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의 어바웃 타임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고)
통영시 용남면 동암길 71
1961. 01. 29일생 박미옥(010 3594 6990)
모모는 나에게 왔다. 센텀의 교보문고에서 노란 사각 액자 속에 담긴 “모모”라는 책을 보는 순간, 망설임도 없이 세 권을 집어 들었다.
책방에서 모모를 다시 만나는 순간 얼른 데려 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아이는 내 기억 속에 언제나 머물러 있는,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랫말처럼 친숙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모는 왜 새로운 것이 시작 될 이 시점에서 내게 다시 왔을까? 정말 소중한 시간의 비밀을 알려주기 위해서?,’
첫 장을 펼치고 차례에서 한참이나 머물렀다. 읽고 또 읽었다.
뛰어난 재능과 평범한 싸움
말없는 노인과 말 잘하는 청년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와 한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끝.
이렇게 대조법으로 이어지는 차례를 입 속으로 읽는 것만으로도 작가 미하엘 엔데가 모모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충분히 전해져 왔다.
나는 지금도 수많은 시계를 갖고 있고, 계속 될 시간이 있다. 그리고 나름 시계를 볼 줄도 알고, 시계를 보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집에 살기 위해 돈을 더 많이 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알아차렸다. 꿈이 이루어지면 다시는 꿈꾸는 것을 배울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다. 살면서 크게 부러운 것도, 갖지 못해 애닯고 슬픈 것도 별로 없었다. 이만하면 족하다고 느끼며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모모처럼 필요한 게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나의 행복지수는 항상 말도 안 되게 높다. 사람들의 형편에 맞게 꾸며진 집에서, 삶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 가까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무는 것은 언제나 마음 편하고 좋았다. 가끔은 내 이야기도 하면서.
이번에 읽을 때는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한 베포아저씨 곁에 다가가 앉았다. 다음에 딛게 될 한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한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하는 아저씨는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숨이 차지 않기 위해서. 하는 일을 즐겁고, 잘해 낼 수 있기 위해서. 베포 아저씨는 말한다. 모든 불행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급하게 서두르거나 철저하지 못해서 저지르게 되는 수많은 거짓말에서 생겨난다고. 이건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꼭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은 결국 영화 어바웃 타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도 말한다.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도록 하는데 쓰여 져야 한다.”고.
시계만 있고, 시간만 아끼는 사람은 최고의 그 무엇을 이룬다 해도 여전히 가난한 사람이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여 있어야 하는데 그들에겐 온통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들을 이루려만하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시계를 볼 줄 아는 사람은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시간을 언제든 낼 수 있다. 그것은 모모가 우리에게 알려준 시간의 비밀이다.
‘나에게 모모의 원형극장 같은 곳은 어딜까?’
그것은 책이고, 가족이며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다.
오늘도 우리는 독서동아리인 책갈피 원형극장에 함께 모여 시계를 보고 있다. 헝클어진 삶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시간을 쓰고 있다.
2014-02-16 모모의 어바웃 타임.hwp