가/에메랄드 힐/마리나 댐
싱가포르의 쇼핑가 오차드(Orchard) 탐방이다(15시 25분). 대개 쇼핑가 탐방은 쇼핑 위주로 이루어지게 마련인데, 언필칭 그대로 한차례 둘러보는 탐방에 불과하다. 마음이 내키면 아무 때라도 다녀올 수 있는 국내 여행이라면 몰라도 큰 맘이나 먹어야 다닐 수 있는 해외여행에서의 쇼핑가 탐방은, 쇼핑 목적이 아닐 바에는 이해할 수 없는 시간 낭비로 여겨진다. 오차드 쇼핑가에서 이웃하고 있는 아이온, 다께시마야, 빅토리아 스크릿 등의 쇼핑몰들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이웃한 '에메랄드 힐'로 발걸음을 옮긴다.
'에메랄드 힐(Emerald Hill)'은 테라스하우스 혹은 숍하우스들이 한데 모여 있는 주택지다.테라스하우스의 형태는 몇 개의 주택들이 벽과 벽을 붙여 하나의 건물처럼 건축된 양식으로 대개 1층은 상가, 2층은 주거용이다. 주상복합 건물인 셈이다. 이러한 건축양식은 중국인과 말레이족 간의 결혼으로 발생한 혼합된 문화와 전통인 페리나칸의 독특한 전통 건축양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적이 드물어 마치 빈 집들만의 드라마 세트장 같은 분위기가 아닌가. 게다가 후텁지근한 날씨에 지열까지 보태져 찜질방에 들어선 느낌이다.
에머랄드 힐
오차드(Orchard) 쇼핑가를 맹숭맹숭 둘러보고 에메랄드 힐까지 주욱 돌아본 뒤, 곧바로 '마리나 댐(Marina barrage)' 탐방을 위하여 발걸음을 잽싸게 옮긴다. 에어컨이 빵빵한 이동 베이스캠프인 버스가 아금받게 움직인다. 댐보다는 댐 옆에 세워진 건축물이 여행객들을 불러들인 모양새의 '마리나 바라즈' 탐방, 댐 곁의 휴양지 공간으로 꾸며놓은 대규모 콘크리트 건축물 2층의 널찍한 옥상은 사방팔방 훤하게 터져 있는, 전망대 역할을 겸한 시원스러운 잔디밭으로 단장이 되었다. 그곳을 방문하는 게 주목적일 테다.
마리나 바라즈
그곳에는 바람이 좋아 연날리기를 즐기는 축들과 가족 단위로 휴식을 즐기는 무리들도 여럿이며 여행객들과 가족 동반 나들이객들의 발걸음이 제법 분주하다. 그럼에도 역시 이곳은 조망을 위한 전망대가 아닌가. 사방팔방 화려한 조망이 여행객의 시선을 분주하게 만든다.
마리나 댐
[싱가포르 여행기]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1)/머라이언 파크/리버 크루즈
마리나 바라즈 옥상에서 빤히 조망이 되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호텔 지하층의 명품 상가를 비롯한 카페 식당 등을 둘러볼 예정인 것이다. 지상에서의 높이가 194m에 지상 57층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건물 3개 동의 최상층을 길쭉한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를 얹은 구조인데, 그러한 최상층 방문은 내일 여정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오늘은 지하층을 둘러보겠다는 아금받은 심사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의 지하층
명품 쇼핑가와 카페 식당 등이 위치하고 있는 지하층에서 얼얼한 과일 주스로 간단하게 목을 적신 뒤, 다음 코스인 머라이언 파크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 공원은 이곳에서 가까운, 엎어지면 코 닿을 듯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정면의 바로 물 건너 쪽이다. 머라이언 파크 방문은 결국 머라이언 상을 만나러 가는 셈이다.
머라이언 상
싱가포르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머라이언은 상반신은 수사자, 하반신은 물고기 몸으로 되어 있는 동물로 싱가포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전설 속의 동물이다. 수많은 인파가 북적이고 있는 머라이언파크의 주인공은 단연 물 건너 맞은 쪽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눈을 맞추고 있는 머라이언상이다. 수많은 여행객들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우리의 세 자매들이라고 빠질 수가 있겠는가. 연신 사진촬영을 보채는(?) 세 자매들의 요구는 거부할 수가 없는 거였다.
머라이언 파크에서 바라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주변 전망
머라이언 파크의 머라이언상은 1972년 당시 수상이었던 리콴유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고. 그리고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은 수마트라의 왕자가 사자와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며, 물고기 몸은 고대 해상 마을에서 발달한 싱가포르의 역사를 나타내는 테마세크(Temasek;관저)와 연관이 있다고. 대형 머라이언상 뒤편의 나무 그늘 밑에도 미니 머라이언상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리버 크루즈 선착장
머라이언상을 제외하고는 더 볼 것이 없는 머라이언 파크의 인접한 식당가에서 저녁을 해결한다(20시). 저녁을 해결하고 어둠이 몰려올 즈음이면 싱가포르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리버 쿠르즈'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얼추 오후 9시쯤 유람선에 오름으로써 싱가포르의 유명한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해상투어가 시작이 된다. 선착장은 '클라크 퀘이 센트럴' 빌딩을 물 건너로 마주 보이는 지점이다.
리버 쿠르즈는 30분쯤 소요가 되는데, 싱가포르의 야경은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 금융가의 고층 건물과 호텔 등과 머라이언 파크, 마리나 샌즈 호텔을 죄다 선상에서 둘러보고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의 코스가 되겠다. 싱가포르의 야경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리버크루즈는 과연 듣던 대로 여행객들에게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어쭙잖게 글발로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보다는 눈으로 감상하는 게 한결 간편하고 깔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