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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오름 소유 유일…소 물 먹던 정상 화구호 눈길
당오름 목축 활용…'벵작소' 등 목축 이야기 남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주민들의 공동목장이름은 '금당목장'이다. 마을회관 뒤편에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는 금악오름(금오름, 검은오름)과 인근의 당오름에 걸쳐 있다 해서 앞글자 '금' '당'을 따온 이름이다. 제주도내 오름을 낀 공동목장은 많지만 2개 오름을 소유한 목장은 이곳이 유일하다. 옛부터 제주 목축의 중심지인 이곳은 전망 역시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금당목장의 형성
금악리공동목장(금당목장, 조합장 고상국)의 면적은 금악오름과 당오름을 합해 총 188만1000㎡(57만평)로 비교적 넓은 편이다.
1920년대까지 금악마을 사람들은 금악오름과 당오름, 정물오름까지 3개 오름을 목장으로 활용해왔지만 정물오름은 소유권이 바뀌면서 2개 오름만 조합 소유로 남았다.
금악오름은 30여년전 조림사업이 진행돼 오름 사면에 숲이 형성됐으며, 현재는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정상 분화구 밑에 화구호가 형성돼 작은 백록담을 연상케 하고, 북쪽으로 비양도를 품은 시원한 바다풍경과 남쪽으로는 한라산을 비롯해 정물오름, 새별오름, 이시돌목장 등이 아기자기하게 자리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고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오름이지만 불과 몇해전까지는 소를 방목하는 목장으로 쓰였다.
금악마을 사람들은 5월 이곳에 소를 놓고 촐이 없어지는 11월말이 되면 마을로 들였다. 지금은 2㎞ 남짓한 오름 둘레길인 '희망의 숲길'과 KBS 등 각 방송사들의 중계소가 들어서면서 목축의 흔적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소들에게 물을 먹였던 '생이못'은 아직까지 오름 입구 왼편에 남아있다.
정상의 화구호 역시 소들이 물을 먹던 곳이다. 목축을 할 때는 물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지만 목축이 중단되면서 물도 함께 줄어든 점이 눈길을 끈다. 예전에는 물을 마시러 오는 소들의 발길로 땅을 단단히 다져져 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것을 막아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물오름 뒷편에 자리잡은 당오름 아래에도 목장이 위치해 있다.
현재 금악리 40농가가 키우는 2000여두의 소 중 300여두의 암소를 놓아 기르는 곳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연못과 새로운 수도시설로 급수를 담당하고 있었고, 진드기 구제장 등 축산시설도 이곳에 모여있다.
금악리 마을의 목축문화
금악리에서는 4·3 이후 '벵작소'에 의해 목축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벵작소란 소 주인은 따로 있고 관리자가 소를 키워주고 낳은 새끼를 주인과 번갈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제주에서는 일반적으로 행해지던 관습이기도 하다.
주인이 송아지를 맡기면 그 송아지는 3년이 지나면 어미소가 되어 새끼를 낳는데, 첫 새끼는 관리해 준 사람이 갖고 다음 해에 난 새끼는 주인의 소유가 된다. 이렇게 해가 지나면 주인이나 관리자 모두 소유한 소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겨울철 집에서 키운 소들을 봄이 되어 풀이 자라는 5월1일께면 목장으로 내보낸다. 목장으로 소를 풀어놓는 날 새벽에 소를 돌보는 목감과 목장조합장은 돼지머리, 과일, 나물, 술, 메, 향을 준비하여 목장으로 가서 제를 지낸다. 절을 하고 마음 속으로 금년 한해도 소들에게 별다른 사고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기원한다. 백중제는 따로 지내지 않고 있다.
특히 소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황' 든 소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들판에 놓아 키우는 소가 불로초(영지버섯)를 먹으면 쓸개에 돌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것이 우황이 된다고 한다.
우황이 생긴 소는 잘 먹여도 살이 찌지 않고 감기에 걸린 것처럼 콧물을 흘리면서 기침을 하는데 흔히 볼 수는 없고 평생 한 두 번 본 적이 있을 뿐이다.
고상국 조합장은 "우황을 한 번 본 적 있는데, 쓸개에 메밀같은 것이 가득 차 있었고, 그것이 약으로 좋다해서 너도나도 다투며 나눠 가졌다"고 전했다. 요즘은 우황 든 소를 볼 수가 없는데 도축장에서 도살을 하고 밖에서 보다는 집안에서, 그리고 사료를 많이 먹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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