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안개가 아직 가시지 않은 어둠과 어우러져 시야가 좁다.
희미한 빛이 깨어나는 새벽, 공기마저도 촉촉하고 신비롭다.
무릉도원이라는 불리는 장가계풍경구가 지척에 있어서 그런지, 이곳의 공기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자연의 품에 안겨 있는 듯한 편안함과 함께, 숨을 쉴 때마다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일주일 전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했던 여행은 이제 중간 지점에 이르렀다.
난징, 구화산, 황산, 삼청산, 그리고 망선곡을 차례로 지나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특히 여행 경험이 풍부한 일행들과 함께한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전해주는 이야기와 팁은 나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그저 감사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오르고, 이런 마음 덕분에 여행의 질은 한층 높아졌다.
여행을 하며 깨닫는 것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그 어떤 풍경보다도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동행은 낯선 곳에서도 집과 같은 따스함을 느끼게 하고, 소소한 순간조차 특별한 추억으로 바꾼다.
이제 남은 여정을 생각하며, 이 순간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다짐한다.
안갯속에서도 빛을 찾아가는 이 길이,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임을 믿으며.
도시의 구성은 숙박업소와 관광객을 위한 상업시설이 대부분.
뒷골목을 돌아 들어가자 큰 시장이 나타났다.
길가에는 신선한 채소와 여러 식자재를 판매하는 좌판이 펼쳐져 있고
상인들과 손님들이 시장특유의 활기찬 분위가를 만들고 있다.
차가운 공기 속, 가로등 불빛 아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골목마다 펼쳐진 채소들과 신선한 농산물들, 그 향긋한 냄새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길가에 앉아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따뜻해 보인다. 그들은 고요한 새벽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녹아들어 있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일상에 잠시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이 거리를 더욱 친근하게 만들고 현지인들의 삶을 잠시 훔쳐본 듯한 느낌이다.
이런 것이 새벽산책이 주는 선물이다.
뭔가 폼나는 분위기
골목 끝에서 주윤발이 롱코트를 입고 이쑤시개를 물고 나타날 듯.
골목을 지나 돌아서니 아담한 찻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새벽에 문을 열었을 리는 없으니, 오늘 일정이 끝나고 시간이 나면 와보리라 마음먹는다.
느긋하게 앉아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예쁜 창을 통해 내다 보는 풍경이 기대된다.
단아한 여자분이 사장님이라면 왠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중국여행 중 숙소는 빈관, 주점 그리고 요즈음은 호텔도 간간이 있다.
어젯밤 도착했을 때는 간판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실내 분위기와 배치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이곳은 객잔이었다.
그제야 실내 구조와 인테리어가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중국의 객잔(客栈)은 중국 전통 숙박 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과거 여행자와 상인들이 쉬어가던 숙소에서 현대적으로 발전한 형태이다.
객잔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객잔은 한나라 시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실크로드를 오가는 상인과 여행자들이 이용하던 쉼터로, 물자와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후 명·청 시대에 이르러 상업의 발달과 함께 객잔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어
단순한 숙소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도 했었다.
대부분 중국 전통 가옥 구조를 유지하며,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이나 사합원(四合院) 스타일의 정원을 갖춘 경우가 많다.
중국 고전 영화에서 나오던 고급객잔의 모습이다.
외팔이 "왕유"가 칼을 들고 저 아래서 날아올라올 거 같지 않은가?
--왕유를 아시는 분이 계실라나^^-
길 건너 빈관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고풍스럽다.
호텔 식당 벽에는 솜씨 있게 그려진 풍속화가 걸려 있고, 중국적인 분위기도 느껴진다.
방금 떠난 중국 관광객 무리가 남긴 소란스러운 분위기까지 더해져,
의상만 제대로 갖춰 입으면 마치 옛 객잔의 한 장면 같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장가계 1일 차.
그런데 날씨가 수상하다.
마실정회동
첫댓글 마실님 옛날에는 새벽에 밖에 안 나갔는데... 요즘은 새벽 잠이 없나 보네요....ㅎㅎ
늘 나갔었는데..카일라스님이 그 시간에 자서 모르는거지요^^
언제 돌아오시나?
@마실정회동 17일 귀국 합니다.
"왕유"는 모르지만 객잔은 옛날 중국영화에서 자주 본 것 같아요. 찻집에서는 왠지 일본의 느낌이 살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