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漢字) 이야기(14)
시인 김종환(金鍾煥)
6월호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에 대한 공자(孔子)님의 말씀을 소개했더니 궁금해 하신 분들이 있어서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공자님을 만나 정치를 잘하는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공자님께서는 위의 8자로 설명하셨습니다.
“君君臣臣父父子子”의 漢字는 학생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한자입니다. 이에 대한 지금까지의 풀이는 전통적으로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자기의 맡은 바 일을 잘하면 된다고 풀이해 왔습니다. 그러나 위의 설명은 현대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선생님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자기답게 정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이와 유사한 말씀은 孔子님보다 100여년을 먼저 살았던 관중(管仲)의 말씀을 변용했기 때문입니다.
管仲에 대해서는 5월호의 관포지교(管鮑之交)에서 설명했습니다. 管仲이 지은 <관자(管子)>라는 책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君不君則臣不臣 父不父則子不子”입니다. 漢字는 모두 공부해서 알지요?
위의 漢文에서 조금 크게 표시한 漢字만 보면 위의 공자님 말씀과 같지요? 그래서 공자님께서는 관중의 이 말을 조금 변용하여 위와 같이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관중의 한문을 풀이하면 어떨까요? 궁금하지요?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신하는 신하답지 못하고,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하면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임금과 신하는 국가윤리 즉 임금과 신하의 윤리를 말하며, 임금이 신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다음은 가정윤리로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는 아버지가 먼저 자식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씀입니다.
공자님의 말씀과 관중의 말씀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옳게 느껴집니까? 그래서 선생님은 위의 공자님 말씀도 관중의 말씀과 같이 풀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금이 임금다우면 신하가 신하답고, 아버지가 아버지다우면 자식이 자식답다.” 즉 국가나 가정이 잘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는 임금이, 가정에서는 가장인 아버지가 ㅗ범적으로 그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확대 변화시켜 표현하면 교장선생님이 교장선생님다우면 선생님이 선생님답고, 선생님이 선생님다우면 학생이 학생답게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사장님이 사장님답게 회사원들을 위한다면 회사원들도 회사원답게 회사와 사장님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지요? 더 이야기 한다면 형이 형다우면 동생이 형을 본받아 동생답겠지요? 아버지가 아버지다우면 어머니도 어머니다워 가정이 화목하겠지요?
공자님이나 관중의 표현 방법은 달라도 모두 윗사람이 먼저 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동생들에게 형답게, 언니답게, 오빠답게, 누나답도록 열심히 공부한다면 동생들도 그렇게 따라할 것이라 선생님은 생각합니다.
이번 호에 소개할 것은 여도지죄(餘桃之罪)입니다.
여도지죄(餘桃之罪)란 고사성어는 다양한 풀이가 있으나 “사랑과 미움의 변화”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람이 살다보면 사랑하거나 좋아할 때도 있지만, 그 사랑이나 좋아하는 것이 미움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餘桃之罪(餘 남을여 / 桃 복숭아도 / 之 어조사지 / 罪 허물죄, 죄죄)
남을여餘로 읽히는 餘자는 왼쪽에 있는 한자가 ‘밥식食’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한자는 ‘나여余’입니다. 풀이 하면 왼쪽에 있는 밥이 오른쪽에 있는 내가 먹을 수 있도록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밥식食’은 윗부분이 ‘사람인人’이고 아랫부분은 ‘어질량良’입니다. 밥이란 사람이 어질기 위해서 먹는 것이라고 기억하면 됩니다. 어질지 않으려면 밥을 먹을 자격이 없다고 선생님은 생각합니다.
복숭아도桃는 ‘나무목木’과 조짐조兆‘를 합쳐서 만든 형성문자입니다. 복숭아도 나무에서 자라기에 木을 부수로 합니다. 오른쪽의 兆는 ‘조짐 조’, ‘점괘 조’, ‘조 조’라는 뜻이 있습니다. 조짐이라 어떤 일이 일어날 징조를 뜻합니다. 사람들은 복숭아나무를 조짐이 좋은 것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점괘란 뜻은 兆는 원래 모습이 거북이의 배딱지에 불을 붙인 막대기로 태워 갈라져 나타난 모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든 싫든 어떤 징조가 나타나는 것을 조짐이라 합니다.
어조사지之는 ‘갈지之’의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의’라는 뜻입니다.
죄죄罪는 ‘허물 죄’, ‘형벌 죄’의 뜻도 있습니다. 罪의 윗부분은 ‘넉사四’나 ‘눈목目’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그물망(罒, 网, 罓, 㓁)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을 새나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그물로 잡는다는 뜻입니다. 그물의 종류가 많기에 그물망도 다른 한자와 결합하면서 모양이 다양하게 변합니다. 밑에 있는 ‘아닐비非’는 새의 양 날개를 뜻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새가 양 날개를 움직이는 것을 보고 서로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아닐 비’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罪는 아니 것, 즉 아닌 짓을 하는 사람을 그물로 잡아서 형벌을 가한다는 뜻입니다.
이 고사성어는 공자님과 비슷한 시대에 위(衛)나라의 영공(靈公)과 미자하(彌子瑕)란 신하 사이에서 만들어집니다. 위나라 영공은 미자하란 미소년(美少年)인 신하를 총애(寵愛)하였습니다. 총애란 깊이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임금의 총애를 받은 미자하는 어느날 밤 궁중에서 근무를 하다가 어머니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임금이 타는 수레를 타고 집에 다녀왔습니다. 다음날 신하들은 미자하를 벌주어야 한다고 했으나, 임금님은 오히려 무서운 벌을 받는 것도 잊을 정도로 병든 어머니에게 다녀온 미자하의 효심을 칭찬합니다. (그 당시 임금님의 수레를 사사로이 타게 되면 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에 처했습니다.)
또 한 번은 임금과 궁의 정원을 거닐다가 복숭아가 잘 익은 것을 보고, 자기 입으로 먹고 맛이 있다고 임금에게 먹으라고 준 것입니다. 임금은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나 주위에서 이를 본 신하들은 미자하의 행동이 불충하다고 벌을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임금은 미자하를 칭찬합니다. 복숭아가 맛이 있어 자신이 먹었다는 것조차 잊고 임금인 나에게 주었으니 얼마나 인간적이고 충성스러우냐고 칭찬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미자하에 대한 임금의 총애도 식어버렸고, 임금은 미자하를 멀리하고 싶었기에, 어느 날 미자하가 작은 잘못을 범하자, 임금은 기다렸다는 듯이 위에서 칭찬한 두 가지를 들추어내며 미자하에게 벌을 줍니다..
학생여러분 임금이 무엇이라고 말했을까요?
“미자하는 임금인 내가 타는 수레를 자기 어머니가 병이 조금 났다고 사사로이 타고 다녔다. 공(公)과 사(私)를 구분도 못하는 놈이다. 또 한 번은 자기의 더러운 입으로 먹던 복숭아를 임금인 나에게 준 것이다. 미자하는 예법도 모르며 임금을 능멸한 놈이다. 물리쳐라.”
임금님은 대략 위와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역사서에는 미자하가 임금의 총애를 믿고 잘못을 점점 많이 저질러 신하들의 지탄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자기 스스로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가르쳐 줍니다.
이 여도지죄(餘桃之罪)란 고사성어는 비록 임금과 신하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학생 여러분이 생활하면서 경험할 수 있기에 더욱 의미가 깊은 고사성어로 인용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선생님이 지은 시(詩)입니다.
餘桃之罪
사랑이 미움으로
미움이 사랑으로 변하는 것이
인간 사이의 마음이지만
나는 이제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그대로라면 영원히 사랑하리라
미워하는 사람이 바르게 생활한다면 사랑하리라
나는 이제부터,
내 마음이 변해서 남을 미워하지 않으리라
내 마음이 변해서 남을 사랑하지 않으리라
변하지 않는 내 마음으로
변하지 않는 진실한 사람을 처음처럼 영원히 사랑하리라.
학생여러분도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위와 같은 경우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잘못을 했는데 어떤 때는 꾸중을 듣고, 어떤 때는 오히려 칭찬을 듣기도 했지요? 그러나 여러분이 말이나 행동을 바르게 하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여도지죄(餘桃之罪)’에 걸려서 당하는 억울한 일은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도지죄(餘桃之罪)’하는 마음을 후배나 동생이나 약한 사람에게 적용하지 않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기온이 점점 높아집니다. 건강에도 유의하며, 열심히 공부하며, 부모님의 말씀도 잘 듣는 착한 학생이 되어 ‘여도지죄(餘桃之罪)’의 피해를 보지 말기 바랍니다.
(다음호에 계속)
* 저의 글을 읽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의 글을 읽고 가르침을 주실 선생님께서도 언제라도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전화는010-3337-3926입니다.
첫댓글 낭만가객 방종현 선생님께서는 벌써 가져 가셨네요^^
저에게 큰 힘이 되시기에 감사드립니다^&
네 이렇게 좋은글 내카페
여러분과 함께 공유할려고요.
허락없이 퍼가서 지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