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트>
천방지축 귀농부부의 마을 사랑 이야기
어리바리 면허증
한 시간 가량 걸어서 읍내를 다니던 마님이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을 했다. 따뜻한 봄이나 가을에는 코끝에 시골냄새를 달고 흥흥거리며 한 시간 정도는 걸을만하다. 그러나 칼바람 부는 겨울에는 외투 깃으로 바람을 막으며 허리를 굽히고 종종걸음 치는 꼴이 마님과 어울리지 않아 내린 결정이다.
드디어 마님이 면허증을 따서 자랑을 하는데 삼돌씨와 아이들이 믿지 않는다.
“에이, 그거 뻥이지? 엄마처럼 몸치가 어떻게 한방에 면허증을 따?”
인정 안 해주는 가족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 마님은 다음날 출근해서 동료 직원이 타던 오래된 빨간 프라이드를 떼를 써서 얻어온다. 그리고 곧바로 시승식을 한다며 가족을 프라이드에 반강제로 밀어 넣고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20㎢로 기어간다. 옆 좌석에 앉은 삼돌씨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뒷좌석에 앉은 두 아이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다.
읍내로 들어가는 삼거리 신호등에 빨간불이 막 켜지고 있다. 마님은 학원에서 배운 대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차가 ‘덜컥’ 하고 서는 동시에 ‘윽’ 하는 비명이 터진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차가 ‘푸르르 푹’하고 앞으로 쏠리면서 급정거를 했기 때문이다. 놀란 가족들이 채 숨도 돌리기 전에 초록색으로 바뀐 신호를 보고 직진? 좌회전? 순간 판단이 서지 않은 마님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좌회전을 해버린다. 삼돌씨가 자지러진다.
“이 사람아! 여긴 좌회전이 안 되는 곳이여!”
“잉? 삼거리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두 아이가 앞좌석을 꼭 붙잡고 애원을 한다.
“엄마! 제발 우리 좀 여기서 내려줘. (>ㅅ<)”
“야, 인마!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러면 됐지, 짜식들…”
삼돌씨가 한숨과 함께 앞을 가리킨다.
“앞을 봐, 아무 일이 없나.”
“엉? 저 사람은 왜 길에서 손을 흔들고 난리야?”
“경찰이잖아! 우리보고 차를 세우라는 거여.”
삼돌씨가 소리를 지르자 마님이 얼떨결에 끼익하고 차를 급하게 세운다.
“실례하겠습니다. 면허증 좀 보여 주십시오.”
“왜요? 제 면허증 가짜 아니에요. 며칠 전에 진짜로 땄는데…”
옆에 앉은 삼돌씨가 마님 옆구리를 쿡 찌른다. 면허증 꺼내라는 신호다. 지갑에서 면허증을 더듬거리며 꺼내는 마님을 한심하게 내려다보던 경찰관이 묻는다.
“사모님, 지금 무슨 위반을 하셨는지 아십니까?”
“위반요? 위반 안 했는데...아, 알았다! 과적이요. 너무 많이 실었어요. 울 실랑이 몸무게가 엄청 많이 나가거든요. 애들도 그렇고, 나도...”
옆에 앉은 삼돌씨 얼굴이 벌게지고 애들은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끅끅거리며 웃음을 삼킨다. 경찰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마님을 위아래로 한참을 훑어본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지금 신호위반 하셨습니다. 과태료 6만원에 벌점 15점입니다.”
“으잉! 육만 원이요? 말도 안 돼! 아저씨, 저 초범이니까 봐 주세요. 과적차량이 더 싸면 그걸로 끊어주세요.”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마님을 한심스럽게 내려다보던 경찰관이 옆에 앉은 삼돌씨를 보고 화를 낸다.
“사장님은 사모님 주행연습 좀 시키고 도로로 내보내십시오. 이거야 원, 쯧쯧...”
경찰관에게 마님 대신 혼이 난 삼돌씨는 씩씩대며 운전대를 빼앗는다.
“당신! 돈 들여서 운전 배우라고 했더니 운전은 제대로 못 배우고 겨우 어리바리 면허증이나 따가지고 왔어?”
아이들이 킥킥대며 수군댄다.
“우리 엄마 어리바리 면허증 땄대. ㅋㅋㅋ.”
어리바리한 사람들이 많아야 웃을 일도 더 많은 좋은 세상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첫댓글 푸하하하~~ 나두 첨엔 어리바리한 마님이었는데 운전을 하다보니 늘더구만...
처음엔 대로에 멈추어서질 않나~ 일차선에서 앞차를 들이받아 잠시 섰는데 문이 잠겨 모든 차들이 줄줄이 서있게 하기도 하고~~~ 정말 별의별일이 다 있었는데...ㅋㅋㅋ 그 때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한단다....ㅎㅎ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ㅎㅎㅎㅎㅎ
오잉? 나만 어리바린줄 알았는디...동지가 있었네. 그려 ㅋㅋㅋ
그래두 장롱속 면허보담은 더 진지하게 열성적인 어리바리 면허가 인간적으로 다가오는건 왜일까...
우리의 인생도 많은 경험을 하다보니 더 여유있어지고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해지는것 처럼 말야.
면허 따는게 힘은 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내자신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니까.
늘~ 좋은글 자알~ 읽고간다~~^^
부딪히고 깨지고 뒹굴면서 둥글둥글해지는 게 인생이더군...^^
넘재밌다...이제새달이되면영이글이궁금해졌네...맞아 ㅋㅋㅋ운전하면서잼나는일들넘많았지...집에서아이들만키우다회사에들어와스타렉스를처음운전하던날차가어찌나커보이든가난못한다니까전영애씨는할수있다며등떠밀던지점장님벌써16년전이네,,,승용차만타고출퇴근하다가업무적으로가끔씩스타렉스를써야만했던날가슴졸이던게엊그제였는데참세월빨리도지나갔네,,,고마워꽃피는봄이오면두타산으로불러주삼
ㅎㅎㅎ 그려. 두타산 마님이 그까이 것 쯤이야...그런데 내가 휴일도 없이 근무해야하는 부서에 있어서 내년에 초대할게 ^^
어이쿠 어찌하다가 휴일도 없는 부서로 갔는고??? 그래도 울 나이엔 일이 많은게 행복하고 고마운일이지,,,
누구나 좌충우돌 운전 경험은 있게마련...
영이의 글을 읽으며 먼져간 친구 덕호가 생각난다...
83년에 면허를 따서 따끈따끈한 면허증으로
청량리에서 봉천동까지 팔영이의 포니1 승용차를 몰고 왔던기억이 새록새록...
덕호의 안내로 청량리를 출발하여 집동네인 봉천동에 도착하였는데도
처음보는 동네같고 어떻게왔는지 기억도 없구 정신이 몽롱하던 추억을 더듬게한 친구의 글 고마워~~
늘 안전운전하시게...
어리바리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야 만만한 세상일텐데....어디 두타산 마님처럼 어리바리한 사람 없을까?
ㅎㅎㅎ 운전의 에피소드는 누구나 하나 쯤은 있지. 우리 마눌이 시운전 하던 날 우리 네식구. 염라대왕 앞 마당 까지 다녀 왔음. 지금, 아주 잘 타고 다님.
ㅋㅋㅋ 그 높은 분을 만날뻔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