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청소년기의 사랑과 우정에 대하여 작가 특유의 섬세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소설집이다. 한겨레 문학상,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의 수상작을 담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등단 전 청소년 시기에 작성했던 작품을 실어 이 책을 읽는 문학 소년 소녀들에게 큰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성장소설하면 대부분이 아동청소년기의 성장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주로 떠올린다. 그러나 박서련의 「고백루프」는 아동청소년기의 주인공의 성장통을 다룬 이야기라고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7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어느 한 편도 지루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주인공이 머무는 시간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은 매우 강하다. 아 맞아..하며 공감하기도 하고,,,빙그레 웃으며 어린시절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요즘 청소년이 우상처럼 떠받드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왕따, 원따,,,이런 단어들이 학교현장에서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얼마나 건강하지 못한지 돌아보게 한다. 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학교내에서 각자의 역할극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씁쓸한 기억이다.
책장을 덮고도 계속해서 떠올리며 빙그레 웃곤하는 이야기는 세 번째 이야기 '엄마만큼 좋아해' 이다. 어쩜 어린시절 아이의 모습을 이렇게도 섬세하게 잘 그려낼 수가 있단 말인가? 제 뜻이 관철되지 않아 속이 상한 아이가 찰싹찰싹 발을 구르며 제 방으로 가는 모습은 마치 눈앞에서 재현되는 것처럼 생기가 있다. 어린 아이는 아이대로 나름의 생각이 있고 의도가 있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은 쉽게 간과한다. 아이가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할때 우리는 너무 쉽게 거절하거나 들어줄 뿐 아이의 생각을 묻지 않는다. 아이가 왜 그렇게 하고 싶은지 알았다면 그 아이의 기쁨이 배가되도록 도와 행복으로 이어질수 있게 도울 수도 있었을텐데...세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아이의 어린시절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미성숙한 엄마였던 나의 모습을 반성했다. 참 아기자기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읽다말고 작가의 이력을 돌아보게 한 내용이었다.
그 외에도 이 책은 관성적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새로운 활력을 준다.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우리에게 '보름 지구'라는 새로운 단어는 관점의 전환으로 각자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그렇게도 싫어하고 괴롭혔던 새엄마와 단둘이 남겨진 아이의 모습을 그린 일곱 번째 이야기는 우리의 감정의 끝에 대해 상상하게 한다. 삶은 역시 우리가 계획한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이 책은 참 예쁜 소설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추천글에 제시된 것처럼 박서련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나온 일곱색깔 무지개 같은 이야기가 담근 책이다. 아동청소년기 독자는 물론 아이를 양육중인 엄마들이 읽는다면 따뜻한 울림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