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皮 · 革 · 韋 : 글자에 담긴 한자 문화
인간이 몸에 걸치기 시작한 최초의 옷은 수렵시대에 식용으로 잡은 동물의 껍질로 만든 가죽이다. 농경시대에 생산되는 비단이나 삼베,모시,면 등으로 만든 옷은 복잡한 기계적 작용을 거쳐야 하기에 이것들을 옷으로 지어 입기까지는 다소의 세월이 걸렸다.
수렵시대를 거쳐 농경시대에도 가죽옷은 겨울철 추위를 막는 데 필수적인 옷이었다. 문제는 동물의 껍질인 가죽을 그대로 말려 쓰면 딱딱하여 몸에 걸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무두질법이 발달하게 되었다. 가죽을 다루면서 거치는 세 단계의 변화과정을 나타낸 글자에는 皮(껍질 피, 가죽 피) ·革(가죽 혁, 고칠 혁) ·韋(다룬 가죽 위)가 있다.
이 세 글자(皮 · 革 · 韋)는 가죽의 상태와 가공 단계를 반영하여 만들어진 글자이다.
‘皮’는 껍질(厂)에 털 (丨)이 붙어 있는 (又) 가죽 내지는 아직 무두질하지 않은 가죽을 나타낸다.
‘革’은 털을 뽑아내고 모양을 잡기 위해 사방으로 단단하게 고정시킨 모습을 나타냈다.
‘韋’는 무두질을 잘하여 상하좌우 (舛 + 口)로 쉽게 당겨질 수 있도록 다룬 보들보들한 상태의 가죽을 나타낸 글자이다 .
우리가 입는 가죽 옷은 ‘韋’인데, 이 ‘韋’를 만드는 공장을 피혁 (皮革)공장이라 한다. 피혁공장에서는 털을 그대로 둔 채 무두질하여 모피(毛皮)를 만들거나, 털을 뽑아내고 가공을 거쳐 다양한 가죽제품을 만들어낸다.
털을 뽑아낸 가죽을 뜻하는 ‘革’은 아직 완성된 가죽제품이나 옷이 아니다. ‘革’이라는 글자에는 아직은 부드럽지 못한 단단한 상태의 가죽으로서 향후 ‘韋’로 가는 가공과정에서 다시 한 번 무두질을 거쳐야 하므로 ‘무두질하여 고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가죽제품인 ‘韋’가 나오려면 세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사냥하여 잡은 동물에서 皮를 만드는데 한 번, 皮에서 革을 만드는데 한번, 革에서 韋를 만드는데 또 한 번으로 총 세 번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태극에서 세 번의 변화 (三變)를 거쳐 팔괘가 생성되는 易의 이치와 같다. 우리 말의 ‘삼세판’이라는 말이나 『주역』 49번째 괘인 革괘( )의 革言三就 (혁언삼취:고친다는 말이 세 번 나아감)에는
모두 세 번 의 단계를 거쳐서 완성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韋’와 관련해 공자의 ‘韋編三絶(위편삼절)’이란 故事(고사)가 있다. 공자가 가죽끈 (韋)으로 엮어맨 竹簡(죽간)으로 된 『易經』책을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읽었다는 내용이다.
복희씨가 괘를 그었고(設卦), 문왕과 주공이 괘사와 효사를 지어 (繫辭) 역경(易經)이 나왔다.
이에 공자가 韋編三絶의 과정을 통해 역경 해설서인 십익전 (十翼傳)을 찬술(공자는 십익전에 대해 ‘述而不作’이라고 표현함)함으로써 네 성인에 의해 『주역』이 마침내 완성된 것이다 .
<출처 : 「종요의 대서사시 천자문 역해」 2008년 발간>
첫댓글 좋은 강의 잘 듣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강의들을 댓가 없이 들을 수 있게 베풀어 주시니 너무도 감사한데 강의를 들으면 들을 수록 한편 베품을 받고만 있다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가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가죽에도 이런 뜻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