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 풍경
목원 이수경
시렁에 걸터앉은 납작한 햇빛 아래
낮익은 바람 군단 풍악을 울려 대면
살며시 기지개 켜는 연교 지엽 개나리
무심히 갈아입은 샛노란 담장 아래
온 동네 마실 나온 입 짧은 햇살 한 점
부끄러 고개 숙인 채 연지 곤지 찍는다
2. 진남 매운탕
목원 이수경
문경길 발길 따라 스며든 진한 향기
진남의 물고기 떼 어디로 가는 걸까
여울져 휘몰아치는 맛깔스런 그 이름
나그네 발길 잡는 구수한 이야기들
곰삭은 된장 품고 나그네 손짓하는
천상의 놀이터인가 입맛 잡은 매운탕
3. 진남 한옥에 가다
목원 이수경
빗줄기 헤쳐가며 들어선 계곡마을
뽀얗게 번져가는 그리운 엄마 얼굴
지줏대 등에 업은 아득한 어린 시절
켜켜이 쌓아 올린 그을은 굴뚝 위로
밤새워 하얀 수다 목청껏 퍼 올리면
뜨끈한 아랫목 속에 피어나는 능소화
(* 능소화 꽃말 - 그리움, 기다림)
4. 맹꽁이
목원 이수경
두 눈만 꿈뻑 꿈뻑
세상과 얘기하네
말보다 더 뜨겁게
무슨 말 하는 걸까
쉿, 조용
눈을 감아봐
내 마음이 보이지
5. 고드름
목원 이수경
밤사이 열띤 공연
무대를 펼쳐놓고
처마 밑 발레리나
한 발로 서서 돌며
나만의
프리마돈나
거꾸로 본 요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