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통과 힐링의 시로 행복을 꾸리는 주부 시인
시인이 시로 소통하는 대상은 다양하다. 남편, 자식, 언니, 이모, 동생, 손주들과 시로 소통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온 주부로서의 삶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시인은 주변 사람들이 좋아할 이야기를 시로 표현함으로써, 시를 가장 효과적인 소통의 도구로 전하고자 하는 뜻을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
<저자소개> 임경순
경기도 이천 거주.
평범한 주부이자 두 아들의 어머니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시로 표현하며 가족 및 지인들과 행복한 소통을 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21세기 초 규방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다
가장 개인적이며 가장 시대적인 시편들!
임경순 시인의 시를 접했을 때 ‘소통과 힐링의 시’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평범한 주부 시인의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좀 과장을 섞어서 고려가요 ‘동동’과 조선시대의 수많은 규방가사들이 떠오르며, 우리 시대에 그 뒤를 이은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시인만의 고유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밀가루 뭉쳐서 돌려가며
주물럭주물럭 힘주어 반죽을 했었지
어느 정도 반질반질해질 때쯤
둥그렇게 홍두깨 방망이로
요리조리 돌려가면서 붙지 말라고
밀가루 훌훌 뿌려가며 밀고 또 밀어가면
반죽은 요술처럼 점점 커져
쟁반 같은 커다란 달님이 되었지
마치 옷감 천을 접듯이 밀가루 뿌려가며
착착 접어서 슥슥 싹싹 썰어 실타래 만들어
끓는 물에 훌훌 털어 삶아 내셨지
뜨겁다고 삶은 국수 찬물에 헹궈
다시 삶은 물에 간 맞추고
채 친 호박 데쳐 내어 담백하게 무치고
한 그릇씩 국물에 말아내고
호박나물 고명 올려
둥그런 두레상에 둘러앉아
국수가락 쫀득쫀득
국물은 후르룩 후륵
- ‘엄마의 국수’ 중에서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네 어머니들이 가정에서 칼국수를 손수 빚어주었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온다. 고려가요 ‘동동’이나 조선시대의 규방가사들의 가치가 빛나는 것은 지금도 그 작품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경순 시인의 작품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1960년대와 70년대 주부들이 차려내었던 음식문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동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후대들에겐 잊혀가는 할머니, 어머니 세대의 주방문화를 생생하게 그려주고 있다. 아울러 지금도 시로 형상화한 대로만 따라 해도 똑같은 음식을 차려낼 수 있는 지침서 역할로도 부족함이 없다. 그만큼 문화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열무 다듬어 손질해 놓고
돌미나리 돌나물 뜯어서 살살 씻어 놓고
무는 나박나박 썰어야지
통고추 불려서 믹서에 갈았다
나박 썬 무에 고추물 들이고
열무 넣고 미나리 함께
살짝쿵 섞어주고
돌나물은 맨 뒤에
입맛 나게 청양고추도 쬐끔
간 맞추어 단지에 담고
새콤달콤 먹는 날을 기다린다
입속에 침이 고인다
- ‘봄김치 담그며’ 전문
시인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그 과정을 그려주고 있다. 시인은 스스로 전문적으로 시를 배우지 못해 자식들과 며느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글들이라고 하지만, 후대 사람이 그대로 따라만 해도 비슷한 음식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형상화가 시를 읽는 묘미에 빠져들게 한다.
쪽파는 살짝 데쳐
돌돌 말아 새콤달콤
보리고추장에 무쳤다
씀베나물 초고추장에 무치고
망초나물과 여러가지 나물 섞어서
들기름 듬뿍 넣어 갖은 양념에
조물조물 무쳤다
머위잎은 된장에 들깻가루 솔솔 뿌려 무치고
된장에 쌈을 싸 먹으면 일품이다
된장찌개 빠글빠글 끓여서
봄밥상을 차렸다
- ‘봄을 먹는다’ 중에서
요즘 젊은이들 중에 봄나물 무쳐 먹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김치나 된장, 고추장, 심지어 김치찌개 하나까지 인스턴트 식품으로 손쉽게 구하는 시대가 되면서 어머니로부터 딸이나 며느리로 전수되던 솜씨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지 않은가? 시인은 잊혀가는 옛 시골의 주방문화를 온전히 살려내고 있다.
<차례>
차례
1부 곱고운 색깔로 물들기를 바라며
봄을 먹는다
봄김치 담으며
여름날의 추억
비오는 날
천렵
꽁보리밥
오이
뽕나무
엄마의 국수
고구마 범벅
고사떡
맛난 밥 맛난 죽
산수유
도라지꽃
패랭이꽃
팥죽 옹심이
광목 한 필
곱고운 색깔로 물들기를 바라며
2부 나름대로 내려놓는 자연의 섭리
봄눈
조그만 연못
완두콩 일기
진달래
옥수수
파도
늦가을
낙엽
그대와 함께
참새
낙엽
귀뚜라미
산길을 간다
만추
가을비
겨울나무
시월의 길목에 서서
나무
3부 사랑의 불씨를 잘 가꾸면
하남댁이 된 파리
유효기간
동행
세월
녹옥혼식
들국화 필 때면
아우에게
소풍
고향
풀 냄새
고향 친구
친구
장마비 내리면
청보리 익어가면
별천지 마을
친구를 기다리며
가끔씩은
4부 내 곁에 좀 더 있어 주지 그랬어
좋고 좋은 날
울 엄마
어머니
내 엄마
내 언니
누님
이모
영가 전에서
영정 앞에서
어버이날
아버지 제일
거울
나이
아들들에게
아들들아 며느리들아
할배와 손주
손주에게
울 공주
울 강아지들
며늘 아가에게
봄이 오는 길목에서
5부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욕심이런가
마음의 때를 닦듯이
차향에 머물다
방생
작은 절 그 곳에는
설봉산 종소리
가뭄의 소나기
장마 끝에
한순간
전쟁 같은 더위
개망초꽃
절 가는 길
스님
연등
연등축제
치매예방 뇌교육
선생님
봉사
당신
발문/곱고운 색깔로 물들어가는 주부시인(이인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