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원인 규명, 사실 왜곡·호도 안된다 2018.07.30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포항 지진 원인 규명에 사실 왜곡이 우려되면서 피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그간 일각에서 내놓은 포항지열발전소 유발 지진이란 주장을 거의 묵살하거나 배격하는 방향으로 원인 규명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열발전을 추진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의 주장만 부각된다면 원인 규명이 신뢰감을 잃을 것은 뻔하다.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유발했다는 근거는 이미 국내외 학계에서 잇따라 발표됐다. 이미 기정사실화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대 이진한 지구환경과학과 교수팀이 밝혀낸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 지진 여부 조사’ 논문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사이언스’지에 실려 신뢰감을 더해준다. 논문에는 발전소 물 주입 시점과 지진 발생 시점이 일치했고, 진앙이 물 주입지점 근처로 몰려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지열발전이 유발한 지진임을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지열발전소 인근에서만 2016년 1월부터 11월15일 지진 발생 직전까지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무려 63회 발생한 것도 상관관계가 충분히 읽힐 정도다.
그런데도 ‘한반도 동남권 지진’ 보고서를 발간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조차 자연지진 요소만 부각한 채 지열발전소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지금 피해주민들의 가슴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진행 중인 원인 규명 작업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고 오히려 지열발전과 관련성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 규명 작업이 처음부터 지열발전 사업을 주관한 산업통상자원부와 연구기관 측의 주장에 기울어져 진행돼선 결코 안 된다. 피해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도외시하고 조사가 이뤄져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대로 강행된다면 포항 지진의 원인을 왜곡하고 진실을 호도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피해 주민들의 분노가 충분히 읽힌다.
지금 진행 중인 원인규명 조사 결과는 내년 초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당초 합동조사단 구성에서부터 공신력 있는 유발지진 전문학자가 빠져 있다. 더욱이 피해주민이 아닌, 정부 측 의견만을 반영하면서 진행된 조사결과 발표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책임 규명에 더 분명하고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면 피해 주민들의 의견부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철저하게 반영해야 한다. 한 점 의혹 없는 원인 규명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하루빨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합동조사단을 다시 꾸려 출발해야 한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