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간만에 그 옛날 군대가기전 60년대의 부산 최대의 번화가였던 광복동과 남포동 거리를
아련한 기억의 저편에서 한번 끄집어 내 볼까한다.
광복동 입구 옛 시청앞에 자리했던 "시민관"이라는 극장(지금은 무슨 투자금융인가) 조금옆에
"크라식"이라는 주로 고전음악 감상실이 있었고 용두산 아래 남궁산부인과에서 부터 이어지는
우동골목 지나 멋쟁이 부자들만 찾았던 "만우양복점"과 시계방을 비롯한 많은 양복/양장점하며
각종 귀금속이 즐비하게 진열된 소위 말하는 금방들하며 여름밤 저녁먹고 삼삼오오 평상에
모여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연속 방송극이 하루의 낙이었던 라디오 시대의 그 수많은
전파사들이 요즘은 대부분 패션 메이크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뿔뿔히 흩어졌다.
용두산 아래 미화당백화점뒤 고갈비 골목 중간쯤에 팝 위주의 "칸타빌레"라는 음악실도 있었다.
그 당시 부산의 유일한 백화점이었던 미화당을 지나고 문화극장, 전화국옆 시계골목입구엔 나무
젓가락 끝에 통팥이 눈에 보이게 툭 툭 튀어 나온 부산의 명물 "석빙고"의 아이스케키가 있었고
그 달콤하고 시원한 맛 겨우 한 두개만 먹고도 여름이 그냥 지나갔다는...
석빙고옆으로 예나 지금이나 오만약의 백화점격인 "세명약국" 등 약국골목도 있었다.
이번엔 자리를 옮겨서 남포동거리 입구엔 "양산집" 오소약국옆 지하실 "학사주점"의 그 쭈그러진
막걸리 주전자는 주인이 일부러 펴지 않는듯...! ^^
"서울깍뚜기" 보림극장지나 구두골목 "향촌당구장"에서 출출하면 뒷 골목 비좁은 틈새의 "할매집"
매콤하고 얼컨한 회국수에 속이 시원한 메러치 다시국물...!
지금은 가게도 옮겨 크고 좋은데 할매는 돌아가시고 며느리가 대물림 하는듯?
(군대 쫄짜때 전방부대에서 눈물나게 생각나던 회국수의 얼컨한 맛...!!!)
겨울이면 오뎅통에 김이 모락 모락나던 몇 몇 다닥 다닥붙은 정종 대포집들은 안주를 조금짜게
하여 손님들이 정종을 자주 많이 마시게 했다는 후문이...^^
시원한 육수맛에 비해 량이 적어 비싸게 느껴지는 "원산면옥" 냉면하며 지금도 50년째 맥을 이어온
제일극장앞 "18번 완탕집"의 혀에서 느껴지는 부더러움과 시원한 국물맛.
왕자극장 부근의 수 많은 통술집들과 사행성 오락실들 그리고 한 두집인가 있던 술기운에 어울려
친구들과 객기 부리며 내기하던 실내 공기총 사격장...(나도 훈련소에선 특등 사수?)
부산극장앞의 야간 스냎 사진사들은 데이트족만 보면 후렛쉬만 번쩍하는 속임수 촬영에 속아
대금을 지불하고 영수증 받아서 걸어가는 연인들앞에 뛰어가서 이번에는 진짜로 촬영하면 깜짝
놀라서 "아저씨 우린 방금 찍었는데요."하던 한번식은 속는 기막힌 상술...^^
그러고 보니 없어진 극장도 참 많은데 어디 한번 생각나는 대로 엂으 볼까나?
옛 시청앞에서 부터 시민관 / 자유극장 / 세기관 / 보림극장 / 남포극장 / 동명극장 / 문화극장 /
동아극장 / 대영극장 / 광명극장 / 충무극장 / 왕자극장 등등...
아! 여기까지가 내 기억의 한계인가 보다.
이크! 내가 잠시 흑백 필림의 아련한 추억속에서 헤메고 있었구나...ㅎㅎㅎ
첫댓글 2005년 글이군요.
18번 완당집... 부모님께서 결혼 전 함께 들르신 적이 있던 곳이더군요.
코흘리개 때 모친 따라 처음 간 이후로 저도 한번씩 남포동 가면 들릅니다.
석빙고 없어진게 제일 아쉽네요 얼마전 추억의 원산면옥 갔었는데 내 입이 변한건지 그때 그 맛이 아니더라는 유명했던 비앤씨 제괴점은 뒷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쇄락한 느낌 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