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는 이 책에서 로컬리즘을 통하여 한국의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의 주요한 문제인 지방소멸과 저출산의 문제에 대하여 저자는 지방 부흥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그 방법으로는 로컬리즘을 제시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로컬리즘을 “지역 주체가 생태계의 복원 주체로 새롭고 강력하게 돌아옴”으로 정의하는데, 이후 책을 진행함에 따라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의 결론과 논리 전개를 모두 설명한다. 결론은 로컬 회복과 자력 순환이 현대 한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을 향한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1) 지금까지의 한국의 정책을 ‘실패’를 반성한다. 이를 통해서 로컬리즘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2) 로컬리즘의 주체가 다중 이해관계자임을 설명한다. 3) 로컬리즘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설명한다. 4) 로컬리즘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설명한다. 저자의 4대 논리는 각각 하나의 챕터를 구성하여 전개된다.
독서를 마친 이후 전체적인 감상은 저자의 주장이 굉장히 이상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로컬리즘을 새로운 만병통치약으로 제시하지만, 그의 주장은 기성의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지방 재정이 자체적으로 부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지역 고유의 콘텐츠가 필요하며, 혁신과 도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역 부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모든 지역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 등등 저자의 주장은 이상적인 동시에 원론적이다. 개인적으로 독서를 하면서 의문을 해결하기보다 의문을 추가하는 일이 더 잦았다.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이 지방자치에 충실하게 참여하지 않았음이 문제라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저자의 설명은 기존 참여자의 ‘고도화’와 새로운 참여자의 ‘확장화’이지만, 그것이 정확한 대답이 되지는 못한다. 저자 본인도 한국의 사회적 경제 체제에서 다수의 주민이 방관자로 남는다고 서술하지만, 방관자를 참여자로 바꿀 메리트가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충실하게 주장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지 로컬리즘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충분하기에, 또는 로컬리즘 정책이 아니라면 지방이 소멸될 위기기에 필사적으로, 주민들은 로컬리즘 정책에 참여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하지 않을까?
그는 지역자치의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를 분석하면서 실패 사례의 원인을 중앙집권적이거나 기존 주민과 유리된 정책의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진정으로 모든 주민이 참여한 로컬리즘 경제가 가능한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모든 지역자치의 실패를 ‘이상적 지방자치’의 실패로 치부할 수 있지 않을까? 일례로 챕터1에서 대부분의 선진국이 연방제를 채택하여 지역자치의 힘으로 한국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고 평가하는 동시에 디트로이트의 실패 사례를 ‘잘못된’ 지역자치의 사례로 제시하는 것은 ‘올바른’ 지역자치와 ‘잘못된’ 지역자치의 차이에 대한 의구심을 더한다. 지방 주민의 참여와 민주적인 방식으로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그러하다. 저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사리(私利)가 아닌 공익을 추구하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모두의 사리가 더해져서 공익으로 둔갑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이 독서 내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이 전적으로 의문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로컬리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저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며, 다양한 사례들을 통하여 명확하지는 않아도 어렴풋한 길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몇몇 실제적인 모델들과 사례들은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예시를 제공하고, 지식을 제공했다. 일본과 미국의 성공적인 사례들, ABCD론이나 200m론 등 현실의 행정, 경제, 사회적 모델들 또한, 지식의 확장에 일조한다. 평소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분야에서 생소한 모델들과 관점을 접한다는 것은 항상 기쁜 일이다. 특히 어느 정도는 전공이었던 행정학과 접해있었기에 개인적으로 행정학에서 연관 있는 이론들을 연상하면서 흥미롭게 독서 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가 겪는 문제점들의 해결 방법으로 지방 부흥은 상당히 오래되고 진부할 수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지방자치가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의구심이 쌓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이를 타파하기 위하여 지금까지의 한국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진정한 지방 부흥을 위한 ‘로컬리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의 주장은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많은 의문점도 수반한다. 그의 주장이 이상적인 측면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화하려면 책에서 제공하는 것 이상의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첫댓글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