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15일 오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을 찾아 직업성 암 추정 환자인 한혜경씨를 만나 위로하며 직업병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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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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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
[프레시안 임미영 삼성일반노조 사무국장]
날짜가 차곡차곡 쌓일 때마다 경악으로 전율하는,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참담한 시간입니다. 어머니는 이 생지옥 같은 시간 동안 입술이 하얗게 타서 바래고 얼굴은 비참과 분노로 어둡습니다. 누나의 참아왔다가 터뜨리는 오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삼성자본에 치를 떨게 합니다.
이렇게 유족들은 매일 삼성자본의 심장부인 강남역 삼성본관에 와서 피울음을 토하고 있습니다. 촘촘하게 막아서는 경비들과 삼성을 옹호하고 나서서 보는 이들을 낭패감에 들게 만드는 경찰들과 사람들의 무관심 앞에서 내 아들 살려내라고, 폐부 깊숙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피울음을 흘립니다.
기숙사 관리자들이 기본적인 원칙만 지켰더라면, 최소한 사원들에 대한 인간적 관심과 배려만 있었더라면, 지금쯤 주현이는 살아 사랑스런 아들로, 일터에서 성실한 노동자로, 다정한 친구로, 이 나라의 건강한 청년으로 살아 있을 텐데 삼성전자의 반(反)인간적 경영지침은 주현이를 기계처럼 부리기만 했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 고(故) 김주현 씨의 누나가 삼성 본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장면. ⓒ삼성일반노조 |
<동물농장>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유기된 동물들도 갖은 방법 다 동원해서 치료해주고 스트레스 받지 않게 인간의 품 속에서 동물이 아니라 숫제 인격체로 돌보아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 노동자들은 어떻습니까. 위험한 공장 안에서 짐승의 시간을 보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공장 관리자와 경영자, 그리고 이건희 회장은 오로지 이익만 생각할 뿐입니다. 어찌 참괴하다 하지 않겠습니까?
1월 11일 투신 당일, 김주현 씨의 다섯 차례 자살시도는 기숙사 관리자들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었고, 관리자들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절망에 빠진 주현이를 살려낼 수 있었음은 CCTV에서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기업이 말하는 책임경영이라는 것은 생산된 상품에 대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노동자가 없다면 재벌 이건희는 단 한 푼의 이윤도 챙길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일어난 일본의 대지진은 자연재해입니다. 그러나 자연재해로 말미암은 인간의 죽음은 비극일 뿐이지 악이 아닙니다. 결코 용서할 수 없이 악랄한 것은, 폭력과 착취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만행들입니다.
일찌감치 삼성자본의 경영지침은, 무노조경영을 통해 오직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인권압살과 노동력 착취의 고리 속에 생산현장의 노동자들을 노예화하여 왔던 것입니다.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오는 피부병, 개인의 존재가 완전히 부정될 수밖에 없는 장시간 노동, 그리고 공장 관리자들의 상습적인 무시와 막말로 인해 스무 여섯 청년의 삶은 피어나기도 전에 절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하였습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성실한 사원이었던 김주현 씨가 피부병과 우울증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잘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의사의 일정한 치료기간이 필요하다는 처방도 무시하고 무리한 복귀명령으로 다시 회사로 불러들였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협박입니다. 치료를 받던지 회사를 그만두든지 이런 협박으로 불러들여 무참하게 죽였습니다.
업무 복귀 전날 밤, 기숙사에서 김주현 씨가 6층의 자신의 방에서 13층 난간에 올라 투신을 시도했을 때의 급박했던 상황은 예닐곱 살 아이라도 당장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내야 할 위급한 상황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CCTV는 왜 설치돼 있었던 것이며, 방제요원은 왜 배치돼 있었던 것입니까. 방제요원과 기숙사 관리자들은 다만 죽음을 방치하고 주검을 살리는 시늉만 하도록 훈련된, 미숙한 판단력을 가진 인간들이었던 것입니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주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입니까.
누가 봐도 막아낼 수 있었던 주현이의 죽음은, 결국 삼성이 저지른 살인에 다름아닙니다. 유족들은 말합니다. 일인시위에서 유족들을 꼼짝도 못하게 로봇처럼 척척 막아내는 경비들을 보고서는 "이렇게 잘 막으면서 우리 주현이가 죽는 것은 왜 못 막아냈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 절규는 이건희 회장과 삼성 경영진에게는 사소한 일일 것입니다. 삼성본관에서 초현대식으로 쌓아올린 빌딩들과 빌딩과 빌딩 사이에 경관을 위해 각종 구조물들과 소나무 대나무처럼, 그들에게 유족들의 절박한 몸부림은 그저 이 풍경 속의 하나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걸핏하면 삼성 경영진은 경찰들을 불러 유족들을 현행범이라며 연행하고, 우락부락한 경비들의 힘으로 결박하고, 실실 웃는 얼굴로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헤집어 놓습니다.
70일이 넘도록 장례를 못 치르고 안치실에 있는 주현이의 싸늘하게 식은 몸은 이제 한계를 넘어 변색되어 유족들의 피를 말리는 아픔이 되고 있습니다. 날이 더해질수록 유족들의 분노는 커지고, 이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유족들에게 용서할 수 없는 적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이건희 회장을 비난하느냐고요. 이유가 있습니다. 그도 자식이 키우는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남의 목숨 같은 자식의 목숨을 잃게 하고도, 사과는커녕 도리어 유족들을 기만하는 행동을 태연히 저지릅니다. 그런데도 비난을 하지 말아야겠습니까.
그는 다만 노동자의 목숨을 제 이익을 위해 사들인 기계만도 못하게 여길 뿐입니다. 우리는 그의 분주함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가끔 재계나 정치계에 나타나서 짐짓 쓴 소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속아서도 안 됩니다. 삼성이 만든 물건이 아무리 세련되었어도 거기에 혹하여서도 안 됩니다. 엄청난 액수의 투자 따위는 사실 곧 꺼질 거푸집과도 같습니다.
▲ 김주현 씨의 부친 김명복 씨는 지난 6일 삼성본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아들의 영정이 부서지면서 손을 찔렸다. 이날 김 씨는 심근경색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프레시안(김봉규) |
김주현 씨는 이제 이 모든 생물을 피워 올리는 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 김주현 씨에 죽음에 대한 유족들의 삼성과 싸움은 단 한 사람이라도 이런 억울한 죽음으로 죽어가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노동자는 곧 우리 사회를 이루는 중심입니다. 더군다나 삼성자본에 의한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고 자본과 부화뇌동하여 식상해하고 아무런 울분을 느끼지 못한 채 매우 한정된 소수의 우연한 죽음으로만 여긴다면 우리는 결코 진보된 사회로 향한 한 치의 진전도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또한 김주현 씨의 싸늘한 시신은 삼성의 비리와 인권 침해에 맞서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자본권력의 지배에서 해방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대불황을 맞았는데도 여전히 삼성은 수조 원의 이익을 남겼다든지 몇 조 원을 반도체산업에 투자한다든지 하는 쏟아내지만, 이런 질주는 결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그저 노동자를 쥐어짜기만 해서 얻은 이익이 영원할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꽃샘바람 속에서도 낮으로 봄의 따사로운 햇살을 느낍니다. 곧 새싹들이 돋고 봄의 꽃들이 필 것입니다. 김주현 씨는 이제 이 모든 생물을 피워 올리는 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청춘의 죽음은 우리의 미래를 밝혀주는 자양분으로 춘하추동 그의 죽음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족들의 소망은 더러운 보상금 따위가 아니라 삼성의 사원으로 밤낮없이 일하다가 회사의 치명적 과실로 죽었는데 이 죽음에 대해 삼성의 책임과 공개적인 사과를 받아내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즈음 정의가 세상의 화두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정의란 불의에 대한 분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김주현 씨의 죽음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불의한 일들의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 싸움은 적어도 폭력적 자본권력과의 싸움입니다. 이 싸움을 연대 없이 피해 유가족에게만 맡겨 행여 지쳐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악랄한 자본권력에게 노동운동진영과 일체의 진보진영의 '인간성 포기'라는 항복 선언에 다름 아닙니다.
누구든지 힘을 모아내서 우리 모두가 이기는 길로 나가야 합니다.
임미영 삼성일반노조 사무국장 (mendram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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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 지니 리
현영
반기문(에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