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포스텍 화학과에 조기입학한 김창우(18·사진·전남과학고 졸)군은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과학과목을 좋아했다. 아버지가 수학교육을 전공한 덕에, 집에는 수학과 과학 관련 교양도서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자연스레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공부의 시작은 학습지를 접하면서였다. 학습지를 풀면서 점차 난이도를 높여 갔지만 그렇다고 선행학습에 대한 부모의 의지는 없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학습지 진도가 중학교 수준을 넘어갔어요. 그런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어머니께서 학습지를 끊어 버리셨어요. 선행학습을 권장할 마음이 없으셨던 것 같아요."
그러나 김군은 자신이 속한 학년 보다 어려운 문제를 많이 풀고 생각하는 훈련을 쌓았다. 또 중2 때 1년간 영국에 유학을 가면서 '공통수학의 정석'을 챙겨 갔다. 덕분에 수학문제를 스스로 '연구'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영국 현지 중학교를 다녔어요. 출국 전 약간의 영어실력이 뒷받침돼야 했죠. 토익 600점 정도는 됐을 겁니다. 하지만 영국학교에서 6개월 정도 다니자 수업내용이 귀에 들어왔고 9개월쯤 지나자 역사수업도 완벽하게 들리더군요. 현재 별도의 영어공부 없이 텝스 점수가 800점 후반대는 나오고 있어요. 당시 수학공부는 어머니가 세워주신 계획에 맞춰 혼자 연구하고 연습문제를 많이 풀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지요."
수학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으면서 차례로 어려운 문제를 정복해 갔다. 고난이도 문제집을 여러 권 구해 풀어본 것이다. 모든 문제를 '잠재적인 오답'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개념확립이 되는 '즉시'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오답을 표시하고 왜 틀린 지 확인한 뒤 3개월 동안 문제집을 덮어두는 공부법을 택했다.
"3개월간 깡그리 잊어버리려 했어요. 그리고 시험이 임박할 무렵, 그 부분을 다시 펴서 문제를 풀어 봤습니다. 이쯤 되면, 문제를 다 잊어버렸기 때문에 과거에 풀었던 문제가 틀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전에 안 풀리던 문제가 풀리던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모든 문제를 '잠재적 오답'이라 생각했어요. 이런 방법으로 제 자신을 자극하고, 어떤 유형에 강하고 취약한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풀이과정을 종이에 옮겨 쓰는 훈련을 거듭했다. 나름의 해답지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풀이과정을 적어 나가는 공부를 중학교 때부터 해왔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어려운 문제는 생각의 끈을 놓치기 쉬운데, 풀이과정을 꼼꼼히 쓰다 보면 전혀 막히지 않아요. 혹 답이 틀렸더라도 어디서 틀렸는지 빨리 파악할 수 있었죠. 대학에 와서도 시험답안지나 리포트를 작성할 때 상당히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과학탐구영역 공부도 교과내용에 대한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한 뒤 수능 기출문제를 풀었다. 한 장을 풀고 채점을 하기보다 한 단원을 풀고 전부를 채점했다.
"한 단원의 문제를 모두 풀어보고 그 결과를 목차의 각 단원 옆에다 적어 놓았어요. 그렇게 되면 어디 부분이 취약한 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됐고 복습할 때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김군은 부족함을 아는 것이 공부의 출발이라고 충고했다. 어떤 것을 완벽하게 안다고 말할 때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부족한 부분을 머릿속에서 체크하면서 공부계획을 세웠다. 또 문제풀이는 교과내용에 대한 이해가 이뤄진 뒤 풀었다고 했다.
"문제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개념이해가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부터 풀려고 덤벼들어 틀리게 되면 너무 아깝잖아요. 문제집은 완벽하게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왔을 때, 최종 점검 차 풀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친구끼리 공부시간을 똑같이 투자하고도 성적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얼까. 김군은 "기초가 안 됐거나 자신의 공부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수학과 과학공부를 아무리 해도 성적은 '제자리'라고 호소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우선 기초가 부족한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이해가 부족하면 으레 문제와 답을 통째로 외우려고 들지요.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예전내용으로 돌아가 다시 확실하게 공부하고 돌아오는 편이 훨씬 낫지요. 또 자신의 공부방법이 잘못된 경우도 있는데, 왜 실패했는지 알고 그에 맞게 계획을 수정해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그는 촘촘히 계획표를 짜서 공부하는 체질이 아니라고 했다. 취약한 부분을 파악한 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다가, 지루해지면 다른 과목으로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고1 겨울방학 때 수학책 두 권을 독학했는데 계획표를 작성한 기억이 납니다. 하루치 적당량을 잡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융통성 있는 계획을 세웠어요. 무리하게 짜면 포기하기 쉽고, 너무 쉬우면 다음날로 미루게 되잖아요. 하루치 계획량을 미리 정하기 보다 계획표에 그날 완료한 공부내용을 채워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김군은 과학자를 꿈꾸는 만큼 성격도 완벽주의 성향이 짙다고 한다. 어떤 부분을 대충 공부한 채 절대 시험을 보지 않는다. 또 책에 소개된 잡다한 공식들도 직접 손으로 풀어본 뒤 이해하려 애쓴다.
"지금까지 공부가 잘 됐다고 생각해요. 만약 성적이 제대로 안나온다면 오히려 더 자극을 받을 것 같아요. 2학년부터 전공공부가 시작됩니다. 이제부터가 공부의 시작이라 생각하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