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낭만이었다.
철지난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추억을 떠올리는 낭만이었다.
그래서 자유스러웠던 것 같다.
각자의 추억이, 각자의 낭만이 다르기에....
2.
주차비를 걱정해주신 부산회원님들,
기꺼이 자기 아파트 주차장을 내어주신 천경자님,
모두 고마운 분들이다.
뒤따르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해변에서 일행을 기다렸다.
누리마루며, 최치원유적이며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 생각하며 기다렸다.
해변을 걷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해수욕장, 해운대해수욕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었다.
여름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싼 돈 들여가며 이곳을 찾는가 싶었다.
누구든 곁에 있는 것의 가치와 그 소중함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떠나고나면 그제서야 깨닫고 후회하는게 인생이다.
3.
미포부터는 철길을 걸었다.
(그동안 폐쇠되었었는데 3월부터 개방했다고 한다.)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앞뒤로 옆으로 사람들을 끼고
그렇게 걸었다.
철길을 걷는다는 것, 처음엔 낭만이었다.
자꾸 걸을니 다리가 아프고......
낭만이란게 본래 그런 것인가 싶었다.
처음엔 좋은 것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빠져 있으면 인생이 아파지는 것.
미포는 본래 해맞이 조명이 좋은 곳이다.
대구탕으로 유명한 곳이고.....
걷기 코스가 바뀌면서 대구탕이 날아가버렸다.
간밤에 술을 마신 나그네님은 연신 해장으로 대구탕이 날아간 것을 아쉬워했다.
(이날 따라 전날에 술을 마시고 참가한 사람들이 많았다.)
조개구이로 유명한 청사포에서 송정으로 가닥 잠시 쉬었다.
간식을 가지고 온 회원들은 간식을 풀었고,
몇명 회원은 바닷가 바위에 숨어 저들끼리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마셨다.
양이 너무 적어 모두에게 내어놓기가 그랬다고 했다.
장터목운무님의 아내가 해주었다는 두부김치는 맛이 좋았다.
곁들여 가지고 온 수육도 맛이 일품이었고.....
4.
청사포에서 송정 가는 길은 철길 대신 바닷가 길을 걸었다.
오늘의 목적지인 죽도의 팔각정까지 듬성듬성 쉬엄쉬엄 갔다.
나는 식당 예약 관계로 중간에서 잠시 샜다.
송정바다에는 파도타기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갈매기들이 많이도 날아다녔다.
함께 하지 못한 진주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YTN에 우리들 모습이 나왔다고.....
못 오신 진주님은 얼마나 부러웠을까 싶었다.
진주님! 담에는 가능하면 함께 합시다.
예약을 마치고 혼자 바다에서 놀았다.
팔각정까지 걸어가기도 그렇고,
식당에 앉아 있기도 그렇고 해서.....
가끔은 혼자인게 참 좋을 때가 있다.
순간이나마 오늘이 그랬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의 여울목에 머문 바다는 조금 쓸쓸했다.
내 마음이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내 마음 이전에 바다가 그래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5.
송정마을 손두부, 몇 번 와 본 곳이다.
주인이 두부에 나름 일가견이 있는 분이고 자부심을 가진 분이다.
(이 날은 보이지 않았다.)
국순당에서 나온 대박 막걸리를 마셨다.
(그동안 막걸리는 늘 지역의 막걸리를 마셨는데.....)
분위기는 화애로왔고 이야기가 즐거웠다.
처음 온 사람도, 몇 번 보지 못한 사람도 어색함 없이 잘 어울렸다.
모두들 마음이 넉넉해서 그런가 싶었다.
아님 산악회 이름이 어리버리산악회라서, 그래서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그런가.....^^
6.
귀향님, 들국화향기님, 나, 그리고 써니님이 택시를 타고 차를 가지러 갔다.
나머지분들을 두고.....
되돌아오니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부산분들은 그새 가셨고.....
부산회원님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모두들 힘들게 시간내어 오셨는데,
제대로 뒷풀이 한 번 못하고 늘 그냥 보내는 것 같아서.....
고마운 분들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부산분들, 다들 좋은 분 같다고, 나는 그 말이 듣기 좋았다.
다음에는 꼭 부산 회원님들이랑 부산에서 뒷풀이 하리라 생각했다.
7.
울산에서 다시 만나 태화강에서 뒷풀이를 했다.
아직 열지 않은 문을 주인장에게 연락해서 열어달라 해서.....
고맙게도 주인장은 바쁜 와중에도 직접 오셨고,
맛 있는 안주들을 장만해주고 가셨다.
동태탕, 명태찜, 안동찜닭, 그리고 소주와 맥주,
마지막에 나온 밥, 방금 한 뜨거운 밥이 좋았다.
여섯 시 조금 지난 시간에 헤어졌다.
일부러 오셔서 뒷풀이 값을 계산해주시고,
많은 회원들을 집까지 편안하게 바래다주신 귀신고래(글빛님의 남편)께 고마웠다.
술값을 찬조해주신 장터목운우님,
해천이 또 자기 돈 더 쓸까봐 끝내 찬조해주신 길상화님,
뒷풀이를 마치고 나오다가 본의아니게(?) 일부 계산을 찬조한 해천님,
교통비 부족분 드릴려고 했는데 그새 사양하고 가버리신 귀향님,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신 허브향기님,
모두모두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8.
산다는 건 그냥 흘러가는 것이고,
산다는 것의 가치는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다.
나는 다양한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자유로운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다소 무질서해 보이거나 산만해 보이더라도.....
이렇게 하루는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금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제는 이미 기억의 저 편에 자리 잡아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추억이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이 또 기다려진다.
첫댓글 글을 읽고 나면 어쩜 이리 내맘과 같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넉넉한 해천님의 따뜻한 정을 느끼면서, 어리버리 산악회에 한없이 빠져들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너무 좋습니다. ^*^ 우리들의 만남을 또 기다리며~~~
자주 보입시다.^^
많은 추억을 함께 만들어 가지 못하는 몸 .. 언제나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좋은 인연들 언젠가는 뵈올날이 있으리라..^^*
꼭 좀 봤으면.....좋갰습니다.
함께하신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
해천님의 후기글이 어제의 도보가 되살아나네요..
잘 보고갑니다..
다음에도 함께.....^^
잘보고갑니다
*^^*
좋은날 너무 멋진 곳에서 우리 회원님들과의 데이트는 어떤 무엇보다 행복한 날이었다고 얘기 하고싶어요
해천님 말씀대로 저에겐 그야말로 추억을 그리는 하루였습니다
얼마전까지 약 10년정도 거의 매일 부산 친구들과 어울려 해운대 송정 해수욕장 주변 노래방 식당 누볐던 추억을 남몰래
떠울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꼼꼼히 적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누님에게 그런 추억이..... ㅎㅎㅎ
뒷풀이 마무리하고 나오는데 아주머니의 실수로... 늦게나온 찜닭값을 깔끔히 해결해주신 해천님! 끝까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