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작동화) 똑똑한 보살의 지혜(이정순).hwp
<본생경 247장 개작동화>
똑똑한 보살의 지혜
이정순
옛날 아주 먼 옛날 바라나시라는 나라에 범여왕이 살았습니다. 그 범여왕 옆에는 늘 옆에서 묵묵히 여왕의 모든 일을 도와주는 똑똑한 보살이 있었습니다. 범여왕은 보살의 능력이 아주 뛰어났기에 그를 믿고 의지할 때가 많았습니다.
범여왕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파단쟈리라는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안타깝게도 똑똑하지도 못했으며 어리석고 또 게을렀습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잦아서 범여왕은 속상할 때가 아주 많았습니다.
“어휴, 큰일이구나. 이 일을 어쩌면 좋을꼬?”
범여왕은 어떻게 하면 왕자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여러 궁리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제발 저를 가만 놔두세요.”
왕자는 범여왕에게 버럭 소리를 치며 밖으로 뛰쳐나가 놀기에 바빴습니다. 그럴수록 범여왕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범여왕은 걱정과 한숨으로 몇 달을 앓다가 그만 덜컥 몹쓸 병에 걸려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왕자야, 이제 난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구나. 넌 이제부터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하느니라. 부탁한다. 보살님, 저 왕자를 잘 부탁해요.”
범여왕은 왕자의 손을 잡고 신신당부를 하더니 비가 오던 어느 날 보살이 보는 가운데 조용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왕자는 범여왕이 세상을 떠나자 며칠 동안은 범여왕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슬픔을 달랬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자 예전처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왕자님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 정치를 하셔야 합니다. 범여왕님의 말씀을 따르십시오.”
보살이 걱정스런 마음으로 왕자에게 여러 번 이야기 했지만 왕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마시오.”
왕자는 퉁명스럽게 대꾸하기 바빴습니다. 속상한 보살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느 날 신하들은 법대로 하나밖에 없는 왕자를 왕위에 오르게 하려고 궁궐로 모여 앉았습니다.
“왕자님은 이제 왕위에 오르십시오. 저희가 잘 도와 드리겠습니다.”
몇몇 신하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왕자에게 말했습니다. 왕자가 어리석다는 것을 잘 아는 신하들은 왕자가 왕 위에 오르면 자기들 마음대로 나랏일을 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입니다.
“잠깐만요. 저는 왕자님께 먼저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무엇이요?”
왕자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이렇게 묻자 보살이 말했습니다.
“왕자님, 왕자님은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지 말씀해주십시오.”
“무어라? 아니 저 보살이 감히 날 얕잡아 보는 게냐? 왜 날 시험하는 게냐? 네가 왕의 자리가 탐나서 그러느냐?”
왕자가 벌벌 떨며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내자 보살은 흐트러짐 없이 꼿꼿한 모습으로 말했습니다.
“제가 왕의 자리가 탐나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닙니다. 이 나라가 걱정이 되어 그런 것입니다. 말씀해주십시오.”
몇 번을 이렇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시원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는 것도 없고 머리가 지끈거리듯 아파서 머리를 긁적거리기만 했습니다.
“왕자님! 무릇 왕이라 함은 백성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며 책임 있고 부지런해야 하는데 왕자는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왕의 자리에 앉는 것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대신들의 생각은 어떻소?”
보살은 나라를 걱정하며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습니다. 기분이 몹시 상한 파단쟈리 왕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보살을 끌어내려 했지만 그럴수록 보살은 더욱 더 강하게 말했습니다.
“전 오랫동안 범여왕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범여왕이 어떻게 이 나라를 잘 이끌게 되었는지 저는 늘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우리는 범여왕처럼 정치를 잘 해서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죄송하지만 다음에 실력이 쌓이면 그때 가서 왕으로 모시는 것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아니 점점......그만 하거라.”
“제가 왕자님에게 대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 나라가 어수선할 때 일수록 정치를 잘 해야 백성들이 편히 살 수 있습니다.”
왕자는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너무나 당당한 보살의 태도에 기가 죽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주위에 앉은 신하들도 보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힘껏 쳐주자 파단쟈리 왕자는 마음이 더 불안했습니다.
“파단쟈리 왕자님! 저 보살님 말씀이 맞습니다. 왕자님은 아직 젊기 때문에 조금 더 공부하셔서 왕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신하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으자 왕자는 정말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왕자를 왕의 자리에 앉혀 놓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고 했던 신하들도 더 이상 왕자를 치켜 세워주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다 옳은 말이었습니다. 틀린 말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왕자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게으르기만 했습니다. 나랏일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왕자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끄러미 보살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신하들의 생각이 모두 그러하다하니 잘 알겠소. 그동안 내가 생각도 짧았고 많이 어리석었소. 오늘부터 왕의 자리는 보살이 맡도록 하시오. 저보다는 훨씬 이 나라를 위해 보살이 일을 잘 할 거라 믿습니다. 저는 이제부터라도 이 나라를 어떻게 하면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궁리하며 공부하겠습니다.”
“와.”
둘러앉았던 신하들은 서로 얼굴을 번갈아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왕자는 지혜롭고 똑똑한 보살을 비어있던 왕의 자리에 앉혔습니다.
“왕자님 고맙습니다. 저도 힘닿는데 까지 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일하겠습니다.”
보살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왕자는 보살을 꼭 안아주며 다시 한 번 말했습니다.
“이 나라를 잘 이끌어 주시오.”
그때 왕자는 목이 메었습니다. 범여왕의 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범여왕의 뜻대로 하지 못한 것을 뒤늦게 뉘우쳤습니다. 잠시 후 신하들은 모두가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똑똑한 보살을 왕으로 모시었습니다. 왕이 된 보살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치를 잘 해서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꼭 만들겠소.”
보살은 신하들을 둘러보며 우렁찬 목소리로 다짐을 했습니다. 궁궐 안에는 환한 웃음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
☞생각키우기
<본생경> 제247화 ‘파탄쟈리 왕자의 전생 이야기’를 동화로 고쳐 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왕이 되어야 할 파탄쟈리 왕자가 평소에 너무나 우둔하고 게을러서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결국 범여왕의 곁에서 일을 돕던 똑똑하고 현명한 보살이 왕의 자리에 오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무릇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먼저 올바른 행동과 성실한 자세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정순 약력
-경북 상주 출생
-호남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와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졸업
-아동문예 동화 . 동시 당선과 대한문학 수필 당선
-동화집 「복주머니 안녕」
-강원아동문학회 좋은작품상, 백교 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강원아동문학상 등 수상
-한국문인협회, 강원문학, 강원아동문학회, 솔바람동요문학회 등 회원
-현재 초등학교에서 근무
첫댓글 이정순 선생님 우편물이 잘 들어갔네요.
반갑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부탁말씀이 있어요.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학교 초등생들에게< 본생경 독후감대회 공모>에 응모하게 도와주세요.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용으로 많이 필요합니다.
이정순 선생님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