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관중 콘서트 인플루언서 야구 중 택 3 이상
<전설의 홈런볼>
발도 없고, 손도 없지만 나는 자아가 있다.
야구공에 어떻게 자아가 있냐고? 믿기 어려우시다면 엊그제 중계된 NC다이노스의 경기에서 담장의 높은 경사를 무려 ‘굴러 올라가서’ 야구장을 탈출한 야구공의 영상을 보고 오시라. 그렇다면 내 말을 믿을 수 있을 거다.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야구장을 탈출한 그 분은 우리 야구공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콘서트가 종종 열리는 고척돔 중앙에 있다. 오늘은 키움 히어로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어느덧 야구 시즌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오늘 경기를 우승한다면 기아 타이거즈는 2024 정규 시즌 1위를 확정짓게 된다. 그러나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 9회초 2아웃, 점수는 4:2로 기아 타이거즈가 지고 있는 상황. 여기서 기아 타이거즈가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경기는 그대로 종료다. 하지만 여기서 기아 타이거즈의 홈런이 터진다면?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약속의 9회, 각 팀의 우승을 응원하는 팬들의 응원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사실 나는 선호하는 팀이 없다. 그저 전설의 야구공처럼 기억에 남는 존재가 되고 싶을 뿐이다. 9회초, 동점을 만드는 홈런볼이 된다면 계속해서 SNS를 타고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러면 배트를 향해 던져졌을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바람을 잘 타서 날아야 한다. 송진 가루가 잔뜩 묻은 투수의 손에 잡히자 미친듯이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기회는 단 한 번 뿐. 눈을 질끈 감자, 투수가 나를 날리기 위해 손을 뒤로 뻗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엄청난 바람소리와 함께 허공을 날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타자의 배트에 적중하고자 몸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아싸, 아프긴 하지만 고통스러운만큼 배트에 정통한 것 같다. 눈을 뜨니 조금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게, 멀리 날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담장을 넘을 수 있다. 바람에 의지하며 몸을 더 앞으로 뻗었다. 가뿐히 담장을 넘어 이제는 관중들이 가까이 보인다. 내가 떨어지는 쪽으로 관중들이 몰렸지만, 아무도 잡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왕이면 인플루언서에게 잡히는 게 유명해지기엔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전문 카메라를 들고 있는 관중을 향해 떼구르르 굴렀다.
“홈런입니다!!!!! 기아 타이거즈가 이렇게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내네요!!!”
해설위원의 말처럼,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낸 또 하나의 전설의 공으로 회자될 수 있었으면.
첫댓글 -두 번째 줄에 '야구공에 어떻게 자아가 있냐고~'부터 야구공 시점이라 재밌었고, 무생물인 야구공마저 응원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강점이 있었음. 진짜 있는 팀을 넣어서 몰입하게 됐었음.
-사람으로 치면 전설을 만들어낸 스타를 본받고 싶은 사람이고,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나에 대한 관심이 아닌 상황이 상상이 됐음. 야구공도 마찬가지로 자기가 스타가 되지 못한 것에 실망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자기를 알아봐준, 끝까지 자기를 신경써준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는 메시지로 풀 수도 있지 않을까. 공 자체보다는 선수가 원래 집중되니까.
-첫 번째 문단 마지막에 '사람들의 시선~~ 그분'이 귀여웠음. 어떻게 보면 공들이 자아가 있는 걸 숨기고 살아왔던 건데 그걸 약간 핫한 에피소드가 나와서 그 소식을 듣고 어떡하지?? 하는 조마조마한,, 토이스토리같은 상황을 보여줘도 좋을 듯. 그런 걸 더 살려도 좋을 것 같음.
-인플루언서 활용한 부분도 좋았음. 자연스럽고. 마지막에 가다가 그냥 야구장의 전경을 그린 건데 거기에 그런 인플루언서한테 가고 싶다는 얘기까지 하니까 글이 튀어보였음.
-공이 뭔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런 결과를 내려면 자기도 나
름 맞추려고 노력한게 좋았음.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것도 들어가면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다 알고 있는 상황들이라서 새로운 에피소드보다는 최근 에피소드 요약 느낌이라, 전설의 공 전당이 있다던가 하는 세계관을 넣어주면 더 좋을 듯. 어떤 메시지가 있다기보단 재밌는 글이니까 세계관 장치를 세세하게 넣어서 살리면 좋을 듯.
-스토리텔링) 응원하고 싶은 주인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