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땅을 적시는 해갈의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주님!
아침 개밥을 주면서 든 생각이다.
해갈의 기쁨을 얻으려면 '어떻게'가 선행 되야 한다고,
개는 묶여 있는데 갈증을 해소 할 수 있다.
어떻게?
주인이 묶었으니 주인이 알아서 하라는 포기가 아니라
주인을 향한 끝없는 앙증(개가 너무 큰가?)
귀를 살짝 내리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꼬리로 허공이 웃을 때까지 마구치는 거다
그럼 주인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은 시간문제,
"아이고 이 녀석 그래그래"
매여 있되 주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해갈은 끝이다.
개밥을 주고 왔는데 손목이 너무나 아프다.
무슨 생손앓이 하는 사람처럼,
아침 준비를 하고 있던 아내가 어제 씽크대 수도꼭지에 설치한
멀티이온아이저(세제를 쓰지 않는 기구)가 불편하다고 떼어내란다.
비누성분이 있다고 하니 몸에도 안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자세히 설명을 못한 내 탓을 뒤로하고)
손목이 안 아팠으면 당장 떼어냈을 텐데 지금은 떼어낼 수가 없다.
귀와 몸은 어디다 뒀나 꼬리치는 것도 잊은채,
손이 아픈 손목을 잡고 있다.
잠시, 집사람과 팽팽하게 잡고 있던 끈이 느슨해 진다.
아픈 손을 잡고 있던 침묵이 언덕을 넘으며 묶여서 다행이라고 위로하고 있다.
"손목아 고맙다 아파서,
이어 아픈 손목을 잡아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하며 꼬리를 흔들자,
오후가 일사천리다.
친구가 온몸으로 장작을 팬다.
찬바람 사이로 땀이 흐른다.
손이 아픈 손목을 흔들자,
장작더미가 쌓여간다.
오후가 손목에 잡혀 가고 있다.
잡혀있는 그대여, 주인을 원망하지 마라 해갈은커녕 밥도 없다.
거기에 매어있다고 귀를 살짝 접고 몸을 흔들며 꼬리를 쳐봐라.
허공도 웃고 말도록.
딸이 차린 저녁상이 거하다.
모두가 딸의 솜씨에 몸을 흔들고 말았다.
손목에 잡힌 초저녁이 일찍 구들장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친구가 곁에서,
"바로 이 맛이야
여기 오고부터 아침에 누가 날 자꾸 깨워?"
"내가?"
"너 말고 쟈쌰 그걸 꼭 말로해야 아냐?"
친구 중심에 잡힌 내일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