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경남 가을호 특집(동원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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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의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동원중학교 교감 임도헌
한려수도의 코발트 블루 바닷빛이 환한 통영입구 언덕에 동원중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학교텃밭에서 자라는 옥수수, 깻잎과 고추는 싱그러운 푸르름을 자랑한다. 전국 학생 오케스트라 경연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동원중학교의 ‘더샵 색소폰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선율에서 학생들의 행복감이 묻어난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이 학생들과 주위환경은 30년 뒤에도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 인류는 미래에 진보할까 아니면 퇴보하고 있을까?
아마 지금의 상태로 환경파괴가 계속된다면 30년 뒤에는 우리가 보던 바다와 산과 들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을 가르치지 않고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지구의 시계는 머지않아 밤 12시가 될지도 모른다.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은 정규교과과정에서 학생들이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이 자연환경은 미래세대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것이고 청소년들은 미래세대의 주인공일뿐만 아니라 현세대의 주인공이기에 학생들은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명과 환경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적 공동체로서 살아 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지속가능발전교육(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이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ESD 는 그렇게 복잡한 교육개념이나 어려운 실천이 아니다. 지구에서 함께 사는 사람과 동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본에 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원중학교를 비추는 맑은 하늘 아래 유리창에는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가 여기저기에 붙어 있다. 학생들이 등굣길에 안타까운 새들의 죽음을 한두 번 목격한 이후에 학생회의 건의를 받아들여서 ‘버드세이버’라고 하는 스티커를 부착했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조류충돌 사고가 없었다. 이처럼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인간에 대한 사랑인 것이다.
통영시는 지난 3월 경상남도교육청으로부터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특구로 지정되었으며, ‘지속가능한 세계와 나’라는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수업이 동원중학교를 포함해서 12개 중학교에서 진행중이다.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 파견한 지속가능발전교육(이하 ESD) 강사가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이렇게 통영이 생태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의 출발지가 된 것은 학교 현장의 필요성과 경남교육청의 정책적 지원이 조화된 결과이다.
더 늦기 전에 환경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도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와 통영 중등교감·전문직 협의회는 작년부터 여러차례 만남을 가졌고, ’정규교육과정 안에서 실시한다‘는 전제를 도출하게 되었다.
마침 통영에는 경남교육청에 등록된 『지속가능발전 교육재단』이 설립되어 있었고, UN대학 소속의 『통영RCE세자트라숲』이 있기에 생태환경 및 지속가능발전교육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통영지역의 모든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에는 2006년부터 ESD 담당교사를 지정하고 지속가능발전교육자료, 강의, 교육을 지원해서 학교 내 ESD를 확산하는 ’학교교육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2018년 12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166개 세계 RCE가 참가한 제11회 RCE세계총회에서 통영RCE학교교육위원회가 최우수프로젝트(Outstanding Flagship Project)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는데 현 세대와 미래세대를 잇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학교교육과 교사들의 네트워크활동이 우수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유네스코 파리본부에서는 2020년부터 앞으로 10년간의 유네스코가 지향해야 할 사업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정책입안자들이 2019년 통영에서 UNESCO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유네스코 이념을 통합한 교육을 통해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학교와 사회구현을 실천하고자 결의했는데 이러한 역사적인 결정들이 경남 통영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동원중학교 계단 옆에는 BTW 참가학생 모집 벽보가 붙어 있다. 『세상을 바꾸는 청소년 온라인콘텐츠 크리에이터 제13기 브릿지투더월드』라는 제목이다.
통영RCE세자트라숲에서는 2008년부터 BTW(Bridge To the World, 브릿지 투 더 월드)라는 유네스코 공식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분야별로 구체적으로 정해서 국내외의 사람책을 만나고 해결방안까지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수팀에게 국외 탐방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경남교육청으로 확대하여 실시하고 있다.
경남교육청과의 이러한 협력을 계기로 해서 2020년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통영에서는 ‘환경·지속가능발전 교육도시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날 선언에는 참석기관장, 학교장, 활동가, 교사, 실무자들도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 도시를 만드는 데 참여한다는 기관별 실천 방안을 띠로 묶는 참여 퍼포먼스를 가지기도 했다.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은 지구가열화 시대에 우리의 피부로 느끼는 중요도가 높기에 2015개정교육과정에 범교과로 편성되어 있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현실에서 다른 과목에 비해 각 학교의 교육과정 채택 비율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 학생들에게 있어서 환경교육은 ’줄기세포‘와 같다. 미래생활과 밀접한 환경문제를 다루게 되면 자신과 관련된 구체적인 비전을 발견할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환경교육을 이수하게 되면, 이과계열인 바이오시스템, 응용생물, 화학, 식품, 동물, 의료, 통계, 분석, 도시공학, 에너지자원, 건축, 산업공학, 조경, 지역시스템학과등에 지원할 수 있는 학문적 기초를 쌓았다는 사실이 학교 생활기록부를 통해 증명되고, 인문계열 중에서도 지리, 사회, 정치, 언론정보, 농경제, 경영, 소비자학부 등에 지원할 때에 타 학생보다 높은 학문적 소양을 갖추었다는 확인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학교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교과목들을 현재와 같이 디자인할 것인가? 아마도 생태환경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정규교과로 채택해서 지구와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학교의 활동을 집중시키고 확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환경 분야에서 세계 선도적 역량을 결집할 곳은 학교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교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이를 지원하는 허브구조를 마련해 다른 학교와 연결한다면 세계는 환경에 대한 거대한 학교를 구성할 것이고 지구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