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평항
바다는 왜 하루에 두 번씩 슬금슬금 물러가
먼 곳에서 마치 죄지은 자 처럼 기다리는가?
궁평항 해안가에는 송림이 우거진 곳에 야영장이 있고, 일몰 시에는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 오기 위해 나는 수원역 2층 환승 주차장에서 400번 버스를 타고 1시간 반이 넘도록 달려왔다. 시내버스나 다름없는 낡은 버스는 포장도로를 달리는데도 연실 덜거덕거렸다. 그러나 낯선 곳을 향해 달려가는 마음은 설레기만 했다. 도대체 그곳에 가면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궁평항은 꽤 큰 곳이다. 가까운 섬 국화도, 입파도로 다니는 여객선이 있고, 커다란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도 여러 대 눈에 들어왔다. 부두 안쪽으로 커다란 해물 시장이 있고 신선한 해물로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다. 확성기에서는 쉬지 않고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수심이 깊은 방파제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등대가 있는 방파제 길을 걷다가 이곳에서 가장 기념이 될 만한 낙조길을 건너서 활처럼 휘어진 해안 길을 걸었다. 뒤로는 수백 년 수령의 송림이 우거져 있고 그곳에 캠핑 텐트들도 몇 개 눈에 들어왔다.
해안 길을 걷다가 깨끗한 플라스틱 의자가 놓여있기에 그곳에 앉았다. 이 의자는 물이 들어오면 물속에 잠기고 물이 나가면 나 같은 사람들이 지나다 잠시 쉬어가도록 누군가가 배려해 놓은 것 같았다. 한참을 그곳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집을 나올 때 아내가 커피를 담은 보온병과 초코파이를 보고 뭘 그러느냐고 했는데, 그걸 꺼내 한 모금 마시니 피로했던 머리가 한결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바다는 이제 멀리까지 물러갔고 속살을 드러낸 갯벌에는 몇몇 사람들이 무언가를 잡다가 잠시 쉬며 환담이라도 나누는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으며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모습이 정겨워 보이기에 한 컷 찍었다.
낯선 곳에서는 작은 일상도 세심하게 느껴진다. 바다는 우주의 운행에 따라 하루에 두 차례 움직일 뿐인데 낯선 이에게는 그 또한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참고: 대중교통으로 이곳에 직접 가려면 수원역에서 출발하는 401번 버스 뿐이다. 조암시장 앞에서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오전 오후 두 차례씩 운행한다고 하는데 시간을 잘 알아보아야 한다. 조암시장에서 택시를 탄다면 약 2만원 정도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