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나와 마주보는 시간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2024.9.12 13기 유성은
한 소년이 강물에 서있다. 소년은 강물 속에서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하다. 물의 차가운 색감, 따뜻한 색감, 소년의 표정 등 책 표지만 봤지만, 벌써 이 책은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소년은 평범해 보이지만 어딘가 슬퍼 보인다.
“내 방 창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의 스-.”
“소나무 가지에 내려앉은 까마귀의 끄-.”
“아침 하늘에서 희미해져 가는 달의 드-.”
소년은 아침마다 목구멍에 달라붙는 낱말들의 소리와 함께 깨어난다.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소년의 얼굴은 말을 뱉고 싶으나 그저 웅얼거릴 수밖에 없는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소리 없이 밥을 먹고, 말없이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소년이 쓸쓸해 보인다.
그런 소년이 학교에 간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말을 하며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소년은 그럴 수 없다. 소년은 아무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길 바라며 맨 뒷자리에 앉는다.
선생님이 소년에게 질문을 하면 아이들의 시선은 모두 소년에게로 향한다.
겁을 먹은 소년의 얼굴을 보며 아이들은 비웃는다.
“아이들은 내가 입을 열 때 스며 나오는 달빛을 보지 않아요.”
아무도 소년의 더듬거리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다.
유난히 힘들었던 어느 날, 아버지는 소년을 데리고 강가로 갔다. 슬픔에 사로잡힌 소년에게 아버지는 얘기한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물살에 따라 굽이치다가 소용돌이치고 부딪치며 흘러가는 강물.
그냥 흘러가는 줄만 알았던 강물도 자신처럼 더듬거리며 흘러간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소년은 위로를 받게 된다.
울고 싶을 때마다, 말하기 싫을 때마다 소년은 이 말을 떠올린다.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이제 소년은 학교가 마냥 싫지만은 않다. 좋아하는 곳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소년의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말을 더듬는 소년을 다그치지 않고 아버지는 사랑으로 기다려준다. 아버지의 기다림은 아이가 스스로 치유하고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묵묵히 옆에 있어 주고 응원해주는 것,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나는 아들의 마음을 얼마나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학교 끝나고 친구랑 놀다 오겠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1시간 뒤쯤 친구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아들에게 수없이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나쁜 생각만 자꾸 났다. 키즈폰의 위치추적으로 아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려던 그때, 아들이 들어왔다.
친구랑 밖에서 곤충을 잡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아들에게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냐고 소리를 질렀다. 앞으로 전화 안 받을 거면 친구랑 놀지도 말라고 했다.
나는 걱정과 불안으로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아이는 내 허락을 받고 친구랑 밖에서 곤충을 잡다가 온 것뿐인데..
이 책을 읽고 이때를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참 너무 성급했다. 아이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얘기를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후회가 들었다.
지금부터 나는 아이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나는 우리 아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친절하며 행복해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가 세상에 나가서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옆에서 지켜주고 응원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