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 3회차: 메쏘포타미아 창조 신화와 창세기의 격돌- 『에누마 엘리시(Enuma Elish)』의 격파와 유일신론적 창조 서사의 주해 -
사역자분들이 창세기 1장을 설교할 때, 단순히 과학과의 비교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구가 며칠 만에 창조되었는가?"라는 현대 과학적 질문은 성경의 원독자들에게는 아무런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주했던 진짜 싸움은 고대 근동을 지배하던 거대 제국 바벨론의 창조 신화인 『에누마 엘리시(Enuma Elish)』였습니다. 이 점토판 서사시와 창세기가 어떻게 격돌하는지 세 가지 박사급 비교 렌즈로 주해해 보겠습니다.
1. 신들의 전쟁(폭력) vs 오직 말씀(평화)
바벨론의 신화 『에누마 엘리시』는 온통 피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민물(담수)의 신 '아프수'와 바다(염수)의 신 '티아마트'가 결합하여 수많은 하위 신들을 낳았는데, 이 젊은 신들이 너무 시끄럽게 굴자 늙은 신들이 그들을 죽이려 합니다. 이때 바벨론의 수호신인 젊고 힘센 '마르둑(Marduk)'이 등장하여 어머니 신인 '티아마트'의 몸을 칼로 찢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찢어진 시체의 반쪽으로 하늘을 만들고, 나머지 반쪽으로 땅을 만듭니다. 즉, 세상의 기원은 '폭력과 살수, 전쟁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고대 제국의 세계관이었습니다.
사도적 사역자는 이 배경을 두고 창세기 1장을 읽어야 합니다. 창세기에는 신들의 전쟁이 전혀 없습니다. 하나님을 대적할 수 있는 필적할 만한 존재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입니다.
창세기의 하나님은 칼과 창을 휘두르지 않으십니다. 오직 거룩하고 평화로운 "말씀(아마르)"으로 온 우주를 존재하게 하십니다. 세상은 폭력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완전한 지혜와 사랑의 설계로 지어진 아름다운 처소임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2. 인간의 본질: 신들의 노예 vs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
박사 과정 신학적 인류학(Theological Anthropology)의 핵심 분수령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바벨론 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한 목적은 지극히 굴욕적입니다.
마르둑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자신을 도운 신들이 "일하기 힘들고 지친다"고 불평하자, 반란을 주도했던 악한 신 '킹구'를 죽여 그 피와 진흙을 섞어 '인간'을 만듭니다. 신화는 인간을 만든 목적을 명확히 기록합니다. "신들의 노역(노동과 제사 밥상 차리기)을 대신하게 하여, 신들을 편하게 쉬게 만들기 위함이다."
창세기는 이 노예 사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립니다. 하나님은 일하기 싫어서 인간을 부려 먹으려고 만드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6일 동안 인간이 살아갈 완벽하고 풍요로운 에덴동산을 다 완성해 놓으신 후에, 인간을 주인공으로 초청하셨습니다.
더욱이 인간을 신들의 피 찌꺼기가 아니라, 왕의 형상인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지으셨습니다. 고대 근동에서 왕의 형상(동상)은 오직 제국의 '황제'에게만 쓰이던 단어였습니다. 창세기는 세상의 권력자들만 존엄한 것이 아니라, 가장 보잘것없는 노예 출신인 이스라엘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이 온 우주를 다스리는 하나님의 고귀한 '대리 통치자(왕)'라고 선언하는 위대한 인권 선언문입니다.
3. 일월성신과 바다 괴물: 신령한 숭배 대상 vs 피조된 피조물
고대 근동인들은 해와 달과 별(일월성신)을 세상을 지배하는 강력한 신(태양신, 달신)으로 섬겼고, 깊은 바다와 그 속의 거대한 바다 괴물들을 공포의 대상인 악한 신으로 숭배했습니다.
창세기 1장 14~16절을 보면, 저자 모세는 치밀한 신학적 문학 구조로 이 우상들을 해체합니다.
모세는 '해'와 '달'이라는 고유 신의 이름을 고의로 생략한 채, 단순히 "큰 광명체"와 "작은 광명체"라고 부릅니다. 그 위대한 신들이 사실은 하나님이 하늘에 달아놓으신 ' 커다란 전등(라이트)'에 불과하며, 인간의 절기와 시간을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적 소모품'일 뿐이라고 깎아내리는 것입니다.
또한 창세기 1장 21절의 "큰 바다 짐승들" 역시 고대 근동인들이 벌벌 떨던 혼돈의 신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바다에서 춤추며 놀도록 지으신 '귀여운 애완동물'에 불과하다고 주해합니다.
[마스터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